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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우서울 유정수 대표  <통권 414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9-09-04 오전 02:05:44


‘사람을 모으는 공간’이 도시를 살린다

글로우서울 유정수 대표 


아무것도 없었던 익선동 마을에 1년 동안 다섯 개의 외식 브랜드를 오픈한 것이 익선동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공간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여기에 또 다른 공간들이 합류하면서 
평범한 한옥마을은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죽어 있던 도시에 새로운 공간을 투입해 숨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요즘, 지금의 익선동 한옥마을을 만든 숨은 주인공 글로우서울 유정수 대표를 만났다.
글 박선정 기자 sjpark@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차장




익선동 프로젝트의 시작 
지난 7월 익선동 한옥마을에 딤섬 전문점 홍롱롱이 문을 열었다. 익선동 골목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콘셉트임에도 ‘딤섬의 여왕’ 정지선 셰프의 유명세와 함께 빠르게 입소문을 타 일찌감치 익선동 맛집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에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도 매장을 냈다. 이곳은 덮밥과 볶음밥, 국수를 메인으로 하는 중국 가정식 콘셉트다. 
작지만 탄탄한 기획력과 흔치 않은 콘셉트로 주목받고 있는 홍롱롱의 주인은 브랜딩 전문 기업 글로우서울이다. 2017년 글로우키친으로 시작해 익동정육점, 살라댕방콕, 심플도쿄, 호텔세느장 등 10개가 넘는 브랜드를 익선동 골목 곳곳에 입점시키면서 평범했던 익선동 한옥마을을 핫플레이스로 만들었다. 
유정수 대표는 외식업에 발을 들이기 전 직장생활을 하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직장인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는 ‘카페 같은 나만의 아지트 공간’에 대한 로망을 현실로 옮기고 싶은 생각에 익선동 골목에 차와 식사, 칵테일을 파는 공간을 만들었고 이것이 외식업의 시작이 됐다. 당시 익선동엔 가정집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재개발이 무산되면서 지구 단위 기획으로 묶여 있어 증축이나 신축허가도 나지 않았다. 유 대표는 “낡고 노화되고, 주거환경이 무너지면서 두 집 건너 한 집은 빈집일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옥과 어우러지는 예쁜 무언가를 만들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접근했던 첫 번째 사업은 보기 좋게 실패했다. 월세는 저렴했지만 초기투자비용과 인건비 등 운영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적자가 쌓여갔다. 버티다 버티다 1년을 못 넘기고 만세를 불렀다.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지출의 경우의 수를 생각지 못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되는 만큼 만들어 팔면 월세 정도야 못 내겠나’라는 생각으로 계산기 두드리지 않고 덤빈 것이 화근이 됐다. 익선동을 알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던 시절에 이곳에서 파스타와 스테이크, 칵테일을 팔고 있었으니 생각해보면 부끄러울 만큼 안일했던 발상이었다. 손님이 드문드문 오는 데다 직원 수도 많아 많게는 월 1000만 원가량의 적자가 났다. 오픈발이 끊기니 지인들 말고는 오는 사람이 없었다. 

업종전환 그리고 빠른 걸음 
장사를 접을 것인가 계속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보니 그제야 실패 원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주과학을 전공한 평범한 직장인은 외식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업의 방향을 틀었다. 
첫 번째로 이곳 익선동을 사람이 모일 만한 공간으로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다. 찾아올 만한 콘텐츠가 있다면 사람이 모일 것이고, 그러한 공간이 많아진다면 지역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믿었다. 곧바로 다섯 개의 한옥 물건을 한꺼번에 계약하고 1년 만에 다섯 개 브랜드를 차례로 오픈하며 익선동 골목을 채워 나갔다. 수비드 그릴 레스토랑 익동정육점, 캐주얼 태국 레스토랑 살라댕방콕, 퓨전 일식 레스토랑 심플도쿄 등 새로운 공간들은 한옥마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옛것과 새것의 멋스러운 어울림을 만들어냈다. 이후 더썸머, 살라댕다이닝, 호텔세느장, 홍롱롱 등 각기 다른 콘셉트의 브랜드를 추가로 오픈하면서 지금은 익선동 한옥마을에만 10개가 넘는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이 중 대중에게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이자 글로우서울의 대표 브랜드는 살라댕으로 150평 규모의 한옥 안에 캐주얼 레스토랑 살라댕방콕과 모던 레스토랑 살라댕다이닝, 카페&라운지 더썸머 3개 브랜드가 공존한다. 살라댕방콕에서는 태국인 셰프가 만드는 오리지널 태국 요리를, 살라댕다이닝에서는 프랑스인 셰프가 만든 오리엔탈 프렌치를 맛볼 수 있다. 오픈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영업시간이 가까워지면 입구 앞에는 긴 대기행렬이 생긴다. 



