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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구 골목 상권 익선동 한옥마을  <통권 415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9-10-02 오전 03:55:18

전국구 골목 상권 익선동 한옥마을

골목길 정취 개성있는 매장 가심비 충족

3박자 만족시켜야 오래간다


서울지하철 1·3·5호선 트리플 역세권 종로3가역 4번 출구에서 나와 좁다란 골목으로 들어가면 한옥마을이 펼쳐진다. 
한옥의 예스러움과 골목의 정취가 묻어난 익선동 한옥마을은 남녀노소 내외국인 할 것 없이 전국구 인기 상권으로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핫스폿이 5년을 채 견디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처럼 익선동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한옥마을의 현 실태와 문제점을 통해 오래 가는 상권이 될 방법에 대해 살펴봤다. 
글 최민지 기자 min@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차장






골목상권 지속성장 위한 조건
익선동은 골목이 좁아 주말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골목의 정취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익선동은 현재 공실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임대 문의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 공실만 생기면 들어오기 위해 대기까지 할 정도다. 삼청동, 인사동으로 유입됐던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익선동으로 모여들었고 서울을 방문하는 다른 지역 사람들도 한 번은 와보고 싶은 관광명소가 되면서 오전 오후 할 것 없이 늘 북적거린다. 
익선동은 여느 핫스폿과는 달리 지역적인 특색이 강하다. 익선동의 가장 큰 매력은 ‘골목의 정취’다. 좁은 골목의 담벼락에 기대 사진을 찍으면 시대를 점프한 느낌도 든다. 한복이나 개량 한복, 개화기 의상을 대여해 추억을 남기는 사람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익선동이 가지는 매력은 더욱 퍼져 나갔다. 2016년 방송된 tvN 드라마 ‘도깨비’의 배경이 되면서 화제가 되고 각종 먹방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SNS에서도 ‘#익선동’을 검색하는 빈도수가 늘었다.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소비됐던 이곳은 현재 남녀를 불문하고 40~50대까지 끌어들이는 상권이 됐다. 최근에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관광안내책자에 소개되면서 일본인을 주축으로 관광객 수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년에 한 번씩 발표하는 ‘한국 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리면서 그 인기를 증명했다.
