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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 문화 세계에 알리는 ‘열혈 모녀’ - 푸드앤컬쳐아카데미 / 김수진 원장&이혜원 실장  <통권 410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9-05-09 오전 03:06:06


한국 음식 문화 세계에 알리는 ‘열혈 모녀’

푸드앤컬쳐아카데미 / 김수진 원장&이혜원 실장



영화, 드라마 등 영상미디어 안에서의 음식은 미장센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됐다. 대한민국 1호 음식감독 
김수진 원장과 그의 뒤를 잇고 있는 이혜원 실장은 모녀지간으로 국내 음식 연출 분야를 개척해 이끌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 음식 클래스를 운영하며 
한국의 음식 문화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모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봤다.
글 우세영 기자 sywoo@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차장





사업파트너가 된 모녀
국내 1호 음식감독으로 알려진 김수진 원장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음식을 디렉팅하기 훨씬 전 외식업을 운영하며 음식에 대한 조예를 키워나갔다. 해외의 다양한 음식 문화를 접하면서 전문적인 푸드스타일링과 그에 관한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대 근처에 푸드스타일링 전문 교육 기관인 푸드앤컬쳐아카데미를 오픈하면서 외식업에서 교육업으로 방향을 바꿨다. 
같은 무렵 딸 이혜원 실장은 음식이 아닌 자신의 길을 걷고 있었다. 전자상거래가 생소하던 시절, 호주에서 전자통상학을 전공했다. 요리는 그녀의 인생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선택지였다. “음식 자체에 별 관심이 없었어요. 어머니의 미식가 유전자는 오히려 남동생이 물려받았어요. 이커머스분야를 공부하며 해외 취업을 염두에 두고 좀 더 깊은 공부를 하기 위해 국내 대학원에 관련 분야로 진학했어요. 한국에 들어올 때 까지만 해도 음식이 내 직업이 될 줄은 전혀 몰랐었죠.”
어머니 김수진 원장도 마찬가지였다. 음식을 직업으로 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길인지 알기에 음식보다는 딸이 선택하는 진로를 응원하고자 했다. 그러나 김수진 원장이 규모가 큰 푸드앤컬쳐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이혜원 실장이 행정적인 업무를 돕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을 담궈 경영을 들여다보니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났다. “규모도 크고, 고학력의 유능한 직원들을 고용했지만 체계가 없고, 서류 정리조차 돼있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수익보다 지출이 훨씬 많았죠. 한마디로 돈이 줄줄줄 새는 게 너무 많이 보였어요.” 대학원 4학기를 앞두고 조교로 일하며 논문과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었지만 문제점을 개선하고 운영을 도와주다보니 점점 그의 역할이 커져갔다. 이제는 시쳇말로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엄마과 함께 일해야 할 상황이 되자 이 실장은 ‘마케팅과 서류 업무만 맡겠다’고 못을 박았다. 김 원장도 딸이 요리를 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 반, 요리를 본격적으로 시키기에는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생각 반으로 동의했다. 모녀의 첫 동업이었다. 

한류 열풍과 함께 자리 잡은 푸드앤컬쳐아카데미
두 모녀가 교육 사업을 함께 해나가고 있을 무렵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드라마 ‘대장금ʼ이 크게 유행했다. 한류 열풍과 함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도 급격하게 늘었다. 이 실장이 호주에서 유학할 때만 해도 한국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대장금의 유행과 2002 월드컵 후에는 스포츠와 문화가 국가의 인지도에 주는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특히 전세계를 강타한 질병 사스의 피해가 커졌을 무렵, 김치가 사스 발병을 막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한국 음식이 크게 유행하게 됐다. 이전에는 김치를 피쉬소스(젓갈), 마늘 냄새가 난다며 꺼려하던 인식이 주를 이뤘지만 한순간에 완전히 뒤바뀌는 것을 경험했다.
K-FOOD 열풍이 이어지면서 김 원장의 지인이 한 가지 제안을 해왔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요리 클래스를 운영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으로 통역가이드를 통한 체험 형식의 수업을 했다. 처음 하는 일이기도 하고,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포인트를 잘 몰라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실장의 꼼꼼한 운영과 마케팅 전략이 사업의 키가 됐다. 외국인들이 주로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한 속시원한 설명, 재치 있고 전문적인 해설 등이 입소문을 타며 관광청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지금은 한참 전에 사전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 있는 과정이 됐다. 
마케팅과 서류업무만 하겠다던 이 실장이 처음의 생각을 바꿔 본격적으로 칼을 잡은 것도 이때다. “처음 클래스를 시작했을 때는 단순히 불고기, 김치 등의 수업이 전부였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한식에 대한 외국인들의 이해가 높아지고 국적도 다양해졌어요. 수업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는 요리를 설명하고 클래스 전반을 이끌어가는 내가 요리를 잘 알아야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행히 가장 좋은 스승이 바로 옆에 있어 음식에 대한 태도와 기본기를 처음부터 다져가며 배워나갈 수 있었어요.”

