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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세월호, 메르스도 이겨냈지만 김영란법에 무너지다  <통권 381호>
관리자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6-11-30 오전 09:40:57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청탁금지법)’ 시행이 3개월째 접어들었다. 외식업계는 사상 최악의 비상사태에 국면했고 농축수산업계 등 관련 산업계에도 역풍이 불어 닥쳤다. 외식업소는 매출 급감으로 폐업 위기에 몰리고 일부 산업계는 고사위기에 처했다. 법 시행 후 2개월이 지난 현재, 청탁금지법 적용대상기관과 산업계는 얼어붙어 있었고 외식업계 분위기는 참담하기까지 했다. 
글 월간식당·식품외식경제 취재부 합동  사진 이종호 팀장, 월간 취재부, 월간식당 DB  일러스트 정태권 팀장 

청탁금지법, 취지는 좋으나 현재 물가와 시대상황 반영 못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지난 9월 28일 원안대로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3만 원이 넘는 음식을 제공받거나 5만 원이 넘는 선물, 10만 원이 넘는 경조사비를 받으면 형사처벌은 물론 과태료를 물게 되는 등 규제를 받게 됐다. 
청탁금지법은 청렴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법률이다. 법의 적용대상은 정부·공공기관 및 산하단체, 지방자치단체 및 공기업 등의 공직자, 유치원을 포함한 모든 국공립·사립 교육기관, 신문·방송·인터넷 등 모든 언론기관 그리고 종사자의 배우자까지로, 적용 대상자를 모두 합치만 약 400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음식물, 주류 등의 접대 향응을 제공받을 경우 형사처벌은 물론 과태료를 물게 된다. 청탁금지법 시행령안에 따른 상한액과 허용 상한선은 유형별로 식사(식사, 다과, 주류, 음료 등) 3만 원, 선물(금전, 음식물을 제외한 일체의 물품) 5만 원, 경조사비(각종 부조금 및 화환, 조화 등) 10만 원이다. 
업계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의 구체적인 시행령은 과거 ‘공무원의 청렴유지 등을 위한 행동강령(공무원행동강령)’을 많이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령이 제정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넘은 2003년으로 대상기관 관계자들조차 ‘취지는 좋으나 현재의 물가와 시대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외식업계 폐업 속출… “이대로라면 망하는 건 시간문제”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외식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3만 원 이상의 음식을 판매하는 고급 한식집과 일식집의 타격은 예상보다 커 업종전환으로도 모자라 폐업까지 속출하는 상황이다. 장기침체로 법 시행 전부터 심각하게 위축되었던 외식업계의 ‘법 시행 후 매출폭락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반응이다. 
최근 청탁금지법 시행 한 달을 맞아 한국외식업중앙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휴·폐업 또는 업종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외식업체가 전체 조사대상 업체의 29.4%에 달했다. 60년을 이어 온 서울 종로구의 한정식집 ‘유정’이 청탁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폐업을 결정했고, 바로 옆 일식집 ‘학’도 지난 9월 간판을 내렸다. 20년 넘게 여의도를 지켰던 소고깃집 ‘주신정’도 지난 11월 문을 닫았다. 지방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전에서는 지난 10월 한 달간 83개의 음식점이, 전주에서는 65개의 음식점이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대로라면 망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다. 
피해가 가장 큰 곳은 청탁금지법의 식사 제공액 상한선인 3만 원 이상의 외식업소다. 식재료비와 인건비 등 생산원가가 높은 탓에 가격인하가 쉽지 않을 뿐더러 업종 특성상 임대료가 높은 곳에 자리한 곳이 많아 가격을 낮춘다 해도 수익구조를 맞추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궁여지책으로 3만 원 미만의 메뉴를 내놓은 곳들도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이것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판매하고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며 “결국 식재료 원가절감으로 이어져 양질의 외식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회의적인 의견이 대부분이다. 
법인카드 매출 뚝… 일부에선 벌써부터 편법 결제도 
