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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셰프 스타일로 풀어낸 창작 요리로 승부하다, 알라 프리마 김진혁 오너셰프  <통권 383호>
관리자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7-01-26 오전 06:50:48



삭막한 서울시 강남구 도심에 분홍빛 감각적인 외관과 심플한 금빛 상호로 고객을 맞이하는 ‘알라 프리마’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진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김진혁 오너셰프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은 가치관과 자신만의 색을 더한 요리를 만들어 지난해 미쉐린 가이드 한국편에서 1스타 셰프로 이름을 올렸다. 점과 같이 사소하게 느꼈던 매 순간의 경험들을 하나로 이어 별로 만든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글 이내경 기자 nklee@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

‘알라 프리마(Alla prima)’는 이탈리아어로 첫 시도라는 의미다. 미술 기법에서는 스케치 없이 물감으로 단숨에 완성하는 작품을 뜻한다. 김진혁 오너셰프가 이 단어를 상호로 선택한 것은 처음으로 시도하기에 서툴고 거칠 수도 있지만 그 자체로 매력 있고 색다른 가치를 창출하자는 자신의 철학과 요리가 닮아서다.

알라 프리마 색으로 따낸 값진 별
지난해 11월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이 발표됐을 때 알라프리마 김진혁 오너셰프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알라 프리마가 1스타 이노베이티브 레스토랑으로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이노베이티브로 분류된 레스토랑은 특정 장르의 메뉴를 넘어 셰프가 창작해 만든 요리가 높이 평가된 음식점이다. 알라 프리마는 이탈리안 메뉴를 일식 스타일로 재해석해 특색 있는 요리를 주로 선보이는 곳으로 이탈리안뿐만 아니라 중동, 동남아 등 각국의 음식을 일식 스타일로 풀어낸다.
약 99㎡(30평) 작은 공간이지만 레스토랑을 오픈한 지 1년 3개월 만에 커다란 수확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김진혁 세프의 열정 덕분이었다. 초반에는 일주일에 2~3일은 고객 한 명 볼 수 없을 때도 있었지만 알라 프리마만의 색으로 운영하고자 노력했다. 알라 프리마는 매일 아침 코스 메뉴를 새롭게 구성하는 오마카세 스타일로 운영한다. 그날의 분위기와 김진혁 셰프의 영감에 따라 코스를 선보여 재방문한 고객이라도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특히 4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하고 신선한 식재료를 색다르게 조합하여 고객에게 항상 새로움을 선사해 재방문하는 고객이 많다.
김진혁 셰프는 “미쉐린에 선정되기 전 조사단이 인터뷰를 나와 알라 프리마를 추천하는 익명의 제보가 많아 팬층이 두터울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하더라”는 그는 “이색적인 조합으로 요리를 창작하다 보니 알라 프리마만의 색이 만들어지고 마니아층도 형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서양식의 매력에 빠지다
매일 새로운 코스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셰프의 내공과 순발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김진혁 셰프가 창작 요리를 시작한 것은 일식을 퓨전 스타일로 선보이는 서울 청담동 유명 로바다야키 매장에서 일하면서부터다. 일본 현지에서 요리하고 싶다는 생각에 그는 과감히 일본행을 결심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이 정도의 요리 실력이면 승부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떠났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어학원을 다니면서 정통 일식집에 일자리를 구하러 다녔다. 어렵게 찾은 라멘집과 이자카야에서 1년 동안 근무하다가 일본에 온 이상 일식을 제대로 공부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이듬해 핫토리영양전문학교에 입학한 김진혁 셰프는 이탈리안, 프렌치 등 서양 요리를 기본으로 배우고 일식을 전공으로 선택해 기본기를 쌓았다. 동시에 도쿄 긴자에 있는 한 일식집에 일자리를 구했다. 매장에 걸어 놓은 분자 요리 같아 보이는 메뉴 사진이 그의 마음을 빼앗았다. 일식 식재료를 가지고 서양식 파스타를 만드는 등 서양 요리를 일식 스타일로 재해석해 남다른 퀄리티의 요리를 선보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김 셰프는 창작 요리에 눈을 뜨고 더불어 서양 요리에 대해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김진혁 셰프는 “한국에서 파스타를 두 번 먹어봤을 정도로 서양식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업장에서 요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서양 요리에 매료되었다”며 “서로 다른 특색을 가진 메뉴를 한 번 비틀어 생각하면 전혀 다른 창작 요리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즐거웠다”고 말했다.



