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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담은 요리로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다  <통권 382호>
보트르 메종 박민재 셰프
관리자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6-12-29 오전 09:43:50



‘보트르 메종’은 프랑스어로 ‘당신의 집·가족’이라는 뜻이다. ‘집에서 식사하듯이 편안하고 행복함을 누리고 가시라’는 박민재 셰프의 마음을 담았다. TV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이 음식을 할 때 마음도 이와 같았다고 하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좋은 요리사는 가족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 때처럼 정성을 가득 담아 먹는 사람으로 하여금 행복을 느끼게 만드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 첫 상륙한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1스타에 오른 보트르 메종 박민재 셰프는 우리나라 로컬 프렌치 다이닝 업계의 1세대 셰프로 불린다. 미쉐린 가이드에서 1스타를 받은 박민재 셰프를 만나 소회를 들어봤다.  
글 육주희 국장 jhyuk@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 


미쉐린을 알고 난 이후 16년 만에 1스타 로망 이뤄
연말이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박민재 셰프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니 뒷통수가 땡겼다. 점심 영업을 마치고 급하게 허기를 면한 박민재 셰프와 차 한 잔을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연일 계속되는 고된 업무 때문에 피곤해 보이는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잠시나마 쉴 수 있는 시간을 빼앗은 것 같아 슬며시 미안해졌다. 다행인 것은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와 침체된 경기 탓에 연말 분위기를 별로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외식업계가 힘들다고 하는데 연말까지 예약이 꽉 차고 새해 예약을 받을 정도라고 하니 기분 좋은 피곤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박민재 셰프에게 미쉐린 가이드에서 1스타를 받은 소감을 물었다. 그는 “미쉐린은 프랑스에 요리 유학을 갔을 때 처음 알게 되었는데 당시 한국에서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음식문화를 접하고 충격이었습니다. 언젠가는 한국에도 미쉐린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고 꼭 별을 받고 싶은 로망이 있었어요. 파리에서 미쉐린을 알고 난 후 16년 만에 꿈이 이뤄진 겁니다”며  “더욱이 ‘보트르 메종’은 지하에 위치해 있어 조건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쉐린 평가 교육을 받은 전문가가 일정한 기준에 의해 평가해 1스타에 선정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고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한다. 

미쉐린 가이드, 외식 비즈니스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
박민재 셰프는 미쉐린 가이드가 우리나라 외식업과 음식문화 발전에 기여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미쉐린을 받은 레스토랑들의 영업이 잘되면 전체 외식업계의 시스템이 그렇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국내에도 많은 프렌치 파인다이닝이 있지만 별을 받은 레스토랑과 별을 받지 못한 레스토랑은 분명히 영업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나고 있어요. 때문에 보다 많은 레스토랑들이 별을 받기 위해 시설과 요리, 서비스 향상에 투자하고 노력할 것입니다. 지금도 평가는 계속 진행 중이니까요”
박민재 셰프는 미쉐린 가이드를 계기로 레스토랑 비즈니스에도 일정 부분 순기능이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의 오너셰프 시스템 외에 기업이나 자본가가 레스토랑 비즈니스에 참여, 투자와 경영이 분리된 레스토랑 비즈니스 시스템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이 부족한 오너셰프가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과 자본가의 참여가 높을수록 우리나라 레스토랑 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보트르 메종 또한 1스타를 받았기 때문에 2스타, 3스타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고, 무엇보다 직원들의 프라이드가 높아져서 매장 전체에 좋은 기운이 감돌아 모두들 더 힘을 내고 있다.

부대찌개 식당 사장이 프렌치 요리 유학을 떠나다
박민재 셰프는 이번에 별을 받은 레스토랑의 셰프들 가운데 비교적 나이가 많다. 어느새 쉰이 넘은 나이에 눈가 주름마저 깊다. 부대찌개로 식당을 시작해 프랑스 유학을 거쳐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미쉐린 1스타를 받기까지 험난했던 지난 인생이 그의 얼굴에 온전히 녹여져 있다. 
사실 그는 흙수저로 시작해 1스타에 오른 대표적인 셰프이다. 그가 외식업계에 뛰어든 것은 1993년 서울 강남에서 80석 규모의 부대찌개 식당을 운영하면서다. 27살에 시작해 32살까지 5년 동안 하루 4~5시간 자고 미친 듯이 일했다. 그동안 돈도 꽤 벌었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자 몸에 이상이 오고 슬럼프가 오기 시작했다. 경영부터 주방 일까지 직접 하다 보니 서서히 지치고 삶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중 우연히 신문에서 프랑스 요리학교 ‘르 코르동블루’에 대한 기사를 보는 순간 번개를 맞은 것처럼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매장을 정리하고 아내와 함께 1999년에 파리 르 코르동블루로 유학을 떠났다. 말도 안 통하지만 새벽에 일어나 늦은 밤까지 허드렛일을 도맡으며 3년 동안 정통 프랑스 요리를 배우면서 현지 레스토랑 주방에서 경험을 쌓았다. 

