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나폴리 피자의 원형을 지킨다 

핏제리아 브란디(Pizzeria Brandi)

많은 사람들이 맥주를 마실 때 자연스레 ‘치킨’을 떠올린다. 치킨과 맥주의 조합인 ‘치맥’이라는 단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한류 열풍의 주역이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그 흐름이 바뀌고 있다. 치맥이 아닌 ‘피맥(피자+맥주)’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맥주와 제일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피자를 꼽는다. 우리식으로 이야기하면 ‘피맥’을 최고의 조합으로 여기는 것이다. 피자는 국내에서 한 끼 식사로 선택할 만큼 우리에게 가까운 음식이 된지 오래다. 그만큼 다양한 브랜드에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각양각색의 피자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요즘에는 이탈리아 스타일 피자로 대변되는 화덕피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필자는 피자의 본고장인 이탈리아로 가 피자 만드는 법을 배우며 과연 그 매력이 무엇인지 직접 느껴보았다. 글 아이디어 닥터 이장우 thinkbrands@gmail.com

 

피자의 본고장 나폴리

현재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피자는 도우-피자에서 빵 부분에 해당하는-보다는 그 위에 얹는 여러 토핑에 중점을 두고 있는 미국식 피자에 가깝다. 하지만 피자는 미국이 아닌 이탈리아가 원조다. 피자는 수천 년 동안 이탈리아의 음식 문화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어왔다. 그 시작은 고대 이탈리아 중서부 에트루리아에서 밀반죽을 돌 위에 구워 기름을 바른 뒤 고기, 수프 등을 얹어 먹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이후 19세기 후반 많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이탈리아의 피자가 미국으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가게 되었다. 1905년 조바니 룸바르라는 이탈리아 사람이 뉴욕에 최초로 연 나폴리 피자전문점이 인기를 얻게 되면서 미국에 본격적인 ‘피자 바람’이 일게 되었다. 이후 전문적인 피자 배달업체들이 생겨나며 피자는 미국의 대중적인 음식이 된다. 미국식 피자가 이탈리아 피자와 다른 점은 두꺼운 도우 위에 페페로니, 소시지, 고기, 치즈 등과 같은 다양한 토핑을 푸짐하게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와 달리 이탈리아 피자는 얇고 기름기가 없는 도우 위에 간단한 토핑을 얹는다. 

최근 들어 미국식 피자의 푸짐하고 자극적인 맛에 매료되었던 사람들이 좀 더 가벼운 느낌의 이탈리아 피자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이탈리아 피자를 이야기할 때 나폴리 피자를 빼놓을 수 없다. 누가 뭐라 하더라도 피자의 본고장은 바로 이탈리아, 좀 더 구체적으로 나폴리인 것이다. 나폴리는 이탈리아에서 로마, 밀라노에 이어 제3의 도시이다. 옛말에 ‘나폴리는 보고 죽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중해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세계적인 고대도시이다. 하지만 이제 그 말은 조금 바뀌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죽기 전에 나폴리의 피자는 꼭 먹어봐야 한다’고. 그렇지 않다면 진정한 피자 맛을 모르게 된다고 말이다. 

이탈리아에서도 특히 나폴리를 중심으로 피자가 발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부르봉 왕조(House of Bourbon)의 페르디난도 1세(Ferdinando 1)와 마리아 카롤리나(Maria Carolina) 왕비의 역할이 컸다. 당시 소박한 입맛을 가지고 있었던 카롤리나 왕비는 서민 요리였던 피자를 자주 먹었다. 그러나 왕은 왕비의 피자 먹는 모습을 탐탁지 않게 여겼고, 왕비에게 어울리는 세련된 피자 레시피를 개발하라고 명한다. 그래서 궁에 피자를 굽는 화덕을 들여놓게 되었고, 왕도 왕비와 함께 피자를 즐겨 먹게 된다. 이후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민 음식이라고 피자를 꺼려했던 귀족들까지 즐겨먹게 되며, 피자는 더 이상 서민만의 음식이 아닌 나폴리 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 된 것이다.

