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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그린테이블 김은희 셰프  <통권 374호>
한국의 자연을 그릇에 담은 프렌치 요리
관리자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6-05-04 오전 02:42:08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뿌리 내리기 어려운 국내 외식업계에서 지난 7년 가까운 세월동안 꿋꿋이 버텨온 곳이 있다.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더 그린테이블’이다. 수없이 나타났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국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업계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담아 자연주의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김은희 오너셰프를 만나 그의 요리 여정과 레스토랑 경영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글 육주희 국장 jhyuk@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   




한국인 김은희가 선보이는 프렌치 요리
김은희 셰프가 선보이는 음식은 자연주의를 표방하며 국내산 식재료로 선보이는 ‘김은희표 프렌치 요리’다. 프랑스 요리가 좋아서 미국에 요리 공부를 하러 갔다가 한국에 돌아와 프렌치 요리를 하려고 하니 재료의 한계에 부딪혔단다. 
“처음에는 ‘우리나라에는 왜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는 걸까’ 라는 불만스런 생각이 많았어요. 식재료에 대해 고민하던 중 서양요리는 현지에서 자라는 식재료를 기반으로 만든 음식이고 이곳은 한국이니 ‘우리나라 농부들이 열심히 생산한 농산물을 사용해보자’라는 생각에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일하고 있는 언니와 전국의 농장을 다니면서 식재료 탐방에 나섰어요.”
직접 가서 농부들의 사연을 들으니 이렇게 애써 농사 지은 맛있고 신선한 제철 식재료를 가져다가 요리를 하면 더할 나위 없고, 매장에서 식재료를 판매하면 농부에게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그린테이블」을 오픈해 처음에는 국내산 식재료를 기반으로 음식을 선보이고 농작물도 팔았다. 그런데 가장 맛이 좋은 상태의 농산물은 하루 이틀 지나면 금방 시들해져서 가져다 놓을수록 적자였다. 팔다가 남은 것은 피클을 담가 레스토랑에서 사용하기도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결국 원물 판매는 실패로 끝이 났지만 한국인 김은희가 선보이는 프렌치 요리로 뚝심 있게 자리매김 했다.  
김은희 셰프가 요리를 시작한 것은 20대 중반이 넘어서다. 어려서부터 무언가를 만들고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당시 요리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심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체력적인 한계 등으로 셰프가 되겠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았다. 대학에서는 환경공학을 전공했는데, 학교를 다니면서 컴퓨터를 배워 졸업 후에는 당시 각광을 받았던 웹디자이너로 일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퇴근 후 미술학원에 그림을 배울 정도로 무엇이든 열심히 배우는 스타일이었다. 
그녀가 셰프가 된 것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되는 사건 때문이었다. 친구들과 한강에 놀러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 다행히 외상은 별로 없었지만 치료를 받으며 쉬는 동안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뭘까’에 대해 진지하게 돌이켜보게 됐다. 
“만약 그 교통사고로 죽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끔찍했어요. 그렇다면 앞으로 사는 인생은 내가 진정으로 즐겁고 하고 싶은 요리를 하자는 생각이 들었죠. 다시 조리 관련 대학에 입학을 하자니 나이도 너무 많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평소 프랑스 요리의 매력에 끌렸던 터라 유학을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수업, 인턴십 등 1년을 3년처럼 치열하게 살아
김은희 셰프는 유학을 준비하면서 프랑스와 이태리, 미국을 놓고 고민했다. 평소 음악, 미술, 사진, 디자인 등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가 뉴욕에 있는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택한 것은 순전히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막상 뉴욕 CIA에 갔더니 학교가 뉴욕 중심가에서 2시간이나 떨어져 있었다. 
CIA에 입학한 후 요리 공부를 하는 2년 동안 주중에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주말에는 2시간씩 차를 타고 뉴욕으로 나와 미술관과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며 1년을 3년처럼 치열하게 살았다. CIA의 A.O.S(21개월 전문 과정)를 마친 후, ‘블레이’, ‘크루’, ‘파크 애버뉴 카페’ 등 뉴욕의 유명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인턴십으로 일을 배우는 동안 자신감이 쌓였다. 일을 잘 해서라기보다 오너셰프의 주방에서 일어나는 모든 게 새롭게 신기해 아무리 혼나도 웃으면서 열심히 일할 수 있었고, 그렇다보니 선배 셰프들도 인정을 해주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일과 공부를 하면서 와인 공부도 열심히 해 WSET 중급 과정까지 마치고, 소믈리에 자격증도 땄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삶을 이어간 그녀는 셰프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와 식재료 사냥에 나섰다. 처음에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식재를 직접 보고 건강한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전국의 농장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잘 몰랐던 식재료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자연주의 레스토랑이 바로 더 그린테이블이다. 
