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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플라워 조은빛 셰프  <통권 414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9-09-04 오전 11:35:53

소프트파워로 완성하는 가장 서울적인 음식

와일드플라워 조은빛 셰프 


플라워차일드를 통해 아메리칸 퀴진 다이닝을 소개했던 셰프 조은빛이 지난달 서울 퀴진을 표방한 
와일드플라워를 새롭게 선보였다. 서울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언뜻 한식이 떠오르지만 지금 서울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변화무쌍한 도시인만큼 서울의 음식을 한식으로만 규정짓기는 충분치않다. 조은빛 셰프도 그렇다. 
눈에 띄는 여성 셰프로만 접근하기에는 뭔가 다른 면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강단있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글 우세영 기자 sywoo@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차장


 

 

다양성 융합한 서울 퀴진, ‘와일드플라워’
11살 때부터 뉴욕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도시에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살아가는 만큼 식문화도 다채로웠다. 서툰 영어와 발음으로 의사소통이 매끈하지 않아도 페루 친구의 집에 가면 세비체를 먹었고, 히스패닉 친구의 집에 가면 타코를 먹었다. 아시안, 히스패닉, 백인, 흑인 등 다양한 인종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통합하는 가장 좋은 도구가 바로 요리였다. 문화는 이질적이어도 음식을 먹는다는 행위는 보편적인 경험이자 사람을 연결하는 강한 힘이 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배웠다.
“지금의 서울은 인종과 문화가 정말 다양해졌다. 뉴욕만큼이나 다양한 문화를 빠르게 수용하며 변하고 있다. 서울의 색을 표현한 서울 퀴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5년간 아메리칸 퀴진을 표방한 다이닝 레스토랑인 플라워차일드를 운영하면서 배운 것도 많았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서울에는 서울만의 음식문화와 질서가 있고, 고객 또한 관습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렇게 서울에서 느끼고, 배운 것을 담아낸 곳이 바로 와일드플라워다.”
와일드플라워는 다이내믹하고 국제적인 도시인 서울의 모습을 담은 서울 퀴진이자 오너셰프로서의 경험을 응축한 곳이다. 그의 소프트파워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뛰어난 팀워크 만들어내는 소프트파워
그에게 자신을 조리 도구에 비유해달라고 요청하자 ‘필러’를 꼽았다. 필러는 각종 채소나 과일의 껍질을 벗기는 도구다. 거친 원형을 다듬고 원래가 가진 맛과 모양을 살려준다. “식재료의 원형을 가져다가 다듬기, 썰기, 조리를 거쳐서 하나의 요리로 완성시키는 모습이 내가 요리하는 과정을 닮았다. 레스토랑에서 팀원 개개인의 최대치를 끌어내려 애쓰는 모습과도 닮았다.”
주방을 이끌어나가는 그의 리더십을 정의하자면 ‘소프트파워’다. 팀워크가 중요한 주방팀을 끌어나가면서 팀원 한 명 한 명의 의견을 수렴하고, 팀원들 또한 의견을 개진하는 데 머뭇거림이 없다. 자유롭되 성과와 책임에 대한 룰을 엄격하고 정확하게 지킨다. “뉴욕에서 요리와 와인을 공부하면서 뉴욕 프렌치 레스토랑 다니엘(Daniel)의 다니엘블루드 셰프나 프렌치 런드리(French Laundry)의 토마스켈러 셰프처럼 뉴욕의 남성 셰프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내가 일했던 뉴욕의 퍼셰(Per Se)도 상당히 엄격한 곳이어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처음에는 강해야 주방을 이끌 수 있다는 생각에 당근보다는 채찍을 더 많이 들었다. 남자처럼 머리를 짧게 밀거나 문신을 할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내 자신이 아니다. 미디어와 세상이 만든 ‘강한 셰프’라는 이미지를 거짓으로 덧입은 것뿐이다. 나는 내 자신의 모습 그대로 주방을 이끌고, 그것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세상이 생각하는 남성적이고 강한 리더십으로 상징되는 셰프의 모습과는 다른 ‘소프트파워’로 유연하게 성장해가는 주방을 말한다.”

