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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높고, 공실률 1위 ‘~리단길’ 원조 경리단길 부활할까  <통권 414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9-09-04 오전 10:32:47


임대료 높고, 공실률 1위

‘~리단길’ 원조 경리단길 부활할까 


특색있는 골목 상권으로 한때 전국적으로 인기몰이를 하던 서울의 대표 상권 경리단길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국 20여 개 ‘리단길’의 원조로 인기몰이를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점포도 고객도 줄어 고통을 겪는 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경리단길을 따라 만들어진 리단길의 몇몇 상권 역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고난을 겪고 있다. 
경리단길을 중심으로 뜨고 지는 상권들의 현 상황을 살펴봤다.
글 최민지 기자 min@foodbank.co.kr  사진 최민지 기자, 월간식당 DB




이국적인 분위기로 주목받은 상권
경리단길은 국군재정관리단에서부터 그랜드 하얏트 호텔 방향으로 이어지는 약 900m의 길과 국군재정관리단을 둘러싸고 형성된 경리단 담길, 장진우 거리로 통칭했던 경리단 뒷길(보석길)까지를 일컫는다.
경리단길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경리단길은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남산으로 통하는 진입로 역할을 하는 주거지역에 불과했다. 본격적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1년으로 멕시코, 파키스탄, 이탈리아, 태국 등 이국적인 분위기와 현지의 맛을 살린 이색적인 음식이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면서부터 젊은층의 방문 빈도수가 증가했다.
특별하고 새로운 공간을 찾는 이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는데 2014년 MBC ‘무한도전’에서 언급된 것이 화제 몰이를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경리단길은 누구나 한 번쯤은 꼭 방문해야 하는 특별하고 매력적인 골목으로 소개됐고 어느 순간 골목 초입에서부터 발을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특히 주말에는 경리단길의 끝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의 수도 어마어마했다.
좁은 길에 다닥다닥 붙은 각국의 이색적인 맛집과 한국과 외국이 공존하는 이국적인 맛집은 경리단길의 상징이었다. 점심, 저녁 할 것 없이 식당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섰고 1~2시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었다. SNS에 #경리단길 해시태그를 달지 않으면 트렌드를 모르는 사람이 될 정도로 인기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일명 ‘뜨는 상권’을 지칭했던 ‘리단길’의 원조 경리단길은 2017년 말부터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고 점포 수가 감소하며 공실률이 높아졌다. 자연스럽게 유입 고객 수도 감소세를 보이는 중이다.

