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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쌀국수의 새 시장을 열다  <통권 393호>
에머이 권영황 이사&#129;박정아 경영기획실장
관리자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7-12-11 오전 03:23:25



“운이 좋았다고요? 준비에만 4년 걸렸죠”
베트남 쌀국수의 새 시장을 열다 
에머이 권영황 이사박정아 경영기획실장 

최근 에머이의 움직임에 의아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한 시간 넘게 줄을 서는 것은 기본, 두세 번은 가야 겨우 한 번 먹을 수 있는 생면 쌀국수의 성지와도 같았던 그곳이 매장 수를 급격히 늘리며 지금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머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글 박선정 기자 sjpark@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

지난 2015년 8월 종로 보신각 뒤 후미진 골목 낡은 건물에 베트남 쌀국수집 하나가 문을 열었다. 흔한 베트남 쌀국수를 먹으러 이곳까지 올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은 곳에. 아니나 다를까 하루에 한 두 팀 올까 말까한 나날의 연속, 열에 아홉은 곧 문을 닫을 거라고 했다. 
딱 2개월이 지나자 상황이 바뀌었다. 줄을 서기 시작했다. 한 시간을 넘게 줄을 서야 겨우 맛볼 수 있는 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점심에만 많게는 7회전 이상을 했다. 백화점이며 대형 몰에서는 에머이 모시기에 나섰고 여기저기서 가맹문의가 빗발쳤다. 하지만 1년 넘게 직영점만을 고수하며 모든 요청을 고사했다. 에머이의 브랜드 가치는 도도할 정도로 높아져만 갔다. 

어느 순간 매장이 확 늘어났다. 과거 ‘에머이’ 하면 일부러 찾아가서 줄까지 서야 겨우 먹을 수 있는 곳이었는데. 그 희소성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는 의견도 많다. 
박정아  2016년 10월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에 2호점을 냈고, 비슷한 시기에 신사동 가로수길에 3호점을 냈다. 롯데 은평점까지 총 4곳을 직영으로 운영하다 가맹사업을 본격화한 것은 올해 3월부터다. 현재 매장수는 오픈 기준 83개, 계약 기준 103개다. 
1년 넘게 직영운영을 고수했던 것은 시스템 안정화를 위해서였다. 에머이 쌀국수는 생면을 제면해야 하고 육수도 매장에서 직접 끓여야 하기 때문에 조리과정을 매뉴얼화하는 것이 생각보다 무척 어렵다. 충분한 기간을 두고 직영점을 운영하면서 시스템을 구축했고, 확장 가능한 시점이 왔을 때 가맹사업을 시작한 거다. 
브랜드의 희소성에 대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가맹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에머이의 희소성은 사라졌지만 접근성은 높아졌다. 우리의 목적은 희소성 있는 음식을 내는 것이 아닌 에머이의 쌀국수를 누구나 쉽게 맛볼 수 있게 해드리는 거다. 직장인이 점심으로 부담 없이. 이러한 점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건 변하지 않는 맛과 쉽게 접근 가능한 확장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에머이의 쌀국수는 지금까지 먹어 왔던 것과는 아주 다른 맛이다. 베트남 쌀국수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지. 
권영황  에머이의 쌀국수는 베트남 하노이식이다. 사골과 양지로 24시간 이상 국물을 우려 곰탕처럼 맛이 진하다. 흔히 알고 있는 쌀국수와는 달리 숙주가 들어가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대신 마늘 초절임과 라임, 매운 고추를 첨가해 먹고, 면은 생면을 사용한다.
처음 종로점을 열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 중 하나가 ‘왜 숙주는 안 주냐’는 말이었다. 그런 분들에게 일일이 하노이식 쌀국수의 특징에 대해 설명을 해드렸다. 밖에서 숙주를 사다가 넣어 드시는 분들이 있을지언정 타협하지 않았다. 그냥 ‘숙주 살 돈이 없어서 못 넣었다’며 웃어 넘겼다. 
생면을 이해시키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생면을 처음 접하는 이들은 건면과는 다른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을 ‘퍼진 것’으로 느꼈다. 고객들에게 일일이 생면을 보여드리며 설명을 하고, 생면의 재료인 쌀이 보습 효과가 뛰어나다는 데서 착안해 마스크 팩을 만들어 나눠드리며 홍보했다. ‘다른 곳에서는 못 먹겠다’며 다시 찾아주시는 분들이 늘어났다.  

