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HOME > People
차(茶) 시장의 르네상스를 꿈꾸다  <통권 392호>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정승호 원장
관리자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7-11-09 오전 10:25:30



차(茶) 시장이 음료 업계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스타벅스의 티바나 론칭을 시작으로 이디야의 블렌팅 티 출시, 투썸플레이스와 TWG의 컬래버래이션 등 커피·음료업계의 차 시장 진출이 늘어나면서 차에 대한 외식업계의 관심도 높아졌다. 이미 10여 년 전 국내 차 시장의 성장을 예견하고 티소믈리에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사람이 있다.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정승호 원장을 만나 국내 차 시장의 방향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글 이동은 기자 delee@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제공 

커피와 공존하는 차(茶) 시장, 경영 전략가로 가능성 꿰뚫어 보다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정승호 원장은 경영학과 출신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유명 외국계 컨성팅 회사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경영컨설턴트로 일했다. IMF 직후에 우리나라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의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통합 과정을 밟고 있는 금융사들의 경영전략을 짜는 등 기업의 수익을 높이는 일을 하다 보니 성장 가능성 높은 시장을 꿰뚫어 보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다. 
“당시 고객사가 위치한 건물 1층에는 항상 스타벅스가 들어설 정도로 커피 시장이 커지던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미팅을 위해 커피숍으로 내려가면 10명 중 3명은 차를 마셨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기호적으로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 카페인 때문에 마실 수 없는 사람 등 차 시장 규모에 대해 찬찬히 계산을 해본 결과, 커피 시장과 공존하는 차 시장의 전망이 밝다고 판단했죠.”  
정승호 원장은 우리나라에 스타벅스가 들어오기 전, 외국계 기업에 커피숍 투자 자문을 했을 정도로 당시 시장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커피 시장은 IMF 직후 10년 동안 급성장 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 이후에 움직이는 시장이 뭘까 생각을 해봤는데 바로 티(Tea) 시장이었어요.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는 자신을 돌아보자는 캠페인으로 휴식, 힐링과 함께 차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습니다. 지금 전 세계 시장이 마찬가지죠. 차의 평준화, 대중화 시장이 열린 셈입니다.” 
그가 연구원을 처음 설립했을 당시 기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왜 돈이 안되는 차 시장에 뛰어들었냐?’는 질문이었는데 요즘은 차 시장의 가능성과 전망을 묻는 인터뷰가 많아졌다고 한다.  
“기자들의 질문이 달라진 것만 봐도 차 시장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앞으로의 가능성이 얼마나 큰지 체감하게 됩니다. 결국 저의 예상이 맞은거죠.”  
 
티(Tea) 시장의 대중화 위해 전문가 양성 필요  
차 시장을 눈여겨 보던 그가 업계에 직접적으로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로네펠트 티하우스(Ronnefeldt Teehaus)’의 한국 판권을 갖게 되면서부터다.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며 해외출장이 잦았는데 출장겸 부모님을 만나러 잠시 캐나다에 들렀다가 로네펠트 티하우스가 아직 한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다는 말을 듣게 된 것이다. 
“어머니께서 로네펠트 티(Tea)를 챙겨주시면서 한국에 없는 차이니 마셔보라고 권해주셨죠. 한국에 없다는 말에 눈이 확 뜨였어요. 회사에 돌아오자마자 로네펠트 본사에 한국 판권을 달라고 제안서를 썼고 며칠 후 일본에서 미팅을 하자는 답장이 왔습니다.”   
경영컨설턴트였던 그의 이력과 꼼꼼한 경영 계획을 본사에서 알아본 것. 주말에 일본으로 날아가 관계자와 미팅을 하고 한국 판권 계약을 성사시켰다. 정 원장은 계약이 성사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로네펠트 티하우스 한국 대표를 지내면서 독일의 세계적 티 브랜드 로네펠트를 한국의 고급 티 브랜드로 자리매김시켰다. 2008년부터는 캐나다 대표로서 티(Tea) 시장 발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됐다. 
“로네펠트를 알리는 마케팅 작업을 하면서 단순히 브랜드를 알리는 것에서 끝나버리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커피 시장처럼 티 시장을 외식시장의 한 영역으로 체계화시키고 대중화시키려면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커피는 바리스타와 같은 전문인 양성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발전해 가는데 티는 그런 것이 없었습니다.”
해외에서 경험했던 티(Tea) 교육과정을 토대로 독립된 아카데미를 만들어 키워나가기 시작했고 캐나다에 처음으로 티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캐나다에서 티 아카데미를 열기 전에는 우리나라 특급 호텔의 호텔리어들을 교육했습니다. 티의 종류, 메뉴 고르는 법, 고객들에게 어떻게 추천해야 하는지 등 지금의 티소믈리에 교육이 그때의 자료들을 토대로 만들어졌죠.”
이 소식은 한국에도 전해지면서 여러 대학 바리스타학과에서 그를 초빙하기 시작했고, 2010년 서울에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을 설립하면서 한국에서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티소믈리에, 차를 추천해주는 안내인 
정승호 원장이 티 포트에 코를 대고 가만히 향기를 맡는다. 
“이 차는 인도 시킴지역 히말라야 산자락의 홍차로 구수한 맛이 특징이지요. 히말라야 산내음이 들어 있고 적당하게 달면서 군고구마 냄새처럼 구수한 향이 풍부합니다.” 
어떤 차를 담았는지 차의 향기만 맡아도 코에 센서가 붙은 것처럼 산지와 특징, 가공법, 블랜딩 재료 등을 술술 이야기한다. 
연구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차 종류만 해도 천 종류, 전 세계적으로는 만 종류가 넘을 것이라 추정만 할 뿐 차 종류는 셀 수가 없다고 한다.
“차 종류와 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고객에게 추천도 할 수 있죠. 티소믈리에란 그런 사람입니다.”   
티소믈리에는 개개인의 성향에 맞는 차를 추천해주는 안내인이다. 다양한 종류의 차를 음미한 경험, 차가 지닌 특징과 배경을 토대로 차를 고르는데 고객의 기분 상태나 기호, 좋아하는 음식 등에 따라 권하는 차도 달라진다.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은 차를 대중적으로 알리고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전문가를 양성하는 곳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공인을 받아 티소믈리에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지정되어 2010년부터 현재까지 2000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다. 
연구원에서 티소믈리에 전문가 과정을 마치면 티소믈리에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 연구원에서 출제하는 필기시험과 차 분류, 테스팅 등 시음으로 이뤄진 실기시험에 합격해야 티소믈리에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졸업생들 중에는 자신만의 티전문점을 내거나 커피·음료 분야에 연구직으로 취업을 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대기업 음료팀에서 직원 교육을 부탁한 경우도 있죠. 예전 우리나라에서 차(茶)라 하면 다도를 많이 떠올렸었는데 외식의 한 분야로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티소믈리에들이 여러 분야에서 각광 받고 있습니다. 차와 어울리는 음식을 조합하고 추천하는 티코디도 그런 것이죠.” 

