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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영양을 담은 한 그릇의 미학 - 국수  <통권 415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9-10-02 오전 11:14:05


여러 가지 영양을 담은 한 그릇의 미학 

국수


전통을 바탕으로 무한하게 변화하고 있는 국수. 특히 요즘에는 요리연구가, 미쉐린 레스토랑 셰프, 오랜 세월동안 국수공장을 운영해온 대표가 만든 누들가게에 많은 사람들이 그 맛을 보기 위해 몰리고 있다. 그들은 왜 ‘면’을 선택했을까.
글 김미란 기자 miran@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차장





세계 외식 트렌드는
대중적이고 캐주얼한 음식
미쉐린 가이드에 오른 고급 레스토랑을 제쳐두고 국숫집 운영에 뛰어드는 셰프들이 있다. 세계 외식 트렌드가 최근 들어 ‘고급 엘리트 요리’에서 ‘대중적이고 캐주얼한 음식’으로 뒤집혔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파인다이닝의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요리사들도 점차 대중적이고 캐주얼한 음식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캐주얼 레스토랑의 장점은 편안한 분위기와 부담없는 가격이다. 이를 접목시켜 앞다퉈 국숫집을 오픈하고 있다. 국수는 오퍼레이션이 복잡하지 않고 식재료를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것이 큰 강점이다. 회전율도 빨라서 수익창출에도 도움을 준다. 다이닝 레스토랑의 한계를 벗어나 과감하면서도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어내고 싶은 셰프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이유다.
국수는 곰탕, 돼지국밥, 냉면, 이탈리안, 라멘, 태국음식과 함께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9’에 소개될 만큼 강한 힘을 지닌 음식이다. 기본적으로 미쉐린 가이드를 살펴보면 미식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데 국숫집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국수’ 카테고리에서 빕 구르망(Bib Gourmand, 미쉐린 가이드가 선정한 식당으로 합리적인 가격과 훌륭한 맛을 두루 갖춘 곳에 부여하는 등급)에 선정된 식당은 금산제면소, 밀본, 우육미엔, 유림면, 찬양집 등이다. 
회현동에 위치한 금산제면소는 임창욱 셰프가 운영하는 곳으로 중국 쓰촨 지방의 면 요리 탄탄면을 전문으로 한다. 이 곳에서는 산초와 고춧가루, 고추기름, 흑식초를 넣은 국물이 없는 비빔면 스타일의 면을 제공하고 식당보다 훨씬 넓은 면적의 제면소를 따로 운영하는 것도 특징이다. 
성수동에 있는 밀본은 국내산 밀가루로 자가제면한 칼국수가 유명하다. 한남동에 위치한 우육미엔은 대만 현지보다 더 맛있는 정통의 대만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도가니와 채소, 여러 가지 향신료를 넣고 장시간 끓여낸 육수로 만든 깊고 진한 맛의 우육면이 메인 요리다. 여기에 꿔바로우, 대만 스타일의 자장면, 대만 맥주까지 즐길 수 있어 서울 안의 대만으로 통한다. 
서소문동에 있는 유림면은 5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진 메밀국수집이다. 깔끔하고 담백한 국물이 일품인 메밀국수와 푸짐한 양의 어묵을 얹어주는 가락국수가 인기메뉴다. 돈의동에 있는 찬양집 역시 50년의 전통이 있는 정통 해물칼국수집이다. 생새우, 홍합, 바지락, 채소 등을 아낌없이 넣어 우려낸 육수는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다채로운 텍스처로 구현가능한 것이 장점
최근에는 일반적인 소면, 중면을 넘어서서 쌀면, 에그누들, 혼돈자 피 등 다양한 면들이 있다. 레스토랑에서는 보다 다양한 텍스처의 면으로 요리를 하면 각각의 정체성과 개성이 드러나 시그니처 요리로 선보일 수 있어 면을 메인 메뉴로 선택하고 있다. 
과거 ‘자가제면’이 중국집과 냉면집의 자랑거리였다면 지금의 트렌드는 다양성이다. 에스닉푸드가 유행하면서 일부 프랜차이즈들이 차별화한 것이 바로 생면 쌀국수다. 초기자본이나 원가가 더 높지만, 수준 높아진 소비자들이 느끼는 맛의 차이가 분명해 브랜드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건면 위주였던 파스타도 생면이 유행하면서 생면파스타 전문점을 내세우고 영업을 하는 곳의 비중도 높아지는 등 다양한 업종에서 면의 품질과 전문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요리연구가의 내공을 정성으로 담아낸 국수

마담타이


마담타이는 백지원 요리연구가의 손길이 구석구석 닿은 태국식 국수전문점이다. 다수의 요리 프로그램 출연과 음식 관련 책을 출간하면서 얻은 다양한 노하우를 녹여낸 마담국수를 맛 볼 수 있다. 지난 6월 중순 오픈해서 맛으로 삼전동 골목을 평정했다.




