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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통권 374호>
자연 발효한 식초 약념에 기다림의 미학을 배우는 곳
관리자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6-05-04 오전 04:52:17

시골이나 농가를 떠올리면 언제나 푸근함이 느껴진다. 황금빛 들녘에 한가로이 서 있는 허수아비와 그 위를 유랑하는 잠자리 떼. 농가는 하루가 달리 변화하는 각박한 세상살이 속에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해주는 유산이다. 「고가」는 한 세기가 넘는 세월동안 제 자리를 묵묵히 지킨 오래된 집에서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건강한 밥상을 내는 곳이다. 우리 맛을 이어가는 전통이자 농가맛집으로 각종 매스컴에 소개되며 인기를 끌었다.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맛을 지키기 위해 식초를 손수 담그며 양념에 집중하는 곳이 「고가」다.   
글 강효정 기자 hjkang@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   



식초 한 방울에 담긴 인고의 노력
고가, 말 그대로 옛집이다.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한적한 시골마을에 자리했다. 배천 조 씨 가문 집성지로, 「고가」의 김현숙 대표가 농가맛집을 운영하는 곳이다. 새 건물을 지어 영업하는 다른 농가맛집과는 달리 가문의 전통과 역사가 켜켜이 쌓인 한옥을 그대로 사용했다. 그래서일까. 고가에 들어서면 할머니 품에서 맡던 그리운 냄새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화재를 대비해 둔 오래된 물동이에서, 화분으로 활용하는 장독대 뚜껑에서, 그 옛날 선조들이 방아를 찧으며 구슬땀을 흘렸을 절구에서 향수를 느낄 수 있다. 한옥만의 고즈넉한 인테리어로 한번, 자연 발효한 식초로 버무린 향토음식에 두 번 감명 받는 곳이다.
김현숙 대표는 소스, 그 중에서도 자연발효로 만든 식초와 청 전문가다. 어려서 어머니의 식초단지에서 식초를 덜어오는 심부름을 하며 초의 향과 맛을 온 몸으로 익혔다. 어머니의 맛으로 기억하던 그 맛은 어느새 김 대표의 손에서 다양한 식재료만큼 무궁무진한 자연발효 식초로 재탄생했다.
고가의 식초는 전통 발효법으로 제조된다. 제철에 나는 다양한 산야초와 채소를 이용해 식초를 만드는데, 맨드라미·오미자·오디·연잎 등 식초의 종류가 100여 개를 넘는다. 3년 이상 발효시켜 투명하고 깊은 맛을 내며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음식 맛을 살리는 천연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전통방식에 현대적 기술을 덧입혀 제조하는데, 신구의 조화가 식초를 빨리 발효시키면서도 맛과 향을 잃지 않는데 도움을 준다.
김 대표는 음식의 근간은 양념에 있다고 본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고 한데 어우러질 수 있도록 돕는 것, 양념이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식재료가 식초라는 것이다. 전통발효법으로 식초를 만들고 이를 음료수나 장아찌, 샐러드 소스와 양념에 활용해 고객이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식초를 향한 김 대표의 고집은 지난 2011년 ‘古家, 열두 달 발효 상차림’이라는 책으로 출간돼 일반인에게 자연 숙성·발효의 매력을 전파했다.



약이 되는 천연식초로 만든 제철밥상
김현숙 대표가 본인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고집스럽게 만든 식초와 청은 「고가」를 지키는 맛의 뿌리가 된다. 발효된 양념은 그 자체만으로도 깊이 있는 맛을 가지는데, 이 맛이 신선한 식재료와 어우러질 때 음식은 병을 고치는 약이 된다는 게 고가 상차림의 원칙이다.
텃밭에서 손수 채취한 제철 식재료와 인고의 기다림으로 발효시킨 식초가 만나 푸짐한 상차림으로 고객을 기다린다. 사계절 예약이 필수이며 코스 요리로 제공된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계절별로 메뉴를 달리한다. 봄철 메뉴는 연근죽으로 시작해 감태주먹밥말이, 메밀해물파전, 유자청마샐러드, 민들레멍게무침 등으로 구성됐다.
유자청마샐러드는 흡사 토마토카프레제와 닮았는데 3년 이상 숙성시킨 유자식초소스를 원기회복에 좋은 마와 토마토 위에 얹어 낸다. 자칫 끈적일 수 있는 마의 식감이 새콤한 소스와 어울리며 입맛을 돋우는 전채 요리로 제격이다. 여기에 각종 약재를 넣고 삶은 삼겹살에 효소청을 버무려 조린 고추장돼지불고기, 8년 묵은 된장으로 끓인 찌개와 뽕잎장아찌는 입맛을 돋우는 전채부터 든든한 식사로 고객의 만족을 책임진다.
김현숙 대표는 “식초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 끝에 얻을 수 있는 인고의 결과”라며 “품질 좋은 재료를 직접 선별해 정성을 다해 만든 식초로 버무린 음식이 고가를 찾는 모든 이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약식(藥食)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INTERVIEW 

“발효음식의 우수성 알리는 학교 설립하고파”
고가 김현숙 대표


남편의 건강악화로 음식, 섭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김현숙 대표. 그 중에서도 식초와 청 등 발효음식의 효능에 집중했다. 어머니의 손맛으로 기억하던 식초가 몸을 치유하는 약(藥)념이 될 수 있다는 걸 발견한 이후 100여 가지가 넘는 식초를 개발하며 식초연구가로 활동 중이다.
김 대표는 화학조미료를 넣은 음식이 보편화 된 현실 속에서 원재료의 맛을 살리는 양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연 발효한 식초와 청으로 만든 음식은 배불리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고, 소화흡수가 잘 돼 속이 편안하다. 단순한 양념의 기능을 넘어 식재료의 맛과 몸의 기능을 살리는 식초, 김 대표는 이런 식초의 우수성을 알리고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발효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자연발효법으로 만든 식초는 모든 재료를 한데 아우를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며 “식초의 전통과 제조법을 전문적으로 교육시킬 수 있는 학교를 설립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김현숙 대표는 “우리 발효음식의 우수성을 세계가 인정하고 있는데 그 명맥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이 개인에 국한 되서는 안 된다”며 “전통 식초와 청의 우수성을 전파하고 자연 숙성의 미학을 전달하는 요리학교를 설립해 후학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2016-05-04 오전 04:52:17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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