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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얼얼한 맛에 중독되다 - 마라(麻辣)  <통권 411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9-06-07 오전 09:43:12

대륙의 얼얼한 맛에 중독되다

마라(麻辣)


중국 사천지방의 얼얼한 맛 ‘마라’가 식품·외식업계를 강타했다. 
중국인의 유입이 많은 대림 차이나타운·건대 양꼬치거리에서 시작된 마라 붐은 마라 전문 프랜차이즈, 
사천요리 전문점까지 이어졌고 외식업계, 편의점, 밀키트 시장에까지 침투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특유의 향과 얼얼한 맛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마라에 주목해보자.
글 최민지 기자 min@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차장, 업체 제공





얼얼한 매운 맛의 조화
저릴 마(麻), 매울 랄(辣). 마라는 중국 사천(四川, 쓰촨)지방의 향신료로 혀가 마비될 정도로 얼얼하면서도 매운 맛을 의미한다. 사천은 중국 서부 고원지역으로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여름과 겨울의 기온차가 크고, 특히 여름철 덥고 습한 기후로 인해 음식이 부패되는 것을 막기 위해 향신료가 들어간 요리가 발달했다. 사천과 함께 호남지방도 매운 요리가 발달했는데 ‘호남 사람들은 매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귀주 사람들은 매워도 겁내지 않지만, 사천 사람들은 맵지 않을까봐 두려워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극강의 매운맛을 자랑한다.
마라의 ‘마’는 향신료를 뜻하는 포괄적인 단어로 화자오, 육두구, 후추, 정향을 기본으로 하며 이중 화자오가 중심이 된다. 사천지방에서 주로 재배되는 화자오는 이 지역의 특산물로 사천후추라고도 불리는데 레몬처럼 향이 청량하고 싱그러우며 신맛이 난다. 화자오는 초록색을 띠는 청화자오와 붉은빛을 띠는 홍화자오로 나뉜다. 청화자오는 홍화자오에 비해 신맛과 얼얼한 맛이 강하며 홍화자오는 얼얼한 맛은 덜하지만 향은 더 좋은 편이다. 청화자오는 일반적으로 더욱 맵다는 의미의 ‘마’자를 사용해 마자오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다. 마라의 ‘라’는 사천고추를 이용해서 내는 매운 맛으로 베트남, 태국 고추를 섞어서 사용하기도 한다. 즉, ‘마라’란 화자오의 얼얼함과 사천고추의 매운맛이다.
대표적인 마라요리는 채소와 육류를 마라장을 푼 육수에 끓여내는 마라탕(麻辣湯)이다. 중국 장강 인접 지역의 사공들이 배를 젓다가 힘이 들 때 강변에서 불을 피워 양동이에 채소를 비롯한 재료를 넣고 끓여먹던 것에서 유래된 마라탕은 일주일에 2~3번, 많게는 매일 먹기도 하는 대표적인 중국의 가정식이다. 채소 1~2가지, 버섯 1~2가지에 마라장을 풀어 끓이는데 한국에서 고추장, 된장을 담그는 것처럼 중국의 가정에는 고유의 마라장이 있어 지역마다 혹은 집집마다 마라탕의 맛이 다르고 특색이 있다. 마라탕 이외의 마라 요리로는 마라장에 볶아 내는 마라샹궈(麻辣香锅), 삶은 후 마라장에 무쳐내는 마라반(麻辣拌), 민물가재를 삶거나 튀긴 후 마라장과 볶아 내는 마라룽샤(麻辣龙虾), 게를 한 번 볶은 뒤 마라장과 한 번 더 볶아내는 샹라씨에(香辣蟹) 등이 있다.