마르게리따 왕비를 만족시킨 핏제리아 브란디

나폴리의 3대 핏제리아(pizzeria,피자전문점)는 핏제리아 디 마테오(Pizzeria di Matteo), 핏제리아 다 미켈레(Pizzerio da Michele), 그리고 핏제리아 브란디(Pizzeria Brandi)다. 이 중 핏제리아 브란디는 마르게리따 피자를 만들어 낸,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 핏제리아다. 피자의 여왕으로도 불리는 마르게리따 피자는 만들어지게 된 배경 또한 드라마틱하다. 1889년 이탈리아 2대 국왕인 움베르토 1세(Umberto 1)가 마르게리따(Margheria) 왕비와 함께 나폴리에 방문했을 때였다. 그 당시 피자는 나폴리만의 전통 음식에 가까웠다. 피자 먹는 모습을 처음 본 마르게리따 왕비는 사람들이 먹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나폴리 거리 구석구석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맛있게 먹고 있던 피자는 더욱 왕비의 궁금증을 자극했을 것이다. 이에 왕비는 나폴리의 여러 핏제리아 주방장들에게 자신을 위한 피자를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 대중적인 음식이었지만 왕비를 위한 피자를 만들어 내기란 쉽지 않았다. 이 때 핏제리아 브란디의 주방장으로 있었던 돈 라파엘 에스폰트는 왕비만을 위한 피자를 만들어 낸다. 나폴리 피자의 맛은 유지하면서도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삼색기를 떠올리게 하는 피자였다. 초록색과 빨간색, 흰색이 들어가는 이탈리아 국기를 피자로 표현하기 위해 초록색은 바실리코(허브 바질), 빨간색은 토마토, 흰색은 모차렐라 치즈를 사용했다. 왕비는 맛은 물론이요, 그 모습에도 감동해 자신의 이름을 그 피자에 붙이게 하였다. 현재까지도 나폴리를 대표하는 마르게리따 피자가 이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다. 1780년에 문을 열고, 마르게리따 피자를 처음 세상에 선보인 핏제리아 브란디는 나폴리에서 가장 오래된 피자전문점으로 그 역사를 자랑한다. 나폴리의 작은 골목에 위치하고 있는 핏제리아 브란디는 지금까지도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들러가야 할 명소이자, 이탈리아 사람들도 피자를 먹기 위해 방문할 정도로 사랑 받고 있다. 클린턴 前 미국대통령,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와 루치아노 파바로티 등 많은 유명인사들도 찾는 곳이 바로 브란디이다. 지금도 브란디에 가면 ‘100년 전 이곳에서 마르게리따가 태어났다’는 문구가 쓰인 팻말을 볼 수 있는데, 나폴리 피자에 대한 자부심과 전통을 이어간다는 책임감을 느낄 수 있다.

전통을 이어가는 최고의 방법

피자는 이탈리아를 대표하지만, 그중에서도 나폴리를 대표하고 또 상징한다. 이에 이탈리아 농림부에서는 나폴리 피자 고유의 특징을 유지하기 위해 조리방법과 재료 선정 등에 별도 지침을 만들어 놓고 있다. 지침에는 피자의 크기, 화덕의 종류, 토마토 및 밀가루의 종류 등 8개 조항이 있는데, 그 내용도 매우 구체적이다. ‘도우는 밀가루와 물, 효모, 소금 4가지만 들어가야 하고, 그 두께는 2cm 이하여야 한다’ 등으로 지정해 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나폴리 핏제리아의 피자욜로(Pizzaiolo,피자 전문요리사)들에게 이런 조항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모두 알고 있다고 답하지만 이를 실제 정확하게 지켜가는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피자욜로들이 제대로 나폴리 피자를 만들고 있지 않은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동시에 가문 대대로 피자욜로로 살아온 사람들은 이런 조항에 반발을 하지도 않는다. 이런 조항들을 만들어 놓은 그 바탕에는 나폴리 피자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겠다는 본질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핏제리아 브란디는 이런 나폴리 피자의 전통과 역사 한 가운데 있다. 

현재 핏제리아 브란디의 피자욜로인 Leo 선생은 4대 째 피자욜로를 이어온 온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고, 본인도 피자욜로가 된 후 40여 년이나 피자를 만들어 오고 있는 사람이다.  

화덕 앞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그의 모습에서 그간 세월이 녹아 예술의 경지에 이른 장인의 모습이 보였다.

‘피자는 단순히 한 끼 식사에 불과할 수 있으나 핏제리아 브란디의 피자를 찾는 사람들은 나폴리 피자의 전통을 느끼고자 하는 것일 테니, 절대 그 맛에 있어 변함이 있어서는 안된다’ 라고 직접 몸으로 보여주는 Leo선생이었다. 우리는 흔히들 음식에 있어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은 현재의 맛을 잃지 않는 ‘작은’ 노력에서부터 시작된다. 핏제리아 브란디가 나폴리 피자의 전통을 이어왔고 또 이어갈 수 있는 것에는 이 작은 노력에 세월이 더해져 큰 힘을 발휘하였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