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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135 김세경 셰프  <통권 420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0-03-03 오전 06:04:08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대중화에 기여하다

休135 김세경 셰프 


국내에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전문점은 손에 꼽을 정도로 그 수가 적다. 드라이에이징 자체가 세심한 관리를 필요로하는 
숙성 기법이기 때문이다. 김세경 셰프가 이끌고 있는 休(휴)135는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의 진수를 보여주면서 오마카세 스타일과 정육식당을 결합한 이색적인 매장 분위기로 스테이크 애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글 이서영 기자 young@foodbank.co.kr


 

 


누구나 ‘인생 스테이크’를 만나는 곳
“여기 스테이크 정말 맛있네요.”
옆 자리에 앉은 손님이 ‘와~’하는 탄성과 함께 셰프에게 말을 건넨다. 셰프는 빙긋이 웃으며 기꺼이 찬사를 수용한다. 디귿(ㄷ)자 바 형태의 좌석은 어느새 각양각색 손님들로 꽉 찼다. 고기가 구워지고 있는 화로를 가운데에 두고 이야기를 주고 받는 셰프들과 손님들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조금 어두운 듯 한 실내. 매장 내부에서 가장 강하게 눈길을 사로잡는 곳은 붉은 빛의 고깃덩어리들이 진열돼 있는 숙성고다. 큼지막한 고깃덩이들이 형광불빛 아래에서 시간에 운명을 맡긴 채 숙성되고 있는 풍경은 강렬한 인상을 준다.
‘치이익-’
익숙한 소리와 함께 희미한 연기가 천장으로 피어 오른다. 화로에 고기를 올렸다는 신호다. 고기 굽는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자 반사적으로 입안에 침이 고인다. 고기가 익을수록 셰프의 손도 바빠진다. 한 손으로는 집게로 고기를 뒤집고 다른 손으로는 고기를 눌러본다. 고기의 탄성을 통해 익은 정도를 알 수 있다. 이윽고 잘 익은 스테이크를 화로 바깥으로 꺼내 식힘망 위에 올린다. 그러나 접시로 가기에는 아직 이르다. 몇분간의 ‘휴식기’를 갖고 다시 한번 화로에 들어갔다 나온 후에야 손님에게 서빙될 수 있다. 드디어 테이블에 스테이크 접시가 놓였다. 연한 핑크빛이 감도는 스테이크를 입으로 가져간다. “와~!” 익숙한 풍경이 되풀이된다.

저등급 고기도 최상급으로 만드는 드라이에이징 기술
휴135에서는 자체 제작한 숙성고에서 고기를 드라이에이징해 사용하고 있다. 취급하는 고기 종류는 한우, 호주산 와규, 미국산 프라임·블랙앵거스 등이다. 각 고기마다 등급별·부위별 상품들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
드라이에이징이란 일정한 온도와 습도, 통풍이 유지되는 곳에 고기를 장기간 노출시켜 숙성시키는 고기 숙성 방식을 말한다. 고기 안에 있는 자기소화분해효소가 결합조직을 분해하면서 부드러움과 풍부한 향을 갖게 된다. 그러나 수분이 증발하면서 무게가 줄고, 재가공하는 과정에서도 마른 부분을 잘라내야 하기 때문에 수율이 최대 40%까지 감소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는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 
김세경 셰프는 대중이 좀 더 쉽게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육식당 방식을 접목시켰다. 100g이 아닌 1g 단위로 스테이크를 판매하는 것. 식당 입장에서는 고기 로스를 최소화할 수 있고 고객 입장에서는 저렴하게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1석 2조의 효과가 있다.
김 셰프는 또 손님들에게 굳이 최상급 고기를 권하지도 않는다. 드라이에이징을 거친 고기는 부드러움과 감칠맛이 극대화되기 때문에 등급이 높지 않은 고기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손님들 가운데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갖고 오시는 분들이 꽤 있었다.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의 경우 겉만 마르고 제대로 숙성이 안됐거나 까맣게 갈변된 부위를 다 쳐내지 않으면 자칫 역겨울 수 있는데 그런 음식을 드신 손님들이었던 것이다. 우리 매장에서 생각이 바뀌신 분들이 많다. 앞으로 더 많은 분들에게 제대로 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선보이고 싶다.”





고기 식히는 ‘레스팅 기법’이 신의 한 수
휴135에는 스테이크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비밀이 담겨져 있다. 먼저 휴(休)는 조리 기법 중 ‘레스팅 기법’을 강조하기 위해 붙여졌다. 
“열을 가하면 세포가 팽창한다. 뜨거운 불에 구운 고기를 잠시 식히는 과정을 통해 세포가 제자리로 돌아가도록 유도하고 잔열이 고기 전체에 골고루 퍼지도록 하는 것이 바로 레스팅 기법이다. 고기 두께와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1인치 두께의 채끝을 예로 들자면 5~6분 정도를 레스팅한다. 135는 ‘화씨 135℃’를 뜻한다. 섭씨로는 57.2℃ 정도인데 미디엄 레어에서 레어 정도의 스테이크의 온도다. 이 두 가지만 명심하면 육즙을 가득 품은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다.”
휴135를 처음 찾은 손님들은 다 구운 고기가 식힘망에 올려두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김 셰프는 휴135의 의미를 설명하며 잠시 기다려달라고 요청한다. 요청에 따른 손님들은 잠깐의 인내가 선물한 맛의 신세계를 체험하게 된다.

