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
색과 모양으로 우리 맛을 빚는 떡 디자이너 -최순자(우리떡한과개발연구원장/조리명인)  <통권 366호>
관리자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5-09-02 오전 09:32:42

동아, 사과, 파인애플, 무 등 투명할 정도로 얇게 썬 채소 열매와 과일, 뿌리채소들이 최순자 원장의 손을 거치자 애처로운 흰색의 목련으로, 붉은색 장미로, 노랗게 물든 국화로, 발그레한 매화로 피어난다. 자연 그대로의 채소, 과일 편을 설탕에 절였다가 물엿에 담근 뒤 잘 말려서 손으로 일일이 모양을 잡아 봄, 여름, 가을, 겨울에 한국의 산하를 물들이는 계절의 꽃을 빚는다. 우리가 알고 있던 떡이 이처럼 섬세하고 고귀했던가 싶다. 40년 이상 떡·한과를 만들었으면서도 여전히 연구하고, 개발하며 새로운 접근법으로 조금 더 아름답게 빚는 방법을 모색하는 최순자 원장. 최근에는 떡·한과의 재료와 디자인뿐만 아니라 조리도구에 대한 연구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최초의 떡 디자이너로, 한국식 디저트의 대모로 떡·한과를 일상으로 가져와 과자, 빵, 케이크처럼 한국과 세계의 아름다운 디저트 문화로 꽃피우기 위해 고심하는 최순자 원장을 만나봤다.

글 홍주연 객원기자 k2food@naver.com / 사진 이종호 팀장

떡, 한과 재료를 재해석하고 디자인을 입히다
최순자 원장은 그림을 그리듯 떡에 무늬를 넣고 색을 입혀 모양을 빚는다. 꽃과 잎사귀 등 일상의 자연에서 디자인 아이디어를 얻는다. 떡에 사용하는 전통적인 재료의 범위 역시 자연에서 확장하고 새롭게 재해석한다. 곡물 위주의 재료에서 벗어나 과일과 열매, 뿌리, 채소 등에서 얻은 효소와 막걸리, 묵은지 등 발효식품을 더해 건강에 좋고, 미적인 아름다움을 높인 떡·한과를 만드는 것이다.
떡·한과에 배어있는 색은 모두 자연에서 나온 그대로다. 감가루나 계핏가루로 갈색을, 단호박가루나 강황가루로 노란색을 입힌다. 딸기가루와 백년초가루로 빨간색을, 승검초가루와 쑥가루로 초록색을 그려낸다. 꽃과 열매, 꽃술과 잎, 나무까지 떡이 구현하는 색에는 한계가 없다. 박람회를 비롯한 크고 작은 각종 행사에 전시된 그녀의 떡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시선은 종종 감탄을 넘어 무아지경에 이른다.
“떡으로 장난을 한다는 편견을 뛰어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우리의 떡과 한과는 자연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무한대로 응용이 가능하고, 모양 역시 일정한 틀에 갇히기보다 조금 더 자유롭게 디자인적으로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종종 전통과 거리가 멀다는 오해도 받았죠. 하지만 전통의 맛과 아름다움을 받아들이는 세대가 계속 바뀌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전달보다는 변화와 발전, 성장이라는 길을 통해야 이전 세대를 넘어 당대, 그리고 후대로 이어지는 떡·한과 문화의 틀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떡·한과는 전통 그대로 지켜야 한다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지던 시대에 재료, 형태, 색에 디자인을 접목하는 최순자 원장의 노력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변혁이었다. 그녀가 처음 떡을 시작할 때는 현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던 때다. 당시엔 뭐든 서양식으로 만들어야 잘 팔리고 고급스런 것으로 인정됐다. 그런데 그녀는 가장 한국적인 것을 선택했고, 주위의 만류와 때로 냉소적인 시선까지도 꿋꿋하게 이겨내며 40년 넘게 한 길을 걸었다. 그런 덕분에 지금은 떡·한과를 가장 기품 있게 빚는 디자이너이자 조리명인으로서 확고한 위치에 올라 있다. 학생과 대중을 대상으로 떡을 가르치는 선생님, 현장의 전문가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선생님의 선생님’이 최순자 원장의 별칭이 된 지도 이미 오래다.

