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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국수와 비빔국수  <통권 351호>
관리자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4-06-30 오전 10:25:33

잔칫날에나 먹을 수 있었던 별식, 잔치국수 

마을 잔치 때 모두가 어울려 기쁨을 나누며 먹었던 호사스러운 음식이 잔치국수다. 삶아 건진 국수에 맑은 장국을 부어내는 국수 요리는 요즘이야 손쉽게 접하고 자주 먹는 음식이지만 예전에는 쉽게 맛보기 힘든 귀한 음식으로 대접을 받았다. 국수가 잔칫집의 대표 음식이 된 것은 긴 면발이 ‘장수’의 뜻을 담고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었지만 귀한 밀가루로 만들기 때문이기도 했다.

 

잔치국수는 예전부터 마을 잔치의 대표 음식으로 쓰인 손님 접대용 음식이었다. 특히 결혼식 날에는 꼭 국수를 대접했는데, 신랑 신부의 인연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기원하는 뜻을 담고 있어 결혼식에 가는 것을 ‘국수 먹으러 간다’고 하고, 결혼 계획을 물을 때는 ‘언제 국수 먹여 줄 거냐’고 묻는 것이 우리의 오랜 풍습이 됐다. 결혼식에 잔치국수 대신 갈비탕이 올라야 손님 대접을 제대로 했다고 생각하던 시기도 있었다. 고기 소비량이 늘어나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의 이야기인데 요즘은 다시 본래의 축하나 장수의 의미를 살려 잔치국수를 대접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집에서 해 먹을 때는 양념간장이나 애호박볶음 정도를 올려 소박하게 먹고 초대나 잔치음식으로 쓸 때는 고기볶음과 달걀지단, 석이채, 미나리 같은 고명을 색스럽게 얹어 먹는다.

‘장국수’라는 말이 있듯, 원래는 고기 국물을 사용하지만 요즘은 ‘멸치 국수’가 대세다. ‘장국’은 잘게 썬 쇠고기를 볶다가 물을 부어 끓이는 것을 말한다. 잔치국수는 술술 넘어가는 그 맛도 좋지만 육수의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입맛을 당긴다. 장국에 만 국수는 5일에 한 번씩 열리는 장터에서 국밥과 함께 가장 많이 먹는 간편식이기도 했다. 미리 삶아 타래를 지어 놓은 국수에 가마솥에서 설설 끓여낸 장국을 붓고 고명만 얹으면 수백 그릇도 손쉽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리 삶은 국수를 그릇에 담고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가 따라내는 것을 두세 번 하면 국수가 따뜻하게 데워지는데 이것을 ‘토렴’한다고 한다.

 

입맛 없는 날, 매콤하게 비벼먹는 한 끼, 비빔국수 

비빔밥과 함께 한식의 비빔 문화를 상징하는 음식으로 계절과 기호에 따라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비빔국수다. 원래 간장 양념에 버무려 먹었는데 궁중에서 주로 만들었던 만큼 들어가는 재료가 화려하다. 조선시대에 편찬된 《동국세시기》에는 ‘메밀국수에 잡채, 배, 밤, 쇠고기, 돼지고기, 참깨기름, 간장 등을 넣어 섞은 것을 골동면(骨董麵)이라 한다’는 말로 요즘 비빔국수의 원형을 소개하고 있다.

 

골동이란 ‘뒤섞는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말이다. 역시 조선시대에 편찬된 《시의전서》에서는 ‘황육을 다져 재워서 볶고, 숙주와 미나리를 삶아 묵을 무쳐 양념을 갖춰 넣은 다음에 국수를 비벼 그릇에 담는다. 그 위에 고기 볶은 것과 고춧가루, 깨소금을 뿌리고 상 위에 장국을 함께 놓는다’라고 했다.

《동국세시기》나 《시의전서》를 보면 비빔국수야말로 고기부터 온갖 잡채, 양념을 넣어 버무린 최고의 별식이었음을 알 수 있다. 궁중 별미로밖에 먹을 수 없었던 이 골동면에 쓰인 주재료는 메밀국수다. 왕실이라도 귀하디 귀한 밀가루국수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궁중 별미로 밖에 먹을 수 없었던 이 골동면에 쓰인 주재료인 국수 역시 메밀로 만든 것이어서 당시 밀가루 음식이 보편화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밀농사가 귀했고 메밀은 평안도, 함경도, 강원도 등 산간지방에서 쉽게 재배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골동반이라 불리는 궁중음식 말고 일반인들이 먹는 비빔국수의 기원도 메밀이나 감자 등의 주산지인 북쪽지방으로 볼 수 있다. 평양냉면이나 진주냉면은 메밀을 원료로 쓰는 데 비해 함흥지방 비빔냉면은 감자가루로 만든 녹말 압착면이다.

고추장이나 김치를 넣어 비비는 요즘 같은 비빔국수를 먹기 시작한 것은 밀가루가 흔해진 한국전쟁 이후의 이야기다.

 
2014-06-30 오전 10:25:33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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