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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5번가-이지민 대표·이지혜 차장  <통권 416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9-10-31 오전 11:17:48

우리 술 ‘힙’하게 알리는 여성 마케터

PR5번가

이지민 대표·이지혜 차장 

몇 년 새 대중화·다양화하며 트렌디해진 우리나라 술. 그 중심에 이지민 대표와 이지혜 차장이 있다. 
와인을 홍보하던 이들이 뜻을 합쳐 콘텐츠 마케팅을 통해 우리 술 대중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 술의 매력을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파는 두 여자, 이지민 대표와 이지혜 차장을 만나봤다.
글 우세영 기자 sywoo@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차장





“이 막걸리는 꼭 빵과 함께 드세요” 
이지민 대표가 올해 첫 햅쌀로 만든 막걸리를 소개하며 당부한다. “탁주는 곡류를 베이스로 했기 때문에 곡물로 만든 안주와 페어링이 좋아요. 도우를 사용하는 피자나, 빵과 정말 잘 어울리죠. 특히 이 막걸리는 꼭 부침개말고 빵과 함께 드셔보세요.” 술의 특징과 잘 어울릴만한 페어링 메뉴를 줄줄이 설명하는 이지민 대표의 눈빛이 확신에 차있다. 이 대표는 몇 년 새 눈에 띄게 다양해진 우리 술의 매력과 마케팅의 흐름을 가장 잘 아는 여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표가 2014년 시작한 PR5번가는 우리술을 전문으로 다루는 콘텐츠 마케팅 회사다. 2016년 합류한 이지혜 차장과 함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네이버 카페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우리 술과 관련된 콘텐츠를 연재하거나 캠페인을 진행하며 우리나라 술에 대한 이야기를 알리고 있다. 작년에는 전통주 릴레이샷 캠페인을 진행, 연예인 등 유명 인사 포함 500명이 넘게 참여했고 조회수 50만 건을 넘으며 그 의미를 인정받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 표창도 받았다.
최근까지 가장 바쁘게 진행해온 일은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이다. 농림부와 aT에서 매년 각 지역의 우수 양조장을 선정해 환경개선, 체험 프로그램 개발, 홍보 및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전통주 생산부터 관광, 체험까지 연계된 복합공간으로 개발하는 사업으로 전통주 빚기 체험에 지역 특산물을 비롯한 먹을거리, 볼거리까지 결합해 관광콘텐츠를 만들어 낸다. 이 대표 역시 양조장 체험을 한 후 우리 술의 매력에 빠져 인연을 맺게 됐다. 

와인 파던 여자, 전통주에 빠져들다
이지민 대표는 홍보대행사에서 와인 홍보를 담당하는 팀장으로 일했다. 이후 PR컨설팅, 대기업 마케팅팀에서 근무하며 일에 치인 채 마음이 지쳐 퇴사를 결정했다. 마침 계속해서 양조장에 한번 가보자며 연락을 해오던 지인의 뜻에 따라 우연찮게 국내 양조장을 방문하게 됐다. “와인수입사에서 같이 일하던 지인에게 연락이 왔어요. 전국 양조장을 다니며 전통주 유통사업을 하고 있던 분이었어요. 일단 가보면 제가 분명 좋아할테니 한번만 가보자고 여러번 얘기해왔죠. 친분이 있던 허영만 화백과 함께 이강주, 송화 백일주 등 양조장을 몇 곳 돌아보았는데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전통주의 뛰어난 맛과 품질이 너무나 인상적이었어요. 우리나라 술이 이렇게 다양한지도 몰랐거든요. 좋은 우리나라 술이 차고 넘치는데 10년 넘게 주류 업계에서 일하면서 외국 술을 알리겠다고 애쓰며 살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끄럽기도 했죠. 남편과 함께 딱 한 달 고민하고 대동여주도를 시작했어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대동여주(酒)도를 시작으로 니술냉가이드(언니들의 술 냉장고) 등 우리 술을 알리는 채널을 확대하고 미디어와 양조장의 가교 역할을 했다. 당시만해도 홍보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않고 있던 양조장들을 설득하고 소스를 찾아 콘텐츠화하기 시작했다.



