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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기에 꽃피웠다  <통권 385호>
카덴 정호영 오너셰프
관리자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7-03-31 오전 08:49:04




JTBC ‘냉장고를 부탁해’ 공식 댄스머신 정호영 셰프의 순박한 외모 뒤에는 일식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삶이 있었다. 스타셰프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지금도 현재 자신의 고향 서울 마포구 일대에서 운영하는 ‘우동 카덴’과 ‘이자카야 로바다야 카덴’을 비우는 일이 거의 없다. 성실함과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그의 활력 넘치는 삶을 엿보았다. 
글 이내경 기자 nklee@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

우연히 시작한 일본 요리
둥글둥글 선한 인상을 가진 정호영 셰프를 보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는 반전 과거의 소유자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 밑에서 성장한 정 셰프는 10대 시절 놀기 좋아하고 공부는 싫어하는 학생이었다. 다만 어릴 적에도 요리에 대한 호기심은 가득했다. 집에서 혼자 놀다가 남은 돼지갈비나 머리 고기를 라면에 넣어 먹기도 하고, 큼직한 고기를 쓱쓱 잘라 구워먹기도 했다. 그에게 요리는 특별한 무엇이 아닌 일상적이고 친숙한 활동이었다. 
정호영 셰프가 요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것은 해군 시절이다. 후반기 교육을 위해 기술행정학교에 입교한 정호영 셰프는 일식 조리실습반을 선택해 이수하고 조리기능사 시험을 치렀다. 당시에는 실력이 부족해 낙방했지만 일식과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했다.
정 셰프는 “어렸을 적부터 일식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는데 날카로운 칼을 사용해 요리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며 일식을 주전공으로 선택한 이유를 말했다.

책임감과 열정의 무게 25kg
정호영 셰프는 군 제대 후 본격적으로 요리 세계에 입문했다. 모친의 권유도 있었지만 주말이면 홀 청소부터 서빙까지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 일을 도우며 자랐기에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어머니의 식당을 이어받을 수도 있었지만 다방면에서 경험하고자 홍대의 한 이자카야에서 일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이자카야가 많지 않았는데 냄비 요리 등 다양한 일본 음식을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주방을 총괄하던 주방장이 건강을 사유로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모든 중책을 정 셰프가 담당하게 됐다. 감당할 수 있는 업무의 범주를 넘어서면서 그만두고 싶었지만 매장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책임감에 이를 악물고 버텼다. 쉬는 시간이면 주변 음식점들의 셰프를 찾아 요리하는 방법을 배우고 조언을 구했다. 정 셰프의 성실한 태도는 이자카야 대표에게도 좋은 인상으로 남았고, 
3년 후 그가 이직할 때 큰 도움을 주었다.
정호영 셰프의 두 번째 직장은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유명 일식당이었다. 입사 후 3개월 동안 25kg이 빠질 정도로 열심히 했다. 매일 마포구 서교동에서 고양시까지 출퇴근하면서도 가장 먼저 도착해 담당한 일을 알차게 소화했다. 아침마다 당일 할 일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며 집 밖을 나섰다. 이곳에서 정 셰프는 일식의 전반적인 기본기를 다질 수 있었다.
정호영 셰프는 “할당된 일을 마치면 또 다른 일이 주어졌다. 요리를 빨리 배우고 싶은 마음에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열정으로 가득 찬 일본 요리 유학 4년
요리 실력이 향상될수록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함께 커졌다. 
정호영 셰프는 일본 문화를 배우고 체험하면 더 완성도 높은 일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2004년 일본행을 결심했다.
정호영 셰프의 일본 생활은 치열함 그 자체였다. 1년 6개 월 동안 어학원을 다닌 후 츠지조리사전문학교에 입학해 일식을 전공했다. 프랑스·이탈리안·중식·일식의 기본기를 전반적으로 다진 후 연회용 코스인 가이세키 요리를 실습하며 다양한 일식 조리 기술을 연마했다.
일본에 있는 동안 정 셰프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한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3년 동안 꾸준히 일한 덕에 마지막에는 주방을 도맡을 정도가 되었다. 고기를 정형하는 일을 제외하고 모든 요리를 총괄했는데 주로 메인 요리인 고기 양념을 만들었다. 제법 두둑한 보수에 쉬는 시간에는 직원들의 요깃거리로 학교에서 배운 것을 실습할 수 있어 그에게 일석이조인 직장이었다. 
하지만 고기를 주로 취급하는 탓에 생선 손질할 기회가 적어 아쉬움을 느낀 정 셰프는 수산시장의 한 업체에 새벽에 나가 일했다. 일본 외식업소는 생선을 마리당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생선포를 양만큼만 주문해 합리적으로 사용한다. 정호영 셰프가 일한 곳은 미쉐린 1스타, 2스타 음식점에 생선포를 납품하는 업체로 품질 좋은 자연산 생선을 주로 취급했다. 정호영 셰프는 이곳에서 생선을 보는 안목부터 손질하는 방법까지 섭렵했다.  
정호영 셰프는 “배운다는 생각으로 무임금으로 일을 시작했다”며 “생선 비늘 치는 기초 단계만 시키던 주인장도 나중에는 미쉐린 스타 음식점에 공급하는 생선 손질을 맡길 정도로 신임했다”고 회상했다.





