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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셰프 말고 오너셰프 최현석, 그뤠잇!  <통권 392호>
관리자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7-11-09 오전 10:30:07



에이프런 펄럭이며 공중에서 화끈하게 소금 뿌리던 최현석 셰프가 요즘 조용하다. 궁금해서 그의 레스토랑 ‘쵸이닷’을 찾아갔다. 최현석에 대해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는 사실들이 훨씬 많았다. 
글 황해원 기자 banana725@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

이제 막 입문한 셰프들에게 마지막 꿈이 무엇이냐 물으면 열에 여덟은 ‘자신만의 레스토랑을 갖는 것’이라고 답한다. 원하는 식재료로 창의적이고 감각적인 요리를 원 없이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소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돈도 벌고. 

최현석 셰프는 모든 셰프들이 원하는 꿈을 이룬 셰프 중 한 명이다. 무려 22년이라는 긴 시간 만이다. 그 동안 그는 ‘라쿠치나’, ‘테이스티블루바드’, ‘엘본 더 테이블’ 총 세 군데의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며 총 20여 군데의 매장을 오픈했다. 해외 유학이나 미쉐린 레스토랑 경력, 또는 유명 셰프 밑에 호기롭게 들어가 밑바닥부터 배웠다는 여느 셰프들의 이력과는 좀 다르다. 원체 지구력을 타고난 데다 20대 초반 라쿠치나에서 훌륭한 요리 스승을 만난 게 신의 한 수였다. 라쿠치나에 있었던 10년 동안 요리는 물론 주방 설비며 도면, 메뉴 레시피, 매장 기획까지, 레스토랑 운영 전반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어쩌면 현재 쵸이닷의 밑바탕도 이미 그때부터 은근하게 그려왔는지도 모른다. 22년간 셰프로서 잘 갈고 닦아왔으니, 이제는 오너셰프로서 진짜 자신만의 주방과 플레이팅을 가져 봐도 될 때다. 
2014년 2015년 올리브쇼를 필두로 한식대첩, 냉장고를 부탁해, 쿡가대표에 이어 최근까지 활발하게 방송활동을 하던 그가 갑자기 사라졌다. 방송을 제법 알고,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던 최현석이었는데 말이다. 요리와 방송을 겸업하는 스타셰프, 또는 셰프테이너에 대한 일부 좋지 않은 시선에 대해서도 “셰프가 왜 주방에만 있어야 하나. 총괄셰프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마에스트로지 연주자가가 아니다. 시야를 다양하게 넓히고 도전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기획할 줄 알아야 한다”며 소신 있게 이야기하던 그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활동이 뜸하기 시작하더니 오래 몸담았던 엘본 더 테이블을 그만 두고 최근에는 개인 레스토랑 초이닷을 오픈했다. 그러면서 항간에는 방송을 통해 스타셰프로 주가가 높아지면서 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현재 그는 오너셰프로서의 삶에 충실한 중이다. 남들은 매장 하나 차리고 손익분기점 넘기려면 최소 6개월은 쫄쫄 굶으며 기다려야 한다는데, 최현석은 쵸이닷 오픈 후 단 5개월 만에 전 직원 두 달 치 분 월급까지 알뜰히 벌어둔 상태라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간 최현석 셰프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와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Q 다들 궁금해 하는 게 엔터테인먼트 계약 건이다. 플레이팅컴퍼니는 어떤 회사인가.
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이라니… 사실무근이다. 한동안 내가 셰프들을 본격적으로 방송 쪽과 연결해주기 위한 엔터테인먼트 역할을 하기 위한 회사를 세웠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고. 플레이팅컴퍼니는 엘본 더 테이블에서 함께 근무하던 매니저와 내가 합심해 만든 회사다. 요리사가 할 수 있는 다방면의 콘텐츠들을 모아 하나의 교육 사업으로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그 콘텐츠라는 게 셰프의 레시피가 될 수도 있고 HMR제품이 될 수도 있고, 뭐 조리기구나 조리복이 될 수도 있다. 
핵심은 교육사업이고 궁극적으로는 좋은 학교를 세우는 것이 목표다. 그러니까 요리와 요리사의 콘텐츠로 할 수 있는 모든 사업을 플레이팅컴퍼니를 통해 할 계획이다. 당장은 거창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플랜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짜놓았다. 

