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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란 일상생활에 적용될 때 빛을 발하는 것 -라운지 엑스 황성재·이종근 공동대표  <통권 413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9-08-01 오전 09:55:17

기술이란 일상생활에 적용될 때 빛을 발하는 것

라운지 엑스 황성재·이종근 공동대표


로봇기술과 AI(인공지능)기술, 블록체인 등을 접목한 미래형 레스토랑 레귤러 식스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레귤러 식스는 한식 다이닝 브랜드 월향과 푸드테크놀로지 전문기업 라운지 엑스가 손을 잡고 만든 곳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푸드테크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레귤러 식스의 ‘테크’를 만들어가는 
두 주인공 황성재·이종근 공동대표를 만났다. 
글 박선정 기자 sjpark@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차장






발명천재와 축산 스타트업 대표의 만남 
레귤러 식스는 ‘한 자리에서 만나는 서울의 대표 음식’을 콘셉트로 월향과 조선횟집, 평화옥(이하 월향 운영) 등의 한식당과 산방돼지, 라운지 엑스, 알커브(이하 라운지 엑스 운영) 등 6개의 외식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공간이다. 
황성재 대표가 전체적인 테크 즉 기술을 총괄하는 디렉터 역할이라면 이종근 대표는 식재료와 외식 부문을 총괄하는 외식 디렉터다. 
황성재 대표는 고교시절 꼴찌에 가깝던 열등생이었지만 아이디어 하나만은 남달랐다. 발명에 유난히 소질이 있던 그는 각종 발명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을 바탕으로 발명특기자로 광운대에 입학했고, 좋아하는 발명을 계속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 카이스트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카이스트에서 수많은 연구를 하면서 늘 아쉬웠던 점은 대부분의 기술들이 실제 세상에 기여하지 못한 채 기술로만 남아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이 아까워 자신의 기술을 특허를 내 기업에 이전하기를 몇 차례 했는데, 삼성전자에 기술이전을 하면서 세상에 이름이 알려졌다. 기술이 세상에 적용되는 것을 알고 싶어 인공지능회사를 창업하고 기술투자회사를 공동설립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갔다.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IT, 인터넷, 모바일, 인공지능 등 그가 지금껏 투자한 4차 산업관련 스타트업 숫자만 130개가 넘는다. 
이종근 대표는 축산 스타트업 육그램을 창업하며 식품업계에 먼저 발을 들였다. 육그램은 온라인 기반의 축산 유통 브랜드로 B2B로 시작해 정육 직구 등 플랫폼 서비스를 선보이며 B2C 분야로도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대학원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던 경험을 살려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식재료 큐레이션과 MD 역할을 해왔던 것이 레귤러 식스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이 둘이 만난 것은 카이스트에서다. 이 대표가 석사과정을 밟고 있을 때 황 대표는 박사과정에 있었다. 이 대표는 “당시 석사로선 범접할 수도 없었던 박사였기 때문에 차마 쉽게 말을 붙이지도 못했다(웃음)”며 “그 때의 인연이 지금까지 계속돼 라운지 엑스 공동창업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실생활에 적용되는 기술에 대한 갈망 
황성재 대표는 수많은 기업에 투자를 하면서 크게 두 가지를 느꼈다. 하나는 인공지능은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에는 너무 먼 기술이라는 점이다. 어디에 사용될지를 모르고 기술만 계속 개발하는 것이 문제였다. “실질적인 것을 하고 싶었다. 의식주 중 주(住)는 건물이 비싸니 돈이 많이 들 것이고, 의(衣)는 하루 한 번으로 끝나지 않나. 하지만 식(食)은 하루 세 번, 경험의 빈도가 가장 높았다. 이런 단순한 생각으로 F&B에 발을 들였다.”
또 하나는 F&B 영역의 가능성이다. IT 관련 투자를 하면서 마요네즈를 비롯해 수제맥주, 삼겹살 등 IT 업계가 먹거리 산업에 특히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전통 산업에서 F&B 영역은 100년 간 혁신이 없던 구조였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곳들조차 대기업의 자금흐름에 맞춰 움직이는 정도 아닌가. 하지만 IT 업계를 이끄는 스타트업은 젊은층이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다. 그런 의미에서 스타트업과 F&B 산업은 굉장히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실제 레귤러 식스를 방문하는 이들의 상당수는 IT 관련 스타트업 종사자들이다.