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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로저 / 미국 남부의 와이너리  <통권 366호>
관리자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5-09-02 오전 05:42:56

달콤한 초콜릿에 장인정신을 담다  
패트릭 로저 

초콜릿에 장인정신을 담는 패트릭 로저
패트릭 로저는 2000년, 프랑스의 장인 칭호인 MOF(Meilleur Ouvrier de France Chocolatier)를 받은 초콜릿 장인이다. MOF는 프랑스에서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콩쿠르를 통해 선발된다. 이 콩쿠르에는 음식과 관련된 종사자들이 대거 출전하는데 그 부문도 상당히 폭넓다. 제과, 제빵, 아이스크림, 초콜릿, 치즈, 육가공, 정육, 청과, 요리, 소믈리에, 바텐더, 웨이터 등이다. 서류 심사와 지역 예선 등을 통해 선발된 각 분야의 결선 진출자들 중에 최종 선발전을 통해 MOF를 가리게 된다. 말 그대로 프랑스 내에서 장인으로 불리는 사람들 중에서도 최고를 가리는 것이다. 이렇게 선발된 MOF는 파란색, 흰색, 빨간색의 프랑스 국가를 상징하는 띠가 둘러진 메달을 받게 된다. 이것으로 그들은 최고의 재능과 열정을 증명하게 되는 것이고, 평생 큰 자긍심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렇듯 쉽게 인정받을 수 없는 장인의 칭호를 패트릭 로저는 33살의 나이에 얻게 되었다. 2015년에 열린 MOF콩쿠르에서 초콜릿 부분은 아무도 뽑히지 않았다고 하니, 이것이 얼마다 큰 영광이며 엄격하게 실력을 증명하는 칭호인지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패트릭 로저가 MOF라는 칭호를 얻었다는 것만으로 그를 최고의 쇼콜라티에라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가 최고인 이유는 그의 초콜릿에 남다른 장인 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국적이면서도 세련된 맛의 조화를 이루다 
한 때 프랑스는 값싼 초콜릿들이 시장을 점유한 적이 있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장인정신이 투철한 쇼콜라티에를 정책적으로 육성하여 초콜릿의 품질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자연스럽게 프랑스 초콜릿시장은 다시금 품질이 좋아지게 되었다. 그 속에는 패트릭 로저가 있었다. 그는 초콜릿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고의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라며 자신만의 철학으로 초콜릿을 만들었다. 패트릭 로저는 초콜릿 특성에 따라 그에 맞는 재료들을 특별 주문하여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를 에콰도르, 인도네시아, 마다가스카르, 브라질, 가나 등에서 직접 공수하고 있다. 그의 초콜릿숍에는 각 산지별로 만들어진 초콜릿을 맛볼 수 있기도 하다. 또한 초콜릿에 들어가는 꿀을 얻기 위해 직접 양봉까지 하는 등 철저히 재료에 집중하고 있다. 
자신만의 초콜릿에 새로운 맛을 조화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도 그의 열정을 보여준다. 이국적이면서도 세련된 맛의 조화로 유명한 패트릭 로저의 초콜릿은 라임과 캐러멜, 레몬, 바질, 백리향 또는 아몬드, 피스타치오 등의 조합으로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초콜릿에 대한 장인정신과 더불어 혁신을 함께 이루어내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맛본 초록빛을 띠는 구형태의 초콜릿은 겉은 라임향과 같은 상큼한 맛이 돌면서 속은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껏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초콜릿의 맛이었다. 초콜릿의 깊은 맛과 새로움을 함께 느끼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재료 선별부터 마지막 제조의 순간까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장인정신과 함께 새로움에 도전하는 혁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초콜릿의 로댕이자 피카소, 패트릭 로저
패트릭 로저는 초콜릿 조각가, 혹은 초콜릿 아티스트로도 불린다. 이는 독특한 그의 초콜릿 작품 활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패트릭 로저의 초콜릿숍은 파리에만 6개, 일드 프랑스에 2개, 그리고 벨기에 브뤼셀에도 있다. 특이한 것은 패트릭 로저의 초콜릿숍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초콜릿 매장과는 좀 다르다는 것이다. 보통 초콜릿숍이라고 하면 아기자기하며 사랑스러운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패트릭 로저의 초콜릿 매장을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눈에 띈 것은 유리창에 전시된 초콜릿 작품들이었다. 필자가 방문한 파리 마들렌에 위치한 초콜릿숍도 마찬가지였다. 1층과 2층으로 이루어진 매장은 1층은 초콜릿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었고, 2층은 그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 같았다. 대형 오랑우탄, 카카오를 재배하는 농부에 이르기까지, 작품 세계도 다양하다. 그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초콜릿 외에도 초콜릿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이를 통해 ‘초콜릿의 로댕’이라는 별명까지 얻고 있을 정도다. 
그는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듯하다. 초콜릿으로 북극곰과 빙하를 조각하여 지구 온난화에 대해 환기시키는 것 등이 일례다. 2009년에는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기념하며 무게만 100kg에 달하는 베를린 장벽 모형을 초콜릿 작품으로 만들기도 하였다. 한번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며 초콜릿으로 높이 10m, 무게 4톤인 대형 초콜릿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기도 했다. 이 작품은 신경근육병 연구를 후원하는 자선방송 행사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여행을 통해 얻는 영감과 창의력 
패트릭 로저가 언제나 심오한 메시지나 사회를 위한 작품만을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2011년에는 패션계 거장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와 함께 흥미로운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바로 호텔 스위트룸을 초콜릿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스위트룸에 들어가는 모든 요소들을 칼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후 패트릭 로저는 그 디자인을 토대로 초콜릿 10톤을 조각했다. 스위트룸의 책상, 램프, 조각상들을 모두 초콜릿으로 재현해 낸 것이다. 그야말로 창의력이 넘치는 예술가적 성향이 강한 패트릭 로저인 것이다. 그는 초콜릿을 통해 사람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 모든 영감을 여행을 통해 얻는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가난한 농부이자 빵을 굽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패트릭 로저는 자연스럽게 빵 굽는 법을 배웠고, 그러던 중 초콜릿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초콜릿을 배우고자 프랑스와 스위스, 모나코, 스페인을 돌아다니며 초콜릿을 배웠다. 그리고 에콰도르, 브라질, 일본 등을 돌아다니며 초콜릿에 대한 영감과 창의력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여행은 자신의 본질이자, 뿌리이며 자신의 일이라고 이야기하는 패트릭 로저는 자신이 직접 소스를 얻을 수 있는 여행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렇듯 혁신적이면서도 자유분방한 그의 철학이 초콜릿 작품에 고스란히 나타나기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인생이 초콜릿 상자와 같다면 이처럼 흥미로운 초콜릿이 가득하다면 좋겠다. 



