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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 솔루션 넘어 밀 솔루션으로  <통권 392호>
육가공 시장에 새로운 식문화를 심다
에쓰푸드(주) 조성수 대표
관리자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7-11-09 오전 10:20:32



에쓰푸드(주)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에쓰푸드는 국내 식품 업계에 육가공이라는 개념조차 낯설던 1987년 시장에 뛰어든 이래 30년간 줄곧 B2B 시장 선두 자리를 지켜온 육가공 전문 기업이다. 이제부터는 육가공 제품을 다양한 메뉴군으로 확장, 미트 솔루션(Meat Solution)을 넘어 밀 솔루션(Meal Solution)을 실현하겠다는 비전이다. ‘좋은 제품으로 새로운 식문화를 창출한다’는 기업의 사명을 뚝심 있게 지키며 해를 거듭할 때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주인공. 창업주인 조태철 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 2013년 취임한 조성수 대표다.  
글 박선정 기자 sjpark@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

87년, 호텔 주방문을 두드리다 
국내 육가공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9281억 원. 에쓰푸드는 같은 해 123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시장의 13.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에쓰푸드는 B2B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1987년 설립해 첫 제품을 생산할 시점부터 철저히 B2B 외식시장만을 공략했다. “소시지 하면 어육으로 만든 분홍 소시지를 떠올리던 때였다. 고기가 귀하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육가공 제품의 고기 함량도 낮을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품질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에쓰푸드가 추구하는 제품은 육가공의 본고장인 독일식 정통 햄소시지로 대중에게 알려진 ‘소시지’와는 너무 달랐다.” 
우리나라 외식시장이 88올림픽을 기점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면 에쓰푸드는 그보다도 1년이나 앞서 정통 햄소시지를 선보였다. 창업주 조태철 회장은 독일의 육가공 전문 마이스터와 함께 당시 최고급 외식공간이었던 특급호텔 레스토랑을 문을 두드렸다. 호텔 주방장들 사이에 에쓰푸드의 제품이 입소문이 나면서 천천히 조금씩 시장을 넓혀나가길 30년, 이제는 우리나라 외식업체에 육가공 제품을 가장 많이 파는 업체가 됐다. 특급호텔은 물론 외식 프랜차이즈 특히 유명 피자, 베이커리, 샌드위치 브랜드 가운데 에쓰푸드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1980년대 말 소시지는 밥반찬이었다. 부친은 소시지를 반찬이 아닌 밀(Meal)로서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슈퍼마켓의 ‘육가공 제품’이 아닌 외식공간의 ‘메뉴’ 형태가 좋겠다고 판단했다.” 탁월한 선견지명이었다. 

