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HOME > People
경남대 식품영양학과 이규진 교수  <통권 419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0-01-31 오전 10:01:37

불고기 역사적 계보 연구로 

맥적, 설야멱, 너비아니 재정리


경남대 식품영양학과 이규진 교수 


국내 식문화 관련 학계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소논문이 있다. 경남대 식품영양학과 이규진 교수의
‘불고기의 역사적 계보연구–맥적, 설야멱, 너비아니에 대한 문헌고찰을 중심으로’ 논문이 그것. 
지난해 한국식생활문화학회지에 발표된 이 논문은 그간 학계와 세간에 떠돌던 불고기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고 있다.
글 이서영 기자 young@foodbank.co.kr


 

 


불고기의 전신 ‘소육(燒肉)’, 일본서 ‘야키니쿠(燒肉)’로 바뀌어
몇 해 전 온라인에서 우리나라의 불고기와 일본의 야키니쿠의 연관성을 두고 설전이 일었다. 야키니쿠(燒肉)가 불고기의 어원이라는 주장에 대해 누리꾼 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당시 논란은 종결되지 못한채 묻혀 버리고 말았다. 
이규진 교수의 이번 논문에서는 그같은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만한 증거들이 제시됐다.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불고기의 계보는 고구려 시대의 통돼지 구이인 ‘맥적(貊炙)’에서부터 소고기 구이인 ‘설야멱(雪夜覓)’, 소고기에 잔칼집을 내 구운 ‘너비아니’로 이어진다. 설야멱이 너비아니로 바뀌는 과정에서 ‘설중소육(雪中燒肉)’이라는 명칭과 ‘소육(燒肉)’이라는 명칭이 혼재돼 쓰이는데 이 때가 17~18세기다. 소육을 직역하면 ‘군(구운)고기’가 된다. 14세기부터 계보를 잇고 있는 우리나라의 소육(燒肉)과 19세기 말에야 등장한 일본 야키니쿠(燒肉)가 같은 한자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미뤄보면 어떤 주장이 더 타당한지 유추해 볼 수 있다.
“일본 학계의 정설은 ‘야키니쿠는 한국에서 온 음식이다’라는 거예요. 1945년 해방 이후 재일교포들이 고기의 내장 부위를 양념해서 구워 먹은 것(호로몬 야끼)이 시초이고, 이것이 일본 사회에 전파되면서 고급음식인 현재의 야키니쿠로 발전하게 됐다는 것이죠.”
이 교수는 그러나 일본이 한국의 불고기를 접하고 자국으로 들여간 시기가 그보다 조금 더 이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1939년과 1940년 《모던일본》이라는 일본 잡지에 ‘평양 불고기’에 대한 기사들이 실렸기 때문. 당시 평양식 불고기는 소고기 등심과 안심을 양념해 구워낸 상류층 음식이었다. 고급 스타일의 음식으로 야키니쿠와 상당히 유사한 형태다.
“기사에는 ‘평양 불고기는 맛있다’라든가 ‘평양은 불고기로 유명하다’라는 둥 불고기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평양식 불고기가 먼저 건너가고, 그것이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호로몬 야끼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더 높지 않나 생각합니다.”