요리 서적 300권, 끊임없이 연구·개발하다
돌아온 한국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정호영 셰프는 4년 동안 쌓아온 일식 조리 기술을 밑천 삼아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유명한 일식당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채용공고를 올리지 않은 업장도 졸업장과 이력서 두 장을 꼭 쥐고 무작정 찾아갈 정도로 절박했다. 부담스러워하는 곳도 많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을 눈여겨본 청담동 ‘스시효’의 안효주 대표가 그를 주방장으로 채용했다.  
스시효는 그가 바라던 이상적인 직장이었다. 좋은 재료에 배운 기술을 마음껏 접목하며 일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특히 안효주 대표의 창작 요리 미션은 정호영 셰프 자신을 스스로 끊임없이 채찍질하게 했다. 출퇴근 시간마다 일본 요리 서적 3~4권을 필수품처럼 들고 다니며 항상 연구했다. 그때의 습관으로 지금도 일본 요리책을 정기적으로 구독하고 있으며, 좋은 이탈리안·중식 요리 서적도 참고해 끊임없이 연마하고 있다.   
정호영 셰프는 “스시효에서 실력을 한 단계 성숙시킬 수 있었다”며 “현재 소장한 요리 서적이 300권 이상이 넘을 정도로 끊임없이 연구하는 습관을 기르게 되었다”고 말했다.

