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HOME > People
전통의 대중화,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스며드는 것. 온지음 맛공방 조은희 방장  <통권 393호>
관리자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7-12-11 오전 03:16:07


옛 것을 익히고 새 것을 안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전통과 역사가 바탕이 된 후에 새로운 것을 알아야만 제대로 알 수 있다는 말처럼 궁중음식, 반가음식으로 다져진 탄탄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전통음식의 대중화를 꽃 피워 나가는 사람이 있다. 온지음 맛공방 조은희 방장은 전통의 대중화가 거창한 것이 아닌 대중들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글 이동은 기자 delee@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


요리, 나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전라북도 군산 출신인 조은희 방장은 먹는 것을 즐겨했던 집안 분위기 속에서 자라 어린 시절부터 가장 큰 관심사가 음식이었다고 말한다. 솜씨 좋은 어머니가 요리를 할 때면 어깨너머로 지켜보다가 마지막에 간을 보고 어머니와 함께 장을 보면서 제철 식재료는 무엇인지, 싱싱하고 좋은 재료 고르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전라남도가 맵고 짠 진한 맛을 낸다고 하면 전라북도는 좀 더 담백하고 깔끔하게 음식 맛을 내는 편이에요. 저희 어머니가 담백하게 음식을 잘 하셨어요. 지금도 어머니께서 해주셨던 팥칼국수, 수제비, 동치미가 생각나요. 아버지께서도 가족들에게 직접 붕어찌개를 끓여 줄 정도로 집안 분위기가 음식을 중요시했죠. 음식을 하게 된 건 부모님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 생활을 시작한 그는 시간을 쪼개 요리학원에 다니면서 한식양식 조리사 시험을 준비했다. 
“퇴근 후 밤늦게 학원에 가면 지칠 법도 한데 하나도 힘이 들지 않았어요. 꼭 요리를 해야 되겠다는 결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다녔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요리가 나의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3년 간 직장에 다니다 23살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했고 25살,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배화여자대학교 전통조리과에 입학했다. “9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조리학과나 전통조리과가 많지 않았어요. 특히 한식에 대한 관심도 요즘 같지 않았죠. 당시에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생각해보면 어릴 적부터 마음속에 담아 온 한식에 대한 애정 때문인 것 같아요. 또 한식을 다음 세대에 잘 전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했죠.”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수자 
조은희 방장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8년간 궁중음식연구원에서 한복려 원장을 스승으로 모시고 궁중음식을 전수 받았다. 중요 국가무형문화재 제38호로 지정된 조선왕조 궁중음식의 이수자로서 옛 문헌과 고조리서, 의궤 등에 나온 조선왕조 궁중음식을 그대로 재현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남들이 어렵다고 하는 궁중음식이 저는 오히려 편해요. 가장 자신 있는 음식은 구절판과 신선로인데 가끔 멸치볶음 맛을 내는 게 더 어려울 때도 있어요.”
궁중음식연구원은 1971년에 설립된 기관으로 무형문화재인 조선왕조 궁중음식을 전수하는 곳이다. 조선시대 한글 조리서와 의궤, 의서 등에 나온 조리법을 연구하고 구체적인 모습과 조리 방법을 복원한다. 일반인을 상대로 궁중음식 상차림 강좌를 열기도 하고 출판과 전시, 국가행사나 문화행사의 자문과 고증을 맡는다. MBC에서 방송된 드라마 대장금에서 나왔던 궁중음식을 고증·복원한 곳이다. 
이곳에서 조은희 방장은 일반인을 상대로 한 한복려 원장의 수업 조교 역할과 전시, 행사를 준비하는 일을 했다. 27살에 직원으로 들어가 5년 후 궁중음식 전수자로 지명을 받았고, 3년 동안 전수자로 교육 받은 후 상차림 시험에 합격해 이수자가 됐다. 
