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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청각, 후각, 촉각… 환경이 음식의 가치를 결정한다. 옥스퍼드대 찰스 스펜스 교수  <통권 393호>
관리자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7-12-11 오전 03:17:57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찰스 스펜스 교수는 미식에 물리학의 개념을 더한 ‘가스트로피직스(Gsatrophysics, 미식물리학. 미식과 물리학의 합성어)’ 연구 분야의 전문가다. 수많은 실험을 통해 시각이나 청각, 후각, 촉각 등 주변 환경에 따라 느끼는 음식의 맛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지난 11월 4일(토)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열린 ‘2017 제7차 아시안푸드스터디 컨퍼런스(AFSC) 추계 국제학술대회’ 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최근 미식 선진국에서 미식물리학 개념을 접목한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이 늘고 있다”며 “미식에 대한 색다른 경험과 가치 제공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 박선정 기자 sjpark@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


환경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진다 
그는 주변 환경조건에 따라 느끼는 음식 맛과 선호도가 달라진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 같은 음식이라도 기내식으로 먹었을 때 그 맛이 덜하고, 지중해 휴양지에서 마셨던 환상적인 와인을 집에 와서 마시면 그 맛이 나지 않는다.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는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 환경이 음식에 대한 느낌과 맛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다. 
그는 이러한 상관관계를 위해 다양하고 재미있는 실험들을 거듭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해산물 요리를 먹을 때 갈매기 소리가 들려오면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영국 국기 문양의 테이블보를 깔고 비틀즈 음악을 들으면서 먹는 영국 음식은 더욱 맛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음식을 먹을 때마다 완벽한 환경을 갖추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개개인의 취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스펜서 교수는 “환경 중 일순위가 바로 색깔”이라고 강조했다. 시각적 효과를 내기 힘든 환경이라면 2차적으로 청각, 즉 음악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주어진 환경에서 가장 적용하기 쉬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우리는 지금껏 맛을 느끼는 데 있어 소리의 중요성을 간과해왔다”며 “음악 등 소리 또한 심리변화를 통해 음식에 대한 느낌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그는 함께 연구를 진행했던 셰프와 몇 마리의 갈매기 울음소리가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다. 

미식물리학 적용해 외식업소 부가가치 높일 수도 
미식물리학을 활용해 레스토랑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스펜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동일한 샐러드라도 칸딘스키의 작품을 본뜬 모양으로 플레이팅한 쪽에 2배 이상의 금액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플레이팅에 따라 음식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증거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비대칭 플레이팅에 대한 실험결과도 흥미롭다. 그는 “요즘 미국에서 비대칭 플레이팅이 유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사람들은 접시 한 쪽에 치우치게 담긴 음식보다는 데칼코마니처럼 대칭 형태를 이루는 플레이팅에 더욱 높은 지불의향을 보였다”고 밝혀 흥미를 자아냈다.  
식기도 마찬가지다. 사람에 따라, 국가에 따라 인식에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금속식기의 경우 영국인은 ‘개 밥그릇’을 연상하는 반면 중국인은 ‘재미있는 발상’이라고 받아들인다. 반면 공통점도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러 가지 접시 중 흰 접시에 담긴 딸기무스를 가장 달콤하게 느낀다. 그릇을 이용해 맛에 대한 기대치를 끌어올리는 것, 1~2%라도 그 맛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가치는 유효하다.

Sticky memory, 기억시켜라 
스펜스 교수는 미식물리학이 식품이나 외식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드록카페의 경우 창문이 없는 공간에서 시끄럽고 빠른 음악을 틀어 술 판매를 촉진시킨다”며 “레스토랑의 경우 점심에는 빠르고 경쾌한 음악, 저녁에는 이보다 템포가 느린 여유 있는 음악으로 매출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곳곳의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미식물리학 이론을 접목한 새로운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한 호텔 레스토랑에서는 요리의 코스가 바뀔 때마다 룸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각각의 코스를 구성하는 식재료와 콘셉트에 따라 벽면과 테이블의 색깔, 조명 등을 달리해 최상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먹는다’는 개념이 점차 단순한 식사를 넘어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지에 대한 기억으로 남겨지는 시대다. 식품이나 외식관련 기업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달라붙을 수 있는 기억을 ‘Sticky memory(스티키 메모리)’라고 표현했다. “피자헛은 최근 소비자가 기억하는 토핑, 소비자가 기억하는 서비스 방식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며 “소비자 뇌리에 남는 강력한 기억은 외식기업의 이윤창출과도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분자요리 다음 트렌드는 미식물리학? 
한때 분자요리가 세계의 미식 트렌드를 지배했던 적이 있다. 그렇다면 분자요리의 뒤를 이를 트렌드는 뭘까? 찰스 스펜스 교수는 “분자요리 다음으로 내(미식물리학) 트렌드가 나온 것 같다”며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실제 스펜스 교수는 분자요리에 관심이 많은 몇몇 셰프들과 미식물리학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조만간 미식물리학에 대한 한국어판 책도 발간할 계획이다. 한국어판에는 산낙지를 먹는 한국의 식문화와 귤에 초록색 잎사귀 하나만 붙여도 신선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는 팁 등 영문판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내용들도 추가했다. 집에서 외식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홈 다이닝에 대한 팁도 담았다. 그는 “혼밥, 먹방 등 한국만의 독창적인 식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산낙지와 젓가락 문화 등은 한번쯤 연구해보고 싶은 흥미로운 소재”라고 관심을 보였다. 스펜스 교수는 내년 2월 평창에서 열리는 푸드 CEO 서미트 참가를 위해 다시 한번 방한할 예정이다.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12월호를 참고하세요.

 
2017-12-11 오전 03:17:57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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