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식생활에 ‘건강’이 화두가 되면서 고혈압 등의 성인병을 유발하는 나트륨에 대한 저감화 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외식소비에 식당이 나트륨 과다섭취의 주범으로 지적되면서 외식업계에도 ‘나트륨 줄이기 운동’은 주목해야 할 이슈가 됐다.

지난 2012년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의 1일 나트륨 섭취량이 세계보건기구(WHO)의 1일 섭취 권고량 2000mg의 2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발표, 나트륨 과다섭취에 대한 문제점을 강조했다. 나트륨의 과잉섭취는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이에 대한 식생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만성질환은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에 그 해법의 연장선에서 찾은 것이 나트륨 저감화다. 정부는 건강한 식습관 개선을 요구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나트륨 저감화 정책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나트륨 줄이기’에 대한 공감이 확산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를 중심으로 나트륨 줄이기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2012년 3월 나트륨 줄이기 운동본부를 출범해 각 분야에서 나트륨 줄이기를 선도하는 다양한 범국민 운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나트륨 줄인 메뉴 제공 시범실시 매장’ 지정·운영이다. 지정된 저염식당에는 인증 스티커, 메뉴의 영양성분 분석 및 영양성분을 표시한 액자, 각종 포스터 및 나트륨 저감화 운동의 지속성을 위한 가이드라인 및 교육 등을 제공하고 있다.  

외식업소에서 짜고 자극적인 맛에 익숙한 고객에게 ‘싱거운’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싱겁다’는 것이 곧 ‘맛이 없다’라는 혹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소금을 적게 쓴다는 것이 외식업소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식업소에서 나트륨을 줄이기 위해 선행해야 하는 것은 주방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염도 측정의 생활화, 작은 국그릇 사용, 주방용 계량용기 등 저염식을 제공하려는 환경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간단한 저염 레시피를 활용하는 것도 변화의 시작이다. 소금을 적게 사용해도 음식의 맛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식단 개발이 필요한데, 튀기거나 볶는 조리방법 대신 굽거나 찌고, 염분을 흡수하는 채소를 많이 사용하거나, 소금 대신에 감칠맛을 낼 수 있는 천연 식재료를 활용하는 것이 일례다. 나트륨 줄이기 운동 본부의 홈페이지에서는 ‘저염 레시피’를 60여 가지 제공하고 있다. 

나트륨 저감화를 기회로 활용하라는 조언도 있다. 최근 건강에 대한 니즈가 커지는 만큼 특색있는 건강 콘셉트의 메뉴 및 외식브랜드 개발이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짠맛에 대한 니즈도 결국은 습관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염도를 낮춘 저나트륨 메뉴를 제공하는 것 보다는 조리방법 등을 달리해 고객이 서서히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금을 적게 쓴다는 것을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를 매장의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것도 고객 불만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 삼청동 끝자락에서 20년 이상 한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다락정」은 평양식 만두와 비지정식, 수육, 불고기 등을 선보이는 곳이다. 2011년 ‘나트륨 줄이기 참여 건강음식점’으로 선정, 매년 철저한 검사를 통해 그 자격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이북 평양 출신이었던 창업주가 집에서 먹던 방식 그대로 음식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 다락정의 시초다. 평양식 만두전문점인 만큼 다락정을 대표하는 메뉴는 단연 만두다. 데친 배추와 두부, 숙주, 돼지고기, 파, 마늘, 고춧가루 등을 배합해 만드는 만두소는 흐트러지지 않고 단단할 정도로 찰진 것이 특징이다.

만둣국, 삶은 만두, 김치만두전골 등 다양한 만두 메뉴 중에서도 별미는 단연 토장만두전골이다. 국내산 한우 양지를 고은 육수에 된장을 풀고, 해물과 각종 채소로 시원한 맛을 낸 이 음식은 해장을 즐겨 찾는 단골이 있을 정도로 깊은 맛을 낸다. 미더덕과 바지락, 팽이버섯, 호박 등 천연 재료 본연의 맛을 끌어내는 데 중점을 둬 염분을 낮출 수 있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 짜고 자극적이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유원재 대표의 생각이다. 

김치만두전골 역시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음식이다. 김치찌개에 만두, 떡, 전 등을 넣어 얼큰하게 끓인 이 메뉴는 명절에 남은 음식을 한꺼번에 끓인 섞어찌개를 연상시킨다. 전과 떡을 넣었지만 전혀 텁텁하지 않고 맑고 개운하게 끓이는 것이 이곳만의 노하우다. 국내산 백태를 그대로 갈아 만든 비지찌개 정식은 다락정의 숨은 인기 메뉴다. 뭉근하게 오랫동안 끓인 비지찌개는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맛이 있는 영양 가득한 음식이다. 

