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화로 조리의 본질을 추구하다

"식음업계 진화를 향한 노력, 

이수부라는 이름으로 승화시키고 싶어”

이수부 셰프는 오직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이유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2번이나 사표를 썼다. 그가 셰프가 되자 아버지는 제사 때 절은커녕 제사상 앞에 서지도 못하게 했다. 이 외에도 이름까지 개명할 정도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수부 셰프는 여전히 요리사다. 그래서 그는 계획한 대로 현재가 흘러가지 않아도 두렵지 않다. 이 과정들이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목표에 닿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글 송우영 차장 wysong@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  

 

현재는 브랜드 이수부에 닿기 위한 과정

이수부 셰프가 처음부터 이수부를 식당으로 오픈한 것은 아니다. 소스와 드레싱을 만들어 팔겠다는 계획이었다. 좀 더 발전하면 고객 맞춤식 소스와 드레싱도 만들면 좋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래서 외진 골목에 있는 건물에 10평도 되지 않는 매장을 임대했다. 당연히 테이블도 없었다. 소스와 드레싱을 만들 주방만 있으면 되었으니 말이다. 

현재 이수부를 식당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소스와 드레싱을 개발하고 만들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 이 셰프는 미국 CIA요리학교에서 공부한 양식 요리사지만 한국인으로서 한국 食문화권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인정한다. 소스와 드레싱을 만들 때도 전통 장류를 기반으로 한다. 익힌 것도, 날 것도 아닌 발효음식의 가치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그는 전통 방식으로 만든 식초에 주목하고 있다. “한식에서는 여느 나라 음식과는 다르게 신맛에 대해 오랜 기간 외면해왔습니다. 그러나 전통 식초는 맛의 깊이를 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지나치게 무거울 수 있는 한식의 무게를 가볍게해 대중화·세계화의 역할까지 기대해볼 만합니다.” 

이수부 셰프가 직접 식초를 담그지는 않지만 전통 방법을 지켜나가고 있는 제품을 발굴하는 것으로 한국 식품업계에서 그의 몫을 대신하고 있다. 식초 외에도 제대로 된 로컬 식품을 발굴하여 매장에서 소개를 겸해 판매하기도 한다. 

이수부 셰프는 이수부라는 이름을 식음업계의 브랜드로 안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식당 이수부를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과정이자 저의 목표에 폭을 넓히고 깊이를 줄 수 있는 필연적인 기회인 것이죠.”

 

단순화에서 찾는 먹거리의 본질

식당 이수부의 시작은 공사 기간 동안 관심을 갖고 찾아주었던 동네 주민들을 위해 낮에 샌드위치를 팔고 조리 공간만 있던 매장에 테이블을 놓으면서 부터다.

식당 이수부에는 미니멀리스트 키친(minimalist kitchen)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미니멀리스트는 단순한 요소로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 내려는 사고방식 또는 그런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을 말한다. 주로 예술분야에서 사용되며 단순화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수부 셰프는 식재선택부터 조리법에도 미니멀리스트의 사고를 적용했다.

“각각의 식재료가 본연의 맛을 내게 하겠다는 생각에서 미니멀리스트 키친이 출발했습니다. 이곳에서의 미니멀(minimal)한 요소를 간단히 말하면 최소한의 식재, 최소한의 조리 공정, 최소한의 조리 시간, 그리고 장식을 최소화한 담음새 등입니다.” 

메인 식재가 정해지면 나머지 재료들은 군더더기를 최대로 제거한다. 조리에 있어서도 유해한 성분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고온에 굽거나 튀기는 것은 최대한 배제한다. 대신 증기로 찌는 습식조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오너 셰프로서 또 다른 목표

이수부에서 고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연극과 닮아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관객참여 연극이다. 거기서 이수부 셰프는 요리사이자 홀 직원이며 계산원이고 예약 담당자다. 바리스타였다가 또 소믈리에 역도 맡는다. 1인 다역이다. 고객도 예외가 아니다. 수저도 놓고, 음식을 주방에서 테이블로 직접 가지고 가기도 한다. 

“고객들에게는 죄송한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사람을 한 명 쓰기에는 아직 인건비에 부담이 있었고 제가 직접 다 하니 가장 중요한 요리에 집중할 수 없었죠.” 

이런 상황은 ‘구전’되면서 자연스레 이수부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어느 고객은 이런 이수부에 거라지 키친(Garage Kitchen)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었다. 주차장과 맞닿아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이수부 셰프의 실험적인 조리법과 비즈니스모델이 스타트업(start-up)과 닮아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저와 이곳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인 것 같아서 아주 마음에 들어요.” 

최근 그에게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점점 어려워지는 외식 환경 속에서 형식이나 운영을 미니멀하게 유지하면서 오래 버티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입니다. 먼저 가는 사람으로서 길을 닦는 것도 외식업계 선배로서 해야 할 몫이니까요.” 

오늘도 이수부 셰프는 식당 이수부에서 요리를 하고 손님을 맞는다. 지금 그는 ‘이수부’라는 브랜드를 우뚝 세우기 위한 과정을 이수부라는 이름으로 치열하게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