여성이라서 힘든 점? ‘NO’ 
매일의 변화와 도전이 나의 즐거움
여성이라서 힘든 점이 있냐는 물음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은빛 셰프가 단호하게 대답한다. “레스토랑을 하는 데에 있어서 어려운 점들은 여성이라서 힘든 점이라기보다는 오너셰프가 모두들 하는 고민일 뿐이다. 여느 셰프들이 그렇듯 직원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매일같이 일어나는 돌발상황과 맞닥뜨리는 일이다. 오늘도 창고에 물이 샜다. 호기심이 많고 도전적인 스타일이라 이런 일들조차 재밌다.”
조 셰프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제학을 경영하고 정부기관에서 통역사로 일했다. 어린 나이에 누구나 부러워하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했지만 마음 한켠에 ‘이걸 평생하면서 행복할 수 있을까?’하는 물음에는 선뜻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 질문에 확신을 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요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2년을 고민하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커리어를 버리고 처음부터 요리를 배웠다. “주변에서 겁을 많이 줬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입을 모아 걱정했다. 그런데 직접 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스스로 ‘요리’라는 것에 열정이 있는지 되물었고 YES라고 확신할 수 있었기에 떠났다. 그때의 도전에 후회는 없다.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일은 변수가 많고 불안정하기도 한 일이지만 그게 오너셰프라는 업의 매력이기도 하다. 창의적인 음식을 하는 것도 정말 즐겁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자, 머릿속 한편에서 항상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의 요리는 밸런스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 맛과 향, 식감의 조합을 완성도 있게 끌어올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요리를 구상한다. 플라워차일드에서 고객과 만날 때는 코스 전체를 통틀어서 음식의 밸런스를 맞췄다면, 단품 메뉴 한 그릇으로 고객에게 평가받는 와일드플라워에서는 하나의 요리에 밸런스를 응축해 표현하는 내공이 더욱 중요하다. 조 셰프의 머릿속이 항상 요리에 대한 고민으로 번잡한 이유다.




여성 셰프 이끌어주는 선배 되고파 
조은빛 셰프가 미국 CIA 요리학교에서 요리를 공부하는 동안 성비는 50대 50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필드에 나서면 그 많던 여학생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대부분 현장에서 요리를 하기보다는 연구나 개발직을 선택한다. 조 셰프가 직접 채용을 진행해봐도 여성 지원자는 2%정도에 불과하다. 많은 여성들이 요리를 공부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모두 사라져버린 것처럼 놀라울 정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는 앞으로는 후배 여성 셰프를 이끌어주고 여성 셰프 간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전했다. “얼마 전 ‘요리의 여신들’이라는 프랑스 다큐멘터리의 시사회를 진행하게 됐다. 베랑 프레디아니 감독의 작품으로 여성 셰프의 생태를 관찰한 다큐였다. ‘왜 여성 셰프가 없는가?’에 대한 답을 조사를 통해 밝혀나가는 내용이었다. 감독이 내린 결론에 많이 공감됐다. 남성 셰프들은 서로를 이끌어주는 탄탄한 인적 조직이 있는 반면 여성 셰프들은 레스토랑 운영이나 요리에 전념하는 경우가 많고, 가사나 육아 등 각자 생활이 바빠 일에 관해 공유하는 장이 없다는 거다.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거나 홍보되는 기회에서도 밀리다보니 유명세를 얻기는 더욱 힘들다. 해외를 보면 언론에서 주목하는 여성 셰프들은 아버지로부터 레스토랑을 물려받는 등 남성 셰프 커뮤니티에 연결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국내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에서 요리 공부를 마친 후 한국에 들어와서는 멘토라고 생각할만한 여성 셰프 선배를 만날 수가 없었다. 모임을 만드려고 해도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내가 끈끈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여성 셰프들의 힘을 모을 수 있는 출발점이 되고 싶다. 국내에서 요리를 하고 싶은 후배가 있다면 언제든 조언하고 도와주고 싶다.” 
조 셰프는 가장 존경하는 셰프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아틀리에 크렌(Atelier Crenn)이라는 미국 최초 미쉐린 투스타의 여성 셰프인 도미닉 크렌(Dominque Crenn)을 꼽았다.
“그 레스토랑에서 짧게나마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다른 레스토랑과 비교할 수 없는 창의성 넘치는 유니크한 요리가 매력적이었다. 옆에서 느낀 그녀의 인내력 역시 대단했다. 나도 언젠가는 아틀리에 크렌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셰프가 되고 싶다.”


와일드플라워 서울 퀴진을 지향한 플라워차일드의 세컨드 브랜드다. 서울의 다채로운 현모습과 한국적인 식재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요소를 융합한 요리를 선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오브제는 한국의 아궁이에서 모티브를 얻은 화덕. 제철 식재료를 자유롭게 활용, 짚과 참나무에 훈연한 ‘서울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플라워차일드의 시그니처 메뉴를 2만 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볼 수 있다는 점과 흔하지 않은 와인 페어링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매력.

A 서울시 서초구 방배로26길 19 1층
T 02-533-2574

 
2019-09-04 오전 11:35:53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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