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공간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두 대표에게 연락도 없이 조용히 레귤러 식스를 방문해 로봇 커피와 블록체인 기술을 경험하거나 아예 노트북을 들고 와 업무를 보며 소비자 패턴을 관찰하는 이들도 많다. 이종근 대표는 “블록체인을 하던 사람들은 ‘일상생활에 들어온 블록체인’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곳을 찾는다.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종사자들에게 편안한 아지트이자 커뮤니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식업 그리고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재해석 
황성재 대표가 외식업 일을 시작하면서 놀란 것은 모든 노하우가 사람 기반이라는 점이었다. 맛이나 기술의 본질을 쥐고 있는 사람이 사라진다면 그 맛과 기술은 소멸하고 만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시대에 외식은 여전히 혁신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아닐까? 
그에게는 이러한 것을 IT 입장에서 구조화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혁신이 없었던 분야인 만큼 기회 역시 클 것이라는 생각이다. IT 스타트업과 외식이 결코 친하지는 않은 사이이지만 손만 잘 잡는다면 시너지 또한 훨씬 클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종근 대표는 소비자의 구매패턴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구매공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감에 따라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재해석이 시급해졌다. 과거 오프라인 매장이 단지 구매를 위한 공간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즐기고 머무르며 시간과 돈을 함께 소비하는 공간이 돼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공간에 사람이 모이게 하려면 그곳에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를 넣어야 한다. 기술도 그 중 하나다. 두 대표는 레귤러 식스를 새로운 문화 콘텐츠가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크다. 이 대표는 “식자재 장터를 연다고 가정해보자. 현금을 내고 식재료를 구매해가는 일반적인 장터 형태를 벗어나 QR코드를 활용해 특정 식자재에 투자를 하거나 기부를 할 수도 있다”며 “단순히 음식을 먹거나 물건을 구입하고 끝나는 것이 아닌 벤처·스타트업의 소통과 교류의 장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본질을 넘어서는 기술은 ‘NO’ 
레귤러 식스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곳이 로봇 커피를 경험할 수 있는 라운지 엑스 카페다. 바리스타(사람) 대신 ‘바리스 로봇’이 내려 준 3가지 커피를 맛볼 수 있다. 
3가지 원두 중 원하는 것을 골라 커피를 주문하면 바리스타가 원두를 분쇄한다. 로봇은 이 원두를 필터에 부은 뒤 주전자를 들어 커피를 내리기 시작한다. 바리스 로봇에는 원두별 특징에 따른 최적의 추출법이 프로그래밍 돼 있어 원두의 종류에 따라 물줄기로 꽃 모양을 그리거나 달팽이 모양을 그려가며 일정한 속도로 커피를 추출한다. 다음은 다시 사람의 차례. 추출이 끝난 커피를 전용 잔에 따라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은 바리스타의 몫이다. 바리스 로봇은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닌 사람과 함께 하는 이른바 ‘협동 로봇’이다. “기술이 공간의 본질을 넘어 아방가르드하게 ‘나는 기술이다!’라고 외치는 것은 본질을 해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누가 봐도 ‘AI다’, ‘로봇이다’ 이런 느낌이 아닌 조촐하고 소박한 느낌을 내려고 했다.” 황성재 대표의 기획의도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로봇 팔에 주렁주렁 전선이 달려 있는 기계적인 디자인이 아닌 ‘외식업계의 샤오미 같은’ 깔끔함을 추구한다. 황 대표는 단순히 인력을 줄이고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한 공급자 입장에서의 기술 디자인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AI와 로봇기술을 빠르게 도입한 중국의 무인상점 폐업이 늘어나고 있다. 공급자 위주의 디자인을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황성재 대표는 로봇이 이격된 공간이 아닌 가까운 공간에 있는, 심리적으로 편하고 즐거운 존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바리스 로봇을 설계했다. 나와 다른 공간(박스 같은)에서 매뉴얼에 따라 제조만 하는 것은 친인간적인 로봇이라기보다는 자판기에 가깝지 않은가. 
