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을 탈피한 조식 서비스

발리를 만나다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소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저자가 이탈리아, 인도, 발리를 여행하며 겪은 일들을 쓴 책이다. 책에 의하면 발리는 아름다운 신들의 도시로 묘사돼 있다. 그리고 얼마 전 운 좋게도 발리를 여행하게 됐다. 글·사진 이세은

 

누구나 여행을 계획할 때는 관광과 더불어 현지 먹을거리에 많은 공을 들인다. 나는 여행 책자에 소개된 곳은 일단 우선순위에서 배제해 두는 편이다. 대신 발리에 여행을 다녀온 지인들에게 좋은 곳을 추천받아 숙소를 정하고 발리로 향했다.

발리는 꾸따 지역이 테러를 당한 이후 보다 안전함을 찾아 스미냑에 핫스팟이 많이 생겼는데, 내가 간 리조트는 발리 스미냑 해변 바로 앞에 위치한 사마야라는 곳으로 이국적이면서도 깔끔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사마야의 장점은 아름다운 뷰와 리조트, 맛있고 합리적인 가격의 레스토랑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풀 빌라를 운영하면서 조식이라는 시스템을 바꿔 1일 1식 ‘애니타임 프리(anytime free)’로 운영한다. 즉 아침 7시부터 라스트 오더가 들어가는 밤 10시 전까지 숙박하는 사람 전원에게 하루에 한 번은 식사가 무료로 제공된다. 여행자에게 조식이란 굳이 비용을 부담하면서 전날 여행의 피로야 어떻든 간에 아침 일찍 일어나 시간에 맞춰 먹어야 하는 식사지만, 이곳은 이런 고정관념을 탈피해 유동적으로 서비스하는 감각이 눈에 띈다. 

애프터눈 티도 매일 제공된다. 2시부터 5시 사이에 아이스티나 핫 티를 마실 수 있고, 간식 트레이의 양과 구성이 매일 조금씩 바뀌어 굳이 다른 것을 사 먹을 필요가 없는 것은 물론 선베드로 서빙해 주기 때문에 바닷가나 수영장에서 놀다가 돌아와 허기진 배를 달래기에 충분하다. 즉 이 리조트에 묵으면 한 끼만 외부에서 사 먹으면 돼 경제적인 부담이 상당히 줄어든다. 게다가 낮 동안 캐쥬얼했던 해변가 라운지는 저녁이 되면 발리의 석양을 배경으로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파인 다이닝으로 바뀐다.

조식, ‘애니타임 프리’로 운영 만족도 높아 

나는 사마야 리조트의 식사 서비스에 대해 후한 점수를 매겼다. 함께 여행한 일행들도 발리에서 먹은 곳 중에 리조트 음식이 제일 맛있다고 할 정도였다. 특히 조식도 일식, 서양식, 현지식 등 상관없이 주문할 수 있으며, 과즙이 풍부한 신선한 생과일주스도 무한정 제공해줬다.

또 저녁 시간대에 운영되는 파인 다이닝은 외부 방문자도 많아 늘 예약이 넘칠 정도로 인기 있는 곳으로, 사 먹고 싶은 의사가 충분한 곳이었다. 한마디로 ‘조식치고 훌륭하다’는 계산적인 생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고객에게 음식과 서비스에 대해 그 가치를 계산조차 하지 않도록 만족시킨다는 것은 엄청난 가치다. 이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창의력에서 기인한다는 생각이다.

음식이든 사람이든 너무 엄격한 규율을 강조하면 맛보기도 전에 질려버리기 마련이다. 사실 그 엄격함이라는 것은 상대방을 위한다기보다 자신의 이익과 편안함을 먼저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전 세계 호텔들의 조식 서비스도 말 그대로 서비스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얌체 같은 장삿속이 엿보이는 시스템이랄 수도 있다. 조식과 런치, 디너를 구분하는 것도 관습적으로 내려오는 것들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사마야처럼 최대한 고객의 편안함에 맞춰 작은 규율을 없앴더니 그 속에서 얻는 기쁨은 수백배 크게 느껴졌다. ‘당신의 편안함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적당한 비용에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는 리조트에서 이런 합리적인 정책을 내놓으니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반드시 다음에도 다시 찾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리의 또 다른 핫 스폿, 포테이토 헤드  

우리가 머물렀던 사마야에서 해변을 걸어 200미터만 이동하면 사람들이 줄 서서 입장하는 「포테이토 헤드」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아메리칸 스타일의 식사와 술, 태닝, 수영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스미냑 지역은 파도가 거세기 때문에 바닷가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 여유롭게 태닝을 즐기고 수영할 곳을 찾는데, 포테이토 헤드는 해변의 리조트에 머무는 관광객이 아니라면 그 모든 것을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곳 중에 하나다. 

이곳은 철저하게 관광객의 입맛에 맞춰 만들어진 곳이다. 식사도 인도네시안 스타일보다는 햄버거, 샌드위치 등 쉽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유럽인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현지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았다면 매우 반가울 수 있다. 하지만 미식가라면 맛은 그리 보장하지 못한다. 포테이토 헤드라는 곳 자체가 각국의 미남 미녀들이 태닝과 수영을 하기 위해 몰려드는 곳으로 맛보다 분위기로 승부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셔츠를 입은 노부부가 식사를 하고 있고 바로 앞에는 젊은 남녀가 수영복 차림으로 태닝을 하고, 수영장 안에서는 바가 운영된다. 낮에도 영업하는 수영장 클럽 같은 느낌이다. 사마야가 배려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이곳은 콘셉트에 맞춰 규율을 다 없애고 세 가지의 업종을 한데 섞어 놓은 듯 한 느낌이 든다. 

입장료는 없다. 밥만 먹고 가도 되고, 태닝만 해도 되며, 선베드를 이용하지 않고 풀만 이용해도 된다. 타월 한 장만 들고 오면 잔디밭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고 바다를 바라보며 음악을 즐기면서 태닝을 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아침부터 이곳은 손님들이 줄을 서고, 손님들이 줄을 서니 뭔가 싶어 사람들은 또 줄을 보탠다. 

테러의 위험 때문에 규모가 있는 레스토랑에서는 여전히 검문검색이 철저하지만 그것만 아니라면 뭐든지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라는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발리를 여행하고 나면 아름다운 자연과 그 속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에 다시 그곳을 찾고 싶어한다. 여행자들은 발리의 자연에서도 평화로움을 느끼지만 그들이 받는 서비스에서도 자유로움을 엿본다. 대낮에 풀 안에서 바를 운영해도 샴페인 잔 하나 깨지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는 규율을 지키려는 자유의지 덕분일 것이다. 

 

 필자 소개  이세은은 드라마와 영화,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다. 평소 글쓰는 것을 좋아해 다양한 매체에 기고를 해왔으며, 음식과 음식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