쉽고 아름다운 디저트로 거듭나는 떡, 한과
“떡·한과를 오래도록 지켜나갈 수 있는 방법은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과 맛에 반하는 것입니다. 디저트라고 하면 유럽이나 일본의 과자, 케이크를 먼저 생각합니다. 단맛과 예쁜 모양, 멋스러운 플레이트 때문이죠. 만약 떡·한과를 그보다 더 아름답고 맛있게 만든다면, 대중을 매혹시키는 한국적 디저트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기위해 필요한 열쇠 중 하나가 바로 다양한 조리도구의 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순자 원장은 최근 떡과 한과를 쉽고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 조리 도구를 제작해 보급하는 방법에 대해 고심 중이다. 숟가락과 젓가락, 그리고 자신의 손이 도구의 전부였을 때도 그녀의 떡은 항상 아름다웠다. 그러다가 꽃장식을 할 때 잎맥의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나무판을 직접 칼로 긁어 문양을 냈고, 실리콘 틀을 만들어 부드러운 물결무늬를 찍어냈다. 자연미를 살리기 위해 하나 둘씩 만들었던 자신만의 조리도구들을 전문가에게 제작을 의뢰, 제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정말 편리하다는 제자들의 반응을 보고 향후에는 더욱 다양한 조리도구를 개발, 제작해 일반인들에게까지 확산 보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가 조리도구에 심혈을 기울이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름다운 떡, 한과 디저트를 보다 편리한방법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디자인의 메뉴를 선보일 것이고 그러면 떡, 한과가 대중 곁으로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떡·한과로 만드는 주전부리와 애피타이저
최순자 원장은 디저트뿐만 아니라 떡과 한과를 이용한 음료, 주전부리와 애피타이저의 개발 및 확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요즘 버블티가 유행이에요. 그런데 모양이 꼭 우리나라의 수단과 비슷해요. 찹쌀가루를 작고 동글하게 반죽해 색을 입히고 모양을 낸 후 녹말가루에 묻혀 끓는 물에 삶아 식히기를 세 번쯤 한 후에 시럽에 넣었다 빼면 쫀득하고 정말 맛있어요. 그걸 음료에 넣으면 수단으로 만든 한국식 버블티가 완성되는 거죠. 이 외에도 응용 가능한 메뉴들이 다양해요. 그래서인지 요즘엔 한국식 디저트 카페를 하는 제자들이 부쩍 늘었어요. 떡·한과로 만든 한국의 디저트문화는 요즘처럼 전 세계가 건강한 재료의 맛, 아름다운 디자인에 열광하는 시대에 딱 맞는 콘셉트인 것 같아요." 최초의 떡·한과 디자이너이자, 한국식 디저트의 대모로 불리는 최순자 원장이 최근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디저트와 주전부리, 전채요리다. 디저트는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레시피들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지만 재료와 디자인, 조리법에 관한 꾸준한 연구와 개발로 완성도를 한층 높여나가고 있다. 거기에 한정식전문점, 일반 음식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주전부리와 전채요리의 개발에도 몰두하고 있다. 100여 종의 메뉴 스케치가 그녀의 수첩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후학양성과 꾸준한 저술 활동
최순자 원장은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잔칫집과방 대표, 서울특별시 농업기술센터 떡·한과 상설교육장 운영, 우리떡한과개발연구원장 등 관련 분야에서 열정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순자 원장의 강좌를 찾는 제자들의 대부분은 관련 분야의 선생님이자 전문가들이다. 디자인적인 기법과 재료의 응용과정을 더욱 깊게 배우기위해 최순자 원장을 찾는다. 최근에는 쉬운 한국식 디저트 강좌의 개설 방법을 고심 중이지만 쉽지 않다. 하루가 7~8시간 동안 진행되는 전문 강좌로 꽉 차 있는데다 홍제동에 위치한 잔치집과방을 운영하고, 대외활동과 저술까지 병행하다 보니 좋아하는 운동을 할 시간조차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녀는 떡을 만들고 연구하고, 가르칠 때가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라고 말한다. 꽃처럼 앉아 멜론으로 연둣빛 난을 빚으며 떡, 한과의 발전을 고민하는 최순자 원장. 디자인과 재료, 조리도구의 연구와 개발, 후학양성, 한국식 디저트의 대중화 등 최순자 원장이 이루려는 한국의 디저트 문화가 그녀가 만든 달맞이꽃 정과처럼 아름답게 피어나기를기대해 본다.

 
2015-09-02 오전 09:32:42 (c) Foodbank.co.kr
quickmenu
월간식당 식품외식경제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 한국외식정보교육원 제8회 국제외식산업식자재박람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