타고난 술 이야기꾼
이지민 대표는 콘텐츠를 통해 우리 술 홍보의 기틀을 닦으며 회사를 운영하던 중 이지혜 차장을 스카우트했다. 이 대표와 이 차장은 홍보대행사에서 처음 만났다. 이 대표가 와인 홍보 팀장으로 일하던 때 이 대표가 이 차장을 인턴으로 뽑았다. 
두 사람은 이미 주류 마케팅으로 성공을 경험한 적이 있다. 골퍼들의 와인으로 유명한 ‘1865’가 바로 그들의 히트작이다. 와이너리 설립연도인 1865년에 ‘18홀을 65타에 치라’는 뜻을 붙인 마케팅이 큰 성공을 거뒀다. 
이들이 우리 술을 홍보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삼는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이 차장은 “와인은 작은 포인트 하나도 잘 가공하고 포장해 상품을 만들어 낸다. 우리 술은 스토리가 정말 많은데도 잘 활용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양조장도 식재료와 지역 설화, 양조장의 설립 이야기까지 끌어낼 이야기는 많다”고 말했다.
와인을 홍보하며 쌓았던 노하우와 당시 잡았던 셀링포인트들을 많이 접목하기도 한다. 양식과 전통주의 페어링을 강조하는 것도 국내에 와인을 대중화하기 위해 많이 사용했던 방법이다. 전통 주점, 한식당같이 한정된 소비처가 아닌 활용 범위를 넓혀 소비자와 접점을 확대하고 소비를 활성화히기 위해서다. 두 사람은 “다양한 음식과 전통주가 잘 어울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앞서 말한 풍부한 스토리도 모두 전통주의 뛰어난 맛과 갖은 로컬 식재료를 사용하는 다양성에서 나온다. 다양한 만큼 온갖 음식과 어울린다”고 덧붙였다. 
콘텐츠의 소스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제품에 대해 누구보다 자세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무엇을 고치고, 개발해야 할지도 보인다. 통찰력은 자연스럽게 제품 컨설팅으로 이어진다. 
최근 출시된 막걸리 별산은 경기도 양주시로부터 레이블과 네이밍을 부탁받은 제품이다. 경기도 양주시의 유명 탈춤인 별산대놀이를 꼭 이름에 넣어 특성을 살려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이 대표는 ‘탈춤’이라는 키워드가 너무 고루하게 느껴졌다. “전통주와 탈춤이라니. 너무 지루하지 않나요. 대신 이 술의 맛에서 특징을 땄어요. 아주 부드러운 스파클링과 새콤한 맛이 있는 곡주죠. 흘러내리는 별을 떠올리고, 어스름한 저녁 무렵, 별이 흐트러지며 내려오는 산을 표현한 레이블을 디자인하고 그 그림 그대로 ‘별산’이라는 이름을 썼어요. 똑같은 제품이라도 네이밍과 레이블에 따라 첫인상부터 느껴지는 맛까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색을 입게 돼요.”

젊어지는 우리 술···고급화 시작할 것 
최근에는 전통주가 갇혀있던 올드함을 벗어던지고 전통주만의 매력과 마케팅 방법을 아는 젊은 양조자들이 많아졌다. 우리 술을 즐기는 나이대도, 만드는 나이대도 젊어졌다. 새로운 술을 잘 알고 있거나, 술자리에서 남들은 잘 모르는 술에 관한 ‘썰’을 푸는 것이 힙하게 받아들여진다. 이지혜 차장은 “전통주의 잠재력을 잘 알고 있는 젊은 주조인들이 많아졌어요. 주조에 뛰어드는 젊은층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품질 좋은 술을 만들 수 있는 실력 있는 양조장이 많아져 종류도 다양화되고 있죠. 요즘 들어 크게 체감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하며 “감각있는 젊은 양조장이 등장하면서 고급 전통주 시장도 커질 것이라고 봐요. 전통주 시장에서의 가격 문제가 저희가 생각하는 안타까운 점이기도 해요. 지난 추석 시즌에 고급 호텔에서 시즌 메뉴에 사용할 전통주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결론적으로는 아무 술도 사용하지 못했어요. 메뉴와 잘 어울릴 수 있고, 맛과 수준도 높은 술은 많았으나, 가격대가 너무 낮았던 탓에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선물 세트도 마찬가지다. 제품의 품질에 비해 가격대나 패키징이 아쉬운 술이 너무 많다. 마케팅의 문제이면서도, 막걸리·소주와 같은 술은 저가 주류라는 소비자 인식이 걸림돌이다.
이지민 대표 역시 품질 좋은 술을 만들 수 있는 전제 조건으로 소비자가 전통 술에 대해 가지는 가격 인식의 변화를 꼽았다. 막걸리는 천원 대의 싼 술이라는 인식 때문에 양조장에서는 불안정한 저가 원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아스파탐 등의 화학감미료를 사용하면서 저품질, 저가 주류 생산의 굴레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최근에도 아스파탐을 빼도록 양조장을 설득해 제품을 리뉴얼했다. 그는 “해남의 해창막걸리는 일반 막걸리에 비해 훨씬 높은 가격임에도 크게 성공했어요. 국내 양조장들도 선발주자로 성공을 거둔 술을 보면서 고가여도 품질이 좋다면 소비된다는 가능성을 보게 된 선례라고 봐요. 아마 앞으로는 자연스럽게 가격과 품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덧붙여 “아직도 대부분의 양조장들이 변화하는 건 먼 이야기같아요. 하지만 우리나라 양조장이 매력 있는건 사실이에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만드는 것, 체험하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한번만 가보면 정말 ‘홀릭’할걸요. 외국에 가면 와이너리 관광을 가고, 사케 공장 탐방을 가는데, 우리나라 양조장은 왜 아직도 잘 모르실까요. 제가 처음 우리 술을 만났을 때 느꼈던 충격만큼, 우리 술과 양조장들이 가진 의외의 매력들과 다양성을 활발히 알리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석류즙과 히비스커스를 사용해 산미와 과실향을 부각한 탁주, 찹쌀을 사용한 라이스 와인, 쌀의 사용량을 늘린 무첨가 막걸리까지
프리미엄 우리 술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출시된지 얼마되지 않은 국내양조장들의 술들.

 
2019-10-31 오전 11:17:48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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