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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도마는 재료와 사람에게 맞춘 도마. 바우하우스 권오출 대표  <통권 390호>
관리자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7-08-31 오전 10:24:14



한식, 일식, 중식…. 메뉴는 달라도 모든 요리는 도마 위에서 시작된다. 재료를 다듬고 자르는 조리사의 칼질을 도마가 어떻게 흡수하느냐에 따라 요리하는 사람의 마음과 음식의 맛을 좌우한다. 40년 목공예 장인 인생을 걸어온 바우하우스 권오출 대표는 아내를 위해 만들었던 원목도마가 도마 제작 사업의 시작이 되었다고 말한다. 요리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음식이 맛있다는 철학으로 나무도마를 손수 만들어 가고 있는 그를 남양주 진전읍의 작업실에서 만나봤다.
글 이동은 기자 delee@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


도마 장인이라고요? 부끄럽습니다  
연일 35℃를 넘나드는 8월 초, 작업실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나무도마를 다듬고 있는 권오출 대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뿌연 나무가루로 뒤덮혀 있었다. 
“하루에 주문 전화가 200통 이상씩 걸려옵니다. 실제로 하루 제작에 들어갈 수 있는 물량은 50~60개 정도로 주문을 다 소화해내지 못해 바쁜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7월 말 SBS 방송프로그램 ‘생활의달인’에 나무도마 장인으로 소개되면서 유명 인사가 됐다. 수제도마는 원목을 통으로 잘라내고 손으로 부드럽게 다듬어 가면서 세심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공장에서 찍어내듯 많은 물량을 생산할 수 없다. 
지금은 도마 제작에 온힘을 쏟고 있지만 그가 처음부터 나무도마를 제작했던 것은 아니다. 17살 때 가구공장에 취직한 것이 원목을 이용한 가구 제작에 몸담게 된 동기다. 
“가구공장에서 나와 오디오 장식장을 만드는 회사에서 20년 동안 일했습니다. 1992년에 독립해 장식장개인 사업을 시작했지요. 원목으로 가구를 만들고 장식장을 만들면서 나무의 종류와 재질에 따른 특성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지금 여러 종류의 원목도마를 만들게 된 것도 다양한 나무 재질을 공부했던 것이 계기가 된 것이지요.”     
1990년대 후반 오디오 시장이 사양산업으로 접어들면서 장식장을 찾던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 즈음 도마를 만들어 달라는 아내의 요청으로 원목도마를 만들었던 것이 지금 사업의 시작이다. 
“창고에 쌓아 둔 목재 더미 속에서 왕벚나무 원목을 발견했습니다. 벚나무는 팔만대장경 제작에 사용될 정도로 단단하고 밀도가 촘촘해서 물이 잘 스며들지 않죠. 이것으로 도마를 만들면 되겠다 싶어 만들었는데 아내가 써보고 너무 좋다는 말에 처형에게도 하나 만들어 주고, 입소문을 타고 퍼져 나가면서 친척들과 주변 이웃 너나할 것 없이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아예 도마를 전문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현재 권오출 대표의 공장규모는 991㎡(300평) 정도로 도마 매출만 연평균 15억 원이다. 전화 주문과 온라인 주문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에서 소문을 듣고 공장까지 찾아 와서 도마를 여러 개 사가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 
“도마 장인이라는 말은 아직까지 부끄럽습니다. 그저 저의 솜씨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고객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지요.”   

좋은 도마는 좋은 나무로부터 시작된다  
권 대표는 40년간 원목을 다뤄온 전문가로서 국내는 물론 해외 지역별로 생산되는 원목의 특성을 꿰뚫고 있다. 같은 나무라 해도 생산지별로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찾아가서 확인하고 까다롭게 고른 원목을 국내에 들여와 도마로 제작한다. 
“원목을 직접 고르는 이유는 좋은 도마는 좋은 나무로부터 나온다는 철학 때문입니다. 원목을 고르는 것부터가 나무도마 제작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수입한 캄포나무 원목도 호주 생산지를 직접 둘러보고 엄선해서 들여왔습니다.” 
권 대표가 컨테이너 단위로 수입한 나무는 제재소에서 1차 가공을 거친 뒤 나무판자로 재탄생한다. 나무판자는 건조장에서 2달간의 자연건조와 20일간의 인공건조 과정을 거친 뒤 비로소 권 대표의 작업장으로 옮겨진다.  
작업장에서 거칠고 투박한 나무판자를 매끈한 도마로 완성시키기까지 권 대표가 기울이는 정성은 남다르다. 거친 나무판 위에 연필로 도마 형태를 그리고 기계톱으로 잘라내 가면서 모양을 잡는다. 이 과정이 끝나면 얼추 도마의 형태가 나오지만 가장 중요한 수평잡기와 매끄럽게 다듬는 과정이 남아있다. 
굉음을 내며 엄청난 속도로 돌아가는 기계사포 벨트에 도마 윗면을 대고 40년 내공의 장인만이 가질 수 있는 손끝의 미세한 감각으로 평평하게 수평을 잡아간다. 집중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나무도마가 갈려나가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순간이다. 사포벨트 위에 도마를 대는 순간 작업장이 온통 매캐한 나무가루로 뒤덮이면서 처음 방문한 사람은 눈이 따깝고 껄끄러운 공기탓에 연신 기침을 해댈 정도다.
이 작업이 끝나면 원형 사포를 이용해 도마 옆면을 매끄럽게 만들어 주고 마지막으로 수분이 배어들지 않도록 도마 표면에 포도씨유를 골고루 바른 뒤 다시 일주일의 건조과정을 거친다. 
완성된 도마를 만져보니 아기 피부같이 부드럽고 매끈하다. 권 대표가 이렇게 정성들여 다듬는 것은 도마 속으로 들어가는 수분 침투를 막아 모양의 변형없이 오랫동안 위생적으로 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가 강조하는 도마 제작의 핵심 요소는 함수율과 강도, 수평이다. 
“원목의 수분 함유율이 15% 내외로 잘 건조되지 않으면 사용하면서 모양이 변형될 수 있습니다. 칼을 탄력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파이지 않는 단단함과 뒤뚱거림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수평도 요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도마를 만드는 데 있어서는 매우 중요하죠.” 
   