태국음식과 중국음식을 바탕으로 한 
아시안 누들
마담타이는 작은 식당을 오픈해서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던 ‘백지원 버킷리스트’를 실현한 공간이다. 외국 여행을 다니면서 구입했던 25~30년 정도 된 식기들이 테이블 곳곳에 배치돼 있다. 백지원 요리연구가는 손님들이 작은 공간이지만 최상의 컨디션으로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인테리어도 심플함에 초점을 맞췄다.  가게 안 테이블도 8인 테이블 하나다. 온전히 요리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초반에는 20대 후반에서 40대의 손님들을 타깃층으로 설정했지만 가족 단위와 연인들이 많이 방문한다. 모르는 손님들도 이곳에서는 편하게 대화를 나누며 밥친구가 돼 혼밥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 전체 방문객 중 20% 정도가 혼밥 손님이다.

확장성보다 정확성을 고려한 메뉴 구성
시그니처 메뉴인 마담국수는 아롱사태를 듬뿍 넣어 오랜시간 끓여 낸 육수를 베이스로 한다. 육수는 태국간장과 소스, 향신료 등을 넣어 완성하고, 육수를 끓인 후 건져 낸 아롱사태는 식혀뒀다가 슬라이스 해 고명으로 얹어낸다. 육수와 고명을 미리 밑작업 해놓기 때문에 고객이 주문 후 국수가 제공되는 시간은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맛있게 매운 맛을 추구하는 마담매운국수는 마담국수에 향신료와 고추기름 등을 추가해 소스를 만들었다. 더 매운 맛을 원한다면 테이블에 준비되어 있는 매운소스, 라임고추소스를 첨가해 입맛에 맞게 조절해 즐기면 된다. 고수는 요청을 하면 원하는 만큼 내어준다. 보통 쌀면은 끈기가 없어 뚝뚝 끊어지기 쉬운데 이를 보완하는 것에도 신경을 썼다. 오래 불리지 않고 반건면의 상태까지만 불린 다음 펄펄 끓는 물에 면을 삶듯이 데쳐내 탄력있는 면을 완성한다.  
손님의 대다수는 체력을 보충하는 보양식처럼 마담타이의 국수를 즐긴다. 아롱사태를 아낌없이 넣어 줘 국수지만 맛과 영양의 균형이 잘 잡힌 메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수 외 메뉴로는 마담커리와 코코넛강황밥이 있다. 마담커리는 물을 한 방울도 넣지 않고 조리해 재료의 맛을 최대로 살렸다. 커리에 들어가는 고기는 닭다리살을 사용하고, 양파를 오랫동안 볶아 캐러멜라이징화해서 만들어 소스가 진하다. 코코넛강황밥은 씁쓸한 강황의 맛을 코코넛의 부드럽고 미세한 맛이 중화시켜준다. 우리나라 쌀로 밥을 하지만 질지 않고 꼬들꼬들한 밥이 되게 짓는다. 
음식과 함께 제공되는 레몬머틀티도 인기다. 국물에 들어가는 피시소스에서 미세하게 비린내가 날 수 있어서 준비했다고. 맛있게 국수를 먹은 후 마시면 레몬향이 입 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오픈 당시에는 육류가 들어가는 음식을 고려해 따뜻한 차로 제공했지만, 여름이라선지 손님들이 차가운 차를 요청해 냉차로 바꿨다. 연하게 우려내 개운하고 산뜻해서 요리가 나오기 전에 이미 몇 잔씩 들이키는 애피타이저 같은 존재가 됐다.


INTERVIEW
백지원 요리연구가

“진심을 담아 따뜻한 음식을 만들 것”

EBS 요리 프로그램 ‘최고의 요리 비결’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했고, 《동남아시아 요리》, 《졸깃졸깃 별미국수》 등 다수의 음식 서적을 출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백지원 요리연구가. 
“국수는 빠르게 제공돼야 하지만 재료는 천천히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단순히 손님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음식에 애정을 담으면 그것을 손님들도 오롯이 감정으로 느낀다는 것. “다소 힘들고 귀찮더라도 섬세하게 신경을 쓰면 한 번 매장을 찾았던 손님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다음에 방문할 때는 다른 손님과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오늘도 먹고, 내일도 먹고 싶은 질리지 않는 국수를 만들고 싶다. 보는 재미와 먹는 재미가 있는 한결같은 맛의 국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19 10월호를 참고하세요.

 
2019-10-02 오전 11:14:05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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