우연히 찾아온 터닝포인트
한국에 돌아온 그는 모아 놓은 돈도, 직장도 없는 30대 초반의 청년이었다. 독립할 자본을 마련하기 위해 생활 전선에 뛰어든 그는 국내 굴지의 식품 기업에 입사해 이탈리안, 유럽풍 콘셉트의 다양한 브랜드에서 메뉴 개발과 홀 관리, 프로젝트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대기업에서 일을 시작하니 연봉이 높아져 생활은 나아졌지만,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일하던 사람이 위계서열이 있는 조직 생활에 적응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인생에 잊지 못할 만남도 있었다. 한 프로젝트에서 창작 요리계의 대부인 요네무라 마사야쓰와 협업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요네무라 마사야쓰는 교토의 전통 스타일을 다른 장르 요리에 접목해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셰프로 유명하다. 비록 프로젝트는 무산됐지만 개인적으로 요네무라 마사야쓰와 창작 요리계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이때 김 셰프는 그의 사고방식을 가까이에서 보고 배웠으며, 나아가 앞으로 추구할 요리 스타일과 마음가짐에 관해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셰프는 “요네무라 마사야쓰와의 만남은 인생에서 잊지 못할 전환점이었다”며 “퓨전 일식집에서 요리를 시작하고 일식과 서양식의 장르를 넘나드는 일식집에서 쌓았던 경험들이 일련의 과정으로 정리되며 한 단계 성숙해진 기분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또 “요리 장르에 경계를 두지 않고 끊임없이 상상하며 유연한 요리를 해야겠다는 꿈을 갖게 했다”고 덧붙였다.

불혹 앞에서 도전하다
김진혁 셰프가 대기업에서 6년 동안 일한 경험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편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자신만의 매장을 갖는 꿈을 꾸고 있었다. 40살이 되기 전 승부를 보자는 마음에 39살이 되던 해에 창업을 결심했지만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잘 아는 그였기에 막막한 기분도 감출 수 없었다.
모든 것을 불태울 각오로 오픈한 알라 프리마는 16석 규모의 작은 매장이지만 그의 꿈을 펼치기에 모자람 없는 공간이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녹슬었을지 모를 자신의 감각과 실력을 키우기 위해 매일 치열하게 살고 있다. 매일 다른 메뉴를 선보이는 이유도 그동안 못 해온 음식이 너무나도 많아 하루하루 고객에게 새롭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김 셰프는 “20년 가까이 요리하며 살아왔기에 나만의 매장을 꼭 갖고 싶었다”며 “알라 프리마를 오픈할 때 할 수 있는 것을 다해 보고 실패하면 미련 없이 떠나자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알라 프리마에서 선보이는 메뉴는 일본 요리의 세 가지 요소인 감칠맛과 향, 색감에 기본을 두고 개발한다. 트렌드에 따라 산미를 가미할 때도 있지만 식재료를 통해 감칠맛과 향을 찾는 것을 중점에 둔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는 향을 돋울 수 있는 고수와 해산물 등이다. 이국의 음식을 일식 스타일로 해석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한식 식재료를 발굴해 새롭게 접목하기도 한다.
매번 다양한 장르의 메뉴를 넘나들고 새로운 식재료를 활용할 수 있었던 것에는 김진혁 셰프의 부지런함도 한몫한다. 그는 배움을 게을리한 적이 없다. 대기업에서 일할 때도 요리책을 보며 위안을 얻곤 했다. 그게 습관이 되어 그는 정기간행물은 기본으로 구독하고 새로운 서적이 출판되면 구매해 두었다가 시간이 될 때마다 그 노하우를 익히고 연구한다.
김진혁 셰프는 “요리책은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는다”며 “10년 전에 구입한 책도 다시 읽으면 새로운 게 보이고 몰랐던 게 이해돼 요리를 창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부 같은 셰프로 기억에 남고파
미쉐린 발표 후 알라 프리마는 쉴 틈 없이 바쁜 연말연시를 보냈다. 예약고객도 넘쳐났지만 각종 방송과 매체에서 출연과 인터뷰 제의가 쏟아졌다. 유명 연예인이 방문해 직접 출연을 제안했지만 거절하기도 했다. 좋은 성과를 거뒀을 때 더욱 겸허하게 맡은 역할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김진혁 셰프는 “많은 사람이 알라 프리마를 찾고 요리가 맛있다는 칭찬을 전하지만 아직도 내 요리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더욱이 적은 인력으로 최상의 요리를 만들어 내야 하는 여건상 매체 노출보다 매장 운영을 안정화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외양이 중시되는 사회 속에서도 김 셰프는 자신의 속도로 내실을 다지며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 알라 프리마를 통해 연이 닿은 셰프, 홀 직원 등 인연들을 소중히 생각하고 돌보려 노력하고 있다. 알라 프리마도 하나하나 공들여 발전시킬 계획이다. 아늑한 공간에서 고객이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는 다이닝 레스토랑을 추구하면서 한편으로 셰프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김 셰프는 “셰프로서 참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개인적으로 한국에 사부 같은 적을 둔 곳이 없어 항상 아쉬운데 누군가에게 힘을 주고 위로가 될 수 있는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며 마지막 바람을 밝혔다.
그를 한 번이라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면 그의 요리에 대한 진실함과 열정이 느껴져 그가 참 멋있는 셰프라고 기억할 것이다. 강한 인상 뒤에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요리하는 김진혁 셰프 스타일의 창작 요리가 오늘도 기대된다.

 
2017-01-26 오전 06:50:48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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