훠궈의 변형
마라탕은 사천지역의 또 다른 대표 음식인 훠궈의 변형으로 한국에서는 마라탕 이전에 훠궈가 먼저 인기를 얻었다. 훠궈의 등장은 신(新)화교의 등장과 맞물리는데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 유학생들의 비중이 커지고 도시를 이루는 인구 숫자도 점점 더 많아지면서 중식 음식 전문점이 늘어났다. 빅데이터 기반 맛집 추천 서비스 식신에 따르면 올해 1~4월 마라탕 검색량은 3만5955건으로 2017년 3264건 대비 11배 이상 증가했고 2017년에는 마라탕보다 훠궈의 검색량이 더 높았지만 2018년부터는 마라탕이 훠궈를 역전했다.
마라탕과 훠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먹는 방식이다. 마라탕은 재료들을 한데 넣고 끓여 내지만 훠궈는 고객이 재료를 하나씩 넣어 먹는 샤브샤브 개념이다. 또 마라탕은 기호에 따라 약간의 소스만 첨가하면 되지만 훠궈의 경우 수많은 향신료 중 취향에 따라 소스를 선택해 직접 제조해서 먹는 방식이 많다.
마라탕 프랜차이즈 라화쿵부의 천향란 대표이사는 “마라탕과 훠궈를 먹을 때의 마음가짐이 조금 다른 것 같다. 마라탕의 경우 끓여서 내기 때문에 먹는 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아 가볍게 혹은 빠르게 먹고 싶을 때 선호하고, 훠궈의 경우 국물을 끓이는 것부터 식사를 마칠 때까지 1시간 30분~2시간 정도가 소요되기에 아무래도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선택하게 된다”며 “예전에는 직접 해먹는 셀프 시스템이 인기였지만 요즘 트렌드는 간편하고 빠르게 먹는 것이다. 완제품을 먹을 수 있고, 혼밥이 가능하다는 점도 훠궈보다 마라탕을 많이 찾는 이유”라고 밝혔다.




2017년 말부터 시작된 마라 열풍
마라요리 열풍의 시작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동북 지역의 음식으로 대표되는 양꼬치 업소가 많았던 서울의 화양동, 대림동, 구로동 등지에 사천요리 전문점들이 생겨났고 그 즈음 ‘양꼬치’ 간판이 ‘마라’ 간판으로 교체되기 시작했다. 물론 10여 년 전에도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마라 음식점이 여러 곳 있었지만 당시 주 고객층은 중국에서 온 이민자나 유학생이었다. 간판도 한국어 하나 없이 중국어로만 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인이라고는 호기심에 찾는 이들 몇몇 뿐 고향 음식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유학생들이 주로 찾는 등 아는 사람만 먹을 수 있는 메뉴였던 것이다.
그러던 중 베트남의 쌀국수가 꾸준히 사랑을 받고 대만의 길거리 음식과 디저트 열풍이 부는 등 에스닉 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본토의 얼얼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마라요리에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쏠렸다. (주)썬앳푸드가 운영하는 정통 사천요리 전문점 시추안하우스 관계자는 “요즘은 낯선 먹거리에 대해 거부감보다는 호기심을 더 많이 갖는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음식을 찾아서 맛보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퓨전 레시피보다는 현지 특유의 맛과 향을 살린 먹거리가 유행하고 있어 마라를 대하는 데 큰 거부감이 없다”고 말했다.
마라요리 인기는 국내 체류 중국인 수의 급증과도 연관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서울 거주 전체 외국인은 27만5468명, 중국인은 18만6963명으로 3명 중 2명이 중국인인 셈이다. 또한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 유학온 외국인 학생은 14만2205명이며 절반에 가까운 6만8637명이 중국인으로 조사됐다. 중국인 밀집지역인 대림동, 건대입구역, 동작구와 중국인 유학생 비중이 높은 서울대학교, 성균관대학교, 건국대학교 주변으로 중국 본토 음식점이 늘어나는 것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대림·건대에서 홍대·강남·이태원까지 진출
마라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진 것은 2017년 10월 개봉된 영화 ‘범죄도시’에서 주인공 장첸(윤계상 분)이 마라룽샤를 맛있게 뜯어 먹는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다. 배경이 된 대림중앙시장을 비롯한 마라 전문점이 성황을 이룬 것은 물론 2018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마라 전문 프랜차이즈와 개인 업소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트렌드에 민감하고 도전을 좋아하는 2030 밀집지역인 홍대입구역, 연남동, 강남역, 가로수길 일대, 이태원까지 마라의 인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2010년 문을 연 뒤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라화쿵부를 비롯해 탕화쿵푸, 마라공방, 진화쿵푸마라탕, 홍리마라탕, 신룽푸마라탕, 피슈마라홍탕, 손오공마라탕, 호탕마라탕, 라공방, 하오판다, 왕푸징마라탕 등 마라 전문 프랜차이즈들은 빠르게 매장을 확장해나가고 있으며 중국 사천요리 전문점인 시추안하우스, 동북아, 마라, 천진영감, 전자방, 샹라씨에, 진지아, 미엔아이, 동방미식, 파불라, 경성양꼬치 등에서도 마라를 접목한 요리들을 판매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에서도 마라 열풍에 동참해 BBQ, bhc, 치킨매니아, 걸작떡볶이치킨, 뉴욕야시장, 유가네닭갈비, 김작가의 이중생활, 스쿨푸드, 미술관 등에서 마라를 접목시킨 메뉴를 출시했고, 편의점 CU, 미니스톱에 이어 GS25에서도 마라 관련 상품을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한국야쿠르트, 식스레시피, 앙트레, 마이셰프, GS Fresh 심플리쿡, 후레쉬서브, 502테이블 등에서는 밀키트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소스 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제조되는 향신료와 양념장 수입업체가 증가했으며 자체 제조 상품을 개발하는 B2B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들은 마라요리를 찾는 주 고객층이 2030 세대이며 특히 여성이라고 입 모아 말한다. 천진요리 전문점 천진영감 김감희 기획 매니저는 “전체 중 90% 이상이 여성 고객이다. 자사의 양식 브랜드인 미즈컨테이너나 일본 가정식 브랜드 토끼정의 경우에도 여성 고객 비율이 높지만 남성 고객이 전체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마라요리는 그 차이가 더 크다”고 말했다.

