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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정미소 김동규 대표  <통권 418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9-12-31 오전 01:49:45


‘백문이 불여일미(米)’ 

쌀의 매력 전파하는 쌀 전문가

동네정미소 김동규 대표


‘커피나 와인처럼 쌀도 취향에 따라 골라 먹는 문화가 자리 잡을 것.’ 밥상의 주인공인 밥이 이제야 제대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사라진 동네 작은 정미소를 다시 만들고, ‘백문이 불여일米’를 외치며 쌀 큐레이터를 자처하고 나선 동네정미소 김동규 대표를 만났다. 
글 박선정 기자 sjpark@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차장





‘맛없는 밥’의 서러움은 안녕 
몇 년 전 한 음식 관련 평론가가 ‘뚜껑 덮은 스테인리스 공기밥’에 대한 평을 늘어놓은 이후 스테인리스 밥공기는 우리 밥상에서 추방해야 마땅한 존재가 돼 버린 듯하다. 한 밥 전문가는 ‘한국의 스테인리스 밥그릇을 다 갖다 버리기 전에 우리의 밥맛은 좋아질 수 없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발언까지 했을 정도니 말이다. 
밥이 맛없는 원인을 스테인리스 밥공기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을 거다. 하지만 한국인이 밥을 주식으로 하면서도 정작 밥맛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행인 것은 ‘스테인리스 밥그릇’이 여러 이유로 회자되면서 사람들이 밥맛에 눈을 뜨기 시작하고, 쌀에 관해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고깃집에서 맛있는 밥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고, 밥을 주문하면 공깃밥이 아닌 1인용 압력솥에 갓 지은 밥이 칙칙 소리를 내며 등장하다니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풍경들이다. 
쌀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햅쌀과 묵은쌀 정도가 전부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쌀의 품종과 도정일자를 살피기 시작했다. 백화점 양곡코너는 고급스러운 편집매장으로 탈바꿈하고, 사라졌던 동네 정미소도 다시 생겨났다. 우리 밥상의 주인공인 쌀이 이제야 제대로 된 대우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쌀 맛있게 먹는 법 알리고 싶어 정미소 시작 
동네정미소가 문을 연 것은 사람들이 쌀과 밥에 주목하기 시작한 2017년이다. 한국진보연대, 한국자영업중소상인총연합회 등 쌀과는 전혀 관련 없던 분야에 몸담고 있던 김동규 대표가 우연한 기회에 쌀에 대한 강연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쌀을 참 맛없게 먹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쌀에 대해 제대로 알릴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다.” 
쌀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은 후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일본의 쌀 편집매장인 아코메야다. 이곳에서는 품종별, 용량별로 구분한 수십 가지 쌀을 디자인 상품화해 판매한다. 쌀과 잡곡뿐 아니라 반찬, 수저, 밥그릇, 냄비, 앞치마 등 쌀과 밥에 관련한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쌀 식문화 공간이다. 
규모와 구색을 자랑하는 아코메야와는 달리 동네정미소는 말 그대로 동네에 있는 작은 정미소를 콘셉트로 했다. 다양한 품종의 쌀과 잡곡을 판매하고 도정도 해준다. 쌀을 사지 않고 도정만 해가는 손님도 환영이다. 당일 도정한 쌀로 지은 밥도 맛볼 수 있다. 밥과 국, 반찬으로 구성된 백반 메뉴로 매주 다른 품종의 쌀로 밥을 지어 제공한다. 동네 작은 정미소에 밥 먹으러 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지만 식사시간이 되면 갓 지은 밥을 먹으러 온 이들로 북적인다. 

쌀도 커피처럼 취향껏 즐기는 시대 올 것 
“벼일 때 쌀일 때 밥일 때 세 번 빛난다는 의미의 삼광은 부드럽고 찰기가 좋다. 새일미는 식감이 좋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영호진미는 영남과 호남에서 뛰어나게 맛있는 쌀이라는 의미로 밥을 지어 오래 두어도 색이 잘 변하지 않고, 하이아미는 아미노산을 함유한 기능성 쌀로 이유식용으로 특히 좋다.”
동네정미소를 처음 찾는 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어떤 쌀이 맛있나요’다. 김동규 대표는 대답 대신 쌀 품종 하나하나를 가리키며 특징과 맛을 설명해준다. 맛있는 쌀에 대한 기준은 제각각, 쌀의 특징을 알고 다양하게 즐기면서 취향에 맞는 쌀을 찾아가는 것은 밥을 먹는 또 다른 재미다. 
쌀도 커피나 와인처럼 취향에 따라 품종을 골라 먹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게 김동규 대표의 생각이다. “우리나라에 원두커피가 처음 도입될 당시만 해도 막강했던 믹스커피가 원두커피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커피를 즐기는 문화가 다양화·세분화되면서 집에서 원두를 로스팅해 먹는 마니아들도 생겨나지 않았는가”라며 “쌀도 커피나 와인처럼 취향을 찾아 즐기는 음식이 되었으면 한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골라 먹듯 품종별 쌀밥을 골라 먹는 밥집이 생긴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며 눈을 반짝인다. 

쌀 전문 편집매장 만드는 것이 꿈 
동네정미소에서는 10여 가지 쌀 종류를 최소 450g 단위로 포장해 판매한다. 4인 기준 가족이 한 끼 정도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방금 도정한 쌀로 갓 지은 밥이 가장 맛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김동규 대표는 ‘가능하면 도정 15일 내에는 쌀을 소진할 것’을 권한다. 매일 신선한 쌀로 지은 맛있는 밥을 즐기라는 의미로 온라인 쌀 정기배송 서비스도 제공한다. 
동네정미소에서만 접할 수 있는 희귀한 쌀도 있다. 지금은 거의 사라져버린 토종벼다. 토종벼 품종을 복원해 재배하는 우보농장과 손을 잡고 다다, 저도, 흑갱, 붉은차나락 등 토종벼 품종을 단일품종과 블랜딩쌀 2가지로 상품화했다. 일반 쌀이라면 혼합미로 불리며 저가품 취급을 받았겠지만 토종쌀의 가치와 희소성을 키워드로 ‘블랜딩米’로 격상시켰다. 김 대표는 “일제 강점기 시절 식량 수탈의 목적으로 생산성 높은 개량종 보급이 확산되면서 토종품종이 사라져갔다”며 “이후 박정희 정부 때 병충해에 강하고 생산량이 높은 통일벼를 보급하면서 품종의 다양성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다행히 지금은 토종벼 품종을 복원하려는 농부들이 나타나고, 그 의미를 알아주는 소비자가 생겨나면서 자취를 감췄던 토종벼가 다시금 빛을 보고 있다. 
김동규 대표의 꿈은 동네정미소를 ‘동네의 정미소’를 넘어 쌀 전문 편집매장으로 키우는 거다. 롤모델은 일본의 아코메야다. 아코메야는 스타벅스와 쉐이크쉑 등을 운영하는 거대 기업 사자비리그가 운영하는 브랜드로 막강한 자본력을 강점으로 상품판매에서 문화강좌에 이르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동네정미소는 아직 쌀의 기초적인 것만 취급하는 수준이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쌀과 잡곡만 팔았지만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상품군을 확장하다 보니 지금은 과자와 식혜, 막걸리 등 쌀 가공식품도 두루 갖추게 됐다. 김 대표는 “식품을 넘어 수저와 밥솥 같은 생활용품, 더 나아가 쌀을 주제로 한 굿즈까지 다방면으로 상품군을 확장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해 새로운 활동을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20년 1월호를 참고하세요.

 
2019-12-31 오전 01:49:45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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