은은한 향의 매력, 차(茶)의 르네상스 시대 올 것 
정승호 원장은 30대 중반 회사원으로 일하면서 커피를 하루에 10잔 넘게 마실 정도로 커피광이었다. 아침잠을 깨기 위해 마시고 점심, 저녁 고객사와 미팅을 하면서 2~3잔은 기본, 카페인 과다 섭취로 밤잠을 설치고 아침이 되면 또 다시 피곤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잠을 깨기 위해 다시 커피를 마시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금융·회계 쪽 컨설팅을 맡다 보니 머리가 아팠어요. 뜬구름 잡는다고 할까요? 회식을 하고 억지로 술을 먹고, 요즘 회사원들처럼 카페인, 알코올, 담배에 의지하면서 업무를 했던 것 같아요. 그때 차(茶)를 만난거죠.” 
하루에 미팅을 20번 이상 할 정도로 사람을 많이 만났는데 당분이 들어간 음료는 질리거나 입안이 텁텁해 지고 커피는 카페인 때문에 많이 마실 수 없었다. 대신 차는 물처럼 꾸준히 마실 수 있었던 것.  
정 원장은 차를 처음 접했을 때 밋밋하면서 약한 맛 때문에 과연 사업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커피처럼 향으로 사람들을 한 번에 확 잡아끄는 마력은 없지만 은은한 향과 깔끔한 맛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차의 향은 마음 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아요.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머리가 맑아지죠. 요즘 전 세계적으로 젊은 세대로 갈수록 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인데 건강과 힐링을 중요시하는 소비 트렌드 중심에 차가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몇 년 뒤면 차가 일상화 되는 차의 르네상스시대가 올겁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벌써 제2의 차 르네상스가 시작됐어요.”  
 
전통차 시장 전망 밝아 
“지금 미국에서는 찬물에 하루 이틀 전 재료를 넣어 차게 우려마시는 냉침차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유럽은 말차, 일본은 에스프레소처럼 진하게 차를 우려 우유나 설탕을 넣은 차가 주목받고 있죠.”
정 원장은 국내 시장에서 밀크티가 한동안 인기를 누렸는데 앞으로 스트레이트한 홍차 시장이 주목 받을 것이고 우리나라 전통차와 한방차 시장의 가능성도 높다고 평가했다. 우엉차나 결명자차, 돼지감자 등 전통 식재료들을 쉽게 구할 수 있고 효능과 맛, 향, 다양성에 해외 시장에서도 큰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러 규제들로 해외에서 들여 올 수 있는 재료들이 한정되다 보니 우리나라 재료에서 답을 찾고 있습니다. 우엉차는 홍차와 블렌딩해도 맛이 좋죠. 헛개차는 예전에는 마시지 않았었는데 대중적 음료로 자리 잡았습니다. 편하게 마시는 것도 좋고 다양한 소재들을 알면 만드는 재미, 마시는 재미가 생겨나죠.”

폐쇄적인 우리나라 차 시장, 교류가 필요하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아시아 차 시장규모는 커피 시장의 2.3배에 달하고, 2020년까지 연평균 7.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알콜음료 시장에서 커피와 양대 축을 이루는 차 시장이 국내에서만큼은 예외라는 게 정 원장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차 시장처럼 폐쇄적인 시장이 없어요. 환경적으로 여러 가지 준비가 안 되어 있는 부분도 있고 발전이 아직 더딘 편이죠. 커피와 동등한 시장으로 발전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습니다.”  
차는 대표적으로 해외수입 규제가 심한 품목 중의 하나다. 우리나라 차 시장 보호를 위해 관세청에서 부과하는 관세는 513%. 기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잔류농약검사 등 여러 검사도 받아야 한다. 정 원장은 우리나라 차 시장 보호도 중요하지만 전 세계 시장과 교류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의 차에 대한 요구와 수요는 많아지는데 세계의 다양한 차를 소개할 수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죠. 여러 차를 섞어서 다양한 향을 만들어 내는 티블렌딩 작업에도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어마어마한 세계 시장이 열려 있는데 우리나라 차를 더 발전시켜서 가지고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합니다.” 
정 원장은 마지막으로 커피 시장의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줬듯 티소믈리에를 준비하는 젊은 세대가 꿈을 가지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도록 시장이 팽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11-09 오전 10:25:30 (c) Foodbank.co.kr
quickmenu
월간식당 식품외식경제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 한국외식정보교육원 제8회 국제외식산업식자재박람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