메뉴 김치만두전골·토장만두전골(1만 원), 만둣국(8000원), 비지정식(7000원)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131-1 문의 02-725-1697

다락정의 저염 메뉴 

비지찌개

다락정의 메뉴 중 나트륨 함량이 가장 낮은 건강 음식이다. 돼지 등뼈를 우린 육수에 국내산 백태를 그대로 갈아 만든 영양 가득 음식으로 나트륨 1일 섭취 권고량 2000mg의 1/5 수준이다. 

김치만두전골과 토장만두전골 

김치만두전골과 토장만두전골의 나트륨 함량은 각각 1430mg, 1550mg이다. 된장찌개 및 김치찌개의 나트륨 평균함량 2000mg보다 낮은 수치로 식약처로부터 나트륨을 줄인 메뉴로 인정받았다. 

김치말이국수의 대명사로 통하는 「눈나무집」은 20년 이상 명맥을 이어 온 삼청동의 터주대감이다. 허름한 지하 매장에서 시작한 눈나무집은 10여 년 전 맞은 편 3층 단독 건물로 이전해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2011년 ‘나트륨 줄이기 참여 건강음식점’으로 선정, 올해로 3년째 그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눈나무집의 대표 메뉴는 김치말이국수다. 슴슴하고 담백한 이북식 배추김치 국물에 밀국수를 삶아 넣고 참기름과 삶은 달걀, 깨소금, 김을 올린 김치말이국수는 따로 양념을 더하지 않아도 시원하고 개운한 맛을 낸다. 김치 국물은 잘 숙성돼 개운하지만 동치미 보다는 약간 달달하다. 고춧가루, 맑은 멸치 액젓으로 만든 양념에 통배추를 넣어 만드는 김치는 새콤할 정도로만 익혀 아삭아삭한 질감이 그대로 살아 있다. 식약처에서 인증한 저염 메뉴가 바로 이 김치말이국수와 김치말이국밥이다. 오픈 초기부터 변함없는 맛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간혹 맛이 싱겁다는 고객이 있을 경우 저염 음식에 대한 취지를 설명해 건강식이란 점을 어필하고 있다. 하지만 고객이 원할 경우 국물을 추가로 제공하기도 한다. 

김치말이국수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떡갈비도 이곳의 대표 메뉴다. 호주산 소갈비와 목심을 칼로 곱게 다져 촉촉하게 구운 떡갈비는 육즙 가득한 깊은 맛을 낸다. 부드럽고 쫄깃한 가래떡을 구워 떡갈비와 함께 사리로 즐겨도 제맛이다.

삼청동의 대표 맛집으로 유명한 눈나무집은 음식 맛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바로 깨끗하고 위생적인 매장 환경이다. 서울시가 일반 음식점의 위생 상태를 공인하는 ‘서울시 음식점 위생 등급제’에서 AAA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시설 청결, 화장실 위생, 주방 위생, 종사자 위생 관리 4개 분야 44개 항목에서 90점 이상을 취득한 업소에만 주어지는 등급이다. 

메뉴 김치말이국수·김치말이밥(5000원), 떡갈비(8000원), 떡볶음(3000원)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136-1 문의 02-739-6742 

김치말이국수와 김치말이국밥

식약처에서 인증한 눈나무집의 저염 메뉴는 김치말이국수와 김치말이국밥이다. 두 메뉴의 기본이 되는 김치 육수는 고춧가루와 맑은 멸치 액젓으로만 간을 한다. 이는 오픈 초기부터 고수해 온 눈나무집만의 비법이다. 자칫 심심할 수도 있는 맛이지만 이곳의 음식은 자극적인 맛으로 입맛을 당기는 것이 아니라 먹을수록 생각나고 여운이 남는 맛이다. 

서울 교대역 인근 맛집으로 당당히 자리 잡은 「레드찹스틱」은 저염 중식을 추구하는 모던 차이니즈 캐주얼 다이닝이다. 2008년 문을 연 이곳은 지난해 5월 교대역 인근으로 확장 이전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저염 조리법을 활용, 자극적이지 않고 건강한 중식을 제공하고 있다. 

레드찹스틱특짬뽕은 이곳의 대표적인 저염 메뉴이자 꼭 맛봐야 하는 시그니처 메뉴다. 고나트륨으로 악명 높은 짬뽕도 건강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중식당을 만들자는 레드찹스틱 대표의 소신으로 개발됐다. 2인분으로도 넉넉할 것 같은 큰 그릇에 낙지, 전복, 홍합, 꽃게 등 다양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있어 비주얼부터 압도적인 레드찹스틱특짬뽕은 개운하면서도 은은하게 얼큰한 국물이 매력 포인트다. 홍합, 바지락 등을 솥에 넣고 쪄서 나온 찜육수를 사용하는 것이 이곳만의 저염 조리비법인데, 소금 함량은 최대한 줄이고 조개류에서 나오는 천연 염분으로 간을 맞춘 것이다. 