식문화는 경험을 통해 퍼져나간다 
조성수 대표가 에쓰푸드에 발을 들인 것은 2009년이다. 그 전까지는 뉴욕에서 항공기 구입 및 운영 등과 관련한 항공금융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뉴욕으로 부친이 날아오셨다. 한창 자리를 잡아가고 있을 때라 아쉽기는 했지만 안 하면 안 된다는 사명감 같은 게 있었다. 부친은 중학생 시절부터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면 꼭 내 의견을 물었다. 그때부터 남의 회사라는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경영지원실장으로 시작해 총괄부사장을 거쳐 2013년 1월 2일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2012년 12월 31일 조태철 회장의 은퇴식 이후 이틀만이었다. 
조태철 선대회장이 B2B 시장 개척으로 큰 길을 닦아놓았다면 그는 여기에 B2C 시장이라는 새 길을 열기로 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존쿡 델리미트의 론칭이다. 바비큐와 학센, 샌드위치 등 육가공(델리미트)을 활용한 레스토랑 메뉴와 함께 다양한 육가공 제품을 판매하는 그로서런트로 2013년 분당 정자동에 첫 매장을 냈다. 우리나라에 그로서런트라고는 백화점 등 대기업 유통업체가 들여온 해외 유명 브랜드 정도에 지나지 않을 때였다. 
조 대표는 단순한 그로서리+레스토랑 콘셉트를 넘어 체험형 콘텐츠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일반 소비자 시장을 공략해나갔다. 매장 입구 그로서리 코너에 다양한 제품을 전시해 눈으로 볼 수 있게 하고, 이들 제품을 사용한 고급 요리들을 다이닝 메뉴로 선보였다. 여기에 쿠킹클래스, 소시지클래스, 하몽클래스, 공장견학 등의 프로그램을 덧붙여 존쿡 델리미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를 제공했다. 이러한 것들은 4년이 지난 지금 고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존쿡만의 특별한 가치로 자리 잡았다. 클래스가 열리는 날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오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팬 고객이 상당하다. “문화란 경험과 학습을 통해 확산된다. 식문화도 마찬가지다. 흔히 어렵다는 와인도 마실수록 그 맛을 알게 되고, 포도 품종과 지역 특징을 찾아보며 공부하는 과정을 통해 빠져들게 되는 법이다.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권하고 싶어진다. 이게 바로 문화의 확산 과정이다.” 
존쿡 델리미트 정자점 벽면에는 ‘Enjoy, Experience, Learn, Share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오픈 당시 조 대표와 직원들이 함께 만들어 손으로 적어 넣은 문구다. 최근 매장을 리뉴얼하면서도 이 글귀만큼은 없애지도 덧쓰지도 않았다. 군데군데가 지워져 흐릿해 보이는 글 속에는 조 대표를 포함한 에쓰푸드 직원들의 마음과 바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대를 앞섰던 시행착오
그에게도 시행착오는 있었다. 존쿡 델리미트를 론칭하기 훨씬 전인 2006년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오픈했던 존쿡 미트앤델리는 아쉽지만 의미 있는 실패작이다. 독일의 육가공 마이스터인 존마크와 함께 개발한 햄과 소시지를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 전시를 하고 썰어 팔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은 실패로 끝났다. ‘햄과 소시지는 몸에 안 좋다’는 육가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털어내지 못한 탓이었다. “당시 고소득층이라는 타워팰리스 거주자들 중에서도 하몽과 프로슈토를 아는 사람은 불과 2~3%에 지나지 않았다. 너무 앞서갔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육가공은 물론 하몽과 프로슈토 등 건조육을 알리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했다고 자부한다. 당시 이미 하몽과 프로슈토용 전문 설비를 갖추고 생산까지 하고 있었으니까.” 
하몽과 프로슈토는 육가공 제품 중 원재료를 건조발효시켜 만드는 건조육의 하나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생햄인 하몽은 돼지 뒷다리를 통째로 소금에 박아 염장한 뒤 소금기를 씻어내고 건조숙성해 만드는데 이베리코 흑돼지로 만든 것을 최고급으로 친다. 프로슈토는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생햄으로 흔히 멜론에 곁들여먹는 레시피로 유명하다. 두 가지 모두 제조과정이 까다롭고 제조공정에서의 교차오염 등에 따른 위생기준이 엄격해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본격적으로 생산하는 곳이 거의 없다. 

더 안전하고 더 건강하고 더 맛있게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델리매장으로 시작해 외식매장, 온라인 쇼핑몰까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B2C 유통망도 이제는 제법 자리 잡았다. 얼마 전부터는 마켓컬리를 통해서도 다양한 델리미트를 선보이고 있다. 이 정도면 B2B를 넘어 B2C 시장의 강자 자리도 노려볼 법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품질 하나만큼은 그 어떤 대기업과 견주어도 비교우위에 있으니 말이다. 
조성수 대표는 “취임 후 4년 넘게 많은 활동을 하면서 존쿡 델리미트라는 브랜드에 대해 어느 정도 알렸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하고 맛있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때”라고 입을 열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육가공 제품’이란 표현 대신 ‘고기 제품’이란 말을 사용했다. “식물성 단백질도 좋지만 우리 몸이 꼭 필요로 하는 단백질은 바로 고기 단백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은 고기, 고기 제품이다. 몸에 좋은 고기 단백질을 공급한다는 자부심이 크다.” 
에쓰푸드의 계열사 중 육가공이 아닌 것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베이커리 사업이다. ‘존쿡 브레드’라는 이름으로 핫도그번과 브로첸(미니 바게트), 치아바타 등을 생산한다. 존쿡의 육가공 제품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맛으로 자체개발한 것들이다. “핫도그나 샌드위치에 가장 잘 맞는 것은 단맛이 없는 담백한 빵인데, 시중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제품들을 구하기가 힘들었다. 있다고 해도 대량구매가 쉽지 않아 매번 애를 먹었다”며 “이럴 바에는 차라리 우리가 직접 만들자고 생각한 거다. 우리가 추구하는 품질이나 사업의 지속성을 감안해도 그게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설명한다. 빵뿐 아니라 소스류도 생산한다. 홀그레인머스터드, 아이올리소스 등 햄소시지, 샌드위치용 제품들이다. 요즘은 마트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특정 브랜드의 상품구성 하나만 봐도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알 수 있는 법이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지 않겠다는 완벽주의에 가까운 성향, 아니나 다를까 옆에서 한 직원이 ‘우리 대표님은 하드 워커’라고 귀띔한다. 