경기도 양평, 서울 청담동, 삼청동 찍고 신사동
한국에 돌아 온 박민재 셰프가 2002년 처음 오픈 한 곳은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르 꺄레’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이었다. 서울과 가까워 주말이면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빴다. 그러자 주위에서 서울로 옮길 것을 권유했고, 스스로도 서울로 옮기면 영업이 더 잘될 것이라는 자만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르 꺄레는 2년 6개월 만에 양평에서 서울 강남 신사동 씨네씨티 앞으로 이전했다. 그러나 서울에서의 시작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강남 최고의 프렌치 레스토랑이라는 찬사에도 불구하고 3년 동안 영업적인 측면에서 너무 힘들었다.
박민재 셰프는 “월세를 못 낼 정도로 망가지면서 가만히 자신을 되돌아보니 그동안 내 자신을 너무 모르고 남의 눈을 의식해 겸손하지 못했구나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겨울, 매장을 정리하지도 않은 채 문을 닫아 놓고 다시 가방을 싸서 아내와 프랑스로 떠났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몇 달을 살면서 천천히 생각해보니 사는 것은 다 똑같은데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서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돌아왔지만 이후 한국에서의 생활은 힘든 나날이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당장의 생활비도 벌어야 했다. 다행이 레스토랑 단골 가운데 그가 만든 타르트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주문하는 타르트를 만들어 판매하거나 학회나 행사의 단체 도시락 납품을 비롯해 스튜디오에서 요리 강의를 하면서 3년여 동안의 시간을 보냈다. 

셰프의 진심을 담은 요리가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박민재 셰프는 그 3년의 시간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었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남의 눈을 의식하다보니 삶도 음식도 오버를 했더라구요. 레스토랑 운영도 음식도 내 수준에 맞게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때가 제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합니다.”
2009년 새로 시작한 레스토랑 청담동 ‘비앙 에트르’는 단골 고객들의 도움으로 오픈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오픈할 여력이 없었던 그에게 단골 고객 20여 명이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300만 원씩 십시일반 투자를 해줘 자금을 마련했다. 월세를 최대한 적게 내는 조그마한 매장에서 아내와 둘이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공사도 직접 했다. 그곳이 바로 비앙 에트르다. 처음에는 비스트로처럼 편안한 레스토랑을 계획했지만 49.5㎡(15평) 규모에 좌석이 12석에 불과해 하루에 10명의 고객만 받는 철저한 예약제로 식당을 운영하다보니 감사한 마음에 한 가지, 두 가지 음식을 더 내어주면서 자연스럽게 코스요리가 됐다. 그렇게 최선을 다하니 1년 만에 고객들에게 빌린 돈을 모두 갚을 수 있었고, 2~3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것이 있었다. 
“음식을 할 때 이 음식을 드시는 고객이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직접 장을 봐서 정성껏 요리를 했습니다. 고객은 단순히 음식만 먹는 게 아니라 요리를 통해서 셰프의 진심을 느끼거든요. 셰프의 진심 담은 요리가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더욱 생생하게 깨달았죠.”
이후 박민재 셰프는 강북으로 근거지를 옮겨 건축가 조민석 씨가 설계한 삼청동길 송원아트센터에 80석 규모의 널찍한 공간으로 옮겨 정직한 재료로 제대로 된 요리를 선보이며 자신만의 프렌치 요리로 주목을 받았고, 지난 2015년 다시 강남으로 이전했다. 



가장 좋은 재료는 요리사의 심성이다
박민재 셰프는 요리를 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할 말이 많다. “요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문화입니다. 음식에는 그 나라의 역사, 철학, 언어, 기후 등 모두가 들어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프렌치를 하려면 프랑스에 가서 문화, 언어 등을 배우고 이해해야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프렌치를 하는 후배들에게 될 수 있으면 프랑스에 가서 직접 경험하고 느끼기를 권합니다.”
박민재 셰프는 앞으로 자신의 역할은 가능성 있는 후배들에게 셰프로서의 삶과 가능성을 제시하고 제대로 된 길을 안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장 좋은 재료는 요리사의 심성이라고 말하는 그는 테크닉이 뛰어나도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깃들지 않으면 감동을 전할 수 없음을 후배들이 자신처럼 헤매지 않고 터득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박민재 셰프는 “최근 스타 셰프가 인기를 끌고 미쉐린 가이드가 스타 레스토랑을 발표하면서 요리를 하려는 젊은층은 많지만 기본적인 자질을 갖추고 주어진 조건에서 역량을 발휘해 현실적인 문제를 헤쳐 나가는 경우는 드물어 아쉽다”며 “학교에서 셰프의 현실을 정확히 인지시키고, 기본적인 경영에 대한 마인드부터 요리사로서의 마음가짐, 자세에 대해 좀 더 면밀한 가르침이 뒷받침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셰프로서의 철학과 어떤 요리를 하고 싶은지에 대해 물었다. 그의 답은 명쾌했다. “요리사는 요리로 검증받아야 하며, 요리사다운 요리사로 남고 싶다”는 답이었다. 덧붙여 “다음날 아침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 음식에 대한 감동이 다음날까지 이어지는 음식이 그의 음식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언제나 주방을 지키고 있는 박민재 셰프
보트르 메종은 지하에 위치해 있지만 집을 연상시키는 듯 파스텔 톤의 아늑한 분위기이며, 홀 공간은 테이블 사이의 간격이 넓어 방해받지 않고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 도예가 김영환의 작품으로 장식한 룸은 크고 작은 모임에 적합해 편리하다. 테이블 세팅은 차분하고 품격이 느껴진다. 특히 접시를 비롯한 식기는 프랑스에서 핸드캐리한 ‘일 꼬꿰(il Coquet)’ 제품을 사용하는 등 하나하나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보트르 메종은 연말 외식 특수가 실종됐지만 미쉐린 스타 획득으로 전체 40여 석이 연일 만석이다. 런치와 디너 각각 2가지 코스로, 메인 메뉴는 푸아그라, 트러플, 캐비어, 어린 양갈비 등이며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섬세하게 표현한 프렌치 컨템포러리를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언제나 주방을 지키고 있는 박민재 셰프가 있다.

 
2016-12-29 오전 09:43:50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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