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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발병 1년, 요동치는 국제 돈육시장  <통권 414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9-09-04 오전 03:30:24


ASF 발병 1년, 요동치는 국제 돈육시장 

국내 시장에는 수입 돈육 재고 넘쳐나고 덤핑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을 넘어 몽골, 베트남, 북한, 라오스 등 각국으로 확산되면서 
전 세계 돈육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 유럽산 돈육을 대거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돈육 수출국의 
대부분 물량이 중국으로 유입, 일본과 한국 등 또 다른 아시아의 주요 소비국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수입업자들은 국제 가격 폭등에 따른 국내 도매가 상승을 노리고 수입량을 늘렸지만 
기록적인 수입량에 물량이 넘쳐나면서 가격은 오히려 폭락했다. 여기에 경기불황으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쌓여가는 재고를 감당하지 못한 일부 업자들은 덤핑물량까지 풀기 시작했다. 
글 박선정 기자 sjpark@foodbank.co.kr 사진 월간식당 DB 





ASF 후폭풍, 우려가 현실로 
ASF 파장이 국내 돈육시장에까지 미치고 있다. 중국에 불어닥친 ASF 여파로 세계 최대 돈육시장인 중국으로 돈육 유입이 증가하면서 국제 돈육시장이 요동치자 국내 돈육가격 급등을 예상한 수입업자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입물량을 대거 늘린 것이 화근이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2018년 수입 돈육 재고는 삼겹살 3만3517톤을 비롯해 총 11만7247톤으로 2017년 재고량(삼겹살 2만4472톤, 합계 7만5921톤)보다 4만1326톤 증가했다. 이는 2015~2017년 3년 평균 대비 두 자릿수 이상 늘어난 기록적인 수치다. 올해 6월 현재 수입 돈육 재고량도 삼겹살 3만7306톤을 포함한 총 13만7398톤이나 된다. 
‘조만간 돼지고기 수입을 못 하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느낀 수입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돈육 수입량을 꾸준히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수입된 돈육은 47만 여 톤(확인)으로 적정수준인 30여 만 톤에 비해 무려 17만 톤이나 많은 양이다. 업계 종사자는 “경기불황으로 육류 소비가 감소하는 등 수요는 줄어든 반면 ASF에 대비한 과다한 물량 확보 경쟁으로 공급량이 많아지면서 재고가 쌓이고 있다”며 “냉동창고에 공간이 없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대적인 살처분…세계 돈육시장 대란으로 이어져  
중국은 전 세계 돈육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돈육 생산국이다. ASF 피해가 확대되면서 살처분하는 돼지 두수도 계속해서 증가해 현재 전체의 40%가량이 살처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 세계 돼지 생산량의 20%에 달하는 양이다. 
ASF는 치사율 100%에 백신도 치료제도 없어 한 농장에서 한 마리만 발병이 확인돼도 전량 살처분해야 한다. 1000두를 기르는 농장에서 2두만 확진 판정을 받아도 나머지 998두를 처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ASF 바이러스는 생존 기간이 길어 한 번 감염된 농장에서는 최소 3년에서 길게는 5년까지 입식이 불가하다. ASF가 전혀 발병하지 않은 청정지역에 새로 농장을 지어 입식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그 손실은 상상 이상이다. 
중국의 ASF 발병 농가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축 시기 미만의 어린 돼지를 포함해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돼지를 조기 도축해 시장에 내보냈다. 살처분한 뒤 정부의 지원자금을 기다리는 것보다 손해를 보고 팔더라도 즉시 현금화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렇게 쌓인 재고가 중국 내수시장에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상태로 업계는 내년 2월 정도는 되어야 물량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농업부에 따르면 3년 전 kg당 최고 21위안 정도였던 중국 국내 돈육가는 한때 과잉생산으로 하락했다가 ASF 이후 상승해 8월초 현재 kg당 26위안 수준까지 올랐다. 전년 동기대비 50.7%p 상승한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연말이면 30위안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을 우려한 중국의 수입업체들이 수입을 늘리면서 수입량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량은 16만 톤으로 5월 18만7000톤에 비해서는 14%p 줄었지만 전년 동기 9만8000톤에 비해서는 62.8%p 증가했다. 중국산 재고에 수입산 재고까지 가세, 중국인의 어마어마한 돼지고기 소비량을 감안하더라도 연말까지는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양이다. 충분한 재고를 확보해 놓은 만큼 중국은 8월 이후 일시적으로 수입을 중단한 상태다. 
칠레 돈육업체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돈육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일본으로 일본의 돼지고기 자급률은 40% 이하”라며 “하지만 지금은 중국이 돈육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더 큰 폭탄이 오는 것은 중국 내 재고가 바닥을 치는 시점”이라며 “중국이 전 세계의 돈육을 빠르게 쓸어 담기 시작할 경우 국제 돈육가격은 폭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하나의 변수는 미중 무역전쟁이다. 미국이 대중국 수출품목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것을 넘어 아예 무역장벽을 쳐버리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미국산 돈육 수입길이 막힌 중국은 오로지 유럽에 의지해야 한다. 중국 다음으로 유럽산 돼지고기 수입량이 많은 일본과 한국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업계 곳곳에서 ‘현재 상황만으로는 아무것도 예단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처럼 복합적인 요소가 혼재에 있기 때문이다. 