그러나 골목이 점차 사라지면서 정취가 사라지고 있다. 상권이 만들어지던 초반에는 업장을 운영하는 사람들 간에 암묵적으로 ‘한옥의 명맥을 잇기 위해 외벽을 허물지 않으며 골목을 확장해서도 안 된다’, ‘익선동의 느낌을 해치지 않고 이곳에 스며들 듯이 자리할 것’ 등의 규칙이 있었다. 그동안은 이를 유지하고 내부 인테리어만 해왔는데 임차인이 수차례 바뀌고 영업이익을 위해 업장의 콘셉트만을 강하게 내세우는 곳들이 늘어나면서 벽을 허물어 통창을 만들고 기와지붕만 남긴 채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 하는 곳이 늘어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익선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요즘은 벽에 붙은 타일이나 문짝에 있는 경첩, 직접 두드려서 만든 문살을 다 뜯어버리고 새로 공사를 한다. 각 업장의 동선에 맞게 내부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은 좋지만 익선동이 가진 고유의 분위기가 없어지는 것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익선동 상가번영회 최덕균 회장 역시 현대적으로 변화하는 익선동에 대해 걱정을 내비쳤다. 그는 “담장을 무너뜨리고 대신 통창을 만들면 고객 유치는 더 쉬울지 모르지만, 골목은 파괴되고야 만다”라며 “익선동은 한옥과 기와지붕을 보러 온다기보다는 꼬불꼬불 연결된 골목을 왔다 갔다 하며 분위기를 느끼는 것인데 이제는 점점 그 골목이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F&B 매장만 80여 개… 한옥에서 세계음식 즐겨
기존에는 익선동 내 대표적인 4개 골목만을 익선동의 새로운 상권인 한옥거리로 분류했는데 최근 익선동 상가번영회가 그 범위를 확대해 골목을 총 10개로 나눴다.
현재 익선동 한옥거리에는 약 100여 개의 상점이 있으며 이 중 80여 개가량이 F&B 매장이다. 살라댕방콕, 도모다찌라멘, 양키스버거, 지중해, 경양식1920, 야키토리이마, 이태리총각, 동북아, 지오쿠치나, 창화당, 홍롱롱, 르블란서, 빠리가옥, 롤인익선, 이층양옥 등을 비롯한 40여 개의 음식점과 감꽃당, 구르미산도, 식물, 아트몬스터, 칼리가리브루잉, 밀도, 세느장, 에일당, 구스아일랜드 등 40여 개가량의 카페&펍이 자리 잡고 있다. 
차별화를 앞세운 익선동 외식 매장의 가장 큰 특징은 방콕, 일본, 지중해, 동남아, 프랑스, 이탈리아 등 다양한 나라의 분위기와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식은 분식류 정도로 비빔밥, 파전, 막걸리와 같은 전통 한식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상권 생성 초반부터 건물주와 부동산 사이에서 ‘한옥에서 먹는 한식’보다는 한옥의 멋을 최대한 살리되 트렌디하고 세련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제맥주 전문점 에일당을 운영하는 익선동 상가번영회 최덕균 회장은 “한옥과 다른 나라 음식이 결합 돼 방문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에일당은 한옥을 베이스로 한 공간에서 재즈를 들으며 수제 맥주를 즐기는 곳”이라며 “여기서 막걸리나 파전을 팔면 뻔한 이야기가 되고 익선동의 가장 큰 매력인 정취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익선동을 방문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험의 즐거움’으로 한옥에서 한식을 판매했다면 신선함이 없어 고객을 끌어들이는 힘이 이렇게까지 크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게 익선동 상인들 다수의 입장이다.


