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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맛있는 식당이 사랑 받는다  <통권 375호>
국내 외식업소 밥맛 끌어올리기 작전
관리자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6-06-07 오전 08:54:25


한국에서의 ‘식당’은 곧 ‘밥집’을 의미하는데, 밥집에서 왜 밥이 맛없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밥이 주식인 나라라고 하기에 그 동안 우리는 밥을 너무 외면했다. 쫀득하고 차진 밥을 제공하는 식문화를 만들어나가야 소비자 입맛도 업그레이드되고 또 밥에 대한 한국인의 자부심도 클 수 있다. 나아가 좋은 쌀을 생산하는 국내 농가를 헤아리는 길이기도 하다. 이달은 밥상의 주인이자 한식의 핵심인 ‘밥’을 재조명했다. 밥맛 있는 식당이 되는 것, 한국의 외식문화를 제대로 이어가는 첫 걸음이다.   글·사진 황해원·강효정 기자



외식업소, 윤기나고 차진 밥맛으로 경쟁력 강화


맛있는 밥 구현하기 위해선 ‘밥맛’부터 알아야…
네이버 맛집 블로거인 김현기 씨는 요즘 어릴 적 먹었던 밥이 그립다. 전남 나주가 고향인 그의 모친은 어릴 적 정읍쌀로 밥을 지어 상을 차려줬는데 고슬고슬하면서도 윤기가 흐르고 씹을수록 단내가 도는 밥맛을 그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뉴욕의 미슐랭 한식 레스토랑 「단지」 김훈이 셰프는 일찍부터 타국에 나가 살았는데 어릴 적 외할머니가 차려줬던 흰 쌀밥의 맛이 아직까지 혀끝에 남아있다. 어릴 적 먹었던 쫀득쫀득한 밥맛을 구현하기 위해 한식당을 열어 한식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 사람에게 ‘맛있는 밥’은 처음 입안에 넣었던 밥, 즉 어머니가 해주던 밥이다. 그만큼 어릴 적 먹었던 밥맛에 대한 기억이 평생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집집마다의 식성과 기호에 따라 밥맛에 대한 기준도 다르다. 심지어 ‘밥맛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태반이다. 하루아침에 ‘늘 먹던 밥’에 신중해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맛있는 밥의 기준은 명확하다. 맛과 향, 경도, 찰기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는 농촌진흥청에서 매년 우수 쌀 품종을 선별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쌀은 기본적으로 대여섯 가지의 향을 갖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팝콘 계열의 향이다. 그 향을 우리는 ‘구수하다’고 표현한다. 일본 사케의 경우 사과나 바나나, 멜론, 꽃 향기 등 다양한 향이 우러나는데 이는 쌀을 발효하는 과정에서 나는 향이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이다. 경도는 쌀의 단단한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잘 익은 밥일수록 한 알 한 알 씹었을 때 부드럽다고 느끼고 이는 경도가 낮은 것이다. 찰기는 밥알을 씹을 때 밥과 치아가 붙는 정도이고 맛은 단맛의 정도다. 쌀이 가지고 있는 아밀로스가 침샘을 자극하면서 침의 분비를 촉진시켜 복합적인 맛을 내는 것이다. 



국내 쌀 품종·취반도구·생산과정 ‘우수한 편’
우리나라는 맛있는 밥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다. 쌀 맛을 결정하는 조건은 20여 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건 품종이고 그 다음 과정이 재배 전과 재배, 수확, 그리고 수확 후 보관과 유통이다. 
국내 쌀의 품종은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는 우수 품종인 고시히까리와 비교했을 때 국내 상위 품종의 쌀이 좋으면 더 좋았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재배 후 수확하기까지의 과정도 큰 차이가 없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취반도구나 기술이 국내보다 훨씬 뛰어나 일본 외식업소에서 맛있는 밥을 구현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이것 역시 틀린 이야기다. 
1980~1990년대까지만 해도 중상위층 집에서는 대부분 일본의 전통 밥솥 브랜드인 ‘조지루시’의 밥솥 제품을 사용했다. 조지루시 브랜드 로고에 코끼리 마크가 그려져 있어 당시 ‘코끼리 밥솥’으로도 유명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각 가정에서 코끼리 밥솥을 볼 수 없었다. 국내 브랜드인 ‘쿠쿠’가 싹쓸이한 것이다. 일본과 한국 모두 가마솥에 밥을 지어 먹던 경험이 있어 전기밥솥을 개발할 때 추구하는 밥맛의 지향점이 같다. 그러나 한 가지 차이점은 일본의 가마솥 뚜껑은 나무로 돼있고 한국의 가마솥 뚜껑은 나무보다 무거운 무쇠로 돼있다. 그만큼 한국 가마솥의 압력이 더 세다. 국내 개발자들은 이를 전기밥솥에 적용, 쿠쿠의 기압을 조지루시 코끼리 밥솥보다 0.6이나 높게 개발해 더 부드럽고 찰기 있는 밥을 지을 수 있게 됐다.
한 가지 부족한 요소가 있다면 유통·관리 부분이다. 경기도 농업기술원 이대형 박사는 “국내는 쌀을 보관·도정하는 RPC(미곡종합처리장)가 250개 정도 되는데 그중 40여개 정도만 항온·항습 기능을 갖고 있다. 항온·항습 기능이 없으면 쌀 보관 시 바깥 온도가 높아질 때마다 저장고 안에 있는 볍씨 온도와 습도까지 올라 미생물이 번식하고 공기의 질도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농가에서 아무리 좋은 품종의 쌀을 수확해도 유통·보관 과정에서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외식업소나 소비자들이 맛있는 밥을 원한다면 항온·항습 기능을 갖춘 RPC에서 유통된 쌀을 선별해 구입하면 되는 데다 가격 역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이대형 박사의 설명이다.  



