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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푸드컬럼니스트-말레나 스파이에럴  <통권 416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9-10-31 오전 11:31:30


“한식은 모두에게 평등하고 정을 나누는 음식”

세계적인 푸드컬럼니스트

말레나 스파이에럴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푸드컬럼니스트이자 방송인이며 70여권의 책을 펴낸 말레나 스파이에럴
(Marlena Spieler, 이하 말레나) 씨가 지난달 16일 ‘한식의 인문학심포지엄’ 참석차 한국에 왔다. 
‘유럽 음식문화권에서 한식문화의 인지 및 수용성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유럽인들이 한식과 한식문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발표를 하기 위해서다. 인터뷰 요청에 그녀는 쿠킹 데모를 펼치겠다는 제안을 했다. 
올해 70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열정적이고 유머러스한 말레나의 인터뷰와 요리 현장은 웃음꽃이 피어났다. 
글 육주희 국장 jhyuk@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차장





각종 매체 기고 및 70여 권의 책을 펼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언제 푸드와 인연을 맺었나.
원래 전공은 미술이었다. 할머니가 요리를 굉장히 잘하셨는데 요리하는 모습,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 식당의 내부 전경 등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고 요리에 관심을 갖었다. 직접적인 계기는 아트쇼에서 내가 그린 그림이 많이 팔렸다. 그때 조금 많은 돈을 벌게됐는데, 그 돈으로 그리스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본격적으로 미식에 빠졌다. 

요리와 인연을 맺은 것에 할머니가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할머니는 손맛이 뛰어났다. 일요일 아침이면 주방에서 할머니까 끓이는 치킨수프 냄새가 방으로 스며들었다. 정말 기분좋은 아침이었다. 할머니는 종일 주방에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곤 했는데, 사람들이 할머니의 음식을 먹으러 끊이지 않고 집으로 놀러왔다. 요리의 매력은 바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음식 하나로 많은 사람들과 교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들었다. 어떻게 인연이 되었나.
여행 중에 우연히 한국 친구를 만났다. 네이버 푸드 섹션에서 일하고 있는 손영희 씨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는데 나도 혼자였고, 그녀도 혼자였다. 함께 합석을 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음식이라는 주제로 대화가 통했다. 현재 유럽 통조림 토마토의 우수성을 알리는 
‘레드 골드’ 컨설팅 및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한국 프로모션에도 많은 도움을 줬다. 그러던 중 이번에 한식의 인문학 심포지엄에서 유럽인들이 한식과 한식문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발표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너무 기뻤다. 한국은 항상 궁금했고, 와보고 싶었지만 와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심포지엄을 통해 방문하고 여러 사람들과 한국음식을 접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평소에 한국 음식을 접할 기회가 있었나. 있었다면 언제, 어떻게 알게됐나.
나에게는 나만의 식문화 경험과 여정이 있다. 어린시절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 자랐는데 내 조부모는 러시아계 유태인이었다. 당시 식탁에는 할아버지의 정원에서 딴 신선한 유기농 채소와 피클, 요거트가 빠지지 않았다. 또 동네에 중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주 1회는 중식당을 찾곤 했다. 멕시코 이민자들도 유입이 되면서 멕시칸 레스토랑도 많이 생겨났다. 이처럼 다인종들이 함께 어우러져 식탁이 다채롭고 풍부했다. 신기한 것은 어린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가 한국인이었는데 정작 그 친구집에서 한국 음식은 맛보지 못했다. 아마 내가 미국인이기 때문에 배려를 해서 한국 음식을 권하지 않은 것 같다. 그 후 1985년 《칠리&페퍼》라는 책을 출판했는데 그때까지 나는 김치를 먹어 본 적이 없어서 김치 레시피를 넣지 않았다. 그런데 한 독자가 메일을 보내왔다. 
‘칠리&페퍼를 주제로 요리책을 펴내면서 왜 김치가 없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때서야 비로서 김치에 대해 알게되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한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우리집 부엌 한 켠에는 늘 한국 식재료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김치와 참기름, 고추장을 너무 좋아한다. 한식은 미국의 다문화 식단에서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이지만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한식이 서구권에 안착했다는 분명한 신호가 있는데 뉴욕타임즈가 2019년 하반기에 선정한 요리책 13종 중에서 망치와 주디 주(Maangchi & Judy Joo)가 집필한 한식 서적이다. 유럽의 경우 미국에 비해 성장세는 더딘 편이지만 맑고 향 좋은 칼칼한 국과 다양한 채소와 면을 곁들인 한식이 유럽인들의 식단에 일종의 해독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목하고 있다.