대중에게 익숙지 않았던 하노이식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권영황  에머이라는 브랜드는 나와 김명상 대표 공동의 결과물이다. 김 대표는 내 형님 친구의 친구이자 고향 선후배 사이로 에머이를 시작하기 전 나는 조선호텔 조리사, 김 대표는 외식업체 대표로 일하고 있었다. 함께 여행을 자주 갔는데 베트남에서 먹는 쌀국수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 먹던 것과는 다른데 자꾸 생각나는 그런 맛이었다. 알고 보니 그게 베트남에서도 진짜 쌀국수, 쌀국수의 원조로 알려진 하노이식 쌀국수였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은 호치민식이라고 했다. 이 맛이라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국수 한 번 해보자’는 결심을 하고 식재료 공수와 조리사 섭외 등을 포함해 2년에 걸쳐 추구하는 맛의 방향을 잡아갔다. 다음은 제면이었다. 쌀 생면을 만드는 기술은 굉장히 어렵다. 쌀가루를 물에 섞은 뒤 한 번 쪄 면을 뽑는데, 에머이 생면은 13가지 쌀 품종을 배합해 만든다. 배합비 5g만 달라져도 실패다. 이렇게 까다로운 탓에 베트남에도 기술자가 많지 않고, 있다고 해도 레시피를 전수하지 않는다. 방법은 독학밖에 없었다. 쌀 품종별 비율을 하나하나 달리해가며 배합비를 연구하고 레시피 표준화를 위해 기계 개발도 새롭게 하면서 손가락이 잘릴 뻔도 하고, 기계에 감전돼 목숨을 잃을 뻔도 했다. 제면기술 개발에만 꼬박 2년이 걸렸다. 

에머이가 추구하는 ‘진짜 쌀국수’란 베트남 현지의 맛을 의미하나. 
권영황  그렇다. 비싼 돈 들여 비행기 타고 베트남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그런 현지의 맛을 추구한다. 어느 매장이든 메인 조리사는 현지인을 고수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모든 레시피는 시간이 지날수록 만드는 사람의 스타일대로 변한다. 같은 레시피로 교육을 받아도 결국은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방식, 내 입맛대로 변형된다는 의미다. 그것이 한식이 아닌 외국 요리라면 본래의 맛을 기억하기란 더욱 어렵다. 그래서 그 맛을 기억하는 현지인을 채용하는 거다. 한국에 와서 달라지는 베트남 쌀국수는 우리에게 의미가 없다. 현지화와 퓨전화는 에머이가 추구하는 바가 아니다. 

한국엔 없었던 새로운 쌀국수 시장을 만들어낸 것인가. 
박정아  정확히 ‘생면 시장’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스타일은 달라도 쌀국수 시장은 이미 존재했고 어느 정도 대중화돼 있었다. 여기서 건면을 생면으로 바꾼다면 쌀국수의 혁명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베트남 현지의 쌀국수는 생면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진짜 쌀국수라는 콘셉트를 강조하기에도 좋은 소재였다. 
생면의 가장 큰 장점은 부드럽고 쫄깃한 맛 그리고 호로록 하고 입술을 치는 느낌이다. 생면에 맛을 들이면 건면은 먹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브랜드 콘셉트를 잡았다. 생면과 건면은 쉽게 생각하면 갓 지은 밥과 즉석 밥의 차이다. 신선도의 개념 자체가 다르다. 식감이 부드러워 건면에 비해 국물과 어우러지는 맛도 좋다. 

