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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진 왕육성 사부-인생 2막은 더불어 행복하게 살기  <통권 377호>
관리자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6-08-01 오전 11:04:32

‘진진’의 왕육성 사부는 사람 좋기로 유명하다. 얼핏 유명한 호텔의 주방장에 경영까지 했던 사람이니 권위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그야말로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항상 베풀고, 배려하며,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는 시간을 쪼개 할애하려고 애쓴다. 
왕육성 사부는 1979년 우리나라 최초로 호텔에 들어선 중식당 ‘호화대반점’과 ‘대상해’ 출신으로 중식계의 거장이다. 명동 사보이 호텔 ‘호화대반점’은 당시 장안의 미식가들을 사로잡았고, 최고의 중식 사부들을 배출해 낸 산실이었다. 이후 1986년 코리아나 호텔 ‘대상해’로 옮긴 왕 사부는 주방장 겸 오너로 근무한 후 2013년 말에 대상해를 떠나 지난 2015년 서교동에 ‘진진’을 오픈했다. 이달에는 중식업계에서 ‘사부의 사부’로 불리는 진진의 왕육성 사부를 만나봤다.   글 육주희 국장 jhyuk@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   


전문가도 인정한 ‘가성비 갑’ 진진. 최근 외식업계의 핫 이슈는 ‘가성비’다. 진진은 전문가들도 인정한 가성비 최고의 중식당이다. 지난달 본지에서는 음식관련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가성비 맛집’에 대한 조사를 했다. 이때 가장 많이 리스트에 오른 곳이 ‘진진’이었다. 진진은 식재료의 퀄리티도 높을 뿐만 아니라 맛도 뛰어난 데다 호텔에서나 먹을 수 있는 중화요리를 1만원대에 즐길 수 있으니 고객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다는 평이었다. 그래서인지 장기불황으로 대부분의 외식업소들이 매출 하락으로 울상을 짓고 있지만 진진은 매일 예약 고객들로 만석을 이루며, 대기고객의 긴 행렬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인터뷰를 위해 진진 2호점에서 만난 왕육성 사부에게 이 사실을 전하니 이미 7월호를 사서 보았다며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한다. 
결국 업소의 가치는 고객들이 판단하는 것이므로 고객의 입장에서 가장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상품력을 만드는 것과 경영주의 마인드가 불황을 타개해 나가는 지름길임을 다시 한 번 더 느끼게 했다.





주방이 아닌 홀 근무로 중식업계 첫발
왕육성 사부가 중화요리를 시작한 계기는 주물기술자이셨던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집안이 힘들게 되자 오남매 가운데 둘째이자 장남이었던 그가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다양한 곳에서 일을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늘 고심하던 그는 기술을 배우자고 마음먹었다. 막상 기술을 배우려고 하니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요리였다. 평소 집에서 음식을 만들 때 항상 부모님을 도와 기본적인 칼질이 가능했고, 무엇보다 워낙 배가 고팠던 시절이라 중식당에서 일하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렇게 결정한 후 지인의 소개로 들어간 곳은 중식당의 주방이 아닌 홀이었다. 당시에는 중식 기술을 배우려는 대기자가 워낙 많아 자리가 나올 때까지 홀에서 주문과 서빙, 카운터 등을 맡으며 일했다. 뭐든 빨리 배우는 편이었고, 눈치도 빨랐던 그는 의외로 서비스 업무가 적성에 잘 맞았다. 또 호감 가는 그의 외모는 많은 단골고객을 만드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흐른 후 홀 캡틴이 갑자기 일본으로 가게 되어 의도치 않게 최단 기간에 홀 캡틴이 되었다. 이때 그는 수많은 중국요리의 명칭과 모양을 익히고 음식의 맛과 특징, 조리 레시피를 이론적으로나마 익힐 수 있었다. 홀 근무 경험은 훗날 그가 요리를 배울 때 빠르게 배울 수 있게 한 ‘신의 한 수’였다. 
당시만 해도 주방에 처음 들어가면 불 관리만 1년, 그릇 닦기 1~2년, 채소 다듬기 1년, 면 솥관리 1~2년 등 요리하는 것은 쳐다보지도 못한 채 수년씩 흘려보내기 일쑤였다. 또 많은 조리장들이 자신의 노하우를 빼내 간다고 생각해 요리하는 것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런데 홀 캡틴인 그에게는 조리장들도 다소 관대해 주방을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요리하는 것을 슬쩍슬쩍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이다. 





