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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끌어 모으는 특급 冷음식 4선  <통권 377호>
냉곰탕·냉메밀국수 등 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별미
관리자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6-07-29 오전 03:07:46

여름 음식은 자유롭다. 새빨간 양념장에 온갖 채소 썰어 소면과 비벼 먹어도 꿀맛이고 푹 삭힌 동치미 국물에 메밀면 말아 한 그릇 뚝딱 하면 그 자체가 별미다. 고기육수든 해물육수든 얼음 동동 띄워 훌훌 마시면 이열치열 보양식이 부럽지 않다. 시원하기만 하면 무얼 먹든 맛있다고 느끼는 계절이지만 더위에 예민해진 입맛을 돋우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여름철 한정메뉴라도 좋다. 매력적인 冷음식으로 올여름 단골고객 제대로 확보하자.    글·사진 황해원 기자 banana725@foodbank.co.kr 



365일 줄 서는 을밀대 냉면 비결은? 
대전의 한 유명한 콩국수전문점 ‘고단백식당’은 1년 중 4월부터 9월까지만 영업한다. 원래 겨울철 뜨끈한 국물 요리를 준비해 365일 문을 열었지만 여름철 냉콩국수 찾는 고객이 훨씬 많아 여름 장사만 한다. 
서울 염리동 평양냉면전문점 ‘을밀대’는 여름철은 물론이고 겨울에도 긴 줄을 서서 냉면을 먹는 사람이 많은데 이 집 냉면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살얼음 떠 있는 담백한 육수다. 냉면 육수가 시원한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평양냉면은 조금 다르다. 쨍한 동치미 국물 대신 고기육수를 주로 사용하는 평양냉면은 본연의 육향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얼음을 넣지 않고 내기 때문이다. 을밀대는 여느 평양냉면전문점과 다르게 진한 육향의 육수에 살얼음으로 색다른 느낌의 독보적인 평양냉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여름철 입안이 쨍할 만큼 찬 음식은 상당히 임팩트 있다. 대전 고단백식당도 겨울철 뜨거운 음식보다 여름철 찬 음식을 먹기 위해 줄서는 고객이 10배 이상 많은 것을 보고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과감하게 문을 닫지 않던가. 어느 식당이든 ‘하절기 메뉴’는 있어도 ‘동절기 메뉴’는 보기 힘든 것도 무더위 속 찬 음식에 대한 니즈가 추운 날 뜨끈한 국물 요리에 대한 니즈보다 더욱 강하기 때문이다. 
냉누들이 뜨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차가운 것과 절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냉짬뽕도 전문점이 생길 정도로 대중화됐고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어디 냉짬뽕뿐인가. 뜨끈한 국물 맛으로 먹었던 우동과 칼국수, 파스타, 심지어 한국의 대표 소울푸드인 곰탕도 차게 먹는다. 틈새시장 공략을 위해 역발상으로 기획했던 冷음식들이 현재는 여름철을 대변하는 하나의 음식군으로 자리매김했고, 이제는 기존 뜨거운 음식을 차게 먹는다는 독특함보단 어떻게 해야 ‘차가우면서도 맛있는’ 요리로 구현할 것인지가 관건이 됐다. 냉면도 여름보단 겨울에 먹는 음식이라고 하듯, 찬 음식이 대세는 대세다. 

조선의 왕들도 즐겼던 冷음식
찬 음식의 대표주자는 냉면이다. 이름처럼 시원한 육수에 말아 먹는 이 면 요리는 조선의 왕들도 무지 좋아했다. 조선 말기의 기록이 담겨 있는 임유한의 <임하필기>에 재미있는 내용이 나온다. 늦은 밤 달구경을 하던 조선 23대 왕 순조가 궁궐 바깥에서 냉면을 포장해 먹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한양에는 포장 냉면집들이 있었다. 고종도 시원한 동치미 국물에 사리를 말아 편육과 배, 잣을 올려 매일 먹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왕의 기록을 담은 <진찬의궤>에는 조선 헌종 때 궁중 잔칫상에 냉면을 올렸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궁중 잔치에는 따뜻한 음식을 주로 올리는데 헌종의 냉면 사랑으로 이때 처음 냉면이 차려졌다.
헌종 다음 임금인 철종도 찬 음식을 즐겨 먹었다. 임금의 동정을 담은 <일성록>에는 칠월 칠석 철종이 냉면과 전복을 과식해 일주일 넘게 체기로 고생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한여름인 칠석날 더위를 식히려고 찬 냉면을 많이 먹었기 때문이었다.  
이밖에 시원한 동치미 육수에 메밀면을 말고 잘게 찢은 닭고기를 담아내는 초계탕, 참깨를 곱게 갈아 체에 거른 국물에 영계백숙 국을 섞어 차게 먹는 임자탕 역시 조선 왕들이 즐겼던 여름 음식이다. 다채로운 한식의 집합체였던 조선시대 궁중에서도 왕의 기를 보하기 위한 하절기 冷음식에 특별히 신경 썼을 정도이니, 차가운 면을 더 차가운 육수에 넣어 먹고 심지어 뜨거운 음식까지 차게 만들어 먹는 건 세계 어디에도 없는 한민족 고유의 음식문화가 분명하다. 