정호영 셰프의 카덴 시리즈 탄생
2012년 정호영 셰프는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그만의 ‘카덴’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오픈한 것이다. 카덴은 삶의 지침서가 되는 책을 의미하기도 하며, 그가 졸업한 츠지요리전문학교의 실습실 이름이기도 했다. 입문자의 마음을 간직하며 그의 일식전문점을 하나의 교본처럼 만들어 가고 싶었다.
맨 처음 오픈한 카덴은 ‘스시 카덴’이었다. 정호영 셰프는 그가 꿈꾸는 요리 세계를 마음껏 실현하고 싶었다. 서울 강남 유명 일식집에서 사용하는 최고급 재료를 사용하고 가격은 그 절반 수준으로 책정했다. 입소문을 타고 장사는 점점 잘되었지만 매출 등락 폭이 심해 오너세프의 입장에서는 운영에 난항을 겪었다. 고르지 못한 매출은 곧 자신감 하락으로 이어졌다.
정 셰프는 “회로 사용할 재료를 굽거나 튀기는 경우가 많아지자 맛에 대한 자부심도 떨어졌고, 좋은 재료도 선뜻 구매할 수 없었다”며 “단품으로 메뉴를 구성해 고객이 부담 없이 찾기 좋으면서 실험적인 요리를 선보일 수 있는 이자카야로 업종을 변경했다”고 회상했다.
2013년 스시 카덴 자리에서 오픈한 ‘이자카야 카덴’은 성공적이었다. ‘다양하고 맛있는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일식전문점’이라는 콘셉트로 운영했다. 명란젓을 활용한 피자와 같은 다양한 퓨전 요리를 시도했는데 고객 반응이 좋았다. 무엇보다 제철 재료를 사용해 만든 창작 요리는 신선도나 이색적인 면에서 눈길을 끌 만했다.
이자카야 카덴의 성공에 이어 면발 자체로 맛있는 우동을 한국에서 선보이겠다는 일념으로 2014년 2월에는 ‘우동 카덴’을 합정동에 오픈했다. 24시간 동안 숙성한 족타 칼제면을 선보이는데 면발이 쫄깃하고 쉽게 끊어지지 않아 별미다. 육수도 일본에서 수입한 가다랑어, 완도산 밴댕이 등 4가지 재료를 30분 동안 은은하게 우려내 깊은 맛을 전한다. 우동 카덴은 tvN ‘수요미식회’ 등에 소개되는 등 미식가가 사랑하는 맛집으로 통한다. 
그해 10월에 정 셰프는 ‘로바다야 카덴’을 오픈했다. 로바다야는 화로라는 뜻으로 좋은 생선·고기·채소 등을 구워 먹으면 맛이 배가된다는 생각에서 론칭했다. 최상 등급의 비장탄을 사용해 주방에서 일일이 구워 제공하는데 생선 하나를 구워도 20~25분이 소요되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단골 고객은 회와 구이 메뉴를 시켜 회를 먹으면서 구이를 기다리곤 한다.
정호영 셰프의 치열한 노력은 이자카야·우동·로바다야 카덴의 성공적인 운영으로 비로소 꽃피웠다. 좋은 식재료 사용을 원칙으로 모든 조리 과정에 정성을 쏟는 그의 요리 철학이 통한 것이다.
하루하루 발전하는 카덴
정호영 셰프가 피운 꽃은 쉽게 지지 않을 듯하다. 25일 중 20일은 업장을 지키며, 고객의 입장에서 셰프의 입장에서 서버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를 매장 운영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오픈한 2층 규모의 ‘이자카야 로바다야 카덴’은 이를 방증한다. 한 장소에서 숯불구이와 맛있는 일본 음식을 동시에 맛볼 수 있게 기획한 이곳은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면서 셰프에게도 멋진 공간이다. 1, 2층에 주방을 각각 배치하고 한 매장에서 두 브랜드의 식재료를 모두 취급해 재료 호환성 등 관리 효율성을 높였다.
이에 멈추지 않고 이자카야 로바다야 카덴은 또 한 번 변화를 시도했다. 지난 3월 1층에 우동 카덴도 운영하기 위해 공사를 진행, 2층은 이자카야와 로바다야 메뉴를 일괄적으로 취급할 수 있도록 주방 공간을 확장·통합했다. 이달부터 1층에서 우동 카덴, 2층에서 로바다야 이자카야 카덴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정호영 셰프는 “이자카야 로바다야 메뉴를 1, 2층 주방에서 각각 만들다 보니 고객에게 메뉴를 제공하는 순서나 메뉴 사이 시간을 조절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주방을 통합해 고객에게 퀄리티 높은 메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업무 능률도 높아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회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정호영 셰프
오전에는 우동 카덴, 오후에는 이자카야 로바다야 카덴을 오가며 총괄하는 정호영 셰프는 하루 24시간이 항상 모자라다. 하지만 그는 업장뿐만 아니라 방송, 강연장 등 다방면에서 그의 진면목을 과시하고 있다. 그가 유명세를 떨친 건 JTBC 인기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하기 시작한 2016년 말부터다. 평소 외식업 관계자나 미식가들에게 쌓아온 인지도에 카덴의 단골 고객이었던 이연복 셰프의 추천이 방송 출연에 한몫했다. 올해부터는 한국호텔관광실용전문학교의 호텔조리학과 교수로 후배 양성에도 힘쓸 예정이다.
정호영 셰프는 “셰프의 화려한 단면을 보고 진로를 결정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그 이면도 여과 없이 보여주면서 인내하고 이겨낸다면 기회도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재능 기부를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음식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1시간 남짓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없이 순하기만 할 것 같던 정호영 셰프의 평온한 얼굴에서 무림의 고수 같은 아우라가 느껴졌다. 그의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 요리에 대한 열정과 치열함 그리고 끊임없는 연구가 현재의 그를 만들었다. ‘기회는 준비된 자만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정호영 셰프의 삶은 항상 준비 중이었고, 그렇기에 준비되어 있었다.

 
2017-03-31 오전 08:49:04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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