이욱정 PD의 ‘요리人류’ 

요리에 담긴 인류의 욕망을 찾아 떠나는 여행 

지난 2010년 KBS1 ‘누들로드’로 다큐멘터리계의 퓰리처상이라 불리는 ‘피버디상’을 수상한 뒤 홀연히 프랑스에 위치한 세계적인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로 유학을 떠났던 이욱정 PD가 6년 만에 KBS 글로벌 대기획 ‘요리人류’로 돌아왔다. 3월 21일 ‘요리人류’ 방송을 앞두고 신촌 아트레온에서 시사회를 가진 후 상수동 쿠킹 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겨 ‘요리 쇼’ 형식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욱정 PD를 만나봤다. 글 육주희 편집장 jhyuk@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 요리人류 제공

 

“저는 피자를 정말 좋아해요. 오늘은 금에 버금가는 비싼 향신료인 샤프란을 넣어 피자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요리하는 PD와의 간담회는 시작부터 달랐다. 이미 ‘누들로드’를 통해 음식의 인문학적인 접근을 통한 푸드 다큐멘터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그는 쿠킹 스튜디오의 조리대에서 피자 도우를 펴가며 총 8편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 ‘요리人류’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를 펼쳤다. 2014년 첫 번째 오디세이의 주제는 빵, 향신료, 고기다. 1편 빵과 서커스, 2편 낙원의 향기-스파이스, 3편 생명의 선물-고기는 3월 26일부터 28일까지 방송되고, 4편은 1편에 이어 빵을 조금 더 심도 있게 다룬 세상의 모든 빵, 5편은 매혹의 요리-카레, 6편은 불의 요리-바비큐이며 7~8편은 실험적인 요리를 다루는 쿠킹 스페셜로 하반기에 방송될 예정이다. 

 

음식을 통해 인류의 욕망을 인문학적으로 접근

이욱정 PD가 연출하는 푸드 다큐멘터리는 기존 요리 다큐와는 완전히 차별화되고 있다. 누들로드 방영 시 음식으로 문명사에 대한 인문학적인 접근을 시도한 것이 이미 많은 시청자들에게 각인되었기에 이번 요리인류에서는 또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는지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이욱정 PD는 한 마디로 “인류의 욕망을 인문학적인 접근을 통해 음식으로 풀고 싶었다”며 요리인류의 기획의도에 대해 밝혔다. 이 PD는 “요리는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는 수단이라 생각한다”며 “요리를 통해 인류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욕망은 무엇이고, 앞으로 인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즉 요리人류는 요리에 담긴 인류의 무한한 창의성과 경이로움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것. 

이욱정 PD의 의중을 반영하듯 요리人류는 요리를 전면에 내세운 다큐멘터리임에도 요리보다는 ‘인류’에 집중한다. 이 PD는 요리人류 1편 ‘빵과 서커스’를 언급하며 “취재 과정 중에 빵이 어떻게 문화를 낳고 인류를 발전시켜왔는지 눈으로 지켜보면서 정말 놀랐다”며 “국가·민족·문화마다 빵의 의미가 다르고, 과거에는 단순히 배를 불리기 위해 먹었지만 지금은 먹는 것이 문화적인 놀이 중 하나이고 무엇보다 인간은 먹는 과정을 통해 치료받고 위로받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음식의 목적이 실용성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좀 더 맛있고 미학적인 음식을 만드는 것에 대한 시도 자체가 인류의 문화”라고 말했다.

 

요리 배우고 난 후 ‘요리人류’ 접근방법 이전과 달라져

이욱정하면 요리사 PD로도 유명하다. 누들로드의 연출로 한창 유명세를 치를 즈음 홀연히 프랑스 유수 요리 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로 유학을 떠났다가 2년간의 공부를 마친 후 돌아온 것. 갑작스런 요리 유학의 배경을 물어보니 누들로드를 끝내고 문득 음식을 전문으로 기획하는 PD라면 직접 요리사의 세계에 들어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 PD는 요리를 배우고 난 뒤 요리하는 사람에 대한 공감이 가능해졌고, 요리人류를 제작할 때도 확실히 이전과는 다르게 접근해 보다 생생하게 찍을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한다. 그 공감과 이해도는 요리人류가 타 푸드 다큐멘터리와 차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요리를 제대로 배워보니 크로와상을 만드는 장면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어요. 요리人류는 세계 유수의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스타 셰프들의 요리 장면을 빠르지만 디테일하게 보여주는데, 이는 인간이 요리하는 모습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세밀하게 담아내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이욱정 PD의 인생 목표는 향후 꾸준히 요리人류 시리즈를 제작하는 것이다. 내년에는 김치 다큐멘터리도 계획 중이며 향후 쌀, 장류, 발효, 두부 등 다양한 우리 음식을 주제로 그 속에 숨어있는 경이로움을 보여줄 계획이다. 

‘음식 안에 모든 게 있다고 생각한다’는 이 PD는 “자연과의 관계, 인간과의 관계를 음식을 통해 인문학적 관점에서 다큐멘터리로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다큐멘터리도 재밌어야 한다는 생각도 늘 하고 있다”며 “가장 TV방송다운 소재 또한 음식이므로 의미 있는 푸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요리人류는 제작 기간 2년, 제작비 24억 원 등 대한민국 요리 다큐 사상 최대·최고 스케일로 전 세계 35개국의 요리와 문화에 담긴 인류의 무한한 창의성과 경이로움을 초고화질 4K-UHD 영상에 담아 HD 방송보다 4배 더 선명하게 구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