국내 외식업소 하절기 冷음식에 주목
국내 많은 음식점에서 여름 음식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꼭 냉면전문점이 아니더라도 여름 메뉴는 업종 불문 많은 음식점의 고민 사안이 됐다. 한식은 물론 양식, 중식, 일식에서도 하절기 메뉴가 반드시 필요하다. 심지어 고깃집에서도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사이드메뉴를 고민한다. 서울 목동 숙성삼겹살전문점 ‘일미락’은 여름철을 겨냥한 칼비빔면을 5000원에 판매한다. 삶은 칼국수 면을 얼음에 차게 식혀 매콤한 비빔장에 각종 채소와 함께 비벼내는데 출시하자마자 대박이 났다. 기존 고깃집에서 냉면에 고기를 곁들여 먹었다면 일미락에서는 매콤한 칼비빔면에 삼겹살과 목살을 올려 먹는 것이 하나의 매뉴얼이 됐다. 특히 여름에는 칼비빔면 매출이 두 배 이상 껑충 뛴다. 겨울철을 겨냥한 갱시기칼국수보다 훨씬 높은 판매율이다. 
‘스쿨푸드’는 올여름 냉누들 스페셜로 짱아치냉면과 신비국수 주문 시 한우떡갈비를 서비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메밀냉면에 스쿨푸드의 시그니처인 장아찌를 올린 짱아치냉면과 비빔국수에 살얼음을 가득 올려내는 신비국수는 스쿨푸드의 대표적인 하절기 메뉴다.
일식요리전문점 ‘아리가또맘마’는 눈꽃 입자처럼 간 얼음과 아삭한 채소를 올린 눈꽃빙수 우동과 냉라멘을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30년 전통 ‘우리집만두’는 냉만둣국으로 만두 마니아들의 성지가 됐다. 



고소한 메밀 면과 시원한 동치미 국물의 만남 
메밀냉칼국수 하단
서울 성북동 숨은 맛집으로 통하는 ‘하단’은 평양식 만두와 만두전골, 녹두지짐 등을 판매하는 곳이다. 이곳의 시그니처는 메밀냉칼국수다. 시원한 국물에 말아 먹는 칼국수도 신기하지만 칼국수 면으로 메밀을 사용했다는 점 또한 이색적이다. 
메밀냉칼국수는 쨍하고 시원한 육수가 별미인데 소고기 양지 육수에 백김치와 동치미로 낸 국물을 섞어 동치미 특유의 신맛과 동시에 묵직한 육향이 은은하게 돈다. 평안도 육수의 정통 방법대로 육수에 간장을 약간 넣어 간을 맞추는 것 또한 하단의 특징이다. 여기에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어 간간이 우러나는 매운맛도 독특하다. 얼핏 평양냉면 같기도 하지만 약간의 새콤함과 청양고추의 알싸함이 어우러져 묘하게 다르다. 
면은 밀가루와 메밀가루를 6대4 정도의 비율로 반죽해 직접 뽑는다. 부산의 밀면은 밀가루에 전분을 넣고 함흥냉면은 메밀가루에 전분을 넣는데, 이처럼 밀가루와 메밀가루의 조합은 흔치 않다.
메밀냉칼국수는 특성상 연령이나 남녀 구분 없이 대중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모두 지니고 있어 한식이나 분식전문점에서 부담 없이 벤치마킹할 만하다. 무엇보다 쨍한 냉육수와 메밀+밀가루면의 밸런스가 훌륭하다.  



