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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의 가치요? 진정성과 스토리, 감수성으로 만들어가는 거죠”  <통권 393호>
다리컨설팅 정두철 대표
관리자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7-12-11 오전 03:25:19




먹고 마시는 행위는 인간뿐 아니라 지구상 모든 만물이 살아가는 데 가장 근원적이면서도 위대한 일이다. 자연을 만들고 생명을 잉태하며, 그 속에서도 만물은 순환하며 계속해서 뿌리와 근원을 만들어간다. ‘명인명촌’은 10년 전 이러한 만물의 근원, 모든 생명의 시작을 있게 한 자연의 재료를 찾는 데서 시작됐다. 정두철 대표는 10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식재료 장인들을 찾고, 그들의 인내와 정성이 담긴 귀한 각종 재료를 한데 모아 명인명촌이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재탄생시켜왔다. 하늘과 바람, 토양과 나무, 태양의 기운으로 빚어낸 자연의 재료와 장인의 철학이 명인명촌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글 황해원 기자 banana725@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


이야기가 있는 숨겨진 보물, 명인명촌
명인명촌은 전국의 각 산지에서 나는 식재료를 오랜 시간 사명감과 진정성을 갖고 생산해온 명인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수고가 담긴 재료를 상품화해 묶어낸 브랜드다. 대중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품질이 우수한 특산품, 무엇보다 식재료에 대한 집념과 철학, 진정성을 여실히 담고 있는 각 지역 명인을 찾아 재조명하는 것이 명인명촌의 스토리다.
“이야기가 있는 숨겨진 보물. 명인명촌의 테마였어요. 건강한 땅과 바다, 나무에서 자란 신선한 식재료나 특산물, 전통 장, 발효식품, 전통주여야 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명인명촌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스토리였습니다. 왜 그 오랜 시간 동안 한 번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제주 어촌에서 어간장을 만들었는지, 왜 한평생 미워만 했던 시어머니의 뜻을 저버리지 않고 손맛으로 고추장을 담그고 있는지, 왜 잘 나가던 금융맨의 삶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시래기를 만지기 시작했는지, 왜 멸종 위기에 처한 토종벌의 꿀을 고이 모아 인고의 시간으로 숙성하고 있는지…. 특별할 건 없지만 저마다 품어놓은 이야기들이 있더군요. 그걸 듣고 있다 보니 머릿속에 명답이 스쳤어요. 이건 전통식품 명인 인증을 받거나 어떠한 맛의 방주에 올랐다거나, 유기농 제품만 생산한다거나 하는 이야기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구나, 이들의 일상성과 진정성이야말로 식재료가 지닌 가치 그 자체구나 하는 것을요. 저는 그들의 스토리야말로 식재료가 가진 가치의 전부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얼른 세상에 내놓아 빛을 보게끔 하고 싶었어요.”

그는 왜, 10년간 명인을 찾아다녔나?
정두철 대표의 전직은 다채롭다. 서울대 농경제학과 출신의 정 대표의 첫 번째 직업은 펀드매니저. 이후 벤처 회사로 자리를 옮겨 활동하던 중 운 좋게 ‘메주와 첼리스트’라는 전통장전문회사의 사장으로 갔다가 현재는 다리컨설팅 대표로 있으면서 명인명촌의 브랜드 일을 주력으로 맡고 있다. 
“시기별 직업은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어요. 가치에 대한 거요. 펀드매니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가치 평가예요. 벤처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전통장류를 판매하는 메주와 첼리스트 역시 전통 장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심고 표출하느냐가 관건이었어요. 가치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고 이를 고객에게 인지시키면 시장의 승자가 되는 것이더라고요.”
다리컨설팅을 창업하기 전 그는 안그라픽스라는 디자인회사에서 4년간 기획이사로 지내면서 제품 디자인이나 브랜딩, 기획 관련 업무를 맡아 했다. 메주와 첼리스트에서 배웠던 전통 장에 대한 식견에 디자인·브랜딩 경험, 그리고 가치에 대한 생각들을 조합하다보니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잡혔다. ‘전통 장을 비롯해 명인들의 식재료를 찾아야겠다!’ 아직까지 세상엔 빛도 보지 못한 훌륭한 제품들이 너무나 많고, 이러한 것들을 잘 발굴해 디자인 터치를 조금만 해줘도 멋진 상품이 되겠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실제로 메주와 첼리스트에 근무하던 2000년대 초 현대백화점에 모던한 디자인을 입힌 된장 제품을 출시해 호응을 얻은 적이 있었다. 전통 된장이 선물용으로 보편화돼있지 않던 시절이었다. 
마침 현대백화점과 협업할 좋은 기회가 생겼다. 농식품 산업의 활로를 프리미엄 시장을 통해 개척하고 운용해나갈 있는 프로젝트를 해보자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명인명촌의 시작이었다. 
“한국에서 나는 좋은 식재료라면 무엇이든 찾아 다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명인들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땅에서 바다에서 나무에서 채취한 귀한 재료를 많은 소비자들이 맛있게 행복하게 먹는 상상을 하니 가슴이 설렜어요.”