좋은 기업은 인재에 대한 투자에도 인색하지 않다
그렇다면 직원들에게는 어떤 CEO일까? 조 대표와 함께 존쿡 델리미트의 브랜딩을 진두지휘하는 브랜드 이노베이션 랩의 이승연 상무는 “품질에 대한 고집이 절대적. 절대 타협하지 않는 확고한 철학” 두 마디로 설명을 대신했다. 열 마디 말이 아닌 한 번의 결단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스타일이다. 
에쓰푸드는 최근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인적자원개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인적자원개발 우수기관 인증제(Best HRD)란 기업의 인재개발 능력을 정부가 보증하는 제도로 에쓰푸드는 인재 양성 부문에 있어 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 중 하나가 마이스터 아카데미다. 공채를 통해 입사한 모든 직원은 마이스터 아카데미라는 자체 시스템에 따라 6개월 간 생산현장과 판매현장에서 교육을 거친 뒤 각자의 적성에 부합하는 부서로 발령을 받는다. 지난 5월에는 비정규직 생산직원 31명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며, 1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는 해외연수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인재육성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마이스터 아카데미 프로그램은 현직 외식업 종사자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다.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조리 아카데미가 거의 전무한 국내 형편상 ‘장인(마이스터)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육가공 분야의 전문성 있는 교육에 대한 니즈가 크다. 조성수 대표도 공감하는 부분으로, 실제 존쿡 델리미트의 소시지 클래스를 수강하고 이를 현장에서 상품화하는 셰프들이 적지 않다. 향후 신규사업으로서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마이스터 클래스 도입도 불가능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누구나 쉽게 육가공 제품을 접하고, 요리했으면 
최근 조 대표는 ‘식문화의 확산’이라는 기업철학에 방점을 찍었다. 존쿡 델리미트의 가맹사업을 선언한 것이다. 지난 9월 리뉴얼 오픈한 정자점이 바로 그 모델로 주방을 간소화하는 한편 오퍼레이션이 뛰어난 요리 위주로 메뉴를 재구성했다. “매장을 통해 존쿡의 메뉴를 체험하고 그 재료를 집으로 가져가 요리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존쿡이 보여주고 싶은 식문화다. 확산성과 사업을 동시에 갖추면서도 목적에 부합하는 모델로서 가맹사업을 결정하게 됐다.” 
가맹사업을 결정하기까지 고민도 많았다. 자칫 B2B 고객에 대한 공격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B2B 전문기업에서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결단을 내렸다. 
그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로서 존쿡 델리미트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전문성을 꼽았다. 12시간에서 길게는 24시간까지 조리해야 하는 바비큐 등의 메뉴를 완제품 형태로 공급받아 누구나 쉽게 운영하고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육가공 제품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이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욕심을 가진 이들에 한해 브랜드를 공유할 계획이다. 
올해로 창업 30주년을 맞은 에쓰푸드의 향후 비전은 ‘미트 솔루션을 넘어 밀 솔루션으로’다. 지금껏 건강한 육가공 제품 보급에 앞서왔다면 앞으로는 육가공을 이용한 식사 즉 밀(Meal)로서의 식문화 확산에 앞장서겠다는 의미다. 아침은 베이컨과 소시지, 점심은 샌드위치, 저녁은 바비큐 등 삼시세끼가 가능한 밀 솔루션이라는 비전을 위해 조성수 대표는 B2B는 물론 B2C 시장에도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2017-11-09 오전 10:20:32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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