Q 쵸이닷 오픈에 대한 어떠한 시그널도 없지 않았나
나도 내가 이럴 줄 몰랐는데 어떻게 시그널을 보낼 수 있었겠나(웃음). 그만큼 오래전부터 차근히 준비해왔다거나 빅픽처 뭐 그런 게 있었던 건 아니다. 옛 어르신들 말 틀린 것 하나도 없다. ‘살아보니 그렇게 되더라, 이렇게 되려고 그때 그렇게 됐다’ 뭐 그런 거다. 
더구나 나는 오너셰프의 삶을 동경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좋아 보였으면 진즉에 나와 하나 차렸겠지. 그냥 레스토랑 운영하시는 분들 보면 늘 힘들어보였다. 고객 한두 명 빠지는 거에 너무 일희일비하고, 냉장고에 전기 한 번 나가면 그날 세상 끝난 것처럼 술을 마시고…. 근데 기업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있으면 좋은 게 어쨌거나 모든 지원이 다 가능하니까. 오더만 내리면 식자재든 인력이든 시스템이든 셰프가 알아서 핸들링 할 수 있는 구조다 보니 아쉬움이 없었지. 가장 편한 건 그날그날 매출에 일희일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오너셰프는 언젠가 때가 되면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굳이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때가 되면 하게 되는 것. 근데 신기하게도 그런 때가 오더라. 

Q 그런 때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엘본 더 테이블에 있으면서 나는 한 번도 이 곳을 떠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6년 간 7개의 점포를 오픈하면서 내 주방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만큼 엘본 더 테이블은 사내에서도 무소불위의 경계였다. 그런데 방송 생활을 하며 유명해지면서부터는 외생변수가 생기더라. 오해와 갈등도 생기고…. 그 무렵 엘본 더 테이블에서 매니저로 있던 친구(현재는 플레이팅컴퍼니 김진표 대표)와 이런저런 대화하던 중 셰프들이 오랫동안 설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게 플레이팅컴퍼니의 시작이고 나는 쵸이닷을 구상했다.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지금 쵸이닷은 플레이팅컴퍼니의 소속 레스토랑이 됐다. 

Q 그러고 보니 한창 신나게 방송했을 그 무렵 가장 힘들었을 때였네. 지금은 좀 홀가분한가.
그렇지. 낮엔 웃으면서 소금 휙휙 뿌리고 밤엔 울고. 
솔직히 말하면 가슴 한쪽이 휑하다. 라쿠치나에서 12년, 테이스티블루바드에서 3년, 엘본 더 테이블에서 6년이나 있었다. 정말 긴 시간이다. 테이스티블루바드 같은 경우도 잔 하나부터 커트러리, 브랜드 로고, 매장 콘셉트까지 전부 내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다. 라쿠치나나 엘본 더 테이블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내 것처럼 생각하고 쏟아 부운 걸 다시 내려놓는다는 것이 홀가분한 일은 아니다. 

Q 쵸이닷은 어떤 공간인가
딱 최현석 같은 공간이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공간. 심지어 음식은 맛있고 유머 코드까지 있다. 공간은 50평으로 아주 크지도 작지도 않다. 로즈골드가 쵸이닷의 메인컬러고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구현하려고 했다. 꽤 오랜 시간 블랙 에이프런을 입었어서 그런지 최현석 하면 ‘블랙’ 이미지를 많이 떠올리더라. 굳이 싫지는 않은데 그래도 나름 새 출발이니까 분위기 전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유니폼 색상도 화이트 컬러로 바꿨다. 매장 분위기를 계절마다 조금씩 바꿔줄 예정이다. 테이블크로스도 일 년에 세 번 바꾸고. 봄에는 밝고 화사하게 여름엔 시원하게, 겨울엔 따뜻한 느낌이 들도록. 

Q 가장 궁금한 건 요리의 변화다
런치는 비교적 대중적인 정통 이탈리안 요리로 내고 디너는 독창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요소를 군데군데 가미했다. 예를 들면 아뮤즈부쉬와 디저트가 각각 똑같은 형태로 나가는데 대표적인 것이 누텔라 오마주다. 대신 아뮤즈부쉬에는 누텔라 패키지에 부라타치즈를 담아내고 디저트 용기엔 패션프루츠와 크런키를 담아낸다. 처음과 마지막의 등장이 같으니 대부분의 고객이 ‘어, 이거 아까 나왔던 건데요’ 한다. 근데 누텔라 패키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처음 나왔던 아뮤즈부쉬 쪽엔 영어로 ‘부라타’가 표기돼있고 디저트 편엔 ‘패션프루츠’가 적혀있다. 그런 작고 소소한 재밋거리들을 플레이팅에 집어 넣는 게 즐겁다. 
지난 10월부터 내기 시작한 건 포르치니 티백 아뮤즈부쉬인데 포르치니를 티백으로 만들어 커피 잔에 담아 식전에 낸다. 테이블에서 뜨거운 육수를 부어주면 즉석 포르치니 탕이 되는데 이것을 마치 커피 마시듯 후후 불어가며 마시면 된다. 어떤 여성 고객은 식전부터 소주 생각이 난다고 하더라. 