돈이나 조건보단 진정성과 감수성 우선돼야
그가 첫 번째 한 일은 각 지역 구청이나 시청 담당자들을 찾아가 ‘오리진(Origin)’을 찾는 것이었다. “전남 고흥이면 석류나 유자 오리진, 강원도 양구면 시래기 오리진, 경북 의성이면 마늘 오리진이요. 그렇게 한 분 한 분 물어 찾아가거나 신문이나 잡지에 나온 명인 중 관심이 가는 인물이 있으면 메모해놨다가 주말마다 전화를 걸었어요. 아주 작은 산골짜기 같은 경우엔 전화도 잘 안 돼서 무작정 찾아 갔고요.”
지금에야 명인명촌이 전통식품이나 향토식품 종사자들 사이에선 유명하지만 초창기만 해도 정 대표를 대하는 명인들의 말투나 태도는 투박했다. 
“처음엔 대부분 명인 분들이 떨떠름하셨죠. 서울에서 이상한 남자 하나가 와서 자꾸 밥 달라 한다고(웃음)…. 뵐 때마다 밥 달라 했거든요. 같이 밥이라도 먹으면서 이야기 나누면 친해질 것 같아서. 그렇게 같이 식사하고 다음 날 또 찾아가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친해지죠. 그렇게 그 분의 진짜 속 이야기를 듣게 돼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아무리 농식품부 명인 인증을 받고 특허 기술을 취득해도 돈이나 조건 때문에 산지를 고집하는 분들은 사실 명인명촌과 방향이 맞지 않아요. 똑같은 유기농 농사를 짓더라도 돈보단 자연의 조화와건강을 위한다는 철학으로 유기농을 고집하는 분들은 최소한 시장 가격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그 고집을 꺾지는 않거든요. 전 그 믿음이 좋아요.” 
현재 명인명촌이라는 이름 안에 모인 전국 산지는 총 72곳. 제품은 약 200여 가지가 된다. 연 단위로 계약을 하거나 로열티를 받는 식이 아니라 명인명촌 팀에서 각지의 식재료를 제철마다 구매해 현대백화점 명인명촌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형태다. 10년간의 명인명촌 브랜딩 사업으로 200여 개의 제품들은 고급스러우면서도 무엇보다 저마다의 스토리와 사연을 가진 아름다운 향토 식재료로 다시 태어났다. 동백기름과 의성 유기농 마늘, 블루베리잼, 두견주, 천리장, 발효수제차, 멸치액젓, 토종벌꿀, 토골미, 조청, 오곡초, 어간장, 독거도미역, 무산김, 하향주, 부각, 인삼죽염, 황토죽염, 표고버섯, 충북 청원의 심순섭 할머니가 직접 담그는 된장 등 정 대표가 알뜰살뜰하게 다니면서 찾아낸 주옥같은 보물들이다. 그의 말처럼 이들 전부 식재료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하고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가며 원물을 생산하는 장인들이다. 