21세에 주방에 들어가 60세에 인생 1막 완성
왕육성 사부가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한 것은 당시로써는 늦은 나이인 21세였다. 홀보다는 본격적으로 요리 기술을 배우기 위해 1975년 중식당 ‘홍보석’에 입사한 것. 마침 홍보석에는 외삼촌이 중국 충칭에서 중식당을 운영할 때 주방에서 일하던 직원이 주방장으로 있었다. 그 덕분에 손님에게 나가는 정식 요리는 못했지만 직원들 식사를 담당하며 웍을 다룰 기회를 얻게 되었다. 
홀 캡틴을 맡으면서 중국요리 명칭과 만드는 법 등은 충분히 익혀 놓았던 터라 그의 실력은 금방 주방장의 눈에 들어 웍을 차지할 수 있었고 만다린을 거쳐 정식 사부가 되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왕육성 사부를 불과 11개월 만에 사부가 된 입지적인 인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주방에 들어가기 전 소위 수면 아래에서 수년 동안 내공을 쌓은 경험치들이 시너지를 발휘했기 때문이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부모님이 중국 톈진에서 넘어오셨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집에서 음식하는 것을 보고 또 거들면서 기본적인 칼질은 할 줄 알았던 것. 특히 톈진은 만두가 유명해 어머니가 만두 빚을 준비를 하면 온 가족이 각자 역할을 담당하며 음식을 만드는 데 동참했다. 만두 반죽하는 것부터 숙성을 거쳐 만두피를 만들기 위해 일정한 크기로 반죽을 떼고, 눌러서 밀대로 미는 것은 물론 만두를 빚고 삶는 것까지 자연스럽게 요리를 접해온 것이 실제로 주방에서 요리를 배울 때 남들보다 몇 배는 빨리 배울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다. 또 홀 경험을 통해 중화요리의 명칭과 기초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상태에서 들어가 기회를 얻기가 훨씬 쉬웠다.
이후 왕 사부는 1979년 당시 최초의 호텔 중식당인 사보이 호텔 호화대반점, 프라자호텔 도연 등에서 일하던 중 1986년 코리아나 호텔에서 중식당 대상해를 새로 오픈할 때 주방장으로 스카우트되었다. 왕 사부가 주방장으로 있는 대상해는 영업이 꽤 잘되었다. 주방장으로 일하던 중 외환위기 직전이었던 1998년 호텔 사장이 ‘직접 운영해보지 않겠나’고 제안해 경영까지 하게 됐다. 
1975년 중화요리에 입문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온 그는 회사에도 정년이 있듯이 직장생활을 했다면 딱 정년퇴직할 나이인 2013년 12월 31일 60세의 나이에 대상해를 나왔다. 거기까지가 그의 인생의 1막이었다. 





진진으로 인생 2막 펼치다
왕육성 사부의 인생 2막은 진진을 오픈하면서부터다.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맛있는 중화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해왔던 그는 호텔에 근무할 때도 5~7가지 코스메뉴를 만들어 1만3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선보이는 등 호텔 중화요리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보편적인 중화요리를 추구하는 그의 꿈을 실현하기에 호텔은 구조적인 한계가 있었다. 이때 그는 ‘주위 사람들과 더불어 나누는 삶을 살면 좋겠다’는 생각에 저렴한 가격에 좋은 재료로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중식당을 하나 만들어 인생 2막을 시작하고자 마음먹었다. 진진(津津)은 왕 사부의 아버지 고향인 톈진(天津)의 ‘진’과 마포의 옛 이름 양화진(楊花津)의 ‘진’에서 한 글자씩 따와 지난 2015년 1월 11일 오전 11시 11분에 정식 오픈을 했다. 진진은 음식의 가짓수는 물론 술의 종류도 제한해서 취급하고 있다.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은 취급하지 않는다. 소주를 팔지 않고 고량주 가운데서도 연태고량주만 취급하는 점도 특별하다. 짜장, 짬뽕, 탕수육을 취급하지 않는 것은 주변에 있는 작은 중국집들을 배려한 왕 사부의 결단이었다. 인생 2막을 열고자 마음먹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사실 진진이 있는 자리는 외식상권으로서는 C급, D급 정도의 입지다. 그럼에도 인근 연남동 일대의 중식당을 둘러보니 별로 영업이 신통치가 않았다. 그런데 호텔 조리장 출신의 그가 이웃 동네에 중식당을 오픈할 경우 의도치 않게 기존 영업을 하고 있는 중식당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가 되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내린 결론이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초록색병 소주는 팔지 않고, 유일하게 한라산 소주만 취급하고 있다. 소주를 팔지 않는 이유는 맛있는 요리 위주로 즐기되 술은 반주 삼아 간단히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외에도 중식당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량주는 연태고량주를 집중 취급하는데 대량으로 납품을 받으면 단가를 낮출 수 있어 고객에게 보다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손님이 와인 등 마시고 싶은 술을 가지고 오면 회원은 1만원, 비회원은 2만원의 콜키지 차지를 내면 마실 수 있다. 