미국 남부의 와이너리를 가다

화려하고 장엄한 와인의 세상 ‘샤또 앨런’
곳곳에 농부가 있는 작은 시골 마을을 생각했는데 웬걸. 샤또 앨런은 아기자기하다기보다 장엄한 느낌이었다. 입구 쪽에 길게 늘어선 포도밭을 지나면 거대한 여인의 동상이 모습을 비춘다. 
샤또는 불어로 ‘성(Castle)’이라는 뜻이다. 와인과 관련해서는 ‘포도원’의 뜻을 지니고 있다. 
뜻처럼 성과 같은 웅장한 와이너리 건물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시골에서 장인이 와인을 직접 만든다는 느낌보다 화려하고 규모가 크며 모든 설비가 시스템화돼있는 느낌이었다. 작은 동네 구멍가게보단 기업에 가깝고 골프장과 스파, 승마장, 호텔 등의 리조트 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 소담스러운 농장의 맛은 없지만 웬만한 국립공원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다양한 시설과 규모를 지니고 있다. 
골프 코스에서는 챔피언십 골프 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인근의 ‘스톤 마운틴’이나 ‘레이크레니어’ 등은 애틀랜타에서 없어서는 안 될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다. 스톤 마운틴은 애틀랜타의 자연유산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화강암산으로 애틀랜타 샤또 앨런을 찾는 이들이라면 한 번씩은 반드시 찾는 코스다. 
시간을 잘 맞춰 오면 전문가와 함께 와이너리 투어를 하며 구석구석 다 살펴볼 수 있지만 우리 일행은 아쉽게도 그럴 수 없었다. 하지만 보는 것보단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우리는 바로 오크통으로 만든 테이블 라운지에 앉아 와인 테이스팅을 시작했다. 

