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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것에서 새것으로, 브랜딩의 감칠맛 - 태극당 & 창화당  <통권 410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9-05-09 오전 11:58:02

날것에서 새것으로, 브랜딩의 감칠맛

태극당 & 창화당



요즘 성공한 브랜딩 사례로 빠지지 않는 곳이 태극당과 창화당이다. 언뜻 비슷한 이름에 같은 업종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태극당은 74년 전통의 빵집이고 창화당은 16년 된 만두집이다. ‘나는 누구요’ 라고 드러내지 않은 채 
본질에만 충실하며 묵묵히 외길을 걷던 이들이 어느 순간 브랜딩에 눈을 떴다. 그러더니 변한 듯 변하지 않은 듯, 
제 색깔을 더욱 또렷이 한 채 새것이 되어 나타났다. 브랜딩의 감칠맛이다.
글 박선정 기자 sjpark@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차장·각 업체 제공 





브랜딩이란 라이프 스타일을 읽는 것
혹자는 한물 간 트렌드라고도 하지만 뉴트로는 여전히 트렌드의 중심이다. 
트렌드 관점에서 봤을 때 태극당과 창화당은 기가 막히게 잘 만든 뉴트로 브랜드다. 시선을 압도하는 태극당의 화려한 샹들리에와 ‘納稅로 國力을 키우자’는 촌스러운 문구, 인스타그래머블 아이템인 창화당의 ‘오봉’ 쟁반과 할머니 감성의 자개상 등은 젊은층에서 노년층까지의 감성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유행에 맞춰 억지로 만들어낸 것들은 아니다. 수십 년간 이어온 본질에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가미했을 뿐인데 어느 곳보다 핫한 장소가 됐다. 70~80년대 소비자들이 태극당을 서울 최고의 고급 빵집으로 바라봤다면 2019년 현재의 소비자들은 태극당을 뉴트로의 성지로 바라본다. 태극당은 트렌드에 맞춰 그들이 원하는 것을 브랜드에 반영하고 전에 없던 소통을 시작했을 뿐이다. 본질은 여전히 그대로다. 
창화당도 마찬가지다. 요즘처럼 가정간편식이 발달하지 않았던 10여 년 전 즉석만두의 주요고객이 백화점을 방문하는 주부들이었다면 지금은 HMR이나 분식집, 인터넷을 이용하는 젊은 세대들 비중도 크다. 창화당의 젊은 경영자는 이를 파악해 창화당을 백화점 지하에서 로드숍으로 끄집어냈고, 젊은이들의 감성을 브랜드에 녹여냈을 뿐이다. 본질은 더욱 견고해졌다.  
브랜딩이란 라이프 스타일을 읽는 것이다. 소비자가 바라보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캐치해 살짝 다듬어주는 것만으로도 브랜딩의 묘를 살릴 수 있다.

더하기보다는 빼거나 살짝 바꿔 새로워지기  
브랜딩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더하기보다는 덜어내고 버릴 것’을 강조한다. 지나치게 많은 메시지와 브랜딩 요소는 소비자를 혼란에 빠뜨릴 뿐이다. 
태극당이 1년여에 걸쳐 브랜드 및 점포 리뉴얼을 진행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두 가지, 남겨야 할 것과 버릴 것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낡은 시설과 서비스 방식, 통일되지 않은 디자인 요소는 버리거나 바꾸고, 노포로서의 추억과 감성, 제품의 정체성은 남겼다. 안팎으로 견고해진 브랜드는 물 흐르듯 고객과 소통했다. 
창화당은 로드숍을 출점하면서 타깃을 바꾸고 그에 맞춰 소통방법에도 변화를 줬다. 과거 창화당 하면 백화점 포장만두가 떠올랐지만 지금은 뉴트로 감성 넘치는 만두 맛집이 떠오른다. ‘만두가 맛있는 집’ 이미지를 공고히 하면서 젊은 감각을 살짝 터치한 브랜딩 전략이 결국 통했다. 






‘오래된 빵집’에서 ‘뉴트로의 성지’로

태극당


태극당은 지난 1946년 오픈 이래 올해로 74년째를 맞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다. 고객의 80% 이상이 60대 이상, 빵 판매를 제외한 카페 매출은 0원인 날도 있었던 빵집이 20대와 80대가 공존하는 뉴트로 성지로 거듭나면서 SNS 핫플레이스가 됐다. 
그저 오래된 빵집에 지나지 않았던 이곳이 ‘태극당’이라는 브랜드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들여다봤다.



