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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리박물관 최수근 관장  <통권 421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0-03-31 오전 01:59:05

개화기부터 2000년까지 

한국 조리 100년사 한 눈에 펼치다

한국조리박물관 최수근 관장 



2020년 5월, 우리나라 최초의 조리박물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한국 외식산업 발전을 위해 선진 주방기물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주)에이치케이 이향천 대표이사와 한평생 후학 양성에 힘써 온 경희대학교 조리서비스경영학과 최수근 교수가 뜻을 모아 조리박물관 건립에 나선 것. 국민 문화 향유와 기업 이익의 사회적 환원에 방점을 찍고 세계 3대 조리박물관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한국조리박물관 개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 육주희 국장 jhyuk@foodbank.co.kr





주방제조 업계 거물과 ‘소스의 대가’의 만남 
한국조리박물관 개관은 고종황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약 100년간 이어져 온 대한민국 서양식 요리 계보 정리와 국내 F&B를 총망라해 궁극적으로는 사라져가는 한국 외식산업의 인적·물적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함이다. 
그 첫걸음은 2015년 2월 6일에 시작됐다. (주)에이치케이 이향천 대표이사와 우리나라 최고의 ‘소스 대가’ 최수근 교수가 만나 박물관 건립에 뜻을 모은 것. 수 십 년간 주방기구를 수입·생산해 온 이향천 대표는 문화와 교육의 중요성에 적극 공감해 박물관 건립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40년 전 해외에서 조리박물관을 보고 언젠가 한국에 조리박물관을 열겠다는 꿈을 키워 온 원로 교수의 열정이 어우러져 이룬 결과물이다. 한국조리박물관은 이향천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주래본죽로 ‘파크엘림’ 내 부지 3167m2(약 960평), 건평 1225m2(약 370평) 규모로 제1전시관, 제2전시관, 강당, 요리체험관 등 4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30년 전부터 조리박물관 건립 꿈꿔온 최수근 교수
한국조리박물관의 탄생은 최수근 교수의 오랜 꿈에서 비롯됐다. 1975년 경희호텔경영전문대 조리과를 졸업하고 미대사관, 하얏트호텔, 신라호텔에서 근무하던 중 본격적으로 프랑스 요리를 배우기 위해 1983년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난 그는 르 꼬르동 블루에서 서양요리사 등을 공부할 당시 조리박물관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프랑스 에스코피에 기념박물관, 미국의 존슨앤웨일즈대학교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체계적으로 기록되고 정리된 조리박물관이 있다는 게 너무 부러웠어요. 그때부터 30년 후쯤 정년퇴직하면 조리박물관을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꾸었죠. 이후 조리와 관련된 기록과 주방도구를 하나하나 모으기 시작한 것이 컨테이너 2박스 분량이었고, 오늘날 박물관 건립의 꿈을 이룰수 있는 단초가 됐습니다.”


공익문화사업인 박물관 기업지원 당연, 이향천 대표
사실 박물관 건립이 꿈을 꾼다고 이뤄질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최수근 교수는 조리박물관 건립의 꿈을 현실화 시키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며 HKC 장재규 대표를 소개한다. 장 대표는 시스템 쿠킹 조리설비 컨설팅과 오븐조리, 쿡칠시스템, 수비드, 드라이키친 등 선진조리기법 설계 및 보급을 통해 한국 주방문화 개선에 힘써 온 주방업계 원로다. 최수근 교수와는 한국조리학회, 한국호텔관광학회 등에서 오랫동안 함께 활동해 온 인연이 있다. 
장재규 대표는 조리박물관 건립을 꿈꾸며 30년 넘게 각종 자료와 주방기구를 수집해 온 최수근 교수를 HKC의 모기업이자 국내 최고의 주방기구 전문회사인 에이치케이 이향천 대표이사에게 소개해 실질적으로 조리박물관 건립 프로젝트가 성사될 수 있도록 한 장본인이다. 
장 대표는 “이향천 대표의 꿈이 교육사업이었어요. 평소 주방조리기구 생산에 주력하면서도 문화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조리박물관을 통해 이뤄질 수 있도록 전시뿐만 아니라 온·오프라인 강좌 등 교육사업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최수근 교수도 “개인이 할 수 없는 규모의 일은 기업이 지원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회사 차원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조리박물관 건립을 적극 지원해 준 이향천 대표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향천 대표의 지원이 없었다면 한국 최초의 조리박물관 건립은 여전히 요원했을지도 모른다. 





내로라 하는 분야별 46인의 자문위원단 구성
한국조리박물관 건립을 대외적으로 공표한 것은 2017년 1월 (사)한국조리학회 세미나에서다. 조리박물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근현대 조리 관련 자료의 수집을 위해서는 방대한 자료와 스토리텔링이 필요했다. 또 박물관에 전시할 각종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조리명장, 기능장 등 1세대 조리 원로들의 참여가 절실했다. 다행히 어느 한 사람, 단체할 것 없이 모두 적극적으로 동참해 조리원로 12명, 대한민국 조리명장 10명, 한국조리학회장단 7명, 총주방장협회 7명, 한국조리기능장 7명, 업계 전문가 3명 등 국내 조리분야에서 내로라 하는 분야별 46인의 자문위원단을 구성했다. 
“처음에는 원로 자문위원 중심으로 기증품 수탁을 받았어요. 김방원, 백인수 위원님은 한 차를 실어왔어요. 그동안 간직해 온 메달이나 각종 자격증서, 필사한 레시피 등 중요한 자료들이 어떻게 쓰일지 모르는 상태에서 선뜻 내놓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자료 중에는 귀한 것들도 있어서 먼저 주요 전시품 30선을 선정했습니다.”
여기에 에이치케이 이향천 대표이사가 개인적으로 20여 년간 수입해 온 옛 조리기구 2000여 점과 조리관련 고서적 5000여 점을 기증하고, 최수근 교수가 수집해 온 1200여 점의 자료와 조리기구 등을 우선 기증하며 하나하나 품목을 늘려나갔다. 특히 개인이 구입할 수 없는 고가품이나 대형의 주방기구는 회사차원에서 구입을 지원해 줬다. 