이태원에서 파생된 서브 상권
경리단길은 독립상권이 아닌 이태원에서 파생된 상권으로 분류된다. 이태원은 6·25전쟁 이후 용산 미8군사령부의 미군들을 대상으로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시작됐으며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올림픽, 1990년 각종 국제회의 등을 개최하며 세계적으로 이태원이라는 이름이 알려졌다. 외국인 여행객 사이에서는 쇼핑과 유흥의 거리로 인기몰이를 했으며 1997년에는 서울시 최초 관광특구로까지 지정될 정도로 화제가 되는 상권이었다.
상권 연구 업체 A 대표는 “이태원 상권은 외국인 상권이었다. 미군이 기지에서 밥을 먹지 않고 외식을 하고 싶을 때 찾는, 특별한 정통 외국 음식을 파는 곳이 바로 이태원”이라며 “지하철역이 생기면서 접근성이 좋아지고 특이한 문화가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다 보니 자연스럽게 방문객이 늘어났고 상권이 인기를 얻다 보니 임대료가 어마어마하게 올랐다. 그 임대료를 피해서 간 서브 상권이 바로 경리단길”이라고 말했다.
결국, 높은 임대료를 피해 어디론가 이동해야 했고 비교적 발전이 덜하고 임대료가 낮은 경리단길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고객 역시 새로운 상권을 따라갔고 경리단길은 이태원 상권에 이어 인기 상권이 된 것.
경리단길 초입 건물 1층 테라스에서 한국인과 외국인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수제 맥주를 마시는 모습은 경리단길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고 경리단길에서 ‘한국 속의 외국’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2014년(좌)과 2019년(우) 현재. 경리단길 초입에 위치한 이 건물은 경리단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오래된 식당과 새로운 먹거리 조화
경리단길에 ‘츄러스 골목’이라는 말을 탄생시킨 스트릿츄러스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섰고 스탠딩 커피에 줄을 서서 음료를 받아갔다. 점심 장사를 일찌감치 마친 일부 매장은 ‘재료 소진’을 알릴 정도로 생기가 돌았다.
특히 2011년 경리단길 메인 상권 뒷길로 셰프 겸 포토그래퍼인 장진우 씨의 식당이 문을 열고 이후 문오리, 장스시, 경성스테이크, 방범포차, 그랑블루, 장진우 식당, 장진우 다방, 프랭크 등 장 씨가 운영하는 식당과 배러댄알콜, 드렁큰살롱, 레코드잇슈, 안씨막걸리, 카롱카롱 등 장 씨의 단골집까지 화제가 됐다. 
장진우 거리 초입에는 따로 푯말이 세워질 정도로 길 자체가 경리단길의 랜드마크가 됐고 한동안 그 열풍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당시 경리단길은 10년이 넘은 전통 맛집과 새롭게 오픈한 독창적인 외식 업소, 한식과 동서양식이 어우러진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로 시너지 효과를 냈다.
하지만 여유롭고 조용하던 공간이 관광객들로 시끌시끌해지자 예전부터 이곳을 이용했던 소비자들이 서서히 떠나갔고 이곳을 즐겨 찾았던 외국인 역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국인의 방문 비율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음식의 맛이 바뀌고 메뉴가 하나둘 변경됐으며 특색있는 음식점들이 다른 상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리단길은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는 익숙한 맛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경리단길은 ‘재미없는 공간’이 됐다.
미8군사령부가 2017년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한 것도 경리단길 상권에 영향을 미쳤다. 경리단길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B 대표는 “미군이 용산에서 철수한 후 관련 사업을 하던 사람들이나 가족이 모두 이동하면서 경리단길 상권이 타격을 입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군부대 이전으로 미국인들은 거의 볼 수 없는 상태다. 덩달아 외국인 고객 유입률도 낮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좁고 낡은 상가, 주차 안돼 한계
업계에서는 경리단길에 닥친 어려움이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고 말한다. 상권 분석 전문가 C 씨는 “경리단길은 잘되고 있던 상권이 더 크게 활성화된 게 아니라 몇몇 요인 덕분에 인기를 얻은 케이스”라며 “인기의 단초는 ‘장진우 거리’로 볼 수 있다. 장진우 거리가 터지면서 콘텐츠가 좋고 역량 있는 젊은 대표들이 몰려든 것이 인기의 요인이 된 것이다. 먹는 것 몇 가지로 인기를 얻게 된 것인데 무언가 연계할 소비 요소가 없다”라고 말했다.
지금의 경리단길은 단점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견도 다분하다. 상권 연구가 A 대표는 “우선 경리단길은 좁고 낡은 상가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구조다. 언덕이라 경사가 제법 심하고 주차에도 어려움이 있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누가 주말에 시간을 내서 이곳을 올까? 소비자는 자신에게 어떠한 이득이 있어야 움직이는데 이곳은 그럴 요소가 아무것도 없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경리단길의 상황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관계자 D 씨 역시 “최근 SNS의 발달로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렇기에 소비자는 늘 새로운 공간을 경험하길 원한다. 싫증이 난다고 느끼는 속도도 더욱 빨라지게 되는 것”이라며 “최근 창고형 카페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는 넓은 공간과 쾌적한 환경을 추구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경리단길의 경우 우선 큰 건물이 들어설 수 없는 입지로 대부분 소규모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 트렌드는 이미 지나갔기 때문에 새롭게 다가가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여전히 높은 임대료, 무권리 공실은 늘어
경리단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임대료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9년 2분기 ‘지역별 소규모 상가 임대료’ 자료에 따르면 경리단길이 속한 이태원의 임대료는 1㎡당 6만7400원으로 서울 지역 기준 10위에 올랐다. 이는 서울 지역 평균(5만4700원)을 비롯해 홍대합정(5만8900원), 건대입구(5만2700원), 도산대로(4만6100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반면 동일 기간 중대형 상가 임대료는 1㎡당 4만9700원으로 서울 지역 평균(5만8000원)보다 낮았지만, 공실률은 26.5%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위인 청담(17.6%)보다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서울 지역 평균 공실률(7.4%)의 4배 가까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리단길의 경우 중대형 상가보다 소규모 상가가 대부분이다. 
실제 경리단길을 따라서 올라 가보니 건물 곳곳이 ‘임대 문의’ 중이었다. 도로변의 부동산중개업소 창문에는 ‘상가 1층 무권리’, ‘무권리 상담 환영’, ‘급매물’ 등이 붙어있었다. 경리단길 상권이 어려워지면서 상가의 권리금이 낮아지거나 사라지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경리단길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우선 임대료는 유지하되 권리금부터 없어지는 추세”라며 “약 10평의 임대료는 월 150만~200만 원 선”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리단길의 쇠퇴가 임대인의 욕심으로 인한 무분별한 임대료 인상이라고 하지만 경리단길에서 직접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들의 말은 또 달랐다. 임대료를 움직인 것이 건물주가 아니라 부동산중개업소라는 것이다. 
파스타 가게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월 60만 원, 80만 원, 120만 원을 내면서 아기자기하게 가게를 잘 운영하고 있던 중 부동산 업체에서 건물주를 움직여 월세를 올렸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은 적이 있다”라며 “예를 들어 원래 있던 사람들을 내보내고 2~3층을 확장하면 월 120만 원에서 300만 원짜리로 바꿀 수 있다고 하는 식이다.  임대차보호법이 통과돼서 다행이지 과거에는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월세를 100만 원에서 당장 300만 원으로 올려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19 9월호를 참고하세요.





 
2019-09-04 오전 10:32:47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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