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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단테 데어리 김소영 대표  <통권 421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0-03-31 오전 11:46:11

과학자에서 미국 최고의 치즈 명장으로 

안단테 데어리  김소영 대표


생명공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에 왔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자연 속에서 손으로 하는 일을 원했던 그 때, 
프랑스 여행 중 우연히 치즈를 맛보았다. 경이로운 세계가 열렸고 순간 치즈에 매료됐다. 유망한 과학자가 한 순간에 치즈를 
만드는 길로 돌아서게 된 결정적 계기는 작은 치즈 한 조각이면 충분했다.
글 김은석 기자 kesh@foodbank.co.kr  





‘인생은 살 만한 것이다. 치즈는 그것을 더 좋게 만든다’는 말이 있다. 풍미 가득한 치즈를 맛보았을 때의 행복함을 비유한 이 말은 김소영 대표에게 가장 적합한 표현이다. 여행차 머문 프랑스 농가에서 다양한 치즈를 맛보고 바로 치즈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과학자에서 치즈 명장의 길로 
한국에서 생명공학 전공 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문득 과학자로 사는 미래가 더 이상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베이킹, 정원사 등 손으로 무엇인가 만드는 일을 찾고 있던 중 프랑스로 여행을 떠났고 그 곳에서 운명처럼 치즈를 만났다. 처음에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치즈의 맛에 놀랐고, 우유라는 간단한 재료로 맛과 모양까지 다른 다양한 치즈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미국에 와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치즈를 만났다. 사랑과 호기심에 삶을 내어줄 수 있었던 행복했던 시기다. 처음 다양한 치즈를 맛보고 ‘와! 이게 뭘까?’했던 기억이 난다. 사랑에 빠질 때처럼 경이로운 세계가 열리는 느낌이었다.”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 낙농학 프로그램을 통해 우유를 배웠고 치즈는 독학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전통 방법에 따라 수작업으로 만드는 아티잔 치즈의 생산 개념에 익숙치 않은 점이었다. 공산품과 같은 균일한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앞섰던 것. 레시피를 완벽하게 따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컸다. 


치즈,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 
김소영 대표는 199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북쪽 작은 도시 페탈루마에 치즈공방 안단테 데어리를 열었다. 치즈 공방은 목장과 붙어있어 신선한 산양젖을 구하기 쉬웠다. 치즈 만들기부터 포장, 공방 청소까지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건강한 곰팡이가 자랄 수 있도록 치즈를 매일 닦아주고 수시로 뒤집어줘야 한다. 2년씩 숙성하는 치즈를 만들 때는 40kg짜리 치즈 덩어리를 3시간마다 뒤집다보니 손가락이 부러지고 힘줄이 끊어지기도 여러 번이다.
“치즈를 만드는 일은 마라톤과 비슷하다. 빨리 가다가 중간에 지치면 치즈의 질이 떨어진다.  치즈를 만드는 긴 과정 동안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어떤 치즈는 하루가 걸리고 어떤 치즈는 2~3년이 걸린다. 치즈를 만들기 시작한 22년 동안 여행을 제외하면 일주일에 7일 일했다.” 
치즈를 대하는 그녀 모습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를 다루는 듯하다. 치즈 상태가 이유없이 나빠질 때는 그냥 옆에 앉아 시간을 같이 보낸다고. 관찰하고 느끼다 보면 대부분 치즈 상태가 호전된다. 오직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 밖에 없단다.


세계적인 셰프들이 기다리는 치즈
김소영 대표의 시간과 정성이 깃든 치즈는 유명 셰프들이 먼저 알아봤다. 미쉐린가이드에서 별 3개를 받은 미국 최고의 레스토랑 프렌치런더리를 운영하는 세계적인 셰프 토머스 켈러가 안단테 치즈를 우연히 맛보고 주문까지 한 것. 그는 그의 치즈를 맛보는 건 놀라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후 유명 매체들이 앞다퉈 안단테 치즈를 소개했고 김소영 대표를 최고의 치즈 명장이라 극찬했다. 현재 안단테 데어리는 미쉐린가이드 별 3개를 받은 메도드, 부숑, 다니엘 등에 치즈를 제공하고 있다. 그의 치즈를 이용한 레스토랑 프렌치런더리의 요리법은 간단하다. 치즈를 잘라 접시에 올려 치즈 자체를 단품 요리로 제공한다. 치즈의 맛과 향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함이다. 명성을 얻은 지금도 혼자 수작업으로 치즈를 만들다보니 일주일 생산량이 100kg 안팎에 불과하다. 아무리 유명한 셰프라도 그의 치즈를 받기 힘든 이유다. 하지만 셰프들은 안단테 치즈를 받기 위해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몇 년씩 기다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개성과 철학이 뚜렷한 셰프들을 상대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들이 원하는 치즈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함께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땐 셰프의 요리 철학에 관심을 가진다. 그러다보면 어떤 치즈를 선호하는지 각각의 성향을 파악하게 된다. 치즈를 만들 때 각각의 셰프들을 생각하고 만들면 맛이 조금씩 달라지는 기분이다.”