요리에서 중요한 건 도마와 칼의 궁합
바우하우스에서는 느티나무, 산벚나무, 편백나무, 단풍나무, 물푸레나무, 호두나무, 캄포나무 등 다양한 원목으로 나무도마를 제작 중이다. 재질별로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메뉴, 식재료별로 도마가 달라야죠. 예를 들어 강한 칼을 쓰는 중식당의 경우 단단하면서 강도가 있는 호두나무나 단풍나무가 좋습니다. 강한 칼에 무른 도마를 쓴다면 도마가 파이면서 요리의 작업성도 낮아지고 위생상으로도 좋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칼이 날렵하면서 예민한 일식도는 칼을 보호할 수 있도록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탄력적인 은행나무나 편백나무가 좋습니다.” 
뼈째로 잘라야 하는 통닭과 세심하게 손질해야 하는 생선살, 신선도가 중요한 채소류 등 식재료별로 사용하는 도마가 달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권 대표는 아내에게 만들어 주었던 산벚나무 도마를 예로 들며 도마용 원목에 대해 설명했다. 
“천년이 넘는 세월을 변형 없이 견딘 팔만대장경판의 64%가 벚나무로 만들어졌습니다. 벚나무는 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있어 악기, 건축 내장재, 가구로도 많이 사용합니다. 우리나라 전통 활인 국궁 제작에도 벚나무가 쓰이죠.”   
식당용으로는 벚나무보다 조금 더 탄력적이면서 항균작용이 뛰어난 캄포나무 도마를 추천했다. 오랫동안 칼질을 해야 하는 식당이나 영업소에서 손목을 보호하면서도 나무 자체에 항균성분이 있어 박테리아, 곰팡이 증식, 벌레 퇴치 등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독성이 있는 몇몇 나무를 빼놓고는 모든 나무로 도마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도마를 꼽으라면 용도와 사용자에 맞게 제작된 도마입니다.”
그는 식당용으로 좋은 도마를 추천해 달라는 질문에 수십여 가지 원목을 다뤄 본 장인만이 할 수 있는 대답으로 받아쳤다. 지금은 홈페이지나 전화 주문을 통한 가정용 도마 판매 비중이 높지만 고객이 원할 경우 맞춤형으로 크기와 원목을 선택해서 도마를 제작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앞으로 식당용 도마 제작도 늘려갈 계획입니다. 요리의 첫 단계가 도마 위에서 이뤄지는 만큼 식당에서 도마가 상당히 중요하죠. 칼과의 궁합,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을 좌우하는게 바로 도마이기 때문에 그만큼 요리의 맛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권 대표는 조리사와 셰프들에게 몸의 일부처럼 딱 맞는 맞춤형 고급 도마 제작도 늘려갈 예정이다. 
 
주방에서 식탁으로, 플레이팅의 색다른 매력 
최근 원목도마는 주방용 조리기구로서 뿐만아니라 음식을 올려놓는 플레이팅의 새로운 포인트로 주목 받고 있다. 권 대표는 하루 2~3건 이상씩 플레이팅용 도마 제작을 문의하는 전화가 걸려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요즘 원목도마 위에 곡물빵을 놓아 건강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레스토랑이 있는가하면 신선한 돈육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고깃집에서 생고기를 나무도마 위에 내가기도 합니다. 외식업계뿐만 아니라 푸드스타일리스트, 음식 스튜디오 등 특히 젊은 사업가들이 문의를 많이 해오죠.”  
고객이 시안을 보내오면 원하는 디자인으로 특별 제작을 해주고 메뉴 특징에 맞게 도마의 크기를 줄여서 플레이팅용으로 만들기도 한다. 
기존의 모양대로 만드는 것보다 새로운 디자인의 도마를 만드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는 새로운 도전과 시도가 원목도마의 색다른 매력을 찾아 가는 것 같아 기쁘기만 하다고 대답했다. 
“한동안 원목도마가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설 자리를 잃었었는데 젊은 감각으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 주는 것이 고맙기만 하죠. 앞으로 원목도마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할겁니다.”  

 
2017-08-31 오전 10:24:14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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