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남부시장의 밤은 늘 새벽 일꾼들로 가득했다. 칼칼한 국물과 콩나물을 넘치게 담아낸 콩나물국밥은 출출함을 달래주는, 저렴하면서도 푸짐한 식사였다. 종지에 방금 깨 넣은 날달걀을 칼칼한 육수에 살짝 익혀 후후 불어먹으면 그 새벽이 그렇게 뜨끈할 수가 없었다. 전라도가 고향인 「전주단지네」 장동현 대표가 어릴 적부터 늘 보던 풍경이다. 다들 맛있어하는 콩나물국밥을 어떻게 하면 서울에서 성공적으로 판매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한 게 지금까지 왔다. 서울 잠실동의 전주단지네는 콩나물국밥과 매콤한 낙지볶음으로 148.76㎡(45평) 매장에서 월매출 1억 원 이상 올리고 있는 대박집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남부시장식 뜨끈한 콩나물국밥의 매력
콩나물국밥은 한정식, 비빔밥과 함께 전주의 3대 진미로 손꼽히는 음식이다. 1920년대의 대중잡지인 <별건곤>은 전주 콩나물국밥을 서울의 설렁탕, 평양의 어복쟁반과 함께 서민의 3대 음식으로 꼽았으며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도 우리나라 10대 지방 명식 중 하나로 기록했다.
콩나물국밥은 흔히 ‘전주식(‘일반식’이라고도 한다)’과 ‘남부시장식’ 스타일로 나뉜다. 전주식은 뚝배기에 밥과 콩나물을 넣고 펄펄 끓여내는 것으로 날달걀을 뚝배기 안에 넣어 낸다. 남부시장식은 흔히 ‘토렴방식’으로 밥에 미리 끓여놓은 뜨끈한 국물을 밥에 여러 번 부어 데우는 것이 특징. 수란은 흰자만 살짝 익혀 종지에 별도 남아낸다.
단지네는 남부시장 스타일의 국밥을 낸다. 토렴방식을 통해 밥알 하나하나에 국물 간이 고루 배고 퍼지지 않으면서 국물과도 잘 어우러진다. 가끔 어머니가 시장에서 잔뜩 산 콩나물로 국밥을 끓일 때 어깨너머로 보던 방식 그대로를 재현한 것. 콩나물은 7일 정도 키운 어린 것으로 길이가 5~7cm 이내인 것을 사용한다. 그래야 씨알이 굵고 줄기가 짧고 단단해 아삭한 식감이 뛰어나며 풋내가 덜하다.
장 대표가 콩나물국밥으로 외식업에 뛰어든 건 2003년이다. 서울 논현동에서 264.46㎡(80평) 매장을 오픈해 콩나물국밥과 감자탕을 같이 팔았다. 당시 동업자와 의견 차이로 갈라선 후 경기도 안산에서 매장을 재오픈했다. 거기서도 고전했다. 이후 서울·경기 지역을 돌며 재기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장 대표의 오랜 노력과 인내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건 2009년, 서울 길동의 46.28㎡(14평) 매장에서다. 하루 매상이 20만 원 안팎에 그쳤던 장소에서 꾸준히 버틴 결과 오픈 3년 만에 일평균 매출을 10배 이상 높였고 2013년엔 신천 먹자골목으로 확장 이전했다.
깔끔하게 매운맛의 낙지볶음 개발로 매출 ‘껑충’
매출을 3년 만에 극적으로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저녁 메뉴로 낙지볶음을 보완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콩나물국밥만 단품으로 판매하다가 저녁 메뉴가 필요하다고 판단, 식사와 안주 둘 다 만족시킬 수 있는 낙지볶음을 개발했다. 작고 먹을 것 없는 부실한 낙지 대신 큼직하고 실한 낙지만 선별하고 1인 기준 250g으로 양도 푸짐하게 제공한다. 당면과 부추를 함께 넣고 볶아 풍부한 식감과 풍미를 구현한 것도 고객에게 통했다.
수입산을 쓰는 대신 1인 기준 8000원의 합리적인 가격대로 설정해 방문 문턱을 낮춘 것도 매출 증진에 주효했다. 3~4만 원대 이상 고가의 낙지전문점 대신 부담 없는 가격에 자주 방문할 수 있게 유도하면서 테이블 단가 대신 회전율을 높인 것.
낙지 양념 맛을 조절하는 데도 제법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였다. 캡사이신소스 대신 국내산 고추장과 과일, 채소 등의 천연재료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매운맛을 내는 데 주력했다. 현재 콩나물국밥과 낙지볶음은 50:50 비율로 판매된다. 저녁 6시부터 9시까지의 매출만 하루 200만 원이 넘는다.
착한식당은 매출을 배신하지 않는다
전주단지네는 최근 경기도 성남에 공장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각종 소스와 양념, 육수 등의 기본 재료와 작업 시 손이 많이 가는 낙지도 공장에서 일일이 씻은 후 포장해 일괄 공급할 예정이다.
본점 매장도 성남 신흥동으로 옮겨 앞으로는 이곳에서 모든 메뉴 조리·서비스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가맹점 몇 군데는 오픈했고 성업 중이다. 하루 5만 원 벌던 우동집은 단지네로 업종 변경 후 하루 1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고, 최근 문을 연 서울 연세세브란스점은 점심 시간에만 250만 원 이상 벌어들인다.
장 대표는 “6년간의 고전 끝에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우리 매장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를 각각 투명 유리병에 담아 매장에 전시하자는 거였다. 좋은 재료로 깨끗하게 조리해 상에 낸다는 것을 고객이 알아줬으면 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진정성은 고객 마음을 돌리는 데 효과가 있었다. 그는 “요즘 매스컴에 나오는 착한식당들은 전부 힘들어 한다. 그러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직하게 맛을 내고 어떻게 하면 손님이 부담 없이 찾아와 밥도 먹고 술도 마실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면 매출은 반드시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INTERVIEW
“맛깔나게 매운맛 내기 위해선 고추장 제품 선정이 관건”
전주단지네 장/동/현 대표
전주단지네의 낙지볶음은 텁텁하거나 질척거리지 않고 깔끔하게 매운맛이 특징이다. 이 맛을 내기 위해 장 대표와 직원들은 6개월 넘게 밤낮으로 소스 개발에 힘을 썼다.
처음엔 낙지와 양념을 별도 포장 판매하는 기성제품을 사용해보기도 하고 다양한 매운 향신료를 구입해 넣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고춧가루와 고추장이다.
특히 고추장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을 모두 사들여 다양한 방식으로 시식, 평가했다. 조리 직전의 생 고추장 그대로를 먹어보기도 하고 물에 탔을 때, 끓였을 때, 또 다양한 재료와 함께 넣고 조리거나 볶았을 때 맛이 각각 어떻게 다른지 일일이 비교하며 직원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었다.
그중 다수의 표를 받은 것이 바로 대상(주)에서 생산하는 청정원 순창태양초고추장이다.
장 대표는 “나머지 제품들 중에 색깔이 가장 먹음직스러웠고 재래식 고추장처럼 칼칼하고 묵직하면서도 단맛이 은은하게 돌아 낙지와 함께 볶았을 때 맛이 잘 어우러졌다”고 설명한다.
*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4월호 e-book을 참고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