 


프랜차이즈업체 입점 제한했지만 규정 불분명해
서울시는 지난해 1월 익선동을 북촌·서촌·돈화문로·인사동·경복궁 서측에 이어 익선동 일대를 서울의 마지막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했다. 한옥밀집지역에서 5층(20m) 이하 건물만 지을 수 있고 프랜차이즈 점포도 입점할 수 없다. 특히 신축 시 익선동 한옥거리에서 한옥이 밀집한 4개 골목에는 1층짜리 한옥만 가능하며, 한옥을 마주 보는 라인은 2층(8m)까지만 허용된다. 그러나 실제로 ‘프랜차이즈업 허가 금지’라는 조항이 애매모호하다는 것이 익선동 상인들의 입장이다. 기존에 잘 알려진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들어올 수 없지만 중소형 업체는 지점 형태로 입점하고 있다.
한옥거리에서 카페&펍을 운영 중인 A 씨는 “종로구의 관리·감독 기준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라며 “개인 브랜드이지만 다른 지역에서 이미 유명해진 후 지점 형태로 들어오는 곳이 많다”라고 말했다.
익선동이 ‘들어오면 무조건 뜨는’ 상권이 되고 나니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압구정 로데오에서 업장을 운영했던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강남의 부동산 업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임대를 대리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실제 부동산 업자들이 운영 중인 매장을 찾아가 ‘권리금을 줄 테니 나가겠냐’라고 제안을 하거나, 나갈 마음이 없는 임차인에게 ‘2~3년 동안 벌 돈을 한 번에 주겠다’라며 권리금 명목으로 2억~2억5000만 원을 제시하면서 기존 영업자의 이탈도 발생하고 있다. 임대인에게는 자신이 다른 임차인을 구해주겠다고 하면서 월세를 올려줄 테니 부동산중개료를 많이 달라며 수수료를 수취하고 임대인은 더 높은 이익을 얻고 있다는 증언이다. 하지만 무자비한 임대료 상승은 자연스럽게 물가 상승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재개발 추진 당시 시세는 전세 6000만 원으로 월세로 계산했을 시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40만 원 선이었다. 그러던 한옥거리에 외식 업장이 하나둘 들어오면서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120만~130만 원 선(철거 비용은 임차인 부담)으로 시세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현재 2019년 9월 30평 기준 보증금 2억 원, 월세 700만 원 수준으로 훌쩍 뛰었다. 그러나 한옥거리에는 현재 공실이 없는 상황으로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이라는 설명이다.
매매가도 급등했다. 익선동에서 업장을 운영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2015년부터 매매가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평당 3000만~3500만 원대에 가장 많이 팔렸으며 2016년 이후 3500만~4000만 원 대로 오르더니 한옥이 거의 남지 않은 2017~2018년에는 4500만~5000만 원까지도 올랐다. 현재는 평당 7000만~8000만 원을 호가한다. 
부동산과 임대인이 거래를 통해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임대료를 더 높이려고 하는데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어쩔 수 없이 임차인은 교체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특색있고 오래도록 업장을 유지하는 업장은 상권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고 이는 곧 임대인에게도 수혜가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여느 인기 상권의 흥망성쇠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2014년부터 F&B 업장 들어서 
익선동이 외식상권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구역이 주거지역이 아닌 상업지역으로 지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주거용으로 등록된 한옥을 근린생활시설로 변경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익선동 상권을 발달시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이미 재개발 논의가 진행 중이었던 2009년, 단순히 한옥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김애란 대표가 전통차 전문점 ‘뜰안’을 오픈해 영업 중이었지만 익선동의 부흥은 2014년 익선다다 박한아·박지현 대표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두 사람은 이 마을을 보존하면서 재미있는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2014년 7월부터 ‘백 투 아날로그’라는 표제를 가지고 경양식집 ‘경양식1920’과 갤러리 카페 ‘익동다방’(현재 ‘틈’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을 오픈했으며 이후 식료품점 ‘열두달’, 동남아 음식 전문점 ‘동남아’, 프랑스 가정식집 ‘르블란서’를 열고 기존에 있던 모텔을 부티크 호텔 ‘낙원장’으로 리모델링했다. 또한, 가게맥줏집 ‘거북이슈퍼’, 비디오방 ‘엉클비디오타운’ 등을 공동기획하고 컨설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익선동 부흥에 힘썼다.
이 밖에 한옥 3채를 이어 만든 ‘식물’은 익선동 붐을 주도한 카페로 손꼽히며, 벽을 허물지 않고 한옥의 외관을 그대로 보존해 가치를 더한 수제맥줏집 에일당도 초창기 멤버다. 오랜 전통을 지닌 만두 전문점 창화당은 첫 번째 로드숍을 익선동에 오픈하며 익선동의 인기를 선도했다.
창화당을 운영하는 the CND 최승국 대표는 “처음 익선동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주거지가 훨씬 많았다. 그 마을에 갔을 때 너무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반해버렸다. 익선동에 들어간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 그 시대로 돌아간 듯 했다”라며 “당시 창화당은 백화점과 몰에만 점포를 운영 중이었고 로드숍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100년의 역사를 지닌 익선동과 만두라는 음식이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해 이곳에 매장을 오픈했다”라고 말했다.
성도부동산을 운영하는 성도컨설팅 천명수 대표는 “이곳이 주거지로 계속 갔다면 아마 관리가 안 돼 임대인들이 집을 철거하는 상황이 이르렀을 것”이라며 “상업 시설이 들어와 임대인은 임대수익을 받을 수 있어서 좋고, 상권은 살아나서 좋고, 임차인이 한옥을 수리하고 보완하면서 가꿔나가고 있기에 한옥이 유지될 수 있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19 10월호를 참고하세요.

 
2019-10-02 오전 03:55:18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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