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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와 열정으로 꿈을 꽃피운 아름다운 청년  <통권 376호>
해비치 밀리우 박무현 셰프
관리자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6-06-29 오전 04:58:04

제주도 최초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인 해비치 호텔&리조트 ‘밀리우’를 총괄하는 셰프는 33세의 혈기왕성한 박무현 셰프다. 미국에서 호텔 인턴십을 거쳐 영국, 호주 등 해외 유명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고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떠오르는 신진 레스토랑 ‘더 테스트 키친’(The Test Kitchen)의 오픈 멤버로 5년간 일하며 수석 부주방장에 오른 인물이다. 더 테스트 키친은 ‘2015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28위에 오를 만큼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레스토랑이다. 9년 동안의 해외 각지에서 실력과 경력을 쌓은 그가 한국으로 돌아와 첫발을 내딛은 곳이 바로 제주도다. 오자마자 업계에서 떠오르는 ‘신예 셰프’로 주목을 받고 있는 박무현 셰프를 제주도 해비치 밀리우에서 만났다.  
글 육주희 국장 jhyuk@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   


지난 1~2년 사이 한국은 먹방, 쿡방이 인기를 끌면서 말 그대로 셰프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멀리 제주도에 있는 데다 방송 한 번 타지 않고 세간에 오르내리는 박무현 셰프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두 달 전 연락을 하니 6월에 밀리우를 새 단장해 정식으로 오픈한 후 인터뷰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답이 왔다. 
그렇게 제주도 출장 계획을 잡아놓은 날 새벽, 장맛비처럼 굵은 빗줄기가 으르렁 거리듯 내려 심란한 마음으로 출장 채비를 했다. 다행히 집을 나설 무렵에는 비가 잦아들었다.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흐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아 다행이다 여기며 해비치로 달려갔다. 
주방이 완전 노출돼 있는 ‘밀리우(Milieu)’는 중심, 중앙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호텔의 중심인 아트리움에 위치하는 공간적 의미와 ‘제주의 맛의 중심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다이닝 준비를 위해 오픈 주방에 있던 박무현 셰프가 보였다.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셰프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한 편의 퍼포먼스를 보는 듯하다. 





좋은 식재료·자연환경에서 얻는 창의력이 요리의 핵심
방송 출연 한 번 하지 않고, 국내에서는 완전 신인인 박무현 셰프의 유명세가 뜨겁다. 수많은 셰프들이 해외 레스토랑에서의 체험을 과장해 화려한 경력으로 포장을 하곤 하지만 박무현 셰프는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위치한 ‘더 테스트 키친’에서 5년간 근무하며 최단기간에 시니어 수셰프의 자리까지 올랐다. 
막내로 입사해 한 계단씩 올라 마지막에는 오너이자 헤드셰프 바로 아래 수셰프에 올라 실질적으로 주방을 이끌어간 만큼 실력은 충분히 입증되고도 남음이 있을 터. 그런 그가 서울이 아닌 제주도에서 파인 다이닝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아니 그 실력에 왜?’라며 궁금해 했다.
그는 “요리와 셰프로서의 본분, 역할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좋은 음식은 좋은 식재료와 자연환경으로부터 얻어지는 상상력, 창의력을 통해 완성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언젠가 한 번 와봤던 제주도에 대한 인상이 너무 좋아서 이런 곳에서 요리를 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기적처럼 우연히 해비치의 이민 대표가 함께 일하자며 제안을 해왔단다. 또 “솔직히 고백하자면 외국에서 9년 동안 생활하다 보니 한국에 돌아왔을 때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사람들과 정신없이 부대끼며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어요. 더욱이 지금까지 해왔던 요리와 한국의 트렌드가 달라서 적응할 기간도 필요했기 때문에 1년 정도는 내 요리를 연구하고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제주도였다. 그의 결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에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은 성공하기 힘들다며 우려의 말도 많았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달랐다. 
“제주도는 여행지이기 때문에 일상에서 벗어나 기분전환을 위해 방문하잖아요. 사람들은 이미 마음의 여유를 갖고 즐거운 상태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유리하다고 생각했어요. 고객이 음식을 먹고 감동을 받는다면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고, ‘제주도에 가면 일단 밀리우 한 번 가야지’ 라고 생각되는 곳으로 각인시키고 싶은 것이 제가 제주도에 승부수를 던진 이유입니다.” 