자부심과 수익의 접점
명인이나 장인, 전통이나 향토산업과 같은 용어가 꼭 비켜가는 것이 있다. ‘수익’이다. 예부터 이어져 오는 가업이나 문화사업, 전통이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기술은 대량생산과는 거리가 멀어 늘 돈이 벌리지 않았다. 간혹 1세대, 2세대에 이어 3세대쯤부터는 이를 시스템화해 본격적인 수익 창출을 목표로 두는 경우도 있지만 으레 ‘아버지 세대에서 다져놓은 고귀한 옛 정신에 돈 냄새 풍긴다’는 주변 눈치나 압박이 따를 때가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명인의 세계와 수익창출의 길은 영영 상통할 수는 없는지. 어쨌든 자부심을 갖고 좋은 재료를 만들어내는데, 이것을 잘 팔아 돈이 되는 산업으로 연결하는 재주까지 가지고 있으면 좋을 것을 그 접점이라는 게 있지는 않을까. 
“명인명촌에 입점해있는 분들 중 간혹 공장을 지으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볼 때가 있어요. 그럼 전 선택을 하라고 말씀드려요. 명인명촌에 남을 것인지 아니면 매스티지 상품을 개발해 홈쇼핑과 마트, 온라인 판매 쪽으로 올인하실 건지.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는 없어요. 전통식품을 만드는 장인이 홈쇼핑 프로그램에 나가고 온라인 판매 채널 바이어를 만나면 과연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요? 된장으로 치면 항아리 옆에 명인이 없는 거예요. 미생물이라는 게 얼마나 예민한데요. 접촉 한 번에도 수많은 공기 변화, 물질, 화학 변화를 일으키는 게 전통 장이고 전통주고 기타 발효식품이에요. 사람이 곁에 없으면 그 맛을 낼 수가 없죠. 결국 접점이라는 건 없어요. 최상의 맛을 내려면 2억 원치만 팔아야 하고 200억 원 규모의 시장을 만들려면 최상의 맛은 포기해야 해요. 둘 다 갖고 간다는 건 연탄불과 아이스크림을 같이 갖고 간다는 거죠(웃음).”

명인과 청년들이 만난 신개념 그로서란트 기획
그가 구상하는 비즈니스 빅픽쳐는 따로 있다. 명인명촌의 스토리와 콘셉트를 잘 이해하는 외식업 경영주나 셰프를 발굴해나가는 것이다. 명인명촌에 속해있는 각지의 식재료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해 음식과 스토리를 개성 있게 풀어갈 수 있는 이들을 찾아 새로운 형태의 그로서란트를 만들어볼 계획이다.
“한 젊은 장사꾼이 작은 김밥집을 차린다고 했을 때 명인명촌과 합작한다면 그 김밥집이 그냥 김밥집이 되지는 않을 거예요. 식당 주인이 살아온 인생과 명인명촌 각 산지 식재료의 스토리가 결합되어 하나의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탄생하는 겁니다. 완도에서 자란 청년 아무개 씨가 어릴 적 배를 몰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살려 진도산 꼬부기와 명인명촌의 볶음고추장으로 양념한 김밥을 말아 매일 아침 직장인들에게 김밥을 파는 거죠. 김은 전남 장흥의 어느 장인이 며칠에 걸려 수확해 말린 김, 명란김밥에 들어가는 명란은 명란 장인이 20여년간 고군분투해 개발한 저염 명란. 김밥 한 줄 안에는 각지 명인들의 인생과 철학, 그리고 김밥집 주인의 마음을 담는 거예요. 그러면서 매장 한쪽에서는 명인명촌의 좋은 식재료도 판매하고요. 그런 식당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면 빨리 만나보고 싶어요.”
올해 청강문화산업대학과 명인명촌이 MOU를 체결하면서 산지의 명인들을 책임 교수로 임명하고 다양한 교육산업을 함께 진행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식업 경영주나 셰프를 꿈꾸는 젊은 학생들에겐 식재료가 나고 자라는 근원과 감수성, 그 소중함을 알게 하면서 반대로 명인들에겐 젊은 외식인들의 개성 있는 식견과 사고를 접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 계획이다. 
“표고버섯이 가장 맛있는 시기가 언제인지 아세요? 그때마다 다 달라요. 가장 맛있는 시기가 있고 밀도가 가장 높고 단단히 여무는 시기가 따로 있어요. 표고버섯의 원목인 참나무는 4년에 세 번 정도 표고버섯을 만들어내는데 어떤 나무에서 언제쯤 버섯이 나오느냐에 따라서도 버섯의 향이나 색깔이 다 다르답니다. 산속의 지형이나 기후에 따라 표고 끄트머리가 갈라지는 결도 다르고요. 그러니까 버섯 모양 자체가 산새를 많이 닮아있어요. 신기하죠. 그건 철마다 산에 직접 가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가 없는 거거든. 그렇듯 모든 식재료에는 자기만의 엣지가 있어요. 적어도 요리사나 외식업 경영주가 되고 싶은 학생들은 식재료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공부하고 직접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게 자기 본업에 대한 존중의 시작인 거죠.”
그렇게 명인들과 학생들이 현장에서 서로 대화하고 교감하며 스토리 중심의 그로서란트를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이상향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12월호를 참고하세요.

 
2017-12-11 오전 03:25:19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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