인상깊게 먹었던 한국음식은 무엇인가
한국 지인이 손수 만들어준 비빔밥이 가장 인상깊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푸드칼럼니스트로 활동하던 당시 대접받은 요리인데, 쌀밥에 소담하게 올려놓은 고명과 갖가지 채소류, 계란프라이까지 정말 환상적이었다. 그후 집 근처에 있는 ‘두부집’이라는 한식당을 발견하게 됐다. 그곳에서 순두부와 된장찌개, 여러 가지 반찬을 먹었는데 정말 매력적이었다. 이후 여러차례 방문해 그곳의 모든 음식을 먹었다. 

반찬을 이해하는 것을 보니 정말 한식의 매력에 빠진 것 같다. 어떤 점이 특히 좋았나.
한국 식당의 반찬 문화는 정말 사랑스럽다. 메뉴를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각종 반찬을 한상 가득 차려준다. 마치 손님을 환영해 주는 것 같았다. 특히 비싼 메뉴를 주문하던 싼 메뉴를 주문하던 간에 고객을 차별하지 않고 모든 테이블에 똑같이 제공하고, 따로 비용을 내지 않아도 반찬을 추가로 갖다주는 것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모든 것이 어메이징 했다. 
또 한식 문화는 여러 가지 반찬과 음식을 한상에 차려 놓고 함께 나눠 먹는다. 음식을 통해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밀레니엄을 맞이하기 직전 한 미식관련 잡지에서 거대한 상에 반찬이 가득 올려진 한식 상차림 사진과 글을 실은 것을 봤었다. 당시 정말 매혹적이라고 느꼈다. 

이렇게 매력적인 한식이 미국 또는 유럽사회에 더디게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식당은 한국인을 위해 한국인에 의해 만들어진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식당이 비한국인 손님을 끌어들이는데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 여타 아시아 국가 요리들은 현지화를 통해 자리잡은 경우가 많다. 중국의 제너럴 추의 닭고기 요리, 태국의 팟타이, 인도의 치킨티카마살라, 일본 테리야키와 스시, 라멘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한국 셰프들은 고유의 요리법을 익히고 고수하는데는 빠르지만 현지에 정착하는 속도는 더딘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제 한식이 오랜 동면에서 벗어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곧 전성기를 맞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식이 세계화되기 위해서는 퓨전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음식에 대해 논할 때 고유의 맛을 보존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원조의 맛에 변화를 가미해 놀라운 음식이 탄생하기도 한다. KFC는 과거 패스트푸드점인 켄터키 후라이 치킨을 의미했지만 현재는 한국식 닭튀김 또는 닭강정(Korean Fried Chicken)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한국계 미국인 로이 최는 타코의 까르니따스를 불고기로 대체하고 살사소스는 김치로 대신해 히트를 쳤다. 데이비드 장(David Chang)은 뉴욕의 모모후쿠를 오픈하고 자신의 뿌리인 한식을 모던 서양식으로 풀어낸 창작요리를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굴회와 구운 고기, 쌈장과 밥을 함께 싸 먹는 경험까지 그의 보쌈은 환상적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무엇인가.
정관스님이 시연한 사찰음식이다. 불교음식에서 음식은 수양의 일환이지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비거니즘, 젠더, 환경 등 사회적 이슈와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불교음식 또한 한식의 큰 카테고리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한국음식은 정말 어메이징하다. 또 심포지엄 때 먹었던 삼각김밥도 인상 깊고, 인근 식당에서 후식으로 주었던 누룽지 캔디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19년 11월호를 참고하세요.

 
2019-10-31 오전 11:31:30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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