제철 식재료의 건강한 맛에 셰프의 감성을 더하다
2009년에 서래마을에 오픈한 프렌치 레스토랑 더 그린테이블은 김은희 셰프가 전국의 농장을 누비며 사냥한 신선한 제철 식재료를 바탕으로 시즌별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더 그린테이블에서 선보였던 봄 메뉴 ‘메추리’는 마늘을 먹여 기른 메추리에 강원도산 명이나물 등이 조화를 이루며, 여름 메뉴인 ‘와인 빙수’는 오디 효소를 넣은 레드와인 그라니타에 자두로 끓인 자두 수프가 독특한 풍미를 자아낸다. 가을 메뉴인 ‘바다새우와 사과’는 로즈마리 향을 입힌 가평산 사과 퓌레에 부산에서 온 바다 새우, 고구마 뇨끼를 곁들인 농어가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 겨울에는 ‘겨울 해초류 애피타이저’로 계절의 맛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이처럼 제철 식재가 주는 건강한 맛에 셰프의 감성을 전하는 것이 김은희 셰프가 추구하는 ‘자연을 이야기하는 테이블’이다. 
제철 식재료 사용과 더불어 또 한 가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다양한 식기 사용과 담음새다. 음식을 통해 셰프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계절의 감성이 잘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기 위해 그릇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제철 식재가 주는 건강한 맛에 셰프의 감성을 전할 수 있는 다양한 식기 사용과 음식에 모양을 주는 것은 고객에게 먹는 즐거움과 시각적인 즐거움을 동시에 주기 위한 노력이다. 직장 생활하면서 틈틈이 배운 그림 실력에 더해 최근에는 바쁜 시간을 쪼개 도예까지 배우고 있는 이유다. 





주방을 총괄하는 오너셰프는 지휘자와 같다
평소 락(Rock) 음악을 굉장이 좋아한다는 김은희 셰프는 주방을 밴드에, 오너셰프를 지휘자에 비유한다. 
“밴드는 각각의 팀원이 한마음으로 어우러져야 좋은 소리를 내는 것처럼 요리도 주방 구성원들이 각자의 파트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나의 완성된 음식을 낼 수 있어요. 또 좋은 음악에는 청중들이 환호하듯이 맛있고 아름다운 음식을 내면 고객들이 좋아하잖아요. 이런 주방을 총괄하는 오너셰프야 말로 주방의 지휘자나 다름없죠.”
사실 오너셰프 레스토랑은 직원과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그녀는 한참 후에 알게 됐다. 처음 오픈해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음식을 보러 오는 줄 알았다. 정말 한 접시, 한 접시 최선을 다해 고객에게 요리를 냈고 고객들의 평가도 좋았다. 그런데 직원들이 수시로 그만뒀다. 그때마다 새로 면접을 보고 채용하기를 반복하면서 스스로도 점차 지쳐갔다.
김은희 셰프는 나중에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직원들은 일을 배우러 오는 것인데 모든 것을 내 손으로 완벽하게 해야 직성이 풀려 내가 다 해버리니 배울 것이 없었던 거예요. 그 때문에 주방을 나가는 것이었어요.” 이때부터 그녀는 주방 직원들을 철저하고 독하게 훈련시키고 있다. 그녀의 주방에서 완벽하게 요리를 배워 훗날 독립해서 스스로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그녀가 해야 할 역할이며, 꿈꾸는 주방이다. 





요리하는 것과 경영은 다르다
김은희 셰프가 운영하는 더 그린테이블은 국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문화가 척박한 가운데 자리매김한 몇 안 되는 레스토랑 가운데 하나다. 그 비법을 물으니 “레스토랑을 창업한 후 보통 5년이 지나면 자립을 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여전히 경영은 힘들다”고 오히려 하소연이다. 더욱이 요리만 알고 시작해 회계·경영·관리 등 모든 게 서툴러 깨지면서 배울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비싼 수업료도 여러 번 치렀다. 이제는 그간의 경험치와 책을 통해 공부하며 극복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다만 경영적인 측면에서 볼 때 김은희 셰프는 “점점 높아지는 식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와는 달리 낮아지는 파인다이닝 수익구조에 대해 콜키지 프리(Corkage Free) 서비스가 한 몫을 한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한국은 고객들이 레스토랑에 와인을 가져와 아무렇지도 않게 콜키지 프리를 요구하는데, 외국은 콜키지 서비스가 따로 없다.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수익구조는 어떻게 보면 음식이 아니라 음료와 와인 판매가 전부일 수도 있는데 이마저도 콜키지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더욱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라고 한다.
