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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앤드 돈카츠가 온다 - 돈카츠  <통권 412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9-07-01 오전 03:44:33

하이앤드 돈카츠가 온다

돈카츠 とんかつ

일본식 ‘돈카츠’가 또 한 번의 진화를 예고하고 있다. 단순히 일본식을 표방하는 것을 뛰어넘어 돼지고기 품종을 차별화하고 
저온 튀김이라는 색다른 조리법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곳들이 등장하면서 돈카츠의 또 다른 장르가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 이런 돈카츠는 없었다. 프리미엄에서 한 단계 진화한 하이앤드 돈카츠다. 
글 박선정 기자 sjpark@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차장





돈가스와 돈까스 그리고 돈카츠 
돈가스와 돈까스, 돈카츠는 엄연히 다른 음식이다. 국립국어원 외래어표기법에 따르면 돈가스라는 표기가 맞지만 맞춤법이 아닌 식문화만으로 따진다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얘기다. 
이는 돈가스와 돈까스, 돈카츠가 각기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넓게 편 돼지고기에 고운 빵가루를 묻혀 튀긴 뒤 데미글라스 소스를 듬뿍 끼얹고 밥과 된장국, 김치․깍두기, 풋고추와 쌈장을 곁들인 것은 한국식 돈가스, 여기에 샐러드와 빵을 곁들여 먹는 것은 돈까스(또는 포크 커틀릿), 두툼한 고기에 거친 빵가루를 입혀 튀겨낸 뒤에 밥과 미소시루, 절임반찬을 곁들인 것은 일본식 돈카츠다.  
이들은 외식시장에서도 각각의 개성을 앞세워 발전해왔다. 한국식 돈가스가 기사식당이나 분식집을 중심으로 부담 없는 서민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면 경양식 돈까스는 뉴트로의 인기를 등에 업고 옛 감성에 소구하는 복고 메뉴로 새롭게 떠올랐다.
일본식 돈카츠는 일본 현지에 가깝게 진화 중이다. 2000년 초 국내에 진출한 사보텐이 고급 돈카츠 바람을 일으킨 이후 두툼한 돈카츠를 깨소스에 찍어 먹는 문화가 한동안 유행했다면 2010년 초에는 안즈와 긴자바이린 등 고급 브랜드가 한국에 분점을 내면서 프리미엄 돈카츠의 시대를 열었다. 안즈의 인기 메뉴 긴죠 봉 히레카츠 정식(2만8000원)과 긴죠 특 로스카츠 정식(3만2000원)은 일반 돈카츠보다 2배 이상이나 비싸지만 가장 인기가 좋다.



프리미엄을 넘어 하이앤드로 진화 
업계에서는 국내 브랜드로서 프리미엄 돈카츠를 처음 소개한 곳으로 정돈을 꼽는다. 2015년 대학로에 첫 매장을 열어 큰 성공을 거둔 이후 2017년에는 식재료와 조리방식, 부재료 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정돈 프리미엄을 오픈하며 프리미엄 돈카츠의 성지로 떠올랐다. 소스와 부재료에 의존하는 돈카츠가 아닌 원육과 튀김방식을 강조한 돈카츠를 표방하며 돈카츠도 소금에 찍어 먹는 고기요리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후 일본식 돈카츠에 저마다의 개성을 접목한 곳들이 등장하면서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홍대의 크레이지 카츠, 연남동의 독립카츠, 서교동 카와카츠, 대흥동의 돈카츠윤석을 비롯해 장안동의 콘반 등 내공과 개성을 겸비한 곳들이 경쟁하면서 프리미엄 돈카츠라는 카테고리를 확고히 했다. 
이들은 자신만의 숙성방식으로 원육의 맛을 끌어올리고 평범한 소스 대신 히말라야 핑크소금과 트러플소금, 레몬소금과 올리브오일․트러플오일 같은 오일류, 와사비, 유즈코쇼(매운고추와 푸른유자껍질, 소금으로 만든 조미료) 등 고정관념을 깬 양념을 내는가 하면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튀긴 저온 튀김 돈카츠를 내놓는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한 차원 격상된 돈카츠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격상된 ‘돼지고기 요리’ 
하이앤드 돈카츠 

