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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 내리는 외식업계 비상구가 없다  <통권 411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9-06-05 오전 11:57:50


장기불황·소비심리위축·최저임금 인상
 
무너져 내리는 외식업계 비상구가 없다

장기불황에 소비심리위축, 최저임금 인상 타격까지 출구를 찾지 못한 외식 자영업자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핵심상권 마저 흔들리면서 호황을 누리던 음식점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가 하면 외식업 경기의 바로미터라는 황학동 중앙시장에는 신제품 판매는커녕 팔려 온 중고기물이 넘쳐나고 있다. 음식점 폐업을 전문으로 하는 철거업체에는 하루에도 수십 통씩 
폐업 접수 전화가 걸려온다. 
글 박선정 기자 sjpark@foodbank.co.kr  사진 월간식당 DB






깊어져만 가는 불황의 골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2018년 외식산업경기전망지수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식ㆍ일식ㆍ서양식ㆍ기타 외국식 음식점의 경기지수가 전부 하락했다. 이 중 한식 음식점업 경기지수는 65.85로 전년 대비 1.11p 떨어졌다. 2019년 1분기 지수는 4분기(64.20p) 대비 1.77p 상승한 65.97p로 다소 높아졌지만 실제 외식업계의 체감온도는 변화가 없는 상태다. 외식업 경기지수는 50~150을 기준으로 100을 초과하면 성장, 100 미만이면 위축을 의미한다.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2018년 자영업 폐업자수 100만’이라는 기사를 쏟아낼 정도로 체감 경기는 바닥을 쳤다. 국세청 국세통계연보 발표자료를 토대로 계산하면 2017년 자영업 폐업자 수는 83만7714명, 폐업률은 11.7%다. 2016년 자영업 폐업자 수 83만9602명, 폐업률 12.2%보다 감소했다. 자영업 폐업자 수가장 많았던 때는 2011년 84만5235명이다. 그럼에도 폐업자 100만 이라는 근거 없는 기사가 난무하는 것은 그만큼 불황의 골이 깊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는 실제 외식업계 분위기로도 알 수 있다. 명동이나 홍대, 강남 등 주요 상권을 빠져나가는 자영업자가 증가하면서 공실률도 급격히 상승했다.
업계는 이처럼 핵심상권이 무너지는 것에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자영업자 폐업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폐업119 고경수 대표는 “강남, 홍대, 판교, 분당 등에서 눈에 띄게 폐업의뢰가 늘었다”며 “권리금만 억 원대 이상인 이러한 상권이 무너진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상황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무너지는 핵심상권…출구가 없다 
분당 서현역과 인접한 번화가에 위치한 복합빌딩 ‘퍼스트 타워’의 셀렉트 다이닝 ‘온더테이블’은 2년 전 15개 브랜드가 입점해 호황을 누리던 것과 달리 지금은 9개 브랜드만이 운영 중이다. 2년 전 영업하던 곳 중 지금까지 영업을 하고 있는 브랜드는 토마틸로가 유일하다.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도 양도양수 물건이 계속해서 나오는 중이다. 
강남역 인근도 마찬가지다. 지하철역 바로 앞이라는 이점에도 주인을 만나지 못한 빈 상가 주변에는 부동산 명함만이 수북이 쌓여 있다. 
핵심상권에서 벗어난 곳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송파구에서 14년째 주점 프랜차이즈를 운영 중인 김미연(가명) 씨는 “한창 때는 아르바이트만으로도 일손이 부족해 남편과 딸까지 나와 도울 정도였지만 요즘은 금요일에도 빈 테이블이 많다”며 “얼마 전 함께 일하던 아주머니를 내보내고 혼자서 홀과 주방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한 사람 인건비 건질 정도는 돼 버티고는 있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상일동에서 고깃집을 운영 중인 이철민(가명) 씨는 현재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2012년 삼성엔지니어링 본사의 사옥이전 시점에 맞춰 인근에 고깃집을 개업했지만 저녁회식이 급격히 줄어든 데다 주말에는 주민들이 하남 스타필드 등으로 모조리 빠져나가는 탓에 유동인구 자체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그는 “지난해까지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합병한다는 소문에 어느 정도 기대감이 있었지만 합병설도 물 건너가고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며 “그나마 다른 지역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해 버텨왔는데, 여기서 폐업을 하면 새롭게 시작할 곳이 있기나 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황학동 중고주방업체마저 폐업…

외식시장 무너지며 관련 산업 ‘동반추락’