변화의 필요성
태극당 3세이자 운영을 총괄하는 신경철 전무가 태극당에 합류한 것은 2012년이다. 태극당에 들어와 1년 간 카운터 업무를 보면서 어릴 적 자신이 접했던 태극당의 모습과 현실의 태극당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이러다가는 망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려야 할 것과 남겨야 할 것을 정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방향이 잡혔고, 이것이 바로 태극당 리뉴얼의 시작점이 됐다. 
가장 큰 문제는 너무 오래된 생산시설이었다. 작업 효율성이 떨어지는  데다 비용 손실도 컸다. 주요 설비를 신식으로 교체하고 동선을 효율화해 일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서 위생적인 부분까지 함께 개선하는 방향으로 리뉴얼을 기획했다.
선대의 빵에 대한 철학과 전통, 오랜 단골들의 추억만큼은 버리지 않고 남겨야 했다. 창업주의 빵에 대한 철학과 창업 당시부터 지금까지 판매되는 스테디 메뉴, 오랜 고객의 추억만큼은 끝까지 가져가기로 했다. 
신경철 전무는 “리뉴얼 소식을 들은 단골들이 ‘바뀌면 안 된다’는 당부의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며 “주인도 손님도 모두 이곳을 추억하고, 계속해서 기억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세월의 손때를 남겨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디자인 재정비
태극당이 리뉴얼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손을 댄 부분은 디자인이다. 
우선 무궁화 모양 로고와 빵 포장지 등 주요 디자인 요소는 보존하되 로고를 다듬고 서체를 통일하는 등 디자인 요소를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태극당 고유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정체성을 이어가기 위해 ‘태극당 1946’ 서체도 개발했다. 
디자인을 담당하는 신혜명 부장은 “70년 간 사용해 온 디자인을 1년여에 걸쳐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딩 작업이 함께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옛것과 새것을 조화시키기 
젊은 고객을 유입해 새로운 이미지로 거듭날 수 있는 분위기 쇄신도 필요했다. 
가장 먼저 바꾼 것은 커피 맛이다. 다방식 커피를 과감히 버리고 에스프레소 커피메뉴를 도입했다. 내친 김에 카페 공간도 확장했다. 창고로 사용하던 매장 안쪽 공간을 터 세련된 분위기의 카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까지 도입하니 서서히 젊은층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메뉴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고민했다. 신경철 전무가 ‘트렌디한 빵을 만들어야 하나’라는 고민을 안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유행을 좇는 빵집들이 너무나 많은 상황에서 굳이 자신들까지 같은 제품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태극당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메뉴들은 그대로 유지하되 신메뉴를 꾸준히 개발하는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기로 했다.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기  
젊은층과의 소통방식으로는 콜라보를 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신발 브랜드 슈페르가와 콜라보를 진행했다. 슈페르가의 베스트셀러 아이템인 스니커즈와 뮬에 태극당 상품의 로고를 적용한 콜라보 제품을 선보이고, 전시와 함께 실제 온·오프라인에서 판매도 했다. 
지난달에는 허영만 화백의 ‘오! 한강’ 복간을 기념해 ‘태극당×오!한강展’을 가졌다. 태극당 매장 2층 공간에 만화를 전시하고 테이블에 앉아 탬플릿으로 오!한강 만화를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전시회다. 
이처럼 다양한 협업의 이유는 바로 인지도 구축이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마케팅을 진행하는 동시에 전시회를 통해 태극당이라는 공간에 새로운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어 일석이조. 행사 후 빵 구매를 통해 제품체험으로까지 연결할 수 있으니 정확히는 일석삼조다. 
본점 외 다른 채널에서 고객을 만나기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작년 말에는 을지로의 복합문화공간 디스트릭트C에도 작은 매장을 냈다. 추후 생산시설이 확보되고 확장 가능한 시점이 된다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매장을 열 생각이다.