단순 전시 공간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공간
한국조리박물관 건립을 위한 준비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미국 CIA, J&W, 프랑스 파리 와인박물관과 르 꼬르동 블루, 해양박물관, 일본 츠지조리사전문학교, 갓파바시 주방거리와 국내 박물관 등 벤치마킹할 만한 곳은 모두 방문하고 자문을 받아가며 전체 기획방향을 수립했다. 
박물관은 과거(한국 양식조리 역사의 정리와 기록), 현재(현 세대의 한국 셰프들의 참여), 미래(다음 조리인 육성)를 테마로 구성했다. 단순 관람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소스 아카데미, 서양요리 마스터 과정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최수근 교수는 일주일에 3일은 박물관에서 학예사와 함께 전시품을 선정해 스토리를 만들고 수장고에 넣을 품목을 구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또 자문위원 17인의 인터뷰를 따 홍보 동영상도 만들었다. 최 교수는 이 일을 하면서 지금 조리박물관을 건립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한다. 향후 10년 후에는 뜻있는 어느 누군가가 박물관을 세우고 싶어도 자료는 물론 감수해 줄 사람조차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모든 자료가 데이터화 되어있어 전시할 만한 실체가 없어요. 50대 셰프나 교수들도 자료가 전혀 없고, 70대 이상 원로들이 갖고 계시는데 손으로 필사한 레시피를 보면 정말 감동입니다. 옛날에는 루를 쓰지않고, 돼지껍질을 넣어서 소스의 농도를 맞췄는데 그런 클래식한 소스 레시피 등 좋은 자료들이 너무 많아서 심장이 막 뛰더군요. 그 가운데 약 100여 개의 레시피를 다시 재현하고 책으로 만들어 전문가 과정 교육자료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조리 원로들 특별전시관, 한 평생 주방지킨 보람 
지난해 8월 최수근 교수는 자문위원들과 가족을 초청해 기증해 준 소장품 기증식 및 요리 대통령으로 불리는 백인수 셰프의 수기 자료를 바탕으로 기획한 ‘백인수 에세이’ 출판기념식을 개최했다. 
“백인수, 김방원, 임헌양, 정지철 등 내로라하는 원로들을 위한 특별전시관을 보고 사모님들이 너무 좋아하셨어요. 남편이 한 평생 주방에서 힘들게 일만 했는데 이렇게 멋있게 기념관을 만들어 줘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며 울컥했습니다.”
한국조리박물관 초청행사에서 자신이 기증한 물품들이 귀하게 전시된 것에 감동을 받은 탓인지 이후 의미있는 기증품들이 잇달아 전달되고 있다. 또 일부 원로와 가족들은 사후에 모든 자료를 박물관에 기증하겠다고 약속했다. 자료의 중요성,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커피, 와인 등 식음료관과 호텔 전시관의 자료가 부족한 점은 박물관 전체 구성에서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1세대와 미래 조리사 아우르는 키맨 최수근 관장
한국조리박물관 초대 관장을 맡아 실질적으로 박물관 콘텐츠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최수근 교수는 조리박물관 설립 목적을 첫째, 근현대 조리 관련 자료의 체계적인 수집·연구·보존을 통한 한국 조리역사의 정립, 둘째, 전문적인 교육시설과 체계적 프로그램 구축을 통한 전문 조리인력 양성, 셋째, 조리인들의 자긍심 고취 및 건전한 조리문화의 조성과 발전이라고 말한다. 
“조리사가 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길을 모르거나 대학에서 또는 주방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을 가르쳐주는 멘토가 되고 싶습니다. 또 현역에서 한창 활동하고 있는 셰프들에게는 기본과 정통을 다시 한 번 다잡고 배울 수 있는 장을 제공해 조리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어요.”
이제 봄이 오고 꽃이 피면 국내 최초이자 세계 3대 규모의 한국조리박물관이 개관한다. 셰프 출신 교수였기에 조리를 알고,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것은 물론 1세대 조리사들의 정신을 이어받은 후배이자 제자이기도 한 최수근 박물관장. 그가 있었기에 기록을 찾아 정리하고, 원로들의 자문을 받으며 한걸음 한걸음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을까. 현재 조리박물관이 개화기부터 2000년까지의 역사를 조명했다면 앞으로의 기록은 그가 학계에서 양성한 수많은 제자들이 뒤를 이어갈 것이다. 한국조리박물관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키맨 최수근 교수가 있었기에 가능한 프로젝트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기획전으로 우리나라 초창기 외식업소인 반줄, 외교구락부, 미쟝그릴, 서울역그릴, 곰의집의 메뉴를 테마로 준비하고 있다니 벌써부터 기대된다.

 
2020-03-31 오전 01:59:05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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