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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보다는 새로움, 요리는 즐거운 모험이다. 제로컴플렉스 이충후 오너셰프  <통권 387호>
관리자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7-06-01 오전 10:15:30



만 31세, 국내 최연소 미쉐린 스타 셰프로 알려진 이충후 셰프는 고정관념을 깬 색다른 프렌치 요리로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꽃미남 셰프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하는 그는 경남 진주 출신으로 솔직하면서도 담백한 성격을 가졌다. 본연의 맛을 심플하게 풀어내는 한 폭의 작품 같은 그의 요리는 어딘지 모르게 그와 닮아 있다.
글 이동은 기자 delee@foodbank.co.kr  사진 박문영 프리랜서팀장 

문화충격으로 다가온 프랑스 유학 
이충후 셰프는 어릴 적부터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레고, 과학상자 같은 장난감으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내고 자신의 손에서 짧은 시간 안에 탄생한 결과물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요리에 입문하게 된 결정적 계기를 딱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릴 시절부터 즉흥적으로 만들어 낸 요리를 가족이 맛있게 먹고 처음 시도해 본 요리가 주위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으면서 서서히 요리에 호감을 느꼈다. 
군 제대 후 양식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파리로 떠난 것이 23살 때였다. 젊음과 패기로 무장한 경상도 사나이는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는 질문에 “나는 이충후다”라고 대답할 정도로 프랑스에 대해서 아는 게 전무했다. 
이 셰프는 “지방에서 살던 촌사람이 뭘 알겠나. 정통 프렌치를 접해본 적도, 프렌치 요리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절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양식으로 먹어 본 요리는 돈가스와 햄버그스테이크가 전부였다. 하지만 파리에 도착해서 맞닥뜨린 정통 프렌치는 상상 그 이상으로 놀라웠다.
그는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외식을 했는데 고등어를 달게 먹더라. 조림이나 구이로만 먹는 줄 알았지 달게 먹는 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며 “그야말로 문화충격이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현지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고등어요리는 라즈베리로 만든 식초소스를 껴얹어 달콤하게 즐기는 요리였다. 이 셰프는 처음 맛본 요리에 감탄하면서 앞으로 고정관념을 깬 재미있는 요리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요리를 가지고 재미있게 놀고, 즐겨라
르 꼬르동 블루에 입학해서 제일 먼저 난관에 부딪혔던 것이 언어 문제였다. 낯선 타국에서 위축될 법도 하지만 오히려 적극적인 자세로 수업에 임했다. 그는 “아무래도 요리를 하면서 사용하는 언어들이라 꽤 제한적이었고 매일 반복적으로 듣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귀가 트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적극적인 수업 태도로 조교를 맡았고, 교수들 옆에서 일을 도와주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 첫 직장은 당시 미쉐린 2스타였던 ‘미쉘 호스탕 레스토랑(Restaurant Michel Rostang)’이었다. 정통 프렌치를 전문으로 하는 주방에서 일을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6개월 동안 인턴으로 일했지만 그는 클래식한 요리보다는 다양한 응용이 가능한 모던 프렌치 요리에 마음이 끌렸다.  
어느날 서점에 들러 요리책을 보다가 음식 사진 하나에 시선이 꽂혔다. ‘르 샤토브리앙(Le Chateaubriand)’이라는 레스토랑의 이냐키 애즈피타르트 셰프가 만든 요리 사진이었다. 이충후 셰프는 다른 책에서도 눈에 띄는 음식 사진을 발견했는데 모두 이냐키 셰프의 사진이었다고 설명했다. 
문은 두드려야 열린다고 했던가? 샤토브리앙에 인턴으로 지원했고 결국 함께 일하고 싶었던 이냐키 셰프의 레스토랑으로 들어가게 됐다. 
이충후 셰프가 이냐키 셰프에게서 배운 것은 요리를 가지고 노는 법이었다. 그는 “이냐키 셰프가 하던 방식대로 요리하고 싶었어요. 요리를 가지고 놀고, 재료를 가지고 논다는 느낌을 배웠죠. 지금도 저희 직원들에게 요리를 가지고 즐기라고 이야기해요”라고 설명했다. 
3개월이 지날 무렵 이냐키 셰프에게 인정을 받아 ‘르 도팡(Le Dauphin)’의 정직원으로 합류했다. 오픈멤버로 들어가서 르 도팡 레스토랑을 프랑스에서 예약하기 힘든 인기 레스토랑 TOP 3로 만드는 데 기여한 것이다.   

최고의 레스토랑보다 새로움을 선사하는 레스토랑 
2013년 7월, 6년 동안의 프랑스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 서래마을에 ‘제로컴플렉스’를 오픈했다. 제로컴플렉스는 이충후 셰프의 큰누나가 지어 준 이름이다. 디자인을 전공한 그의 누나는 오픈 당시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아무 것도 없음을 뜻하는 0(제로)이라는 숫자처럼 모던하면서 심플한 콘셉트를 레스토랑에 담아내고자 했다. 
눈에 띄는 특별한 인테리어도 화려한 조명도 없지만 차가운 질감의 스테인리스 벽면과 메탈릭한 테이블, 큰 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이 마치 깔끔한 주방의 연장선상처럼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테이블마다 놓인 하얀색 양초도 촛불을 밝히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뿐 더없이 심플하다. 
메뉴판은 A4용지 1장에 코스 요리 5~6가지를 적은 게 전부. 요리 이름도 ‘삼치 체리 장미’, ‘요거트 처빌 소렐’처럼 설명 하나 없이 식재료 3가지만 나열해 놓아서 이름만 들어서는 도저히 맛을 상상할 수 없다. 수수께끼 같은 음식명이 불친절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이충후 셰프가 고객들에게 선사하는 재미 요소다. 
그는 “셰프가 다 적어 주면 재미가 없잖아요. 고객들에게도 생각할 시간을 주고 싶어요. 상상력을 자극해서 즐거움을 주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음식을 보여 주는 방식에도 독특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 최고의 레스토랑보다는 새로운 레스토랑을 만들어 나가는 게 이충후 셰프의 목표다.  