일본의 대표적인 레스토랑 추천 사이트 ‘다베로그’의 돈카츠 부분 상위권에 링크된 곳들의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돈카츠를 단순히 ‘돼지고기에 빵가루를 입혀 튀긴 메뉴’가 아닌 격상된 하나의 ‘돼지고기 요리’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안심과 등심 등 부위만으로 메뉴를 구분하던 상식을 깨고 돼지고기 품종과 브랜드 개념을 도입, 고기의 종류를 먼저 선택한 뒤 부위를 고르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였다. 두 번째는 등심의 부위에 따라 보통-상-특 식으로 등급과 가격을 차등화해 판매한다는 점이다. 같은 등심이라도 정형방법에 따라 고기와 지방의 비율, 맛과 식감이 달라지는 점을 이용해 등심을 즐기는 묘를 살리고 있다. 이 두 가지 요소는 ‘돈카츠의 본질은 원육’이라는 진검승부로 귀결된다. 도쿄의 돈카츠 전문점 아게즈키(あげつき)의 오너는 “돈카츠에 있어 빵가루는 고기를 익히기 위한 도구로 맛과 식감이 저 혼자 튀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돈카츠란 펀치가 있는 튀김이라기보다는 기품 있는 고기요리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나리쿠라 なりくら
저온에서 튀겨 연노란색 튀김옷을 입은 돈카츠는 나리쿠라의 상징이다. 올 초까지 도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돈카츠집으로 손꼽히던 곳으로 지난 3월 잠정 폐점했다가 4월에 재오픈했다. 재오픈 후 돼지고기 종류가 4가지에서 1가지로 단순해지고 값비싼 메뉴가 사라지는 등 성격이 다소 바뀌었지만 여전히 인기가 좋다. 
재오픈 전 가장 화제를 모았던 메뉴는 키리후리코우겐부타(霜降高原豚)의 안심으로 만든 ‘샤돈(豚)브리앙(소고기 안심 가운데 가장 좋은 부위를 일컫는 샤또브리앙에서 따온 이름). 샤돈브라앙 2조각(135g)과 밥, 미소시루가 포함된 정식메뉴가 3350엔으로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모았다. 재오픈과 함께 샤돈브리앙이 사라지는 등 메뉴 구성을 간소화, 정식 메뉴 기준 2000엔 미만(1680~1980엔)의 부담 없는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만제 マンジェ
도쿄에 나리쿠라가 있다면 오사카에는 만제가 있다. 일본 각지의 다양한 브랜드육으로 만든 돈카츠를 비교해가며 맛볼 수 있다. 100% 식물성 사료와 미네랄 활성수를 급여한 미야자키 아지 부타, 고구마를 먹여 키운 버크셔 품종의 가고시마 쿠로 부타, 생산량이 적어 ‘환상의 돼지고기’라 불리는 삼원교잡종 도쿄-X, 스페인산 이베리코 등 4가지 품종을 각각 1840~3460엔(160g 등심 기준)에 판매하는데 이 중 희소성이 높은 도쿄-X의 인기가 가장 높다. 도쿄-X로 만든 등심카츠(2980엔)는 일반 등심카츠에 비해 훨씬 부드러워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식감이 특징. 지방을 많이 붙여 성형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는 다소 느끼할 수 있지만 고소한 맛과 풍미가 뛰어나다. 

돈타 とん太
도쿄 다카다노바바 지역에서 나리쿠라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곳으로 1976년 개업해 40년째 돈카츠 메뉴를 이어가고 있는 노포다. 한동안 나리쿠라의 유명세에 가려 살짝 밀려나는가 싶더니 나리쿠라의 리뉴얼 오픈 이후 다베로그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품종이나 브랜드를 다양화하는 대신 상 히레와 상 로스, 특 히레와 특 로스 네 가지에만 집중하는 전통 스타일. 소스도 특제소스와 소금․후추 정도로 간결하다. 테이블 18개의 작은 공간에서 주인장을 포함해 할아버지․할머니 셋이서 운영하는 특성상 회전이 느리고 대기시간이 긴 것이 단점이다. 

노모토야 のもと家
소금․후추를 듬뿍 뿌린 뒤 반나절 정도 재워 지방의 맛을 끌어올린 버크셔 원육과 가볍고 바삭한 튀김옷, 씹을수록 배어나오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튀김기름은 감칠맛을 내는 용도와 기름 온도를 빠르게 올리는 용도, 향미를 더하는 용도의 세 종류를 점심과 저녁 각기 다른 비율로 배합해 사용한다. 
원육의 맛을 방해하지 않도록 단맛을 줄인 식빵을 특별 주문해 사용하는 등 재료 하나하나에 대한 고집이 남다르다. 버크셔 원육의 맛을 극대화하는 블랜딩 소금과 간장, 와사비, 산미를 낮춘 특제 소스를 함께 제공한다. 