특별활동으로 요리반에 들어간 것이 내 인생의 한 수
박무현 셰프는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요리가 인생을 완전히 바꿨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공부에 별 흥미가 없었고, 당연히 공부도 못했죠. 인문계 고등학교를 갈 실력이 안 돼 공업고등학교를 다녔어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이 마냥 놀기 좋아하는 철부지였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특별활동 부서를 정하는데 들고 싶은 부서는 인원이 차서 할 수 없이 함께 어울리며 놀던 친구들과 요리반에 들어가 ‘맛있는 음식이나 만들어 먹어볼까’라는 생각으로 들어간 게 제 인생을 바꾸었어요.”
처음 접해본 요리는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먹고 사는 직업으로서 요리사는 생각지도 않았다. 
“문득 현장에서도 요리가 재미있을까 궁금했어요. 그래서 동네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음식점에서 일을 한다고 하니 친구들이 한 번 먹으러 오겠대요. 친구들에게 내가 만든 음식을 먹여주고 싶어 주인에게 사정해 파스타 만드는 것을 배워 직접 주방에 들어가 팬을 잡았죠. 친구들이 내가 해 준 요리를 맛있게 먹는 그 모습을 지켜보는데 마음이 뿌듯하더라구요. 아르바이트하는 동안 힘은 들었지만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요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요리학원에 등록을 했다. 당시만 해도 남자 고등학생이 그것도 공고생이 요리를 하는 것은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한식조리사자격증에 도전을 해 자격증을 땄고, 이후 중식, 일식, 양식, 복어 조리 자격증까지 모두 획득했다. 집안 형편이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라서 학원을 다니는 비용도 만만찮은 부담이었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을 지켜본 학원 원장의 배려로 무료 수강을 하며 무려 5개의 조리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조리자격증을 5개나 보유하면서 대학진학도 특례입학제도를 통해 조리과에 진학을 했고, 입학해서도 집중 주목을 받았다. 