“전수자에서 이수자가 되기 위해서는 고서의 상차림을 그대로 차려내는 시험을 봐요. 예를 들어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를 보면 혜경궁 홍씨가 받았던 아침, 점심, 저녁상이 나와 있어요. 이것을 외워서 그대로 재현하는 거죠. 모양뿐만 아니라 맛과 조리법, 당시 느낌을 잘 살려내는 것이 중요해요.”  
궁중음식연구원을 나와서는 8년 동안 배화여대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시간 날 때마다 반가음식의 대가라 불리는 강인희 요리연구가에게 찾아가 3년 동안 반가음식을 배웠다. 겸임 교수가 된 후에는 신세계 백화점 본점에서 생활요리 아카데미 수업도 했고 수원 농업기술센터에서도 8년 간 궁중음식 강의를 했다. “저의 이런 모든 경험들이 지금 온지음 맛공방에서 꽃을 피우는 것 같아요. 궁중음식과 반가음식을 바탕으로 생활요리가 어우러져서 전통이 담겨 있지만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요리가 탄생하죠.” 
 
유명 셰프들의 공부방 
온지음은 우리나라 의·식·주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이어가고자 2013년 6월 문을 연 화동문화재단 부설 전통문화연구소다. 화동문화재단은 문화, 종교, 언론 발전을 위해 장학, 연구, 조사, 개발 사업과 관련단체에 대한 지원을 통해 공익에 기여할 목적으로 2007년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재단법인이다. 
온지음은 옷공방, 맛공방, 집공방 세 공방으로 구성되었고 조은희 방장은 이중 맛공방의 수장으로 전통한식 연구와 현대화 작업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조은희 방장은 온지음에서 시도하는 다양한 한식의 변화가 즐겁다고 말한다. 전통 한식을 가르치는 동안에는 여러 가지 창의적 시도들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교 실기 수업은 전통음식을 재현해내는 과정들 뿐, 재료에도 한계가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었죠. 제가 온지음에 들어온 이유는 전통 한식에 창의적인 생각을 가미할 수 있어서였어요. 평소 생각에 담아 두던 것을 만들어 볼 수 있어서 행복해요.”
맛공방에서 새롭게 탄생한 한식메뉴를 묶어 지난해 《온지음이 차리는 맛》이라는 200페이지 책을 발간했다. 1년 전부터 맛공방을 레스토랑으로도 운영 중인데 책에 담긴 메뉴 중 제철메뉴를 골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원테이블로 운영되는 레스토랑은 점심, 저녁 예약제로 한 번에 5~12명, 한 달에 점심, 저녁 통틀어 20회 정도만 고객을 받는데 유명 셰프들이 공부 삼아 찾는 곳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이미 3개월치 예약이 꽉 차 있는 상태다. 
“유명 셰프 분들은 한번쯤 왔다 간 것 같아요. 직접적인 교류는 없어도 음식을 드시면서 이것저것 물어보시죠. 같은 식재료라도 한식과 양식의 조리법이 다르기 때문에 전통 조리법의 활용 면에서 많이들 궁금해 하는 것 같아요.”
온지음에서는 제철재료를 활용한 한식 메뉴들을 코스식으로 구성하는데 11월에는 생땅콩죽, 연시 가리비 냉채, 건민어 청국장소스, 진주식 갈비찜, 전복곤드레밥, 쌍화편으로 구성했다. 
“저희가 추구하는 바는 전통 음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대중들이 대하기 쉽도록 만드는 거예요. 예를 들어 옛날 반가에서 자주 먹었던 연계찜을 재료와 조리법 그대로 재현하되 먹기 쉽도록 뼈를 다 발라내고 제공하는 식이죠. 항상 한식의 기본을 지키고 어떻게 하면 더 맛있을까 고민해요.” 
주전부리로 제공하는 김부각은 2장을 붙여서 튀기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완도산 햇김 한 장만으로 얇게 튀겨내 바삭하고 고소한 맛을 살렸다. 디저트로 제공하는 한과 중 단호박란은 전통 란의 조리법을 응용, 단맛이 풍부한 단호박과 늙은 호박에 식혜로 수분을 주면서 우유나 버터, 생크림을 조금 넣어 고소함을 더한 현대식 란이다. 