마라 열풍 지속, 긍정적 반응 높아
마라요리의 인기는 10년 넘게 이어지는 엽기떡볶이, 불닭볶음면, 매운 닭발, 매운 족발의 유행에서 이어진 매운맛 열풍과도 연결된다. 적당히 매운맛이 아니라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온몸이 마비돼 혼미해지는 지경까지 이르는 극강의 매운맛의 선호도가 더 높아지는 것이다.
‘불황에는 매운맛이 유행한다’는 말이 있듯 매운맛이 뇌신경을 자극해 순간의 고통을 잊게 하는 ‘스트레스 해소제’로 해석돼왔지만, 최근에는 미각의 경험을 더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인식돼 매운맛 자체를 즐기려는 경향이 더 높다. 매운맛을 좋아하고 마라요리만 먹는 동호회가 생겨날 정도이며 ‘혈중 마라 농도(혈중 알코올 농도에 빗댄말)’, ‘마세권(마라 음식점 인근, 역세권에서 따온 말)’, ‘마라위크(마라요리를 먹는 주간)’, ‘마덕(마라 덕후)’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또한 매운맛에 도전하는 것을 일종의 미션으로 여기고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인증을 하는 사람들과 그걸 보며 쾌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덩달아 마라요리의 수요도 증가한다는 평가다. 
베트남의 쌀국수와 일본의 라멘이 전문성있는 일상 음식이 된 것처럼 마라 역시 이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샹라씨에 강정석 점장은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에 일본 라멘집이 이렇게 많이 생길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현지의 맛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라멘집도 많다”며 “마라의 열풍도 하나의 문화처럼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메뉴에 마라를 접목시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맛을 낼 수 있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손꼽힌다.
일각에서는 양식과 일식이 유행을 했듯이 흐름상 중식이 관심 받는 때가 왔다고 말한다. 천진영감 김감희 기획 매니저는 “중식이 사실상 크게 이슈화됐던 적이 없었기에 이제 차례가 온 것이 아닌가 싶다”며 “사천요리에 갖고 있던 생각을 마라요리가 깨준 부분도 있다. ‘매운맛의 신세계’를 보여준 것이 아닐까. 이 부분을 더 연구한다면 다른 중식 요리들이 인기를 얻을 차례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19 6월호를 참고하세요.

 
2019-06-07 오전 09:43:12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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