프렌치 요리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다 
제로컴플렉스의 심플한 분위기는 레스토랑에서 선보이는 메뉴 콘셉트와도 맞아 떨어진다. 가벼운 터치만으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 대신 고객들이 쉽게 접하지 못했던 매력적인 식재료를 찾아 소개한다. 
특유의 알싸한 맛을 내는 한련화, 깻잎처럼 고유의 독특한 향이 나 생선과 소고기에 사용하는 당귀, 달콤한 맛이 특징으로 생선 요리에 잘 어울리는 펜넬꽃 등 흔히 사용하지 않는 허브와 채소를 비중 높은 식재료로 과감하게 사용한다. 
이곳에서 쓰는 채소는 모두 미영농장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것이다. 이충후 셰프는 매주 경기도 여주에 있는 미영농장을 찾아 새로운 식재료를 발굴하고 영감을 얻는다.
이 셰프는 “다양하고 신선한 식재료 중심의 요리를 하던 프랑스와 달리 한국에서는 원하는 식재료를 찾을 수가 없어 레스토랑 운영에 재미가 시들해질 무렵 지인의 소개로 박미영 농부를 만났다”며 “농장을 처음 찾았을 때 그동안 찾아 헤매던 식재료와 생전 처음 보는 이름 모를 풀, 꽃들이 지천에 피어있어 숨어 있는 보물섬을 발견한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코스 메뉴 중에 ‘미영샐러드’라는 이름을 넣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충후 셰프는 “박미영 농부를 만난 후 추구해오던 요리 색깔이 더욱 분명해졌다”며 “입으로 음미하기 전에는 머릿 속으로 그릴 수 없는 맛,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맛이 바로 제로컴플렉스가 추구하는 요리”라고 강조했다. 미영샐러드는 갑오징어, 참소라, 멸치 등 제철 해산물에 소스와 양념을 최소한으로 하고 다양한 허브와 채소를 올려 코스요리를 완성한다. 삼치 체리 장미는 설탕을 입혀 달콤하게 구워낸 삼치에 산미가 도는 소스와 체리, 말린 장미를 올린다. 고객들은 입안에서 감도는 향이 마치 삼치에서 장미가 피어나는 것 같다고 표현한다. 
요거트 처빌 소렐은 홍차를 넣은 요거트 무스에 파슬리보다 복잡하고 매력적인 향을 가진 처빌과 신맛이 나는 소렐을 넣어 새로운 허브향을 연출했다. 이충후 셰프는 비스트로 프렌치가 아닌 프렌치 요리의 전혀 다른 카테고리를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점이 미쉐린 평가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2017 미쉐린 가이드 서울, 최연소 스타 셰프 선정 
제로컴플렉스는 지난해 2017 미쉐린 가이드 서울 원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 이충후 셰프는 최연소 스타 셰프라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최연소라는 타이틀에 대해 주위의 많은 격려가 있었고 특히 레스토랑에 찾아오는 셰프 분들 중에는 젊은 셰프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다며 응원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만들고 있는 요리를 하나의 분류로 인정해 주고 다양한 식재료를 여러 요리로 표현해 내는 것에 대해 힘을 실어 준 것 같아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제로컴플렉스는 셰프들이 애정하는 레스토랑으로 유명하다. 한 달에 한 번씩 메뉴가 바뀌는데 셰프들이 방문해 제철 허브와 채소를 맛보고 식재료 자체의 신선한 맛을 즐긴다.
임정식 셰프도 다양한 허브와 독특한 맛에 매료되어 제로컴플렉스를 자주 찾는다. 이충후 셰프는 다른 셰프들이 자신의 음식에서 영감을 받아 또 다른 새로운 요리를 창작할 수 있는 모티브가 된다면 그것만큼 영광스러운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겉모습은 꽃미남 사실은 심플한 경상도 사나이
이충후 셰프의 요리는 한 폭의 그림과 같은 플레이팅이 특징이지만 맛을 보면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심플함이 그와 닮았다. 이충후 셰프는 꽃미남 셰프로 유명하지만 성격은 솔직, 담백, 심플한 경상도 사나이 그 자체다.
이 셰프의 고향은 경상남도 진주로 어릴 적 뛰어 놀던 고향의 자연환경은 그의 요리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도시의 빌딩숲에서 벗어나 푸른 숲과 바다로 향하는 마음을 접시 위에 요리로 펼쳐보인다. 어린시절 눈에 담아 왔던 자연의 색감이 총천연색 요리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으로 어머니가 끓여주시는 떡국을 꼽는 이충후 셰프는 항상 가족에게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고향에 내려가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떡국을 맛보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요리를 계속 새롭게 변화시켜 나갈거에요. 1년 후에 찾아 온 고객들이 이렇게 달라졌어? 라는 말을 하게끔 말이죠”라고 포부를 밝혔다.

 
2017-06-01 오전 10:15:30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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