처음부터 프랜차이즈를 염두에 두고 브랜드를 기획한 것인가. 
권영황  그랬었다면 첫 매장을 종로 구석에 내진 않았을 거다. 안테나숍의 개념도 아닌, 그 때 가진 돈으로 가능한 유일한 장소였기 때문에 그곳을 택했다. 지금은 매장 위층에 사무실이 있지만 그때는 사무실도 없었다. (김 대표와) 둘이 처음 시작하는 사업인 만큼 헝그리 정신을 갖고 ‘배고프게’ 일해보고 싶었다. 종업원도 두지 않고 둘이서 홀과 주방을 책임졌다. 
처음 두 달은 정말 배고플 정도로 장사가 안 됐다. 첫 주 매출이 7만8000원이었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다. 두 달 내내 노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계속되면서 문을 닫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도 했다. 한 가지 희망으로 버텼다. 맛을 본 지인들이 ‘딱 6개월만 기다려보라’며 오히려 우릴 격려하는 게 아닌가. 6개월을 채우기도 전인 3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달라지는 게 보였다. 한 번 맛을 본 이들이 지인을 데리고 재방문을 했고, 줄을 서기 시작했다. 쌀국수 한 그릇을 먹기 위해 먼 거리를 마다 않고 달려오는 이들도 생겨났다. 

매장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품질관리에 어려움은 없는지. 점포마다 맛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권영황  인정한다. 앞으로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앞서 말했듯 모든 것을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특성상 전 점포에서 레토르트처럼 동일한 맛을 내기란 불가능하다. 인스턴트 라면도 끓이는 사람마다 맛이 다른데 육수뿐 아니라 면까지 직접 만들어야 하는 에머이 쌀국수는 어떻겠는가. 
그렇다고 맛의 표준화를 위해 24시간 이상 육수를 끓이는 지금의 방식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농축액을 공급하면 관리야 쉬워지겠지만 지금과 같은 맛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통 방식으로 곰탕을 끓이는 곳과 농축액을 사용하는 프랜차이즈 곰탕집 중 노포로서 오랜 시간 사랑받는 곳은 전자다. 
가장 중요한 것 매뉴얼 준수다. 라면도 매뉴얼대로 끓일 때 가장 맛있다. 점주들에게 언제든 본점에 방문해 재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고, 슈퍼바이저를 통한 철저한 관리를 통해 퀄리티를 유지할 것이다. 프랜차이즈란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제품을 제공하는 데 의의가 있는 것 아닌가. 우리는 점주들과 10년 이상 함께 할 수 있는 브랜드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에머이를 찾는 고객 만족과 가맹점주의 매출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 중이다. 

짧은 기간 동안 급성장한 만큼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향후 계획은? 
박정아  본격적인 마케팅을 하기도 전에 급성장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부터는 브랜드를 정제하고 다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우리의 역할은 단순히 베트남 음식을 파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를 통해 베트남의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베트남의 문화가 함께 묻어나는 다양한 활동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는 종로점이 미쉐린가이드 빕 구르망에 뽑혔다. 혹자는 에머이의 빕 구르망 선정을 두고 ‘왜 프랜차이즈에게 빕 구르망을 줬냐’고도 하지만 그만큼 초심을 지켜가라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뽑아주신 분과 찾아주시는 분 모두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벌써부터 생면과 하노이식을 표방하는 미투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있다. 냉동 쌀국수에 쌀국수맛 컵라면까지 등장할 정도로 외식과 식품 전반에 걸쳐 쌀국수 시장의 전망은 밝다. 시장이 커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하노이식 생면 쌀국수를 내세우는 다른 곳들이 진짜의 맛을 흩트려 놓을까봐 걱정이다. 이런 여러 가지를 생각했을 때 에머이라는 브랜드를 짊어진 우리의 어깨는 무겁다. 에머이(Emoi)의 뜻은 우리 말로 ‘여기요’ ‘이모’ 정도다. 베트남 여행을 가면 가장 자주 듣는 단어이기도 하다. 베트남 사람들이 “야, 한국에 갔더니 에머이가 있더라”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12월호를 참고하세요.

 
2017-12-11 오전 03:23:25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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