공간의 승패를 좌우하는 단 하나, 집객 
익선동 프로젝트로 이름을 알리고 나니 여기저기서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작년에는 충무로의 주상복합빌딩 ‘헤센’의 한 층을 식음시설로 꾸미는 프로젝트를 맡아 순식간에 5개 브랜드를 론칭하는 기획력을 보여줬다. 대만식 치킨 브랜드 대만치킨과 일본 가정식 오키나와오지상, 퓨전 태국요리 타이랜드, 부산 콘셉트의 분식주점 바다분식 등 독창성과 개성, 맛, 가격대를 모두 충족시킨 이들 브랜드는 맛집에 목말라 있던 동국대 재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은 대전시 소제동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아무것도 없었던 익선동을 서울의 명물로 만든 것처럼 평범한 도시 소제동에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것이 목표다. 
부동산 관계 업체에서 대기업까지 협업을 요청하는 곳들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하나다. 화제가 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사람을 모으는 것, 바로 집객이다. “유명한 브랜드는 어딜 가든 빛을 발할 거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살라댕이 익선동에서 유명하다는 이유로 백화점에 입점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집객력 있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간과의 조화가 필수적이다.” 
익선동 프로젝트, 헤센 프로젝트, 대전 소제동 프로젝트 등 커다란 공간 개념의 프로젝트를 주로 하다 보니 ‘셀렉트 다이닝 기획사와 비슷한 곳이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이에 대한 유정수 대표의 답은 심플하다. 셀렉트 다이닝이 말 그대로 브랜드를 고르고 조합해 새로운 콘셉트를 만들어내는 플랫폼이라면 글로우서울은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라는 것. 기획에서 콘텐츠 생산까지를 함께 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자 강점이다. 
셀렉트 다이닝처럼 이미 있는 브랜드를 가지고도 얼마든지 새로운 공간을 만들 수 있지만 그는 ‘조합’보다는 ‘생산’ 즉 오리지널리티에 의미를 두는 편이다. “아무리 분점이 많아도 본점이 가장 인기 있는 이유도 바로 ‘본점은 뭔가 다르겠지’라는 기대심리 때문 아니겠는가. 익선동에서 시작해 다양한 지역으로 확장한 만둣집 창화당을 봐도 알 수 있다. 메뉴와 조리법은 모두 같아도 본점이라는 이유만으로 ‘익선동 창화당’을 찾는 이들이 많다.”

익숙함과 새로움의 조화, 새로운 경험 
글로우서울이 최근 2년간 론칭한 브랜드 수는 20여 개다. 일반적인 외식기업이 신규 브랜드 하나 만드는 데 짧게는 1년, 길게는 수년을 투자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속도다. 
유정수 대표의 기획과 브랜딩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그중 하나가 다양한 콘텐츠를 교배해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것은 찾기도 힘들뿐더러 설령 찾았다 해도 대중들에게 외면당할 확률이 크다”며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 두 가지를 조화시켜 서로 다른 인지적 경험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탄생한 대표적인 브랜드가 살라댕이다. 태국 음식이라는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되 코끼리상과 불탑 같은 뻔한 태국적인 장식요소는 완전히 배제했다. 대신 태국 하면 연상되는 휴양지 이미지에서 착안해 수영장과 분수, 라탄 소재의 의자와 전등갓 그리고 초록이 가득한 플랜테리어로 그 자리를 채웠다. 한옥 안에서 느끼는 태국 리조트 감성은 생각만 해도 즐겁고 기분 좋다. 
반면 SNS가 일상으로 파고들면서 시각적인 부분에만 치중한 나머지 본질을 등한시하는 곳들이 많아지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개그맨이 웃기려고 애는 쓰는데 정작 웃기지 않는 것과 다를 것이 뭐가 있겠나.” 자극적인 요소로서 주목받는 곳과 메뉴나 분위기, 콘셉트와 같은 본질로서 주목받는 곳들의 깊이감은 분명 다르다.

공간의 ‘민낯’을 볼 줄 아는 안목  
공간개발과 도시재생에 관심을 가지면서 상권을 보는 안목도 높아졌다. 최근에는 코엑스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서 상권 트렌드에 대한 강의를 진행해 예비창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요즘 많이 듣는 얘기 중 하나는 경리단길의 흥망성쇠에 관한 것이다. 한때 정말 잘 나가던 경리단길이 한순간 무너져내린 것처럼 다른 모든 ‘~리단길’을 포함한 소위 ‘핫한 상권’들도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는 “경리단길처럼 2년 만에 떴다가 다시 2년 만에 사라지는 상권은 매우 드물다”며 “하지만 어느 상권이든 뜨고 지길 반복하는 것은 마찬가지. 경리단길은 너무 빨리 요절한 것일 뿐, 영원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그의 답이다. 
유정수 대표가 상권이나 공간을 볼 때 유심히 관찰하는 것은 그곳의 ‘민낯’이다. 삼청동이나 북촌, 서촌과 같은 안정적인 상권도 경기를 타고 유행을 탄다. 하지만 유행과는 상관없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그곳만의 콘텐츠가 있다. 잠깐 유행하는 브랜드, 자본형 브랜드를 걷어냈을 때 그 상권에 무엇이 남아 있는가, 이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민낯이다. 그의 아지트인 익선동도 마찬가지다. 100년 된 한옥마을을 하루아침에 뚝딱 지어낼 수는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이곳들은 뜨고 지기를 반복하면서도 명맥을 이어나갈 것이다. 
유정수 대표는 자신을 ‘세상에 이미 있는 것을 새롭게 보이게 만드는 사람’으로 표현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달라’며 그를 찾아온다. 어찌 보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이미 있는 것을 새롭게 바꾸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일 지도 모른다. 글로우서울이 만들어 낼 또 하나의 새로운 공간 그리고 그곳으로 인해 달라질 도시의 모습을 기다려본다.


1  방치되었던 폐허 속에서 빛나는 보석을 찾아내는 것 또한 유정수 대표의 일이다. 익선동 한옥마을에 자리한 살라댕방콕. 
2  익선동에 버려져 있던 ‘쎄느장 모텔’을 개조해 만든 호텔세느장. 과거 숙박시설로 쓰이던 곳임을 상기시키는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3  지난달 익선동에 오픈한 딤섬 전문점 홍롱롱. 다양한 재료로 즉석에서 딤섬을 만들어주는 모습을 한의사가 정성껏 한약을 제조하는 모습으로 오마주 해 한약방 느낌으로 인테리어를 했다.

 
2019-09-04 오전 02:05:44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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