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HOME > People
발효초와 정성 깃든 한식의 만남 - 주옥 신창호 셰프  <통권 394호>
관리자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8-01-03 오전 05:16:35


 

서울 청담동, 주택이 즐비한 한적한 뒷골목에 조그맣게 자리 잡은 한식 비스트로 주옥은 2016년 5월 오픈 당시부터 수많은 외식업계 관계자의 입에 오르던 레스토랑이었다. 10여 년간 국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활약한 신창호 셰프가 노부 마이애미에서 수련을 마치고 돌아와 오픈, 직접 담근 발효초를 중심으로 메뉴를 선보여 기대감을 높였기 때문이다. 셰프와 미식가들이 조용히 찾던 이곳은 순식간에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8에서 1스타로 선정되면서 그 존재감을 입증했다. 주옥 스타일로 자신만의 한식 비스트로를 만들어 가고 있는 신창호 셰프를 만났다.
글 이내경 기자 nklee@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  

 

흐르는 강물처럼 시작한 요리 인생
시작은 어느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생과 같았다. 다만 신창호 셰프는 선택에 담대했고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면서 그는 자신이 요리에 관심이 많은 것을 깨달았다. 요리 프로그램을 즐겨 보았고 어머니의 부엌일을 도우면서 요리에 흥미를 느꼈다. 전공을 살리기 위해 대학교에도 입학했지만 때마침 불어 닥친 IMF 외환위기에 대학교 졸업장보다는 영업 현장을 택했다. 1990년대 후반 패밀리레스토랑에 주방 계약직으로 입사하며 외식업계에 처음 발을 디뎠다. “당시 패밀리레스토랑은 지금처럼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어요. 매장에서 쉽게 조리할 수 있도록 식재료를 전처리하는 센트럴키친이 없었고, 거의 모든 것들을 주방에서 직접 만들어야 했죠. 그때 수셰프 밑에서 칼질부터 고기 손질법, 소스 만드는 방법 등 기본기를 닦았어요.”
1년여 동안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실력을 쌓고 취사병으로 입대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군대가 한식을 처음으로 접한 곳이었어요. 운 좋게도 간부 식당으로 배정받아 지역의 실력 있는 찬모가 있는 주방에서 군대 생활을 보냈죠. 그때 한식의 기본인 나물 무치는 방법부터 육수를 우리는 방법 등을 두루 배웠어요.”
2002년 제대 후에는 서울 청담동 일대에 붐을 이뤘던 이탈리안 레스토랑 중 한 곳에 입사했다. 이후 서울 도곡동, 청담동 일대의 이탈리안·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실력을 꾸준히 쌓으며, 외식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실력파 셰프로 제법 인지도를 높였다. 2013년에는 SM엔터테인먼트와 크라제인터내셔날과 합작 투자해 오픈한 펍 레스토랑 ‘치맥(Chi MC)’에서 강민구 셰프와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셰프로서 평탄한 길을 걷고 있었지만 그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끊임없는 갈증이 있었다. “외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가정도 있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나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박한 생각이 들었어요. 제 경력과 나이에 외국 현장에 나가기 위해서는 지인 추천이 제일 좋은 방법이었죠. 친한 강민구 셰프가 다수의 유명 레스토랑을 소개했고 저는 그중 한 곳을 선택했어요.”