이런 의미에서 빵을 나르는 로봇 ‘빵 셔틀’에게는 일을 시키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시간이 되면 무료 시식빵을 싣고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그의 임무다. 아직까지는 기능이 단순한 만큼 사람을 대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실수를 반복하며 고객의 짜증을 유발하기보다는 무료 빵 셔틀로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것이 빵 셔틀의 가치는 물론 이 공간의 가치를 끌어올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AI 접목한 드라이 에이징도 준비 중 
이종근 대표는 육그램을 통해 쌓은 육류 유통 노하우를 산방돼지에 녹여냈다. 
산방돼지는 드라이 에이징으로 유명한 여러 브랜드로부터 숙성육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드라이 에이징 편집숍이다. 쇼케이스 안에 다양한 브랜드에서 생산한 드라이 에이징 부위육이 들어 있어 소비자는 이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겉보기에는 일반 정육식당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사실 이 뒤에서는 최첨단 AI 드라이 에이징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에이징 과정에 있는 원육에 센서를 부착해 온도와 습도, 시간 등을 정량화, 데이터를 축적해 사람의 관리 없이 AI만으로도 드라이 에이징이 가능한 AI 드라이 에이징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가들이 숙성 과정과 결과를 하나하나 손으로 기록하는 모습을 보면서 AI가 육류 분야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인공지능의 역할은 인간이 하는 행위를 대신 해주는 것”이라며 “사람이 했던 행위를 분석해 불필요한 과정은 버리는 등 효율화한다면 사람의 도움 없이 AI로만 드라이 에이징을 완성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말에는 산방돼지를 통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상추 또한 고품질 대량생산 가능한 AI 재배기술을 연구 중이다. AI로 재배한 상추에 AI 드라이 에이징 소고기를 싸 먹을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블록체인 기술 다양하게 활용할 것 
블록체인이란 쉽게 말해 ‘블록(Block)’을 잇따라 ‘연결(Chain)’한 것이다. 블록에 데이터를 담아 체인 형태로 연결해 수많은 컴퓨터에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기술로 공공거래장부라고도 불린다. 이를 활용한 대표적인 것이 가상화폐다. 가상화폐로 일어난 거래기록은 중앙 서버가 아닌 거래에 참여한 전 세계 모든 사용자의 컴퓨터에 저장된다. 기록 위조나 변조를 할 수 없어 투명한 거래가 가능하다. 
레귤러 식스에는 모든 매장에서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돼 있다. 지금은 단순히 결제수단으로서만 이용이 가능하지만 조만간 이를 포인트처럼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도 선보일 예정이다. 레귤러 식스에서 음식을 먹고 가상화폐로 결제한 후 리뷰를 쓰면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는 코인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리뷰를 쓰고 코인을 모아 커피를 마시고 식사도 할 수 있다. 황성재 대표는 “이미 오세득 셰프나 최현석 셰프 등이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가상화폐를 받기 시작했다”며 “월마트 등 식품유통회사에서도 관련 TF팀을 구성할 만큼 블록체인은 식품·유통분야에서도 효용가치가 매우 큰 기술”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블록체인 축산물 이력관리 시스템을 시범 구축 중에 있다. 이종근 대표는 해당 분야 전문가로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하는 등 축산 분야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공간에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다.’ 이들의 새로운 시도가 뻗어나갈 곳은 무궁무진하다. 벌써부터 국내외 기업으로부터 협업을 요청하는 러브콜이 쇄도한다. 
확장의 형태도 다양하다. 레귤러 식스 두 번째 매장을 만들 수도, 로봇 카페 등 일부 브랜드만 따로 떼어 지점을 낼 수도 있다. 로봇 커피라면 바리스타의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미묘하게 커피 맛이 달라지는 것이 아닌, 언제 어디서든 동일한 커피 맛을 제공하는 진정한 의미의 퀄리티 컨트롤이 가능하다. 
경기불황과 부동산값 상승으로 수많은 공간이 유휴상태라는 점도 기회다. 좋은 자리지만 놀고 있는 공간들이 너무 많다. 이러한 공간을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콘텐츠로 채워나가는 것이 이 둘의 목표이자 역할이다. 이들이 보여줄 또 다른 혁신이 기대되는 이유다. 

 
2019-08-01 오전 09:55:17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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