외식업 경영주들과 소비자 노력 ‘절실’ 
품종이나 재배·수확과정, 그리고 취반도구까지 흠잡을 데가 없는데 왜 우리나라는 일본의 밥에 비해 맛이 떨어지는 걸까.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의 저자 박상현 맛 칼럼니스트는 “일본사람들은 주식인 밥을 마치 ‘모시는’ 것처럼 아끼고 사랑한다”며 “그들이 즐겨먹는 모든 대중음식은 밥반찬으로 수렴될 정도”라고 이야기한다. 쓰케모노(일본식 절임 음식)나 된장국, 생선구이 등 전통음식은 물론이고 사시미나 만두, 서양음식인 햄버그스테이크와 튀김, 돈가스, 크로켓, 파스타 등 대부분 메인으로 통하는 음식까지 일본인들에겐 밥반찬의 개념이라는 것.
또한 그들은 주먹밥이나 볶음밥을 만들 때도 절대 묵은 밥을 사용하지 않으며 식기는 무조건 도자기를 사용한다. 박상현 맛 칼럼니스트는 “일본은 손으로 그릇을 잡고 입으로 가까이 가져가 밥을 떠먹는 식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릇의 모양과 무게감 또한 세밀하게 살핀다”며 “단체 급식에서조차 스테인리스나 멜라민 재질의 그릇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편의점에서 파는 오니기리(삼각김밥)에 들어가는 밥조차 맛있을 정도이니 밥에 대한 자세는 한국의 소비자와 외식업 경영주들이 보고 배워야 하는 대목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 정부는 쌀 소비 활성화의 일환으로 다양한 쌀 가공식품을 개발하거나 각종 요리경연대회를 열어 쌀 관련 레시피를 홍보했지만, 그러한 노력 대비 1인당 쌀 소비량은 1997년 1인 139kg에서 2015년 62kg로 절반 이상까지 떨어졌다. 물론 식습관의 변화가 쌀 소비 감소에 큰 부분을 차지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쌀 소비 정책은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쌀 가공식품을 만들고 레시피를 개발하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박상현 맛 칼럼니스트는 “맛있는 밥을 만들어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도도하고 까다롭게 올려놓아야 하고 그 다음으로는 각 가정에서 또는 외식업소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쌀을 그때그때 폐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는 “우유는 유통기한 하루만 지나도 찝찝하다는 이유로 바로 버리면서 의외로 쌀은 도정일자가 몇 년이 지났는데도 버리지 않고 묵혀두며 맛없는 밥을 낸다. 우유를 대하는 깐깐함을 쌀에도 적용해 ‘잘 버리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국내 외식업소 중에는 맛있는 밥을 내기 위해 애쓰는 곳들이 있다. 밥이 경쟁력임을 알고 좋은 쌀 품종을 고르거나 부재료의 차별화로 밥 자체를 콘셉트로 내세우기도 한다.  
더 고무적인 사실은 그러한 일부 외식업 경영주들의 노력을 소비자들이 알아주고 있다는 것이다. 밥 맛 좋은 식당들이 칭찬 받고, 오래 되어 묵은 밥을 성의 없이 내는 식당은 건전한 비판도 할 수 있는 밥 문화가 확립된다면 보다 더 품격 있고 깊이 있는 외식 문화가 뿌리내리지 않을까? 이는 곧 농가가 사는 길이기도 하다. 



맛있는 밥 짓기 위한 Tip
밥맛을 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쌀의 품종이고 그 다음이 물의 양, 취반 도구라고 볼 수 있다. 홍성란 요리연구가는 “밥맛을 결정하는 요소 중 품종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밥 짓는 기술”이라고 말한다. 그는 “쌀의 도정 정도에 따라 불리는 시간, 물의 양이 다른데 현미의 경우 물의 흡수 정도가 빨라 수돗물보단 생수로 씻는 게 좋다. 냄비밥을 지을 땐 전기밥솥으로 지을 때보다 물의 양을 많이 하고 알칼리 성분의 소금을 조금 넣거나 올리브유를 한두 방울 떨어뜨리면 단맛이 돌고 윤기가 나며 촉촉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콩나물밥이나 무나물밥과 같은 영양밥은 금방 물러져 식감과 색감이 죽기 때문에 전기밥솥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콩나물이나 무처럼 수분이 많은 재료를 넣을 땐 물을 동량보다 적게 하고 반대로 뿌리채소처럼 수분이 적은 재료를 넣을 때는 동량보다 조금 더 넣는 것이 요령이다. 

 
2016-06-07 오전 08:54:25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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