35살에 떠난 노부 마이애미
많은 유명 레스토랑 중에서 신창호 셰프는 ‘노부 마이애미’를 택했다. 노부(Nobu)는 페루식 조리법을 가미한 스시로 일식의 현지화에 성공한 세계 유명 일식 레스토랑이다. 노부는 여러모로 그와 연이 깊었다. “요리를 처음 시작했을 때 제일 동경하던 셰프가 노부였어요. 당시 한국에 많이 소개되기도 했고 많은 이들이 노부의 요리 방법을 따라 했었죠. 마이애미 매장에 노부는 없었지만 노부의 전 매장을 총괄하는 셰프가 있었고, 그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어요. 치맥에서 만난 강민구 셰프도 노부 바하마에서 최연소 총괄 셰프로 활약했었죠.”
노부 마이애미에서 그는 여러 방면으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요리 테크닉은 물론 체계적인 매장 운영 시스템 등은 그가 가지고 있던 요리에 대한 생각을 전환시켰다. “가지고 있는 생각의 틀이 깨지는 느낌이었어요. 노부는 성수기 저녁에는 400~500명이 찾을 정도로 바쁜 매장이지만 철저한 분업화로 적은 인력으로도 많은 고객을 수용할 수 있는 운영 시스템을 갖췄어요. 동시에 메뉴 퀄리티나 요리 테크닉도 뛰어나죠.”
그의 창의력에 불을 지핀 것도 그 시점이었다. 노부는 일주일에 한 번씩 메인 키친의 모든 셰프가 오마카세를 만들어 검증을 받는데 그중에서 가장 좋은 평을 받은 요리는 노부의 코스 요리로 선보일 수 있다. 이때 신창호 셰프의 요리도 많이 선정됐다. “제가 특별히 잘해서라기보다는 한국인 특유의 경쟁의식이 발휘되어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아요.” 노부에서 선보인 요리 가운데 그의 기억에 남는 요리는 고추장으로 무친 회무침이다. “고추장의 매운맛을 가라앉히기 위해 산미가 있는 세비체와 섞었는데 맵다는 평도 있었지만 반응이 좋았어요. 노부에서는 노부 스타일의 요리라면 어떤 식재료를 사용해도 상관없어요. 저는 주로 한식 식재료를 사용했죠. 마이애미에서는 한식 식재료를 구하기 어려워 만들면서 저도 먹곤 했어요(웃음).”

KEY 재료를 찾다
노부 마이애미에서 1년, 독일 등 해외에서 8개월간 타지 생활을 하며 견문을 넓힌 신창호 셰프는 2015년 귀국 후 자신만의 레스토랑을 오픈하기 위해 약 1년 동안 준비했다. “브랜드를 기획하던 중 레스토랑을 차별화하면서도 맛을 좌우하는 마스터키 같은 재료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접 만들 수 있는 식재료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식초를 선택했어요.”
그는 식초가 고추장, 간장 등 장류에 비해 만들기 쉽고 요리에 활용하기도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읽었던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퓨전 레스토랑 ‘바 타르틴(Bar Tartine)’을 다룬 책도 인상에 강하게 남아있었다. 바 타르틴은 식초를 만들어 채소 피클을 담는 등 거의 모든 메뉴에 식초를 활용했다. “때마침 집에서 처음 담근 포도 식초도 성공적이었어요. 이거다 싶었죠. 하지만 큰 오산이었어요(웃음). 이후에 1년 동안 만든 식초는 실패해서 엄청 버렸어요. 국내에 있는 식초에 관한 모든 책을 구입해 읽을 정도로 식초 연구에 매진하게 된 계기가 됐죠. 당시에는 몰랐지만 포도와 같은 베리류는 껍질에 효모가 많아 식초를 만드는 기본 재료예요. 발효가 잘되는 재료로 만들었으니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주옥같은 주옥
현재의 주옥은 어쩌면 운명처럼 만들어진 곳이다. 브랜드 콘셉트부터 입지, 상권까지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초기 신창호 셰프는 노부에서 받은 영향으로 아시아 퓨전 레스토랑을 기획했다. “문득 일본, 중국, 태국 등 다양한 아시아의 요리에 전문 지식 없이 섣부르게 접근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한식에 집중한 비스트로를 선보여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브랜드 콘셉트가 확정될 무렵 투자처에 문제가 발생했다. 투자받기로 했던 계획이 무산되면서 상권부터 다시 조사해야 했다. “모든 일이 원래 생각대로 진행되지만은 않잖아요. 콘셉트는 정해진 상태라 소자본으로 창업을 준비하게 됐고 이 자리를 찾았어요. 청담동 중에서 제일 저렴한 장소라서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죠. 당시 도와주신 분들에게 참 감사해요.”
천신만고 끝에 2016년 5월, 청담동 뒷골목에 문을 열었다. 음식과 식재료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고 소중하게 다룬다는 의미로 상호를 ‘주옥’이라고 정하고 고객을 맞이했다. 결과는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차선의 선택이 상호와 함께 어우러지면서 빛을 발휘했다. 뒷골목이라는 입지적 약점은 오히려 귀중한 것을 소중하게 숨겨둔 듯한 감성을 더했다.
그의 기획 의도 또한 주옥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한몫했다. 직접 만든 천연 발효초를 활용한 한식이라는 점이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현재 주옥은 포도 식초를 비롯해 15종의 식초를 매장에서 담가 4개월 동안 숙성한 후 사용한다. 계절에 따라 제철 과일을 활용해 담그는데 포도, 유자, 수박, 감식초 등이 있으며 식전에 제공하는 송순 식초 등이 준비되어 있다. “식초로 유명해지다 보니 처음에는 식초 활용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모든 메뉴에 사용하려다 보니 코스의 흐름이 깨지는 느낌도 있었고, 천연 식초이다 보니까 온도에 따라 산도가 달라져 음식 퀄리티를 유지시키기가 어려웠죠. 그래서 지금은 식전 요리와 드레싱 정도로 사용해요.”