돈카츠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 

일본여행의 대중화, SNS를 통한 빠른 정보교류, 맛집 내지는 미식에 대한 니즈가 확산되면서 소비자의 돈카츠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고기 육질에 상관없이 망치로 두드린 고기에 빵가루를 묻혀 튀긴 것에 소스를 듬뿍 찍어 먹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은 육질과 고기의 익힘 정도까지 따져가며 돈카츠를 먹는 이들이 늘었다. 돈카츠윤석의 최윤석 대표는 “요즘은 좋은 원육으로 만든 돈카츠를 소금에 찍어 먹는 것이 대세로 독특한 기획력과 소소한 재미를 경쟁력으로 하는 신흥강자들이 늘고 있다”며 “프리미엄 돈카츠의 무한경쟁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돈카츠는 원육으로 승부하는 고기요리다 
일본의 고급 돈카츠 전문점에서는 등심 외에도 상등심, 특등심 등 다양한 등심 돈카츠를 각기 다른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등심과 상등심, 특등심의 차이가 뭘까? 바로 등심에 삼겹살이 얼마나 붙어 있느냐다. 살코기만 있는 일명 ‘알등심’ 부위는 등심, 알등심에 삼겹살이 붙어 있는 부위는 통상 상등심 혹은 특등심으로 칭한다. 등심을 구이로 즐기는 일본인들은 등심을 맛있게 먹기 위한 방법으로 지육을 정형할 때 삼겹살 부위를 붙여내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일본의 돈카츠는 원육부터 다르다’는 말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삼겹살 수요가 절대적으로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한 마리의 돼지에서 최대한 많은 양의 삼겹살을 뽑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돈카츠 전문점에서 정육업자에게 삼겹살이 붙은 등심을 요구했다가는 ‘그럼 나머지 삼겹살도 다 가져가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프리미엄 혹은 하이앤드 돈카츠를 추구하는 요리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최근 상등심이나 특등심을 취급하는 곳들이 서서히 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등심 한 덩어리 중에서도 풍미가 진한 등심덧살(일명 가브리살)을 포함한 부위를 상등심으로 판매하거나 일본 현지와 동일한 맛을 내기 위해 삼겹살을 붙인 등심 덩어리를 특별주문해 사용하는 곳도 있다. 정돈과 정돈 프리미엄을 운영하는 문정환 대표는 “고급 돈카츠 시장이 확대되면서 대형 유통업체들이 등심의 퀄리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등심의 퀄리티 승부가 가능해진다면 한층 수준 높은 돈카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기만큼 중요한 빵가루와 튀김기름 
‘좋은 고기는 (망치로) 두드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돈카츠계의 정설이다. 이름난 돈카츠 전문점들은 원육의 맛을 해치지 않도록 소금, 후추만으로 간을 한 뒤 빵가루를 입혀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튀겨내는 저온 튀김 방식을 고수한다. 
빵가루 선별도 중요하다. 빵가루의 당분 함량과 수분량, 거친 정도에 따라 튀겼을 때의 색깔과 식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본 가나가와 지역의 마츠무라 돈카츠는 빵가루를 만들기 위해 식빵을 직접 굽고, 도쿄의 노모토야는 원육의 맛을 방해하지 않도록 단맛을 줄인 식빵을 특별 주문해 사용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유통되는 거의 모든 빵가루가 일반적인 고온 튀김에 최적화한 제품인 탓에 저온 튀김 돈카츠를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프리미엄 돈카츠 창업을 계획 중인 사람이라면 빵가루 선별 또한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라드를 즐겨 사용하는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식물성 기름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매일 돼지비계를 끓여 라드를 만드는 작업이 효율성이 떨어지는 데다 무엇보다 깨끗하고 건강한 기름에 집착하는 우리나라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튀김요리에 참기름을 사용하는 곳도 많으나 원가 부담이 커 시도하기란 쉽지 않다. 

*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19 7월호를 참고하세요.

 

 
2019-07-01 오전 03:44:33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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