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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자연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 발우공양 김지영 조리장  <통권 386호>
관리자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7-05-08 오전 10:07:59



‘발우공양’은 사찰음식 전문 레스토랑으로 지난해 미쉐린 원스타 식당에 선정됐다. 이곳의 음식을 책임지고 있는 김지영 조리장은 건강식으로 알려진 사찰음식에 자연과 사람을 잇고 싶다는 철학을 담아내고 있다. 그는 무언가를 더해서 복잡한 맛을 내기 보단, 자연스러운 맛을 살리기 위해 비우는 것에 집중하는 사찰음식이야 말로 어지러운 일상 속에서 힐링의 시간을 가져다 주는 음식이라고 이야기한다.   
글 이동은 기자 delee@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

음식에 철학을 담다 
김지영 조리장이 사찰음식을 접한 건 12년 전 선재스님을 만나면서다. 
전통음식을 하던 모친을 돕다가 우연한 기회에 법룡사에서 사찰음식 명장인 선재스님을 만났고 음식에 대한 철학에 이끌려 일을 도우면서 사찰음식을 배울 수 있었다.  
김지영 조리장은 “당시에 처음 접했던 사찰음식과 함께 화려한 궁중음식이나 반가음식, 서양음식까지 두루 배웠지만 결국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잘 맞는 것은 사찰음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선재스님과의 첫 만남 이후 10년 동안 서양음식 쿠킹클래스 등 여러 분야에서 조리 일을 꾸준히 하면서 슬로우푸드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던 중 캐나다에서 열린 슬로우푸드 박람회에 우리나라 대표 조리장으로 참여하면서 다시 선재스님을 만나게 됐다.  
김 조리장은 “슬로우푸드 운동을 접하고 나서 사찰음식에 대한 느낌이 처음과는 달랐다”며 “다시 만난 선재스님은 먹는 것이 곧 나를 만든다는 가르침을 주셨고 이 말에 알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슬로우푸드운동과 선재스님과의 인연으로 발우공양을 운영하고 있는 불교문화사업단 측에서 발우공양 조리장 자리를 제의해왔다. 발우공양은 지난해 1월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김지영 조리장을 영입했고 이후 재오픈과 함께 미쉐린 레스토랑 선정이라는 경사를 맞았다. 
사찰음식에 담겨 있는 철학과 의미는 음식으로 자연과 사람을 연결시킨다는 김지영 조리장의 생각과도 통해 있다. 김 조리장은 “음식을 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족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김 조리장은 재료 본연의 자연스러운 맛을 내기 위해 간장, 된장, 고추장 등 5가지 전통 장을 중심으로 음식을 만든다. 더하기 보다는 빼기,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는 점이 김지영 조리장이 사찰음식에 빠져든 이유다. 그는 “육류와 오신채를 빼고 화려한 양념이 가미되지 않은 사찰음식의 소박하고 간결한 맛이, 너무 과하게 먹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휴식과 같은 음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찰음식, 전통음식의 별로 떠오르다 
발우공양이 지난해 11월 2017 미쉐린 원스타 레스토랑에 선정되면서 김지영 조리장은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발우공양은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고 쿠킹클래스와 인터뷰 요청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김 조리장은 “작년 4월 외국인 고객 2명이 찾아 왔는데 미쉐린 평가단인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재오픈 이후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았을 텐데 평가단이 방문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번 발우공양의 미쉐린 원스타 레스토랑 선정은 김지영 조리장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사찰음식이 한국 전통음식으로 인정받고 세계적인 음식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 조리장은 “사찰음식은 1700년 동안 스님들이 꾸준히 먹어온 음식이고 지금도 일상에서 먹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맛의 비법은 사찰에서 담근 전통장  
발우공양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사찰음식을 선보이기 위해 사찰에서 만든 장과 갖가지 한식재료를 활용한 전통 조리법으로 정교하게 차려낸다. 김지영 조리장은 “제철 식재료의 맛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양념만 사용한다”며 “보통 2~3가지의 양념, 많아야 5가지 정도가 들어가는데 사찰에서 직접 담근 된장, 고추장, 간장으로 깊은 맛을 살린다”고 설명한다. 
사찰에서 담근 장의 특별한 점은 자연환경이다. 김 조리장은 “장이 잘 만들어지려면 주위에 소나무가 많아야 하는데 사찰은 이런 환경들이 잘 조성되어 있다”며 “산사에서 부는 바람, 햇빛, 물 등 좋은 환경이 장맛을 더 좋게 한다”고 말했다. 
사찰음식은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 등 오신채라 불리는 자극적인 맛의 채소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사람은 맛이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다. 발우공양을 찾는 고객 중 20%는 이런 자연스러운 맛을 선호하는 외국인 고객들이다. 김지영 조리장은 “외국인 고객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보면 앞으로 우리나라 사찰음식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계절감을 듬뿍 담은 다양한 사찰요리   
발우공양의 메뉴는 선식, 원식, 마음식, 희식 4종류의 코스요리로 이뤄져 있다. 코스 초반에는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계절감을 나타내고 중·후반에는 표고버섯냉면, 사찰만두, 두부구이 등 다양한 사찰요리를 선보인다. 
코스 초반에는 입맛을 돋우기 위한 술적심 요리와 죽이 나오는 죽상, 애피타이저 격인 상미를 제공하는데 요즘 제철을 맞은 봄나물을 활용해 봄나물 겉절이, 봄나물 잡채 등을 선보인다. 김지영 조리장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메뉴로 죽상에 나오는 쑥콩죽을 꼽는다. 쑥의 그윽한 향과 콩의 고소한 맛이 어우러진 죽이 살짝 입맛을 돋우며 식전 속을 편안하게 하기 때문이다. 
코스 중반에 선보이는 식사류는 육류를 사용하지 않는 사찰음식의 특성상 버섯과 콩, 견과류를 활용해 영양과 맛을 챙긴다. 스님들은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수 없기 때문에 밀가루에 들어 있는 글루텐 단백질에 입맛이 당긴다고 한다. 
사찰만두, 모둠전, 표고버섯냉면과 같이 밀가루를 사용한 메뉴에 ‘스님을 미소짓게 만든다’는 승소(僧笑)라는 별명이 붙여진 이유다. 발우공양의 대표 메뉴인 모듬버섯강정과 녹두전, 표고버섯냉면은 계절에 상관없이 항상 맛볼 수 있다.
고객들은 20가지가 넘는 사찰음식 코스요리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소박하기만 할 것 같았던 사찰음식이 만두, 냉면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니 사찰음식의 반전 매력을 보았다고 입을 모은다.   

발우공양은 먹는 것과 만드는 것 모두가 수행
사찰에서 스님들이 식사하는 것을 발우공양이라고 한다. ‘발우’는 스님들의 그릇을 뜻하는데 식사를 마친 뒤 그릇을 헹구고 남은 물까지 모두 마시는 것으로 식사가 끝난다. 만든 이를 생각해 쌀알 하나도 버리지 않는 마음은 음식을 비움으로써 정신과 마음을 수양하는 수행과정으로서의 식사를 완성시킨다.
사찰음식은 만드는 것 또한 수행의 일부다. 김지영 조리장은 고객 한명 한명이 자신의 음식을 통해 건강한 에너지를 받을 수 있도록 수행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철학을 담아낸다.  
그는 “요리를 한다는 것은 단순 노동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하나의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사찰음식은 건강식으로 잘 알려져 있기에 음식에 담은 뜻이 고객들에게 잘 전해져서 몸뿐만 아니라 마음과 정신이 건강해지는 음식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2017-05-08 오전 10:07:59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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