‘문인의 놀이터’위한 회원제 혜택 도입
진진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고 주방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 10여 가지 정도를 내고 있다. 메뉴의 가짓수가 적어야 주방 인원을 적게 쓰면서도 불필요한 재료에 투입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주방의 사부들이 쉽게 요리에 적응할 수 있어 퀄리티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뉴 단가는 한 품당 1만2000~2만원 이내로 제공하고 있는데 식사가 아닌 요리를 이 가격에 내놓기란 매우 어렵지만 해내고 있다. 특히 멘보샤는 대상해에서 4만~5만원에 판매되었던 것으로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퀄리티로 만들지만 진진에서는 1만원 대에 먹을 수 있다. 게다가 3만원을 내고 회원가입을 하면 평생 전체 금액의 20% 정도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왕육성 사부가 회원제를 기획한 이유는 진진이 있는 서교동에는 출판사, 디자인 회사 그리고 미술 관련 일을 하거나 문인이 많은데 진진이 이들 문인이 많이 모이는 공간 즉 ‘문인의 놀이터’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보다 많은 혜택을 줘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현재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고, 즉석에서 카드로도 신청 가능해 사실상 대부분 할인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진진을 오픈한 지 1년 7개월이 지난 지금, 어느새 3호점까지 늘어났다. 3호점은 본점과 다소 떨어져 있고 인근에 중식당이 전혀 없어서 메뉴에 짬뽕을 추가했다. 짬뽕은 6가지의 해산물을 넣어 진하고 푸짐하게 끓여내 인기가 매우 좋다. 또 가정 주부들은 오후 5시면 외출해 있다가도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인데 진진은 영업을 오후 5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진진에 오고 싶어도 시간이 맞지 않아 방문할 수 없다는 요청에 따라 3호점은 점심 영업을 시작했다. 



수제자에게 요리기술, 영업 노하우 전수해 독립
왕육성 사부가 진진을 오픈한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그에게는 코리아나 대상해부터 10여 년간 함께 호흡을 맞춘 제자 황진선을 비롯해 지금껏 함께 일하며 열심히 따라 준 5명의 제자가 있다. 그들에게 요리 기술과 영업 노하우를 충분히 전수해 매장을 하나씩 차려줘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주자는 것이 진진을 오픈한 계기였다. 투자는 왕 사부가 100% 해 적자를 보면 그가 감수하고, 흑자를 보면 제자인 점장이 수익의 60% 가져가는 식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왕육성 사부는 수제자들에게 수십 년 동안 경험치를 통해 쌓아온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중식은 정형화된 레시피로는 맛을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주방의 상황과 요리 재료에 따라 물의 양과 기름의 온도, 나트륨의 함량 등이 달라져야 하고, 순간의 판단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 만큼 중식은 ‘순간의 느낌(feel)'이 중요한 생명이 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주방에서 사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중식에서 사부와 제자는 부자 관계보다 더 진하다. 사부는 제자를 자식처럼 여기고 모든 것을 품어주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제자는 사부를 부모처럼 모셔 모든 것을 수용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게 중화요리를 배우는 정석이다. 그런 의미에서 왕 사부가 수제자들에게 꼭 전수하는 요리 기술 중 하나가 멘보샤 만들기다. 멘보샤는 대상해 시절부터 연구를 해왔던 요리로 애착이 많이 갈 뿐만 아니라 손님들도 멘보샤를 가장 즐겨 찾는다. 
왕육성 사부는 중식을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멘보샤가 대표적이라고 말한다. 얇은 식빵 사이에 다진 새우살을 넣어 튀긴 멘보샤는 새우와 식빵이 분리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식빵을 태우지 않고 바삭하게 튀기면서도 속에 있는 새우완자까지 익혀야 하는 고도의 기술과 내공이 필요한 메뉴다. 특히 멘보샤는 바로 만들어 즐겨야 하기 때문에 웬만한 중식당에서는 기피하는 메뉴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식당 8월호에 있습니다.

 
2016-08-01 오전 11:04:32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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