종교방송 PD, 한국 육식문화 박사 되다
이규진 교수는 식문화 연구자로서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모 종교 방송에서 수년간 라디오 PD로 일했던 것. 당시 이 교수는 유명한 요리 연구가와 음식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했다. 이를 계기로 한식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대학원에서 식품영양학 석사·박사를 마쳤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육류 문화에 대한 논문을 써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논문제목은 ‘근대 이후 100년간 한국 육류구이 문화의 변화’였다.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최근 불고기 논란이 가열되면서 반박 근거 자료로 제시되는 등 연구성과를 재평가받았다. 해당 논문에는 불고기의 개념과 의미의 변화에 대한 고증자료들이 상세하게 실려있다.
이번 소논문의 경우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근대 이전 불고기의 역사적 계보에 대한 연구를 묶어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쓰게 됐다. 
연구의 성과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두 가지다. 먼저 맥적을 우리 민족의 음식으로 처음 주목한 최남선이 최초로 맥적을 언급한 시기에 관한 것이다. 기존에는 1943년 《고사통(古事通)》에서 처음 언급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었으나 앞서 1937년 《매일신보》의 ‘고려’라는 글에서 ‘맥적은 곧 고구려식의 고기구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쓴 부분이 발견됐다. 또 궁중 음식인 너비아니를 ‘너부할미’라는 이름으로도 불렀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과거 너비아니에 대한 표기는 ‘너븨안이’와 ‘너브할미’로만 알려졌으나 이번에 이 교수가 1880년 프랑스 파리 외방선교회의 리델 신부 주도 아래 편찬된 《Dictionanaire Coreen-Francais(韓佛字典·한불자전)》에서 ‘너부할미’라는 표기를 찾아냈다.



불고기 세계화하려면 정체성 확립부터 해야
우리나라 음식 가운데 가장 외국인들이 먹고 싶어하는 음식은 불고기라는 발표가 있다. 이 교수는 불고기를 지금보다 더욱 글로벌한 음식으로 키우기 위해선 먼저 불고기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같은 생각은 10년 전 그가 미국 뉴욕에서 1년여 간 머물 때 갖게 됐다. “당시 뉴욕에는 뉴욕곰탕과 금강산, 우래옥이라는 한식당이 있었어요. 세곳 모두 불고기를 팔았죠. 하지만 각각 스타일이 달랐어요. 뉴욕곰탕은 육수 불고기, 금강산은 국물이 없는 평양식 불고기, 우래옥은 한 점씩 구워 먹는 광양식 불고기를 취급했거든요. 외국인들이 불고기를 하나의 이미지로 떠올리기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그 때 들었습니다.”
뉴욕 생활 중 우연히 들른 야키니쿠 가게에는 오히려 ‘야키니쿠는 한국에서 유래한 음식이지만 일본으로 건너와 이렇게 발전했다’라는 글이 걸려 있었다. 이 교수는 충격을 받았다. 한국 음식점에는 불고기에 대한 설명이 일절 없는데 반해 일본 식당에서는 음식의 뿌리를 당당히 밝히며 자국 음식을 소개한 점이 그랬다. 
이 때부터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불고기도 뿌리와 줄기, 가지를 제대로 밝히고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 서울식·평양식·광양식·언양식 불고기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명확히 정리해 알리면 ‘불고기 미식 투어’와 같은 관광 프로그램도 개발할 수 있다. 또 고급화된 불고기 메뉴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불고기는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한식 메뉴이지만 막상 한국에 오면 불고기의 정수를 보여주는 고급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40년대 평양의 명물 ‘평양식 불고기’ 연구 꿈
이같은 작업과 함께 병행해야 할 중요한 연구도 있다. ‘평양식 불고기’에 대한 연구다.
“불고기는 평양의 명물이었습니다. 일본 야키니쿠의 원조가 평양식 불고기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현재 북한에서는 불고기가 거의 사라진 것 같습니다. 소를 함부로 잡을 수 없다고 해요. 오히려 연변쪽에 비슷한 형태로 남아 있다고 하는데 온전히 평양식 불고기라고 칭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1940년대 기사에서는 평양에 불고기 전문점이 굉장히 많이 있었다는 기록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 정도로 발달돼 있는 음식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분단 상황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은 연구이지만 해보고 싶은 맘에는 흔들림이 없다. 조금씩이지만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그의 꿈이 언젠가 꼭 이뤄지길 응원해 본다.















 
2020-01-31 오전 10:01:37 (c) Foodbank.co.kr
quickmenu
월간식당 식품외식경제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 한국외식정보교육원 제8회 국제외식산업식자재박람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