졸업 후 바로 해외에 나가 9년 동안 다양한 경험
박무현 셰프는 국내 레스토랑 경험이 전무하다. 대학을 졸업한 후 국내 호텔 또는 레스토랑을 거치지 않고 바로 해외로 나갔다. 재학 중 호텔과 레스토랑에 인턴 실습을 나가서 본 현장과 선배 셰프들은 그동안 셰프의 꿈을 키우며 꿈꿔왔던 현장의 모습이 아니었다. 진취적이고 긍정적이기 보다는 찌들고, 불평불만이 가득한 것이 현실이었다. 
그렇게 혼돈을 겪을 즈음 입대를 해 장교식당에서 취사병으로 근무하던 중 이라크 자이툰 부대 파병 지원을 해 총사령관의 개인 요리를 담당했다. 
“자이툰 부대에서 정말 많은 경험을 하고 배웠어요. 총사령관의 음식을 담당하다 보니 이런저런 행사가 많아 자연스럽게 세계 각 나라의 통역병들을 알게 됐는데, 우연히 그들에게 외국의 셰프들의 삶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됐죠.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어 제대하면 졸업하고 무조건 해외에 나가겠다고 생각했어요.”
막상 해외에 나가려고 하니 알파벳밖에 모르는 영어 실력이 걱정이었다. 그러나 뚜렷한 목표와 해야 할 이유가 있기에 제대 후 1년 동안 죽어라 영어공부를 했다. 졸업 후 처음에는 미국의 호텔에서 인턴십을 했다. 하루 13~14시간씩 일을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때가 가장 편한 시간들이었다. 미국에서 일을 하면서 처음으로 미쉐린 레스토랑이니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니, 월드베스트 레스토랑 등에 대한 눈이 뜨이기 시작했다.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실감한 시간이었다. 
이후 영국으로 넘어간 박무현 셰프는 어렵사리 미쉐린3스타 레스토랑이자 월드베스트 2, 3위의 레스토랑인 ‘더 팻 덕(The Fat Duck)’에서 스타지로 다시 바닥부터 시작했다. “더 팻 덕에서 생활한 9개월은 지옥과도 같았지만 기본과 디테일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를 알게 해줬고,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도록 단련시켜 준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이후 호주로 건너가 여러 레스토랑에서 일했고, 2010년 남아공으로 건너가 테스트 키친 오픈에 합류했어요. 레스토랑은 오픈하자마자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세계에서 주목하는 레스토랑이 되었죠. 주방의 막내로 들어가 20여 명의 스태프를 이끄는 수셰프에 오르는 동안 모든 섹션에서 일하고 경영에 대한 것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밀리우, 퇴짜 맞고 깨지며 배운 원칙 
박무현 셰프의 원래 목표는 해외에서 10년을 채우는 것이었다. 대부분 언어와 비자문제, 향수병 때문에 3년 이상을 못 버텨 영어도 제대로 마스터 못 하고 경력도 이렇다 할 것이 없어 어정쩡한 상태에서 중도에 포기하는 선배, 친구, 후배들을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이었다. 
그 또한 10년이라는 자신과의 암묵적인 약속보다 1년 일찍 돌아오게 되면서 고민이 많았다. 
“서울은 비즈니스로 볼 때 매력 있는 도시이고 제주는 환경적인 부분에서 매력이 있는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해비치에서 제주도에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오픈할 계획이라며 총괄셰프 자리를 제안해 왔어요. 수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딱 한 가지 연구실을 만들어 줄 수 있겠느냐는 요구를 흔쾌히 수락해 줘 해비치 밀리우를 선택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제주도에서 파인 다이닝은 불가능하다고 하니 오히려 도전하고픈 오기가 생긴 것 같다”고 말한다. 
지난해 8월에 입사한 후 그는 푸드 랩(Food Lab)에서 식재료 연구 및 메뉴개발을 해왔다. 또 전국 8도의 식재료 산지 및 농장, 전통 시장 등을 돌며 좋은 식재료를 찾아다녔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조리법과 재료들을 활용해 메뉴개발에 힘썼다. 지난 몇 달간의 연구를 통해 개발한 요리들은 새 단장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밀리우를 통해 하나씩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그는 10년이라는 기간과 함께 6개 대륙의 주방에서 모두 일해 보는 것이 꿈이었다. 그동안 아시아, 북아메리카, 유럽,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 5개 대륙에서는 일을 해봤지만 남아메리카에서 일하지 못한 것이 끝내 아쉬움으로 남아있다고 말한다. 
박무현 셰프는 셰프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새로운 식재료를 개발하고 이를 사용해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는 실험정신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 없는 도전정신, 미친 듯이 올인할 수 있는 열정, 고객이 내 음식을 먹고 감동을 할 수 있도록 요리를 사랑하는 마음과 끈기를 꼽았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끈기라고 말한다. 영국의 더 팻 덕 레스토랑에 들어갔는데 그 주방에 있는 세계적인 요리사들 앞에서 스스로가 한없이 작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매일 최선을 다해 17~18시간씩 일해도 일이 끝나지 않았고, 칼질 하나는 잘한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더 팻 덕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더군요. 모양, 두께에 있어서 한 치의 오차 없이 정밀한 칼질을 요구했어요. 번번이 퇴짜 맞기 일쑤였고, 비참하게 깨지는 일이 다반사였죠. 그렇다 보니 자신감, 의욕이 마구 떨어지면서 심지어 출근하기가 싫을 정도였고, 오늘 주방에 나가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매일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출근했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쌓이다 보니 어느새 정확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더군요.”
그렇게 혹독하게 훈련을 시키는 이유를 나중에야 알았다. 디테일한 원칙만 지키면 음식의 맛이 흐트러지지 않고 주방에 없어도 음식의 퀄리티가 항상 완벽하다는 것을. 
그렇게 끈기를 갖고 목표를 향해 달리다 보니 테스트 키친의 22명 셰프 가운데 2위까지 올랐다. 돌이켜보면 인생 최악의 경험과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이 있다고 생각한다. 



SNS에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조언과 비전 제시
박무현 셰프는 SNS에서 조리사의 꿈을 꾸고 있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조언과 비전을 제시해주어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처음 시작은 후배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뭘까를 고민하다가 해외에서의 현장 경험을 글로 올리기 시작했다. 사실 학생들에게 교수 또는 현장의 60대 셰프들이 하는 말은 잘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 중간 역할을 해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학생들에게 현실적으로 와 닿는 조언을 하고자 SNS를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정신 차려보니 하루 있는 휴일도 온통 답글과 씨름하느라 내 시간이 없고 피로가 누적되는 겁니다. 그래서 주로 많이 질문하는 내용들과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을 그루핑해서 짬날 때 올리고 있어요. 그러면 한꺼번에 많은 학생들이 읽을 수 있고, 미약하나마 지금 올린 글들이 끼 있고 능력 있는 몇 명에게라도 영향을 미쳐 10년 또는 20년 뒤 좋은 셰프가 된다면 그것으로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것이 지금 제가 업계를 위해 선향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박무현 셰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감동을 선사해 밀리우를 성공시키는 일이다. 아름답고 청정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는 제주의 식재료로 접시를 도화지 삼아 완벽한 음식을 내고, 서비스하고, 고객이 행복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2016-06-29 오전 04:58:04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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