“전통을 지킨다는 것, 옛 것을 지키고 재현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음 세대가 받아들일 수 없다면 소용이 없는 것 같아요. 맛과 질감은 그대로 유지하되 모양은 시대에 맞게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해요. 약과를 네모나거나 길쭉하게 만든다고 해서 약과가 아니라고 할 수 없잖아요. 담음새나 모양을 현대적으로 변화시키는 거죠. 전통의 대중화는 물이 천천히 스며드는 것처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전통의 대중화, 온고지신(溫故知新)에서 찾다
현재 온지음에서 일하고 있는 셰프는 조은희 방장을 비롯해 신라호텔 한식 셰프 출신인 박성배 선임 연구원 등 총 8명. 조은희 방장을 제외하면 모두 20, 30대 젊은 셰프들로 이뤄져 있다. 조 방장은 젊은 셰프들과의 작업이 정말 즐겁다고 말하면서 그런 소통이 전통 한식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온지음 안에서는 제가 가지고 있는 전통 한식의 전문성과 젊은 셰프들의 새로운 감각이 어우러져 대중성 있는 전통 한식이 만들어져요.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은 우리를 두고 하는 말 같아요.”
처음에는 젊은 셰프들과 음식 맛이나 여러 부분에 있어서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은 한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똘똘 뭉쳐있다고 말하는 조은희 방장은 “한식의 발전과 대중화라는 공통된 관심사가 세대를 뛰어 넘게 만들어요. 부족한 면은 서로 채워주고 배우면서 음식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계속 얘기해요.”라고 밝혔다.
온지음 맛공방 가족들은 한 달에 2번씩 전문강사를 초빙해 셰프들을 위한 인문학 강의를 수강한다. 조선시대 역사, 한국 회화사 등 폭넓고 다양한 내용을 공부하는데 맛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를 음식으로 아우를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다. 조은희 방장은 계절마다 제철 식재료를 찾아 셰프들과 하루 훌쩍 답사를 떠나기도 한다. 
“10월에는 제철 버섯을 찾으러 강원도 양구와 화천에 다녀왔어요. 마을에 있는 시골장에 들르면 신선한 재료들이 정말 많아요. 서울까지 오지 못하는 식재료를 구해오기도 하고 거기서 음식에 대한 영감을 얻기도 하죠.” 
온지음 맛공방은 현재 확장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위치보다 청와대와 가까운 곳에 공사 중인데 30명 정도 수용 가능하도록 좌석 수를 늘려 내년 5월 오픈할 계획이다. 경복궁 안이 훤히 보이는 멋진 경치를 기대해도 좋다고 조은희 방장은 말한다. 
“저는 요리가 교감이라고 생각해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행복해야 먹는 사람에게도 행복한 감정이 전해지죠. 그런 면에서 주방 안에서 셰프들이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조은희 방장은 마지막으로 한식을 하는 젊은 셰프들이 점점 많아 졌으면 한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공방이라 하면 장인들이 예술품을 만들어 내는 공간이잖아요. 저는 맛공방을 한식 연구소겸 사람을 길러내는 셰프 양성소로 만들고 싶어요. 제가 한식을 배우던 20년 전만 해도 아무도 한식을 주목하지 않았지만 얼마 전부터 한식을 배우려는 젊은 친구들이 많아졌어요. 온지음도 3명의 셰프로 시작해서 지금 8명까지 늘어났죠. 앞으로 100명의 한식 셰프를 양성하는 것이 저의 바람이에요.”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12월호를 참고하세요.

 
2017-12-11 오전 03:16:07 (c) Foodbank.co.kr
quickmenu
월간식당 식품외식경제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 한국외식정보교육원 제8회 국제외식산업식자재박람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