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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권 373호>
열 번의 사계절이 다녀간 장으로 차린 건강 밥상
관리자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6-03-30 오전 11:45:57

양반의 도시 경북 안동은 예부터 선조를 기리는 정신을 밥상 곳곳에 담았다. 국수 한 그릇을 내더라도 소고기와 사골을 정성껏 우려 직접 반죽한 면을 담아 정갈하게 차려낸다. 안동시 와룡면 왼마길에 위치한 농가맛집 「뜰」은 안동 지역에서 나는 로컬푸드와 직접 농사지은 제철 재료로 선조들이 즐겨 먹었던 전통 음식을 구현하는 곳이다. 중·노년층에겐 어린 시절의 추억을, 20~30대 젊은 고객층에겐 옛날식 건강 밥상을 제공하며 사랑받고 있다. 
글 황해원 기자 banana725@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   



전통 방식 고수한 치유의 밥상
“여름철 더위 먹어 땀 뻘뻘 흘리며 축 처져 있을 때마다 할머니는 수박과 은어를 솥에 쪄 입에 물려주곤 했다. 겨울에 몸 따뜻하게 보하라고 수수쌀로 죽을 끓여 먹여줬고 수수쌀이 없을 땐 팥이나 밤콩으로 쑤어 내주셨다.” 
안동 농가맛집 「뜰」조선행 대표의 설명이다. 뜰에서 제공하는 밥상은 전부 옛날 옛적 집안 어르신들이 해주던 전통음식에서 기인한다. 지금처럼 달고 감칠맛 나는 조미료가 없던 시절이라 대부분 음식이 심심했지만 재료 본연의 맛과 질감, 향이 현재까지 사랑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진정한 우리 먹거리는 선조들의 지혜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뜰에서 차려내는 수십 가지의 한식요리는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조선행 대표의 손을 거친다. 나물 하나 무치는 것도 남의 손에 못 맡긴다. 대쪽 같은 고집 때문에 오른 손은 다치고 휘기까지 했지만, 그렇게 해야 손님상에 낼 때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사골육수에 만 고기국수와 직접 담근 간장으로 맛 낸 불고기, 마를 올린 싱싱한 문어숙회, 마전과 호박전, 푹 쪄낸 고등어와 명태보푸리,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손으로 직접 두드려 만든 떡갈비, 콩가루로 무친 각종 나물과 각종 장아찌 김치류…. 안동 반가 밥상답게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고 단아하게 차린 한 상을 보고 있으면 입이 절로 벌어진다. 무치고 찌고 볶는 것 전부 직접 하느라 이 정도 한 상 차리려면 한 시간은 족히 걸린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뜰의 한 상 차림 중 안동 반가의 어르신들이나 60~70대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메뉴가 바로 수수팥죽이다. 수수쌀을 불린 후 디딜방아에 찧어 일일이 가루로 만들고 이를 삶은 팥과 밤콩과 함께 찬물에 타서 뭉근하게 끓여냈다. 따뜻한 성질을 지닌 수수쌀은 겨울철 냉해진 몸을 따뜻하게 보하는 데 최고의 재료다. 



10년 묵은 장으로 무치고 볶고 버무리고…
그렇기 때문에 그의 손맛을 보기 위해선 무조건 예약을 해야 한다. 메뉴는 크게 뜰한상과 뜰큰상, 뜰잔칫상, 뜰수라상이 있고 종류에 따라 가짓수와 메뉴 구성이 조금씩 다르다. 수라상에는 조선행 대표의 히든카드인 신선로도 받아볼 수 있다. 예약 시 몸 상태나 요즘의 컨디션을 귀띔하면 그에 맞는 건강 밥상을 특별하게 제공하기도 한다. 얼마 전 한 VIP 손님은 1인 기준 15만원의 특별한 힐링 밥상을 요청해 근사하게 차려내기도 했다. 
뜰의 모든 요리는 조 대표가 직접 담근 장이 베이스가 된다. 넓은 마당 한쪽에는 벌써 몇 번의 사계절이 지나간 묵은 장들이 장독대에 가득 차있다. 된장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0년도 넘었다. 묵직한 장독 안에 사계절이 무려 열 번이나 지나간 셈이다. 
고추장은 일반 고추장과 메주고추장을 각각 담가놓았다. 고추가 귀하던 시절 고추보다 메주 양을 늘려 장을 담그곤 했는데 메주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살아있어 다른 반찬 없이 밥에 넣고 비벼만 먹어도 맛이 좋다. 
조선행 대표가 자랑하는 김치 중 하나가 바로 고추장파김치다. 간장에 한 번 재운 대파를 고추장 장독 안에 넣어 숙성시키면 별도 양념을 하지 않아도 깊은 고추장의 감칠맛이 파 곳곳에 배어 그 자체로 밥도둑이 된다.
명태보푸리도 특별하다. 치아가 좋지 않은 시아버지 원기회복을 위해 며느리가 명태를 두드린 후 숟가락으로 긁어내 참기름에 무쳐 대접한, 효심의 마음이 담긴 전통 메뉴다. 각종 채소와 나물에 콩가루를 무친 후 쪄내는 콩가루찜도 안동 토속 음식 중하나다. 봄철에는 향긋한 쑥으로 쑥 완자탕을 내기도 하고 호박잎쌈, 시래기된장지짐, 각종 계절 재료로 전을 부쳐낸다. 
조선행 대표는 “안동 농가에서 나는 마와 고구마, 각종 제철 재료를 어떻게 하면 전통 방식으로 맛있게 요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면 절로 맛난 밥상이 머릿속에 그려진다”며 “농가 맛집은 지역 농산물을 최대한 활용해 농민과 동행하면서도 손님들 입맛과 건강에도 행복을 찾아줄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INTERVIEW 

“꿩장과 멸장을 아시나요?”
뜰 조선행 대표



안동 농가 맛집 뜰에는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특별한 장 두 가지가 있다. 꿩장과 멸장인데 안동 권씨 집안에 시집오면서 시어머니에게 전수 받은 것으로 조선행 대표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시그니처기도 하다. 
“집안에 몸이 좋지 않은 가족이 있으면 어머니는 늘 아버님께 ‘장에 나가 꿩 좀 사오소’ 라고 하셨다. 당시만 해도 꿩이 귀해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가 아니었다. 꿩을 푹 끓인 후 뼈는 건져내고 꿩 고운 물에 다진 꿩 고깃살과 고추장, 된장, 마늘, 수수쌀 등을 넣고 장을 만들면 그 감칠맛은 비할 데가 없었다.”
멸장은 메주와 멸치 그리고 콩으로 만든 장이다. 생멸치를 불에 지져 물에 깨끗하게 씻어 비늘을 벗긴 후 콩과 생강, 된장, 메주로 담근 옛날식 고추장 등을 넣고 숙성시켜 만드는데 쿰쿰한 멸치의 향과 직접 담근 장에서 우러나는 감칠맛이 일품. 조 대표는 “다른 찬 차릴 것 없이 밥만 비벼 먹어도 훌륭한 먹거리이자 건강식품이었다”며 “안동 권씨 집안에 시집 와 가장 잘한 일은 꿩장과 멸장을 배운 일이 아닌가 싶다”고 웃어보인다.

 
2016-03-30 오전 11:45:57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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