전문성 인정받으며 음식 연출에 발디뎌
푸드앤컬쳐아카데미가 전문적인 교육 기관으로 인정받으면서 미디어 분야에서 촬영 제의가 쏟아졌다. 김 원장이 제자들의 진로에 대해 고심하고 있을 무렵이기도 했다. 김 원장은 
“1년 10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공부시키며 푸드스타일리스트를 양성하는데, 그들이 진출해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놓아야 교육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방송관계자들이나 영화관계자들과 관계를 넓히고 미디어 속 음식도 전문가가 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임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중 영화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이 영화 음식을 디렉팅 해줄 것을 제안했다. 가짜가 아닌 진짜 음식을 연출해야 한다며 김 원장을 직접 찾아와 부탁했고 그것이 영화와의 첫 인연이 됐다. 대중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영화 자체도 흥행했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감각적인 음식의 연출 또한 열풍의 주인공이 됐다. 김 원장은 “영화 ‘왕의 남자’에서 왕이 광대들에게 음식을 한 상 내리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에서는 음식이 오롯이 주인공이다. 이 장면으로 음식 연출의 완성도를 증명 받았다. 이후 허영만 선생님의 만화 ‘식객’이 영화화 되면서 왕의 남자의 스태프가 그 작업을 맡게 됐다. 자연스레 또 한번의 음식 연출을 맡았고, 왕의 남자때는 명칭 조차 없었던 ‘음식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건강과 맞바꾼 타이틀 
‘대한민국 1호 음식감독’
김 원장과 이 실장은 영화를 통해 ‘음식감독’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이후 한껏 자신감을 갖고 드라마 제작에 돌입했다. 드라마 ‘식객’이었다. 하지만 드라마는 완전히 다른 장르였다. 영화보다 총 분량이 훨씬 많고, 사전 제작이라 하더라도 변수가 많았다. 또 영화는 콘티가 있었지만 드라마는 오로지 대본에 의지해야했다. 카메라의 위치와 각기 다른 시간에 촬영되는 씬 마다 오차 없이 같은 음식을 같은 각도로 연출해 준비해야 했다. ‘두 주인공이 음식으로 대결을 한다’는 한 줄짜리 지문을 받아들고 메뉴 선정에서부터 그릇, 상 등 관련 소품을 전부 구상해 몇 가지씩 제안해야했다. 음식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대본을 써나가며 연출에 임하는 수준이었다.
살인적인 스케줄에 기어코 사단이 났다. 김 원장의 건강이 악화되며 촬영 중 돌연 쓰러지고 만 것이다. 눈의 안압이 급상승해 한쪽 눈과 귀의 기능을 영영 잃을 뻔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다행히 위급 상황은 넘겼지만 지금도 왼쪽 눈과 귀가 약하다.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에서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바로 딸 이혜원 실장이었다. 남은 촬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마무리하고 이후 쌍화점, 후궁, 허삼관, 미쓰 와이프 등 18편이 넘는 크고 작은 영화의 음식을 연출하며 어머니와 같은 길을 걸어가는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됐다. 
이 실장은 “지금도 어머니는 왼쪽에서는 말을 해도 잘 듣지 못하셔요. 공식적인 자리마다 의사소통에 오해가 없도록 왼쪽귀와 눈의 불편함에 대해 주변의 양해를 구하죠. 저는 어머니의 매니저로서 그녀를 조력한다고 생각해요. 건강도 잊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임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 항상 겸손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서로 힘이 되어주길
푸드스타일링 교육을 시작으로 해외 한식당 교육, 해외 명사 의전 등 중추적인 역할로 세계 60여 개국을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해온 김수진 원장과 영화·드라마 음식 연출, 한국 음식 클래스를 통해 한국 음식 문화를 국내외에 알리고 있는 이혜원 실장. 
대한민국의 음식문화를 가장 파급력있게 전파하는 두 모녀의 목표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딸에게 음식은 바다보다 깊고 넓다고 말해왔다. 그 뜻을 이해해주고 매년 더 열정적으로 임하는 딸의 모습이 흐뭇하고 고맙다. 지금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즐겁게 임했으면 좋겠다”는 어머니의 바람에 이 실장은 “어머니는 아직도 배움에 갈증을 느끼고 항상 도전적인 자세로 임하셔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태해지는 자신을 채찍질하게 됩니다. 평생 요리를 사랑하며 살아온 그 마음과 손맛으로 따뜻한 맛집을 운영하시면 좋겠어요”라며 서로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사업 파트너로서 스승과 제자로서 서로의 장점을 더해가며 목표를 달성해온 모녀의 눈빛에는 단단한 믿음과 서로에 대한 존경이 담겨있었다.



 
2019-05-09 오전 03:06:06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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