동양인 최초 찰리파머 이그제큐티브 셰프에 올라
김세경 셰프는 미국의 유명 호텔&레스토랑 그룹인 찰리파머에서 셰프로서는 최고 자리인 이그제큐티브 셰프를 역임한 실력가다. 찰리파머 역사상 최초의 동양인이자 한국인 이그제큐티브 셰프였기 때문에 회사 내·외부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당시 그의 나이 35세. 미국으로 건너간지 10년이 채 되지 않아 동양인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이룬 쾌거였다. 
김 셰프는 세계3대 요리학교 중 하나인 미국 뉴욕 CIA를 졸업했다. 한국에서 군 제대 후 미국여행을 하다 미국에 있는 친척의 소개로 CIA를 알게 됐고 2년간 입학을 준비해 유학길을 떠났다. 
“2005년 CIA 졸업 후 찰리파머에서 인턴쉽을 했다. 당시 단테 보쿠지라는 셰프가 이그제큐티브 셰프였는데 그는 늘 ‘우리는 가족이다. 그러니 웃으면서 즐겁게 일하자’고 말하곤 했다. 단테가 너무 좋아서 다시 찰리파머 계열 레스토랑인 어리얼(Aureole N.Y)에 입사를 했다. 당시에는 무조건 한국에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정말 소중하게 여기며 일을 했는데 어느 순간 수셰프까지 돼 있더라.”

아직도 생생한 ‘꿈을 이룬 날’의 기억
회사의 취업비자 지원을 받으며 수셰프까지는 올라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뉴개발부터 인력관리, 마케팅까지 총괄하는 이그제큐티브 셰프는 아무나 넘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는 영어가 어눌한 동양인이었고 이 점이 그가 점프하는 데에 있어 걸림돌이 됐다. 동양인 셰프를 간부로 뽑아본적이 없는 회사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회사 측은 김 셰프가 레스토랑을 찾아오는 유명인사들을 잘 접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그는 기존 이그제큐티브 셰프가 나간 후 곧바로 승진하지 못하고 4개월간 직무대행만 하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CEO인 찰리 파머가 매주 매장으로 와서 이그제큐티브 셰프 후보자들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는 매주 그를 공항에서 픽업만 했다. 자존심이 너무 상해 한국에 돌아가야겠다고 수십번을 생각했다.”
그렇게 2개월쯤 지났을 때 김 셰프는 용기를 내 찰리 파머에게 이그제큐티브 셰프를 하고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로부터 또 2개월 후, 그는 찰리 파머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찰리는 ‘from now on, you are incharge(이제부터 네가 책임자다)’라고 말했다. 온 몸에 전율이 흘렀다. 지금도 그 날, 그 시간, 장소, 입고 있던 옷까지 기억이 난다. 그는 ‘내가 너를 직접 트레이닝 시키겠다’고도 했다. 회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CEO 재량으로 내린 결정이니 만큼 흠결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찰리 파머는 김 셰프에게 고객응대법, 컴플레인 대처법, 매니지먼트, 와인 워딩, 메뉴 포지셔닝 등 자신의 모든 노하우를 전수했다. 그 결과 김 셰프가 승진한 그 해에 찰리파머가 오렌지 코스트 매거진에서 선정한 ‘올해의 레스토랑’ 1위에 오르게 됐다.

국내에선 컨설팅 전문가로도 이름 알려
4년간 찰리파머에서 근무하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을 차리기 위해 회사를 나온 김 셰프에게 한국 대기업들이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왔다. 파인 다이닝이나 캐쥬얼 레스토랑 브랜드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찰리파머에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수의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했다. 미스터피자의 ‘래미스’, SPC삼립의 ‘피그인더가든’, 유한양행의 ‘뉴오리진’, 용산 드래곤시티의 ‘킹스베케이션’ 등이 그의 작품이다. 손을 대는 것마다 성공신화를 일구니 두바이나 뉴욕 등 해외에서도 컨설팅 의뢰가 들어온다. 
휴135는 미국에서 만난 지인들의 투자를 받고 지난 2018년 오픈하게 됐다. 올해에는 2호점을 낼 계획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 셰프에게 아직도 꿈이 있냐고 물었다. 답은 이랬다.
“꿈은 항상 꿔야되는 것 아닌가요? 지금까지 없었던 재밌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이 땅에 실현시킬 겁니다.”




1  김세경 셰프가 자체 드라이에이징한 한우 1+ 등급 안심스테이크를 자르고 있다. 
2  레스팅 과정을 거친 스테이크는 고기 전체에 핑크빛이 은은하게 돈다.
3  휴135가 자랑하는 애피타이저 메뉴와 스테이크. 

 
2020-03-03 오전 06:04:08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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