레드찹스틱짬뽕을 처음 선보였을 땐 기존 짬뽕보다 다소 심심한 국물 맛 때문에 고객들의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그럴 때는 직원이 저염식이 몸에 좋은 이유, 조리법 등을 충분히 설명해 레드찹스틱의 취지에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염분을 한 번에 대폭 줄이기보다는 고객의 반응을 고려하며 단계별로 조금씩 변화를 줘 고객들이 ‘담백하고 건강한’ 저염 짬뽕으로 자연스럽게 인식하도록 했다. 현재는 레드찹스틱의 건강한 중식에 매료된 고객층도 젊은 세대부터 노년층까지 그 범위가 넓어졌고, 저염 짬뽕을 맛보기 위해 먼 곳에서 찾아오는 고객도 다수다.  

레드찹스틱 송국선 셰프는 “소금 사용을 최대한 줄이되 고객입맛도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앞으로도 모든 사람이 건강한 중식을 즐기도록 꾸준히 연구개발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드찹스틱은 저염 짬뽕을 시작으로 다른 메뉴들에도 차츰 저염 조리법을 도입해나가고 있다. 자연 재료 고유의 맛을 최대한 살리거나 재료 자체에서 우러나는 염분으로 대체하는 등 소금 사용 줄이기에 앞장서고 있다.

메뉴 레드찹스틱특짬뽕·차돌박이특짜장(1만3000원), 탕수육(2만 원), 유린기(3만 원), 레몬크림새우·탕수갈비(3만5000원) 주소 서울시 서초구 서초중앙로 147 문의 02-525-9287

레드찹스틱특짬뽕

일반 중식당의 짬뽕 국물은 염도계 평균 수치가 1.2%인데 반해 레드찹스틱특짬뽕은 1.0%을 기준으로 조리한다. 나트륨 함량은 1000g 당 2500㎎(식약처 발표 기준은 1000g 당 4000㎎).

탕수갈비

소금양을 대폭 줄이고 특제 검은콩 바비큐 소스로만 맛을 낸 둔 고소한 돼지 등갈비 요리다. 바비큐 폭립과 비슷하지만 짜거나 자극적인 맛이 덜해 어린아이들에게도 인기만점이다.

「마벨리에」는 2013년 10월 경기도 안양에 문을 연 뷔페 다이닝이다. 무려 1200석의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건강, 자연, 테라피를 콘셉트로 고품격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마벨리에는 한식, 일식, 중식, 양식, 아시안, 디저트 등 다양한 장르의 음식들 중에서 인기 메뉴들을 한데 모아 약 250가지의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전 메뉴에 자체적으로 표준화한 저염 레시피를 도입한 것이 특징인데, 핵심은 ‘직접 구운 천일염’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마벨리에 이청희 총주방장은 “천일염을 180~200도의 오븐에서 약 1시간 동안 구우면 소금의 짠맛을 약 40%까지 완화시킬 수 있다”며 “모든 요리에 구운 천일염을 사용하고, 세계 음식 중에서 나트륨 함량이 유독 높다고 알려진 한식 카테고리는 특별히 더 신경을 써서 저염 조리를 실천 중이다”고 설명했다.

한식 코너에는 모든 메뉴를 저염식으로 조리하고 있다는 점을 알린 작은 표지판이 비치돼 있다. 저염식에 초점을 맞춘 홍보나 마케팅은 전무하지만 직접 맛을 본 고객들을 통해 ‘건강 저염 뷔페’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육회, 게장, 젓갈, 나물, 죽, 쌈밥, 김치 등 20여 가지의 한식 메뉴들 중에서도 연근들깨조림, 죽순된장 무침, 삼채무침, 그리고 직접 담근 장아찌 3종(오이, 두릅, 고춧잎) 등이 인기가 높은 편이다. 화학조미료는 물론이고 소금 및 양념을 최대한 줄인 덕에 고객들로부터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청희 총주방장은 “어머니를 위해 개발한 건강한 저염식단을 마벨리에를 통해 더 많은 고객에게도 선사하고 싶었다. 앞으로도 신선한 식재료와 다채로운 맛이 담긴 고품질 저염 요리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해진 시간에 한정수량으로 선보이는 ‘스페셜 메뉴’도 눈길을 끈다. 점심·저녁시간마다 자연송이파이스프, 소갈비양념스테이크, 마카롱, BBQ 폭립 등 셰프의 특별 수제요리를 30분~1시간 간격으로 종을 울려 선착순으로 제공한다. 흥미로운 제공방식과 흔히 맛볼 수 없는 특별 요리로 많은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요금 평일 점심 2만7000원·저녁 3만3000원, 주말/공휴일 점심·저녁 3만7000원(성인 기준) 주소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평로 175 (구)조선일보사옥 1층 문의 1899-9991

한식 전 메뉴

오븐에 구워 짠맛을 40% 가량 낮춘 천일염으로 조리한다. 천연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려 인위적인 맛을 배제하고 있다. 

자연송이파이수프

자연송이의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잇도록 간을 최소화해 조리한 메뉴다. 그릇 위에 뚜껑처럼 덮어 구운 파이를 곁들여 먹으면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배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