정직한 맛을 지닌 치즈로 기억되길 
아티잔이란 수공 장인이란 뜻의 프랑스어인 아르티장의 미국식 표현이다. 직접 손으로 만든 자연산 치즈를 뜻하는 말로 생산하는 지역과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다르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맛의 변화가 당연시 되는 치즈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아티잔 치즈로 떠오른 안단테 데어리는 찾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업확장의 기회도 많았다. 김소영 대표는 사업을 키우기보다 원료의 맛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정직한 맛을 지닌 치즈로 기억되길 바랐다.
“치즈를 만들고 싶은 마음 하나로 공방을 만들었다. 사업을 키우기보다 내가 원하는 식으로 질 좋은 치즈를 만들고 싶다.” 그의 목적은 오직 하나, 언제나 치즈였다. 
“아티잔 치즈 사업은 많은 이익을 낼 수 없다. 경제적으로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우윳값을 내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월급을 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이것만으로도 세상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된 듯 하다.”
22년 동안 치즈를 만들면서 고단함도 있지만 이 일을 할 수 있어 늘 감사하고 행복함을 느낀다. 치즈로 인해 얻은 게 많기 때문이다.
“치즈는 소중한 이들을 만나게 해줬고 개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매일 긴 시간 일하고 가족들과 보낼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 힘들지만 일과 삶은 구분될 수 없다. 순수한 마음으로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올해 평창에 안단테 데어리 오픈 계획
미국이란 낯선 땅에서 치즈와 거리가 멀어보이는 동양인이 치즈 공방을 연다는 게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그는 미국이란 곳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에 적합한 공간이라고 말한다.
“캘리포니아는 외부인에게도 오픈된 곳이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처럼 지켜야 할 치즈의 전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행히 미국에서 제도적으로 제한을 느끼지 않았다”며 오히려 한국의 현실에 우려를 표했다. 
“모든 유가공 공방은 HACCP 인증을 받아야 한다. 미국의 경우 공방의 규모와 일하는 인원, 생산량에 따라 인증이 세분화 되어있다. 하지만 한국은 작은 공방에 대한 HACCP 인증 프로그램이 따로 없어 큰 유가공업체 공장들의 기준에 맞춰 시설을 갖춰야한다. 한국 HACCP 규정을 기준으로 한국에 치즈 공방을 짓는 예산을 짜봤더니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안단테 데어리 공방의 5배 정도의 예산이 필요했다.” 
김소영 대표는 한국의 소규모 유가공 산업이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오는 문제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이 유제품에 대한 이해나 아티잔 방법에 대해 이해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와인의 격은 높아지고 있지만 일상 속에서 한국 사람들이 접하는 치즈는 지극히 한정적이라 안타까웠다는 그는 3년전 한국에 아티잔 치즈 개념을 처음 소개하기도 했다. 올해는 강원도 평창에 안단테 데어리도 열 계획이다. 한국에서 한국우유로 만든 그의 치즈를 만나볼 수 있다. 






순수함이 가진 힘 믿어
공방 이름인 안단테는 음악에서 쓰는 단어로 빠르기를 나타낸다. 이곳의 모든 치즈 이름은 음악 용어에서 나왔다.
“음악은 내 삶에서 필수적인 것이다. 음악을 통해 세상을 보고 위안을 얻는다. 새로운 곡을 배우고 한 곡이 연주되는 과정을 즐긴다. 음악이 없는 세상은 지옥일 거다.” 
그에게 피아노는 가장 사랑하는 예술인 것과 같이 치즈 또한 하나의 예술이다. 천천히 안단테 속도로 치즈를 만들고 함께 성장하고 있다. 
“열심히 노력했는데 맛이 그냥 그런 경우도 있고 어느 때는 별 이유없이 기막힌 맛이 나올때가 있다. 아티잔에게는 최선을 다했을 때 예상한 것 보다 좋은 맛이 나오면 그건 행운이다. 때로는 먹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 치즈 맛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순수함이 가지고 있는 힘을 믿는 김소영 대표. 치즈를 향한 열정만으로 치즈 장인의 반열까지 올랐다. 프랑스에서 우연히 만난 치즈가 그의 인생을 변화시켰던 것처럼 그의 치즈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누군가도 그처럼 안단테 치즈와 사랑에 빠져 어떤 경이로운 세계를 경험할지 모를 일이다. 

 
2020-03-31 오전 11:46:11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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