오직 와인만을 위한 공간
샤또 앨런의 모든 공간은 전부 와인과 관련된 것들로 구성돼 있다. 오크통으로 벽을 장식했고 테이블 역시 반듯하게 세운 오크통에 코르크 마개를 잔뜩 채운 뒤 유리 한 장을 얹어 완성했다. 종이 몇 장에 걸쳐 와인 리스트가 정리돼 있어 우리가 알아서 체크해 주문하면 된다. 
가격은 1인당 10불(1만원 안팎)이면 맛보고 싶은 와인을 골라 여섯 잔 시음해볼 수 있다. 테이블마다 전담 직원(전문 소믈리에는 아닌 듯하다)이 있어 우리가 고른 와인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농장 곳곳을 돌아보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와이너리에서 좋은 와인을 마시며 이 정도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와인 가격은 아무리 시음용이라고 해도 무척 저렴한 편이다. 1만원 정도에 와인 여섯 잔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샤또 앨런 자체가 샤또 마통이나 마고처럼 고급형 와인만 지향하는 와이너리가 아니기도 한 데다 역사도 15년 정도로 짧은 편이다. 대신 샤또 앨런이 갖추고 있는 웅장함과 멋스러움, 그러면서도 편안한 느낌에 반할 수밖에 없다. 
와인 숍도 별도로 갖추고 있어 각종 와인은 물론 와인에 관련된 모든 독특한 것들을 다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다. 우리는 와인 한 잔 한 잔을 천천히 음미하고, 다 마시지 못하고 남은 와인은 잔을 바꾸어야 할 때마다 음료 통에 그대로 버렸다. 사랑하는 가족과 둘러앉아 어떤 와인을 마셔볼까 고민하고 고르며 한 잔씩 테이스팅 하는 것도 달콤한 경험이었다. 

와이너리 중심의 복합문화관광지
샤또 앨런은 와이너리에서 출발해 와인숍, 레스토랑, 라운지, 갤러리, 골프코스, 승마, 스파, 호텔 등 복잡 리조트로 반경을 크게 잡아나가고 있다. 자본을 갖춘 신식 와이너리가 와인마니아를 비롯해 다채로운 문화 관광을 원하는 많은 고객들의 니즈에 부합한 고급 리조트로 발돋움한 셈이다. 
이것은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의 와이너리들과의 경쟁 속에서 고급스러운 기업형 와이너리로 틈새시장을 공략, 성공한 사례기도 하다. 물론 이렇게 넓은 평야와 그에 맞는 거대 물량의 투입이 가능한 것은 ‘미국’이라는 특수성도 크게 작용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편 국내 여러 리조트들의 부대시설들을 살펴보면 구색 맞추기에 급급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한 대기업 리조트 스파 시설은 모든 경로마다 계단으로 되어 있어 연로하신 분들이나 어린 아이들이 이용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맛이 없는 레스토랑도 있었고 볼거리 없이 구색뿐인 갤러리도 많았다. 
물론 잘 되어있는 케이스도 많다. 제주 지역만 해도 단순 숙박시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갤러리와 박물관 등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고려한 다양한 문화시설 등이 생겨나 입소문을 타고 있다. 리조트보다 그러한 갤러리와 숲, 공원에 더 공을 들여 사람들의 감성을 충전,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블로그나 SNS 등의 온라인 채널을 통해 여행 정보나 맛집 키워드를 검색하는 이들 대부분의 니즈는 단순히 먹거나 구경하는 행위 그 자체라기보다 마음과 감성을 충전하는 데 있다. 
이때 리조트를 비롯한 문화시설 단체에서 감성을 건드리는 마케팅 전략을 잘 구사한다면 고객은 그러한 고급화 전략에 신뢰를 가지고 실제로 맛과 분위기, 운치 등 여러 가지 요소에서 만족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추억이 될 것이다. 
샤또 앨런은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도 다시 한 번 찾고 싶은 곳이다. 아름다운 공간에서 함께 했던 경험들이 오롯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다. 단돈 10불에 와인 여섯 잔을 시음할 수 있는 합리적인 와인 가격도 좋고 앙증맞은 포도밭과 잘 어우러진 숲이 주는 청량하면서도 압도적인 풍경도 좋았다. 이번에도 그랬듯이 언제 가도 그곳은 행복한 곳이라는 걸 안다. 아니 다시 찾았을 땐 더욱 행복한 공간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2015-09-02 오전 05:42:56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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