차갑고, 매콤하고, 빨간 이색 곰탕
냉곰탕 이여곰탕
한국의 대표 탕반 음식인 곰탕을 새롭게 해석해 이색곰탕을 내는 곳이 있다. 서울 서초동 ‘이여곰탕’은 여름철 별미로 냉곰탕을 판매하고 있는데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빨간’ 곰탕으로 교대역 부근 직장인의 여름철 단골 점심메뉴로 각광 받고 있다. 냉곰탕의 비주얼은 얼핏 포항물회와 비슷하다. 방짜유기에 매콤한 양념과 육수, 살얼음, 양배추와 양파, 부추 등 채소를 수북이 담은 후 고명으로 두툼하게 썬 한우 양지를 올려내는데 살얼음이 녹으면서 자연스럽게 시원한 밑 국물이 된다. 
냉곰탕의 육수는 1등급 한우 양지와 한약재를 넣고 하루 이상 푹 끓인다. 여기에 고추장 베이스 양념과 밥, 채소 등을 말아 먹는데 시원하면서도 매콤하고 또 밥이 들어가 속까지 든든하다. 비주얼처럼 맛도 물회와 비슷한데 초고추장 대신 일반 고추장 베이스 양념을 사용해 새콤하기보다 좀 더 묵직하고 매콤한 맛이 특징. 끝으로 갈수록 한약재의 깊은 맛이 돌아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냉곰탕과 함께 제공하는 겨자소스를 풀어 먹으면 감칠맛이 배가된다. 
이여곰탕의 냉곰탕 역시 곰탕이나 설렁탕전문점은 물론 일반 한식당에서 하절기 메뉴로 구성하기 적합하다. 시원하고 얼큰한 맛의 이중주는 대중이 선호할 만한 충분한 요소가 된다. 



고깃집 최강의 하절기 면요리 등극 
청매실 칼비빔면 일미락
서울 목동 ‘일미락’은 두툼한 숙성삼겹살과 목살을 판매하는 프리미엄 육류전문점으로 전라도식 파김치와 맛깔 나는 사이드메뉴가 돋보이는 곳이다. 
최근 일미락에서 선보인 매실청 칼비빔면은 하절기를 공략한 면 요리로 매콤한 양념에 칼국수용 납작면을 비벼내는 것이 특징. 특히 고추장과 청양고춧가루 등으로 만든 매운 양념 베이스에 매실청을 넣어 은은한 단맛을 구현한 것이 포인트다. 
매실청은 전남 순천 매실농장에서 계약 재배한 청매실로 직접 담근다. 설탕이나 사이다로 낸 단맛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깊은 맛이 있다. 일부 청매실은 장아찌로 담가 칼비빔면에 채소와 함께 버무려내는데 오득오득 씹히는 식감도 재미있지만 장아찌 특유의 풍미가 매콤한 양념장과 잘 어우러져 감칠맛이 배가된다. 
일미락 권지효 대표는 “시원하면서도 매콤한 청매실 칼비빔면은 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아주는 하절기 메뉴로 80% 이상의 고객이 주문할 정도로 독보적인 인기메뉴”라고 설명한다.
한편 일미락은 얼큰한 김치국물 베이스의 갱시기칼국수와 갈치속젓비빔밥,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된장술밥 등 식사 겸 후식으로 구성한 알찬 메뉴와 파울라너둔켈, 하이네켄, 레드에일 아이리쉬 등 다양한 생맥주 라인업으로 미식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겨자소스에 구운 치킨 올린 신개념 초계탕
보석길초계탕 안씨막걸리
전통주점에서 안줏거리로 내는 초계탕은 어떤 메뉴일까? 서울 이태원동 한국술집 ‘안씨막걸리’는 30여 가지의 한국 전통술과 독자적인 플레이팅의 한식요리를 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안씨막걸리는 여름철을 맞아 ‘하절기 무거운 밥상’을 새롭게 구성했다. 그중 주문율이 가장 높은 메뉴가 바로 보석길초계탕이다. 초계탕은 겨자를 푼 시원한 닭 육수에 각종 채소와 닭가슴살을 찢어 넣고 코끝 찡하게 먹는 보양 음식인데 안씨막걸리에서는 육수 대신 머스터드 씨드로 식감을 살린 겨자소스와 살얼음을 올린 독특한 비주얼의 초계탕을 선보인다.
얼음은 일반 얼음 대신 구운 닭 뼈로 우린 육수를 얼린 것으로 녹으면서 자연스럽게 구수한 육수가 되고, 여기에 달착지근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일품인 겨자소스를 넉넉하게 부어 감칠맛을 더했다. 닭가슴살은 소금·후추로 간한 뒤 닭 껍질에 싼 후 한 시간가량 수비드로 부드럽게 익혀 파 오일에 구워낸다.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촉촉하며 여기에 절인 오이와 무를 국수처럼 뽑아 닭가슴살에 돌돌 말아 먹으면 막걸리 안주로 제격이다. 

 
2016-07-29 오전 03:07:46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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