뉴트로의 성지가 되다  
신경철 전무가 운영을 맡은 후 태극당 매출은 3배로 뛰었다. 학생에서 직장인, 주부, 가족, 주말 등산객, 외국인까지 고객층과 연령대도 다양해졌다. 신 전무는 “백화점이나 관광지를 빼고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빵집 치고는 정말 재미있는 분위기“라고 말한다. 
매장 카운터 주변에는 ‘납세는 국력이다’, ‘계산을 정확히 합시다’ 같은 옛날 표어들이 적힌 팻말이 그대로 붙어 있다. 젊은층은 열광하고 중장년층은 추억을 회상하는 뉴트로 감성이다. SNS 반응도 폭발적이다. 인스타그램의 태극당 해시태그만 4만 개가 넘는다. 
하지만 뉴트로의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태극당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신혜명 부장이 명쾌하게 답했다. “태극당의 신념이나 철학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트렌드에 의해 흥망할 브랜드라면 70년 넘게 버티지도 못했을 거다. 단지 지금의 트렌드가 뉴트로이니 뉴트로라는 키워드에 맞물리고 있는 것뿐, 뚜렷한 정체성을 갖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면 우리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INTERVIEW


일부러 만들어 내거나 꾸미지 않은 
옛것과 새것의 조화 
신경철 전무‧신혜명 부장




태극당에 몸담게 된 계기는. 
신경철 > 어릴 때부터 당연히 ‘언젠가는 내가 빵집을 맡겠지’라고 생각은했지만 그저 막연한 미래의 일이라고만 여겼다. 그러다 2012년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시는 바람에 갑작스럽게 출근을 하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 달 뒤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렇게 1년 동안 카운터 일을 보면서 경영에 발을 들였다.
신혜명 > 동생(신경철)이 본격적으로 경영을 맡으면서 ‘뭔가를 하긴 해야 하는데 혼자 힘으로는 벅차다’며 도움을 요청해 왔다. 출산한지 7개월 정도 지났을 땐데 그 얘기를 듣고 다음날 바로 출근했다. 당시 아버지도 쓰러져 계신 상황이었고, 당연히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술을 전공한 특기를 살려 디자인과 브랜딩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금은 다른 형제들까지 포함해(신혜명 부장 위로 언니가 둘 더 있다) 가족들이 함께 운영 중이다. 

디자인 리뉴얼 과정에 대해. 
신혜명 > 사실 지금의 디자인은 원래 있던 것을 정리한 수준이다. 정리를 해 놓으니 빛을 발했다고 할까. 새롭게 만들어낸 것은 없다. 
서체와 로고를 정리하면서 명확한 콘셉트를 따로 두지 않았다. 다른 곳은 세대가 바뀌면서 브랜딩의 방향성을 명확히 잡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특별히 분위기를 타지 않으면서 옛것을 살리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여기에는 함께 해준 파트너인 친구의 역할이 컸다, 어릴 때부터 친한 친구로 가족 다음으로 태극당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다. 그 친구가 먼저 ‘브랜드를 다르게 해석하면 안 되니 나한테 맡겨 달라’고 제안을 해왔다. 브랜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끼리 머리를 맞대니 최상의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백화점, 복합몰 등 입점제안이 많을 것 같은데.
신경철 > 정말 많았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직영에 대한 철학과 지금의 생산시설 등을 감안할 때 아직 준비가 덜 된 부분이 많아 모두 고사했다. 유일하게 선택한 것이 을지로 디스트릭트C다. 무엇보다 손창현 대표와 내가 생각하는 태극당의 방향성이 잘 맞았다. 당시 빵뿐 아니라 음료에도 힘을 싣고 싶었는데, 디스트릭트C에서 제안한 공간과 동선이 바로 그러한 환경이었다. 위치도 본점과 가까워 이곳에서 생산한 빵을 배송하는 데도 문제가 없었다. 지금은 디스트릭트C 매장이 태극당 브랜딩에 빼 놓을 수 없는 곳이 됐다.

향후 계획은. 
신경철 > 태극당이 확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조시설 확대가 필요하다. 5년 안에 제조시설을 완비해 확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태극당의 강점은 고객과 함께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시그니처 메뉴가 있다는 점이다. 모나카 아이스크림, 사라다빵, 버터케이크 같은 단품 특화메뉴를 중심으로 하는 전문점 형태를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후에는 해외에도 진출해보고 싶다. 오래됐지만 고루하지 않은 브랜드로서 한국을 대표하는 빵집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꿈이다. 
젊은층에게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콜라보도 계속해서 진행할 것이다. 태극당의 콜라보를 접한 업계 분들께서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해주셨다. 앞으로 더욱 다양하고 새로운 브랜드와의 협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19년 5월호를 참고하세요.

 
2019-05-09 오전 11:58:02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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