사재기에 수급불균형으로 덤핑까지 ‘최악’ 
지난해 8월 중국에서 ASF가 발생한 이후 중국의 돈육 수입량 증가와 함께 국제 돈육가격은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금이라도 사두지 않으면 나중에 더 비싼 가격에 사야 한다’는 불안감에 우리나라 수입업자들은 필요 이상으로 돼지고기를 수입했고, 결국 극단적인 수급 불균형과 덤핑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현재 우리나라 시장에 거래되는 수입산 돈육가는 국제 가격의 90% 수준이다. 운송비와 마진을 붙여 판매해도 모자랄 판에 원가보다 싼 가격을 불러도 사겠다고 나서는 곳이 많지 않다. 
외국산 돈육이 항만을 거쳐 우리나라로 수입되기까지는 평균 3개월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8월에 들어온 물량은 이미 3개월 전인 5월에 구매한 것이라는 의미다. 국내 업체들이 수입을 줄이기 시작한 시점을 8월로 봤을 때 최소 10월까지는 국내에 들어올 물량이 많이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수입업체 종사자는 “삼겹살 기준 컨테이너 하나당 가격이 1억 원 정도”라며 “새로 들어온 물건을 받으려면 꽉 차 있는 컨테이너를 비워야 하는데 방법이 없으니 덤핑으로라도 내보내려는 곳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냉동육 유통기한이 2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유통기한이 임박해지는 내년 말 정도에는 버티다 못한 곳들이 마지막 덤핑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정상적인 수급불균형에는 수입업자들의 투기심리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한 외식기업의 육류구매팀장은 “제2 금융권이나 창고 운영업체 등에서 금융서비스를 받아 육류를 수입하는 투기 시장이 암암리에 존재한다”며 “상환기간 만기를 앞두고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데다 쌓여가는 창고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손해를 보면서도 덤핑으로 물건을 처분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ASF 후폭풍을 예상하고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 것이 결국 제 발등을 찍은 꼴이다.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한 영세 수입업체들의 줄도산도 우려된다. 식품 대기업 한 관계자는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육류소비 침체 현상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기업은 막강한 자금력으로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겠지만 연말 즈음에는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해 파산하는 곳들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입돈육 사용 일부 외식업체 ‘수혜’ 
업계는 수입산 돈육 덤핑이 본격적으로 풀리는 시점을 추석 이후로 보고 있다. 현재는 자금력이 부족한 일부 영세업체들이 자금회전을 위해 재고를 떨고 있는 수준으로 전체적인 흐름을 전망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하반기 덤핑이 쏟아져나오면 수혜를 가장 많이 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다. 마장동의 A 수입업체 대표는 “벌써 프랜차이즈 본사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수입업체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외식업체 입장에서는 여기저기서 덤핑 가격에 고기를 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다른 곳에서는 더 싸게 주겠다는데 그 이하는 안 되겠냐’며 추가 할인을 요구할 정도”라고 전했다. 영세 수입업체의 경우 창고 임대료를 내기 위해 덤핑으로라도 재고를 떨어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수입업체들 사이에서는 ‘생산국에서 직접 수입하는 것보다 국내 수입업체를 통해 사는 것이 더 싸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수입산 돈육가격 폭락으로 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외식 브랜드가 바로 명륜진사갈비다. ASF 사태 이전인 2017년에 론칭했으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최근 가맹계약 350호점을 돌파한 만큼 수입 돈가 폭락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외식업계 일각에서는 ‘이미 끝물’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지만 유통업계는 원재료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당분간 원가상승 우려를 묶어둔 만큼 내년까지는 기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명륜진사갈비의 1인분 무한리필 가격은 1만3500원으로 여기에는 고기와 함께 밥과 음료가 포함된다. 첫 주문 시에는 돼지갈비를 제공하고 추가 주문부터는 목전지 등을 섞은 양념육을 제공하는 식으로 원가를 조절하고 있다. 목전지의 원산지는 미국산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산 목전지 가격은 kg당 최저 3300원에서 최고 4400원 사이”라며 “삼겹살이나 목살 등 다른 돈육 부위에 비해 가격 안정성이 높은 부위를 선택한 전략이 탁월했다”고 평가했다. 

수입육 가격 호재로 외식업체 메뉴개발 활발 
수입육을 이용한 새로운 메뉴개발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명륜진사갈비를 벤치마킹한 양념 돼지갈비로 각종 뷔페식당과 육류 전문점, 삼겹살 무한리필 전문점 등이 발 빠르게 양념돼지갈비를 출시해 재미를 보고 있다. 육킬러 등 돼지갈비 무한리필을 앞세운 세컨 브랜드를 론칭하고 부진점포 간판갈이를 유도하는 곳들도 등장했다. 
최근 원재료 가격 폭락으로 흥망성쇠를 겪은 대표적 아이템으로 무한리필 삼겹살을 꼽을 수 있다. 무한리필 삼겹살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수입 삼겹살 가격이 kg당 4000원 초반까지 폭락했던 2016년으로 엉터리생고기에서 내놓은 엉터리생고기두번째이야기를 필두로 수많은 미투 브랜드가 등장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인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엉터리생고기두번째이야기는 2016년 한해에만 176개점을 오픈하며 선전했지만 이듬해 신규 개점수는 전년도의 10% 수준에도 못 미치는 16개에 그쳤다. 미투 브랜드의 급증으로 수입 삼겹살 수요가 증가, 이에 따라 삼겹살 가격이 kg당 8000원까지 치솟으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업계는 명륜진사갈비의 경우 최소한 삼겹살 무한리필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재료 자체의 원가 상승폭이 제한적인 데다 경기불황에 따른 가성비 추구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한 종사자는 “명륜과 업계, 고객이 모두 윈윈하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미투 브랜드가 생겨나지 않아야 할 것”이라는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19 9월호를 참고하세요.

 
2019-09-04 오전 03:30:24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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