직장 내에서 접대와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외식업소의 법인카드 매출도 급감하고 있다. 특히 청탁금지법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는 공공기관과 언론사 등이 위치한 상권의 외식업소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의 경우 여의도와 광화문, 교대 인근 상권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지난 10월 말 신한카드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전 평일 10일(9월 5~9일, 19~23일)과 시행 후 평일 14일(10월 4~21일) 간 하루 평균 외식업소에서의 법인카드 이용액은 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용액이 줄어든 데 반해 중식과 한식, 일식 등 세부 업종에서의 이용 건수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청탁금지법 이후 3만 원 미만의 영란메뉴 제공업소들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됐다. 
외식업소에서 저녁시간에 법인카드로 계산을 하는 시간은 한 시간 앞당겨졌다. 또 오후 7시 무렵 택시 이용 건수는 청탁금지법 시행 전보다 1.2% 증가한 반면 오후 8~10시 사이는 소폭 감소했다. 청탁금지법 이후 외식업소 이용금액이 낮아지고 2차 문화가 줄어든 결과로 해석된다. 
여의도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지정 시간 이후에는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없도록 아예 카드 자체에 시간제한을 걸어 놓은 회사들도 있다”며 “사내 교육을 통해 회식이나 접대를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곳들도 많아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편법이 이뤄지기도 한다. 3만 원은 법인카드로, 나머지는 현금으로 결제하는 식이다. 한 한정식집 관계자는 “유흥업소에서 이틀에 나눠 결제하는 식의 편법이 외식업소에도 적용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러한 편법에 눈감아 주지 않을 업주들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구멍 뚫린 법안으로 오히려 불법을 부추기는 등 관련 업계만 어렵게 될 것이라는 관계자들의 예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현 시대상황·물가 반영해 법 개정 이뤄져야 
본지 박형희 발행인은 지난 9월 사설을 통해 “과연 청탁금지법이 이대로 시행된다고 해서 법의 취지와 목적대로 부정청탁이 근절될지 의문”이라며 “자칫하다가는 부정청탁 근절은커녕 경기침체의 원흉이 될 수 있다”고 염려를 표한 바 있다. 
외식업계도 마찬가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법안으로 하루아침에 상황이 하늘과 땅 차이가 됐다며 하루 빨리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다. 
여의도 예성가든의 김용선 대표는 “23년간 외식업을 운영하면서 IMF, 광우병, 사스, 세월호, 메르스 등 수많은 고비를 겪었지만 지금은 차원이 다르다”며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해결되지만 이건 법이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긴 터널의 중간에 서 있는 기분”이라며 “희미한 빛이라도 보이면 따라라도 가겠지만 도무지 방향을 잡을 수 없다”는 말로 심경을 대신했다. 남도마루 김경일 대표 역시 “취지야 좋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10년 전 물가를 기준으로 한 법이다.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결코 나아질 수 없을 것”이라고 신속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또한 “법 자체의 취지와 목적이야 당연히 옳지만 시행 이후 농축산가 등 연관 업계의 피해도 고려했어야 한다”며 “부정부패에 음식을 연관시킨 것도 문제이지만 비용 설정 자체도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중앙회는 현재 국회의원 등을 직접 만나 청탁금지법의 문제점을 설파하는 등 외식업주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외식산업협회도 청탁금지법 시행 전 세종시 권익위를 방문해 외식업계의 청탁금지법에 따른 애로 및 건의사항을 전달하는 등 청탁금지법의 규제 폭을 현실성 있게 상향조절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국회의원 등 일부에서도 음식값 상한액을 5만 원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최근 “현실에 맞게 식사비, 선물, 경조사비 등의 한도액을 빨리 재조정해야 하고 직무 관련 행위는 추상적 직무 관련성이 아닌 ‘구체적 직무 관련성’에 한정해야 한다”며 국무총리실 산하 청탁금지법 TF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part 1. 사회통념상 미풍양속도 파괴, 개선 요구 봇물 

part 2. 직장인 ‘저녁 있는 삶’ 뒤에 눈물 흘리는 식당 경영주들 

part 3. 직장인 식사접대 절반으로 줄고 ‘각자내기’ 일반화 

part 4. 현실적합리적 방향으로 개정 추진해야  

 
2016-11-30 오전 09:40:57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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