주옥 스타일로 거머쥔 미쉐린 1스타
신창호 셰프는 주옥에서 선보이는 메뉴를 주옥 스타일로 만든 요리라고 부른다. 주옥 스타일이란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정성을 다해 만든 요리다. 신 셰프는 주옥 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해 세 가지의 규칙을 세웠다.
첫 번째는 제철 식재료 사용이다. 매장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에 진열된 발효초와 함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달에
사용하는 주요 식재료다. 벽면에는 주옥에서 사용하고 있는 제철 식재료의 사진이 액자로 걸려 있을 정도다. 재료를 중시하는 태도는 식재료를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다룬다는 상호가 내포한 의미에서도 알 수 있다. 신 셰프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공급받는 해산물을 제외하고 모든 식재료를 직접 확인하고 구입한다. 일주일에 두 번씩은 서울 제기동 경동 시장에서 나물을 직접 구매하고, 마늘 등 채소와 가니쉬 식재료는 유기농 농산물로 유명한 경기 남양주의 ‘준혁이네’ 농장에서 생산한 농산품을 사용한다. 보라무와 들깨 등은 경남 진주에서 장모님이 직접 수확하는데 들깨를 일주일 동안 사용할 양만큼씩 들기름으로 짜서 공급해 주옥의 요리에 고소한 향과 맛을 더한다. “원래 지금 이 시간(브레이크 타임)에는 식재료를 구매하기 위해 어딘가로 가 있을 시간이에요. 식재료를 직접 만져보고 맛을 봐야 최상의 식재료를 사용할 수 있고, 더불어 요리에 대한 영감도 받을 수 있어요.”
두 번째 규칙은 해산물에 나물을 꼭 곁들이는 것이다. “식재료 중에서 해산물과 나물은 계절감을 가장 잘 드러내요. 초반에는 주옥 스타일이라는 콘셉트 하에 항상 해산물과 채소를 함께 플레이팅 하곤 했어요(웃음). 도하새우에 고추나물무침, 생선 회에 취나물된장무침과 같은 느낌이죠.”
마지막은 메인 디쉬에 정통 한식을 하나씩 꼭 접목하는 것이다. 이번 겨울에는 조희숙 셰프에게 전수받은 굴림만두를 제공한다. 굴림만두는 한국 전통 음식으로 다진 생선 살과 채소를 섞어 동그랗게 빚은 후 밀가루를 묻혀 익힌 메뉴다. “현재 디저트는 호박을 사용해 아이스크림과 맛탕 등 세 가지로 선보이는데 향후에는 전통 병과를 함께 내고 싶어요.”
이런 노력으로 신창호 셰프의 주옥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8에서 1스타 영광을 안았다. 1년 6개월 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기쁘기도 하고 예약도 많아졌지만 부담도 커졌어요. 많은 고객이 기대감을 안고 올 것이란 생각에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하고 싶은 게 많아져서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고 있어요. 좁은 주방에 인력이 7명으로 늘어났을 정도예요.”

정성으로 선보인 맛있는 요리
주옥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과 정성이다. 정성을 다한 음식이 맛없을 리 없지만 그는 항상 맛있는 요리를 제공하기 위해 매 순간 정성을 다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먹는 순간에 맛있는 요리가 진짜 맛있는 요리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은 힘들겠지만 많은 사람이 좋아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메뉴를 개발해서 호불호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담담하게 자신이 가진 소신을 밝히는 신창호 셰프의 눈이 빛났다.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서둘러 주방으로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사람들 기억 속에서 좋은 레스토랑으로 오래도록 남고 싶다”는 마지막 말이 귓가를 울렸다.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18년 1월호를 참고하세요. 

 
2018-01-03 오전 05:16:35 (c) Foodbank.co.kr
quickmenu
월간식당 식품외식경제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 한국외식정보교육원 제8회 국제외식산업식자재박람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