경영 외적으로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은 특별한 날에만 찾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한계다. 게다가 격식이 까다롭다는 인식도 문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김은희 셰프는 가격이나 형식적인 부분에서 고객들이 부담 없이 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고객들이 보다 다양한 음식과 문화를 즐겼으면
보통 식당 근처에 다른 식당이 들어서면 기존 식당들은 한 달 정도 매출에 영향을 입는다. 그런데 지난해 더 그린테이블은 6개월 정도 힘이 들었다. 메르스 등 영향도 있었지만 근처 고속터미널 파미에스테이션에 다양한 외식업소들이 한 곳에 들어오고, 기업형 외식업소가 입점하면서 그 여파가 길어졌다. 원인은 최근 소비 트렌드로 가장 주목받는 ‘가성비’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업소들이 한꺼번에 입점하다보니 이곳저곳 한 번씩만 방문해도 그 기간이 상당한 것이다. 
다행히 6개월 정도 지나서 다시 단체 예약이 들어오고 고객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하지만 김은희 셰프도 가성비라는 부분을 고려해 런치 가격을 상당부분 인하했다. 좋은 식재료로 좋은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인원들이 투입되어 원가나 다름없는 가격에 제공하는 등 가성비 측면에서의 가치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상실감이 들 때도 있다. 
“정말 돈을 벌려면 전문점 형태로 한 가지 메뉴만 죽어라 열심히 만들어 저렴하게 제공하는 길밖에 없어요. 그러면 모든 식당들이 똑같아지고 재미가 없잖아요. 다양한 음식과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너 셰프는 고객을 배려하되 눈치 보지 말아야
김은희 세프에게 오너셰프로서의 삶이 어떠냐고 물으니 “삶이 요리이고, 더 그린테이블이다”고 말한다. 한 번 시작한 일은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인데, 다행히 요리는 좋아서 하는 것이고, 오너셰프이니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반면 레스토랑은 비즈니스이지 예술을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손님을 배려하되 눈치를 보지 말아야 하고, 직원들과도 교감해야 하기 때문에 그녀에게 고객과 직원은 모두 손님인 셈이다. 쉬지도 못하고 매장에만 매달려 있으면서 고객과 직원들의 니즈를 맞추다보면 오너셰프가 아니라 마치 하녀 같다는 생각에 잠깐씩 슬럼프를 겪기도 하지만 이는 모두 요리를 좋아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고객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것은 오너셰프가 운영하는 작은 레스토랑의 주방에는 젊은 청춘들이 열심히 땀 흘리며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너셰프는 이들에게 요리가 뭔지 알려주고, 좋은 식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와 고객을 진심으로 대하는 방법을 가르쳐서 그들이 자립해 또 다른 레스토랑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음식이 맛있어서 찾아오는 부티크 호텔 운영이 꿈
김은희 셰프에게 꿈을 물으니 “음식이 맛있어서 찾아오는 부티크 호텔을 운영하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데 더 그린테이블로는 역부족일 것 같다”고 웃는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이외에 브런치 레스토랑과 와인바에도 관심이 많다. 우선 더 그린테이블에서 함께 일하는 셰프들이 제 역량을 발휘하고, 자신이 조금 물러나 있어도 될 때 도전해 보고 싶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무엇보다 더 그린테이블의 오너셰프로서 ‘우리나라 식재료로 김은희가 만드는 프렌치 요리’로 확고하게 인정받고 싶다. 또 나이가 들수록 ‘인문학적인 접근을 통해 르네상스적인 인간’으로 살고 싶다는 바람이다. 그렇게 확고하게 셰프로서 자리매김했을 때 보다 활발히 강의나 후배 양성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김은희 셰프는 오늘도 누구보다 열심히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결국 스스로를 믿고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수밖에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 그린테이블이 오픈한 지 벌써 7년, 곧 다가올 10주년에는 그녀의 바람처럼 음식문화에 대한 대중들의 접근이 보다 다양해져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16-05-04 오전 02:42:08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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