Q 그런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 
그냥 생활 속에서 얻는다. 사소한 거라도 생각날 때마다 핸드폰에 저장해둔다. 메모장이 늘 가득 차있다. 오징어빵가루, 요거트 단맛으로 쯔유를, 맥된장 아이스크림, 다시마버터, 동글동글 빚은 파스타, 비트와 장미 합체… 뭐 대부분 아무 말 대잔치다. 가끔 대체 내가 왜 이런 걸 써놨지 궁금할 때도 있다. 근데 이것저것 조합해서 적용해보다 실제 메뉴가 된 것들이 많다. 

Q 예전 어떤 여성지 기사에서 보니 울릉도 앞바다를 보고 영감을 얻어 단숨에 플레이팅을 완성했다고 하던데.
하하하. 말 그대로 그건 플레이팅에 대한 영감일 뿐이고, 맛을 내려면 그때부터 고통 시작이다. 당시 조개류를 카르파치오로 만드는데 맛 밸런스를 맞춰야 하니 꿀을 넣었다가 신맛 때문에 라임을 넣기도 했다가… 또 푸른바다를 드레싱으로 표현해야 하는데 파란색 드레싱으로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블루큐라소(칵테일 제조 시 사용하는 푸른 빛깔의 리큐어)가 제격이다 싶어 넣었는데 알코올 향이 계속해서 올라오는 바람에 그것 날리느라 종일 애를 먹었다. 계속 그렇게 이것저것 찔끔찔끔 먹어보고 마시다 보니 혀끝으로 찾아지는 게 있더라. 신맛과 단맛, 또 키조개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게 베이컨 분말이었다. 베이컨이 해산물하고 또 잘 맞거든. 베이컨을 흙처럼 갈아서 모래사장처럼 접시에 쫙 깔아주고 밀복을 튀겨 올렸다. “캬~ 완성이다 얘들아” 하며 직원들 다 불러 모아 시식하는데 또 뭐가 부족한 거다. 신맛, 단맛, 짠맛 다 있으니 맵고 칼칼한 걸 올려야 하나 또 한참을 고민하다 의외의 부분에서 정답을 찾았다. 마요네즈였다. 부드러움이 없었던 거다. 접시를 비우고 마요네즈를 깐 후 다시 모래사장(베이컨 분말)을 깔고 바닷물(블루큐라소 드레싱)을 얹어 완성하는데 되게 어려운 수학공식을 풀고 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Q 이쯤 되면 과학자 수준 아닌가.
그냥 삶이 피폐한 거다(웃음).

Q  최현석의 꿈은?
이미 꿈에 그리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플레이팅컴퍼니에서 발생한 수익을 다시 재투자하면서 선순환을 이루고 있으니, 여기서는 정말 좋은 음식과 외식공간을 위한 가치만 만들어나가면 된다. 라쿠치나 있을 당시 스승님께 코스트 손익분기점 관리, 레스토랑 운영에 관한 전체 기획을 배운 게 정말 감사한 일이다. 점심·저녁 객단가와 최소 방문율, 식재료 코스트 등을 철저히 계산해 손익구조를 짜놓으니 네거티브하게 잡았는데도 수익이 생기더라. 그 수익으로 주방 직원들 사고 싶어 하는 수비드 기계도 좋은 거 하나씩 척척 사주고, 접시도 예쁜 거 있으면 먼 스페인에서도 공수해오고!
파트너인 플레이팅컴퍼니 김진표 대표에게도 고마운 마음이다. 레스토랑이 잘 되기 위해서는 셰프들을 위한 가치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준다. 그래서 우리는 순수한 마음으로 재밌게 요리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가치 있게 사는 게 평생의 꿈이다.

 
2017-11-09 오전 10:30:07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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