외식업 경기를 대변한다는 황학동 중고주방 거리를 찾았다. 중고주방용품을 싣고 골목을 오가는 트럭과 가게 바깥까지 나와 있는 중고 기물, 가게 입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상인들의 모습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지만 표정은 어두웠다. 
이곳에서 2년째 중고주방용품점을 운영 중인 김철수(가명) 사장은 “올해 들어 이 골목에서만 2곳이 폐업했다. 
한 골목에서 이 정도인데 황학동 전체로 따지면 어떻겠냐”며 “작년에 황학동 전체에서 4곳이 폐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 추세라면 올해 상황은 훨씬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고로 들어온 물건 
다시 중고시장에 팔아야 할 판   
경기불황으로 외식시장이 무너지면서 관련 산업이 동반추락하고 있다. 주방설비와 중고주방, 인테리어, 식자재 유통 등 제반 산업들이 연쇄 타격을 입으면서 이들마저 폐업위기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가장 심각한 업종은 중고시장이다. 창업은 없고 폐업만 늘어나다 보니 한번 들어온 중고용품이 나가지는 않고 쌓여만 가고 있다. 한 중고주방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음식점이 폐업을 하면 양도양수 또는 업종변경 형태로 재창업이 이뤄졌지만 지금은 아예 문을 닫아버리는 완전폐업의 형태가 부쩍 늘었다”며 “중고를 취급하는 상인들마저 형편이 어려워 폐업을 고려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론상으로는 폐업이 늘면 중고시장이 활성화돼야 하지만 중고주방용품 업자들은 또 다른 고충을 겪는다.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업체에서 처리할 수 없을 만큼 중고물품이 쌓여가는 탓이다. 중고로 들어온 물건을 되팔고 그 자리에 새로운 중고물건을 채워 넣는 식으로 회전을 시켜야 하는데 들어오기만 하고 나가질 않으니 창고 임대료를 내기도 버거운 수준이다. 중고로 들어온 물건을 식당이 아닌 중고시장에 다시 팔아야 하는 지경이다. 
중고업자들이 더 이상 폐업업소의 물건을 빼 올 수 없는 형편이 되자 폐업을 앞둔 식당 주인들은 ‘제값을 못 받아도 좋으니 제발 가져가기만 해 달라’고 부탁하는 웃지 못 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한 중고주방업체 상인은 “최저임금 영향도 물론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매출하락이다. 선릉이나 강남·역삼 일대 직장인들도 저렴한 것을 선호하고, 점심에는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이들도 많다”며 “손님이 많아야 매출도 오르는데 손님 자체가 없으니 아무리 인건비를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인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황학동 주방관련업체의 
30%는 사라질 것 
황학동 주방거리에서 20년 넘게 종합주방업체 주방뱅크를 운영 중인 강동원 대표는 “한 마디로 IMF 시절보다 심각하다”는 말로 황학동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IMF 때는 퇴직 후 식당을 창업하는 신규창업자 수가 엄청났던 시기 아닌가. 폐업은 있었지만 폐업한 자리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 새롭게 장사를 하고, 또 다른 곳에서 식당이 생겨나며 순환이 이뤄졌다”며 “중고시장이 활발하게 움직이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아예 문을 닫아버리는 식당이 많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황학동에서 중고를 포함해 주방용품을 취급하는 업소 수는 500여 개로 추정된다. 처음에는 새 상품만 취급하던 상인들도 경기불황으로 중고물품을 함께 다루기 시작하면서 중고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지금은 황학동 주방거리에서 중고상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 가까이 된다. 
중고물품은 매장 밖에 나와 있는 게 다가 아니다. 황학동은 임대료가 비싸 창고를 크게 얻을 수가 없기 때문에 상인들은 보통 임대료가 저렴한 지방에 창고를 따로 얻어 물품을 보관하고 있다. 그곳에는 숟가락에서 젓가락, 그릇, 냄비, 작업대, 냉장고까지 수많은 중고물품이 가득하다. 강동원 대표는 지금과 같은 불황이 계속된다면 몇 년 내 황학동 주방거리에서 30% 정도의 업체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폐업물건 받는 황학동 상인들이 폐업할 처지’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주방설비 업체는 프랜차이즈 본사에 
돈 떼이기도 
외식경기 악화로 프랜차이즈 본사에도 돈이 돌지 않자 주방설비 업체가 거래처로부터 물품대금을 떼이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주요 수입원은 가맹점 개설비용과 식자재 유통마진인데 신규 개설이 줄어들고 기존 가맹점 매출이 하락하면서 본사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탓이다. 
황학동 A 종합주방업체 대표는 “2년 전부터 매출이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지난해부터 미수금이 증가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라며 “자영업자인 프랜차이즈 가맹점 상황이 어려워지다 보니 본사는 물론 관련업종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A 업체의 전체 거래처 중 80~90%는 프랜차이즈 본사다. 이곳 대표는 “본사 경영이 악화되면서 직영점을 처분하고 본사 직원까지 줄이는 상황이라 거래처 비용 결제는 뒷전으로 미루는 곳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불황을 틈타 작정하고 사기를 치는 일명 ‘꾼’들이다. 또 다른 주방업체 관계자는 “첫 거래부터 외상을 요청하거나 ‘선금 50%를 치른 뒤 나머지는 오픈 후에 지급하겠다’며 차일피일 지불을 미루는 본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본사 대표에게 ‘본사에서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개인 돈으로라도 지불을 하겠다’는 각서까지 받았으나 알고 보니 개인자산은 하나도 없고 모두 부인 명의로 되어 있더라”며 “직영점이라고 했던 곳들도 알고 보니 직영이 아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해당 분식 프랜차이즈 본사는 최근 가맹사업을 시작해 현재 7개 매장을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10년 넘게 주방기기업체에 종사하다 몇 해 전 독립해 외식업체를 운영 중인 김경(가명) 대표는 “규모가 큰 주방기기업체들은 미수금 전담인력이 따로 있을 만큼 이쪽 업계에서 미수금은 ‘안고 가야 하는 문제’다”라며 
“착수금과 중도금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잔금을 치르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정 수준 이상의 직·가맹점을 갖춘 검증된 본사와 거래를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는 한 건이라도 더 수주하는 것이 우선 아니겠냐”며 
“협력업체들의 어려운 상황을 역이용하는 상도덕 없는 일부 가맹본사로 인해 죄 없는 협력업체는 물론 가맹점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19 6월호를 참고하세요.

 
2019-06-05 오전 11:57:50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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